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21화 - 쾌활하게 웃는 사역마 - 본문
교도소장 파로마 바사르는, 입 안에서 이를 울리며서
혼자서 자기 방에 틀어박혀 버렸다
그의 손가락은 도저히 진정이 되지 않는다는 듯이 책상을 두드리고 있었고
툭, 탁, 하는 소리가 잠시동안 헛되이 방 안을 울렸다.
그것은 그가 생각에 잠겼을 때 하는 버릇 같은 것.
뭔가 사색에 잠길 때, 팔로마라는 인간은
늘 혼자서 그걸 해결하려는 습관이 있었다.
팔로마 바사르는 타인을 일체 신용하지 않았다.
인간이라는 것이 얼마나 애매하고 근거없는 말을 가지고 노는 존재인지를,
팔로마는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아는 체하면서 재잘거리는 자.
터무니없는 망언을 진실이라 주장하는 어리석은 자
이 세상에는 그런 것들이 곳곳에 넘쳐흐르고 잇었다
물론, 애매한 말이 전부 나쁘다고 단정지을 수는 없다.
어떤 의미로, 사교라는 것은
그러한 애매함을 허용하는 것에서 재미가 있었다.
농담이나 꾸며낸 이야기,
소문으로만 떠도는 이야기를 활기차게 풀어내는 것도
교류를 행함에 있어선 필요한 기술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팔로마는 아무리 노력해봐도 그게 서툴렀다.
귀족의 의무로서 사교적인 소양 한두가지 정도는 해냈었다.
하지만 애매한 말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것만은
나이를 아무리 먹어도 잘 되지 않았다.
따라서, 사교계에 있어서 팔로마라는 인간의 평가는,
어디까지나 재미없는 인간, 이라는 것에 지나지 않았다.
좋게 말하면 견실하다고 할 수 있겠지만,
적어도 즐겁게 농담을 나눌 인간이 아니란 것만은 분명했다.
그런 습성도, 사실상 팔로마는 고칠 생각이 없었다.
오히려, 그것이야말로 자신의 성질이라고 받아들이고 있었다.
그렇기에 파로마는 혼자서 사고를 회전시켰다.
다른 인간의 생각 따위 믿을 게 못된다고 굳게 믿고서 말이다
의심스러운 눈이 빙 감긴 눈꺼풀 아래서 움직이며 답을 찾아 헤매고 있었다.
그리고 굳게 다문 입술을 천천히 벌린다.
"파수꾼, 근처에 있나?"
그것은 혼잣말을 중얼거리는 듯하면서, 무언가를 부르는 목소리였다.
하지만 방안에는 간수장은 물론, 다른 누구도 들어와있지 않았다.
너무 작은 그의 목소리는, 누구에게도 들리지 않을 터였다.
하지만 곧바로, 공기를 자주 마시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네, 네, 네, 무슨 일이실가요, 감옥장님?"
쾌활한 목소리였다.
방 안 어디에도 그 모습은 보이지 않는데
목소리만은 또렷이 메아리 치고 있었다.
마치 팔로마의 사역마 같이 순종적으로, 그것은 말했다.
목소린는 방안에 울려퍼졌지만,
이상하게도 방 밖으로 새어 나오지는 않았다.
"그럼요, 그야말로 몇 백년 전부터
당신의 아버님도, 조부님도, 그 전에도 잘 알고 지냈어요!
뭐, 당신 대에 와서는 생활하는게 더 편하고 좋내요!"
아무래도, 목소리의 주인은 한마디를 시작하면 끝이 없이 튀어나오는
성격인 모양인가 보다.
한가지 이야기가 끝날 때마다, 또 다른 화제로 옮겨가는 듯 했다
이런 부류는, 팔로마가 가장 어려워하는 쪽이었다.
이쪽이 말을 그만하려고 하지 않으면, 언제까지고 계속 이야기를 늘여놓았다.
팔로마는 가슴 속에 짜증스러움을 느끼면서 말했다.
"당연하지, 정체도 알 수 없는 네놈 같은 것에 어찌 의지하겠나?
아버지도, 아니 조상 대대로부터 네놈을 의지한 이유를 알 수 없단 말야"
팔로마의 꺼림칙한 시선은 허공을 향해있었다.
아무도 없을, 아무것도 없는 장소에...
실제로, 팔로마도 목소리의 주인이 구체적으로 어디에 있는지는 몰랐다.
단지 이 감옥 안에, 어딘가 있다는 사실만은 알 수 있었다
그는 그런 존재인 것이다.
정신이 아찔해질 정도로
그야말로 신화대로까지 거슬러 올라가, 마법의 틀을 가지고 만들어낸 것.
그것이 어떻게 이런 감옥에 눌러앉아서 계속 살아왔는지,
팔로마는 알 수 없었다.
아버지도, 조부도, 그 이전의 선조도 몰랐다고 했다.
하지만 선조 대대로 바사르 가문은 그를 사역마로서,
때로는 친구로서 대해왔다.
처음 그 이야기를 들은 순간, 제정신이냐고,
그렇게 생각한 것을 팔로마는 지금도 기억하고 있었다
어째서, 그런 정체도 모를 존재를 그리 쉽게 다룰 수 있다는 것인가.
언제 이쪽에게 송곳니를 드러낼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
원래부터, 팔로마는 마법이란 것을 혐오해오고 있었다.
애매하게 밖에 모르는 것들을, 대충 손에 넣고 행하는 자들...
누구나 이것이 어떻게 발생하며, 어떤 힘이 생기는 지
명확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참으로 시시한 학술이였다
그러니까, 팔로마는 이 파수꾼은 물론 마법조차 속으로 신용하지 않았다.
분명 그 전부를 속속들이 알게 되는 날까지
그는 모든 것을 끝까지 의심할 것이다.
팔로마의 짜증스런 표정을 보며, 파수꾼은 말했다.
"그럼 당신은 어째서 마법사의 길을 선택하셨죠?"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라며, 팔로마는 대답했다.
"모르는 일을 그대로 방치하다니, 그건 내 방식이 아니야!"
과연 그렇군요, 하고 파수꾼은 즐거운 듯이 대답했다.
시종일관으로 쾌활한 목소리는 변하지 않았다.
그 후 시간이 지나서야, 용건을 물을 수 잇는 상황으로 들어섰다
사역마처럼 행동하는 주제에,
어째서 이리도 다루기가 성가신건지.
팔로마는 몇번째인지 모를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독하게 고심한 후에 결정한듯한 목소리였다.
감옥 안에 침입자가 있다, 그것들을 잡아라
파수꾼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채,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방금전 간수장이 이상한 것은 없다고, 보고한 지 얼마 안된 시간이였다
간수장의 말을 듣고, 팔로마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사람이란 모든 것을 대충하는 법이다
어짜피 너의 말에도 얼마간 거짓말은 섞여있겠지"
간수장은 짐마차들을 다시 확인했다고 말하긴 했지만,
그것도 어디까지 정확할지는 의심스러웠다.
간수놈들의 성격을 생각하면,
고작해야 몇명이 짐칸에 이상한 점이 없는지 확인하고 말았겠지.
그런 보고를 가지고서 진실이라 하는 것은, 너무나도 경박했다.
정보는 하나로 만족해선 안됀다.
둘, 셋, 아니 그 이상으로 있어야 마땅해
그러지 않으면 신용 따위 생길리가 없지
그러니까, 혐오스럽다고 생각하지만, 팔로마는 이녀석을 사용하기로 했다.
"파수꾼, 이 감옥 안에는 반드시 무엇인가가 숨어 있을 것이야
구석구석 조사하도록, 혹여나 잡을 수 없자면, 목을 베어오도록 해라"
팔로마는 이번 일에 대해서 몇번이고 깊이 생각했다.
하지만 역시, 납득이 가지 않았다.
상인이 도적 집단에게 습격당해 짐마차를 빼앗겼는데,
그 절반이 상처 하나없이 돌아오다니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상대가 도적이라면, 빼앗기기 전에 전부 불태워버려도 이상할 게 없다.
적어도 마차 정도는 부서줘야 일반적이겠지
하지만, 짐도 마차도 무사하다니.
이 무슨 말도 안돼는 행운인가. 도저히 신용할 수 가 없는 것이다
그것을 의심스럽다고 생각하지 않는 부하도 마찬가지다.
그러니까 무슨 일이 있었던 거라고 판단해버렸다.
팔로마는 어디까지나 회의적이며, 강고한 인간이였다.
자신이 내린 결론은, 절대 굽히려하지 않았다.
그 예외는 단 하나.
이 감옥의 파수꾼이자 자신을 섬기는 단 한명의 사역마.
이유는 역시 알 수 없지만, 이 마인이 그러한 점에서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팔로마가 신뢰할 수 있었다.
물론, 그가 속으론 인정하려 들지 않았지만 말이다
파수꾼은, 이번에도 역시 명랑하게 노래하는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알겠습니다요.
그 정도 쯤이야 누워서도 할 수 있죠, 이 감옥은 제 몸과도 같으니까요"
목소리는 방을 크게 진동시키더니, 그대로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 > 제13장 대재해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23화 - 신망을 그 등에 - (0) | 2020.05.15 |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22화 - 감옥의 마성 - (2) | 2020.05.15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20화 - 쌓이는 원한 - (0) | 2020.05.15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19화 - 너무나 먼 그 걸음 - (0) | 2020.05.13 |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18화 - 미소 짓는 자와 의심하는 자 - (0) | 2020.05.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