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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19화 - 너무나 먼 그 걸음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3장 대재해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19화 - 너무나 먼 그 걸음 -

개성공단 2020. 5. 13. 2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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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옥 벨라의 식량 보관창고 안에는, 눈 때문인지 꽤나 쌀쌀했다.

상의를 입고 있어도 더 온 몸에 한기가 스며들었다.

 


감옥내의 수많은 인원을 먹이기 위한 것인만큼, 그 크기는 상당했다.
대상인의 창고와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컨대, 구석구석까지 점검하는 것은 너무 오래걸려 할 수가 없었다

운반된 짐수레 중 하나에 손을 가져다대며, 간수가 말했다.

 

"그쪽은 어때, 뭐라도 찾았어? 이제 빵을 만지는 건 지긋지긋해"


"벌레라면 있었는데, 나 원 참... 아무것도 있을리 없잖아

이게 다 감옥장님이 겁이 많은 탓이지"


너나없이 나른한 목소리였다. 

교도소장 팔로마의 뒷담인 것은 확실했지만
그지 큰소리로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남의 눈에 띄지 않는 장소였기에 마음껏 나태를 만끽할 수 있었다.

 

여하튼 상인 놈들은 계속해서 짐을 들여오고 있었고

그야말로 이것을 다 검사하다간, 수 일이 걸릴 것이다


지금은 벌써 저녁때다. 그리 시간을 쓸 수 있을리 없었다.


간수 중 하나는 결국 바닥에 눌러앉아, 

짐칸에 내동댕이쳐진 빵을 들고 손끝으로 집었다.
날씨 탓인지 이상하게 딱딱해졌지만, 그래도 배를 채우기엔 충분했다.


빵 반죽에 이가 박히며 어느새 빵 자체가 손아귀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다음엔 육포 같은 걸 먹고 싶어

 


간수는 그리 생각하며, 짐칸 안으로 손을 가져간다.
그늘이 져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고기의 촉감이라면 금방 알 자신이 간수에게는 있었다.

 

지금까지 이상으로 열심히, 

빵이나 감자같은 것을 헤치고 안쪽으로 팔을 걷어붙인다.
아니, 아무도 보는 눈이 없다. 모두 자기 안주거리 찾기에 필사적일 것이다.
어쩌면 벌써 보관고에서 챙길만한 걸 챙기고 

빠져나간 녀석도 있을 지도 모르는 것이였다.

 

그래서, 그것을 본 것도, 단 한명의 간수 뿐이었다.


팔이... 쭉쭉 뻗어 있었다

짐칸의 안 쪽에서, 긴 손가락을 이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간수가 절규를 지을 틈은 없었다

손가락은 간수가 무슨 일을 벌이기 전에

그 목을 꺾을 것 같을 기세로 조이고 있었으니까...

 

 

 

 

 

 

*

 

 

 

 

 

 


그나저나 좋지 않은 상황이 되었다


무심코 그렇게 가슴 속에서 푸념을 흘렸다. 

짐칸에서 빵더미에 묻혀있던 탓인지
거기서 나온 뒤에서 온몸에서는 묘한 냄새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사실은 밤늦게까지 이곳에 숨어있으려고 했는데.


목을 조이던 감촉을 손에서 떨쳐내고 조용히 귀를 감쌌다. 

주위에는 큰 소리가 나지 않는 듯 했다.
발소리나 목소리를 보아 식량 창고 안에는 

두세명 정도의 인원이 더 있을 것처럼 보였다.

 

지금같은 요령으로 가볍게 목을 조르는 것으로 끝낼 수 있다면 

편하고 좋겠는데 말이다
나는 입술이 비틀며, 한숨을 내쉬었다.

왠지 뒷통수가 많이 아파왔다.


갈라진 입술을 움직이며, 중얼거렸다.


"가능하면 그대로 가만히 있어줬으면 좋겠어

아무래도, 나는 혼자 움직이기 편해서 말이야"


뺨이 엉겁결에 실룩거렸다. 

그것은 나 자신에 대한 푸념이 아니라, 

동시에 주위를 서성이고 있을 간수들에게 말한 것도 아니였다.


그저 짐칸 안에서 스르르 빠져나오려는 동행자를 향해 한 말이였다.
그녀는 그 두 이름에 걸맞은 딱딱함을 표정에 붙이고 말했다.


"방금, 뭐라 말하셨습니까. 루기스공."

 

나는 가볍게 어깨를 털어내며 전신을 보이는

강철공주 베스타리누 게르아를 향해 눈을 두었다


그녀는 무언가 말하는 것이 아닌

입술을 굳게 다문 채로 지긋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어떻게 된 일인지. 어제부터

아니 이전부터 그런 걸지도 모르지만, 그녀는 나에게 거칠다고 해야할까.

도전적이라고 할까, 그런 태도를 취해 왔다.


아마도 이번에 나와 동행하겠다고 나선 것도

그런 대항심이 가슴 속에 조금 있어서 그런걸지도 모른다.


그것은 무척이나

그녀가 평소 보이는 냉철한 표정과 거리감이 느껴져서,
꽤나 기묘한 것을 보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물론, 이유는 알고 있었다 

그저 단순히, 브루더에 대한 친애가 이러한 태도를 

그녀가 보이게 만든거겠지.


전적으로 옳은 일이다.

또한, 나는 나를 보고 완전한 인간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을 것이다.
농담으로도 못할 소리다

그런 인간을 가족에게서 떼어놓고 싶다는 마음은

분명 정상적인 감정인 것이였다


그러니까, 그 날카로운 시선이나 내뱉어지는 감정 정도는 

받아주는 것이 도리라는 거겠지


이후부턴 별다른 대화도 없이 서로 숨을 죽이고, 주위를 탐색했다.
내 머릿속에선, 자 어떻게 이 얽힌 실타래를 풀어볼까 하고 

열심히 머릿속에 생각을 움직이게 하고 있었다.

 

원래, 감옥 벨라로 잠입하는 것은 내가 단독으로 할 예정에 지나지 않았다.
물론, 가능하면 별로 고르고 싶지 않았던 선택지다.

 

가능하다면 밖으로 꾀어낸 병사들을 그대로 짓밟고 

경비가 없어진 감옥에 그대로 송곳니를 박아주고 싶었던 게 

나의 속마음이였다

 

적어도, 정면에서 당당하게 부딪힌다는 것은 질색이니까


그 이유는 이 감옥 벨라라고 하는 요란한 건축물이였다

이 것은 원래 전선과 왕도를 잇는 중계 보루였던 영향인지

묘하게 구조를 견고하게 만들어 놓고 있었다

 

감시탑이 주위를 감시하고, 

깊은 해자로 둘러싸인 구조 때문에 내부로 파고 들기 위한 길은 

딱 하나 있는 움직이는 다리 뿐.

 

과연, 요새로서 의미가 없어지니,  

떤식으로도 재활용하고 싶어지는 걸 잘 알 수 있는 구조였다.

이걸 만들어낸 선왕도 보람찰 것이다.

 

공격하는 입장에서는 구역질이 나지만.  

적어도 조금은 한 수 물러줬으면 좋을텐데 말이다. 

어디 비밀스럽게 들어갈 수 있는 구멍 그런거 없을까


뭐, 어쨌든간에 정면에서 당당히 문으로 돌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면
적당히 밤의 어둠을 틈타 파고들 수 밖에 없다. 

나는 이미 그러한 수법엔 익숙해져 있었다.

여하튼 좋은 스승이 있어주었으니까

 

한기에 얼어붙은 손가락 끝을 가볍게 이빨에 물려 구부리면서 말했다.

 

"베스타리누. 밖의 용병들은, 걱정 안해도 괜찮은 거겠지?"

 

내 말에, 베스타리누는 조금 자랑하는 듯한 울림까지 말에 담으며 대답했다.


"걱정마십시오. 제 병사들은 스스로 아무것도 생각하지 않으니까요"

 

그것 참 든든하네,  라고 말하면서 허리춤의 보검으로 손을 올렸다. 
발소리가 두 개, 그리고 천천히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 묘하게 불규칙적인 소리로 보아,  

무언가 큰 짐이라도 운반하려는 것으로 보였다
예를 들자면, 손으로 들 수 없을 만큼의 식량이나, 술 같은 것이다.


그림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그것은 흔들흔들 거리면서 마치 쾌활함을 드러내듯이 걸어왔다.
우리는 소리를 내지 않으려고 조금 숨을 들이마셨다.


하지만 일부러 짐칸을 확인하러 오는 패거리들이니

상당히 조심스러운 집단인가 싶었는데.
이 꼴을 보아하니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였다. 그저 변덕인 것일까.


그래 뭐, 그대로만 있어주면 좋겠는데


다가오던 그림자가 내 것과 겹쳤다.

 

순간, 보검의 모습이 길게 뻗어, 그렇게 그대로 그림자를 관통해 갔다.
손안에 피를 빨아들이는 감촉이 있었다.


그것과 거의 동시에, 베스타리누의 전투 도끼가 공기를 가르며, 
눈을 부릅뜨고 소리를 요란하게 내뱉은 

간수의 머리 뚜껑과 턱을 한번에 내려찍었다.
여전히, 살과 뼈를 한꺼번에 때려 부수는 무거운 일격이 눈 앞에 펼쳐졌다.

 


더이상, 발소리는 어디에도 나지 않았다. 

그저 식량 보관창고 안에 비틀린 정적만이 남아있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할 것은, 다 짜놓았겠죠?"

 

베스타리누가 속삭이듯이 그리 말했다.
그것도 그런게, 아직 아무것도 설명하지 못했으니 말이다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이고, 가능한 여유를 부리며 말했다.


"걱정하지마, 

상대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건, 내가 잘하는 분야라고"

 

머리속에서 마음껏 생각을 돌리며, 입술 끝을 쓰다듬었다.
어찌됬건, 이미 상대방의 품에 들어 온 것은 분명했다.


그렇다면 이젠, 해야할 일을 할뿐이다. 

남은 건 내가 그걸 해낼 수 있으냐 없으냐에 달렸겠지.


만약 그 놈이였다면, 무난히 해냈을테지만 말이야...

 


아아,  그렇다면, 나도 하지 않으면 안되는 거겠지. 

나는 보검에서 피를 닦아내고 칼집에 쑤셔 넣으며 

맞장구 치듯 허리에 찬 백색검을 쓰다듬었다.


자, 우선 첫 걸음부터 시작해볼까. 멈춰서는 것은 이제 질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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