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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18화 - 미소 짓는 자와 의심하는 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3장 대재해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18화 - 미소 짓는 자와 의심하는 자 -

개성공단 2020. 5. 13. 22: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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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언니와 다시는 말을 나누지 않을 것인가

언니의 손을 잡고 전쟁터에서 물러날 것인가


이전에 루기스에게 들이댄 말은 그런 것이었다고 

베스타리누 게르아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 땐 술 자리에서 결국 흐지부지 되었지만, 

그 후로도 그 물음을 한시라도 잊어버린 기억은 베스타리누에겐 없었다.

 

 


그가 자신의 일련의 관계를 가진다면, 

그 둘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수 밖에 없다고 베스타리누는 확신하고 있었다. 그러지 않으면, 반드시 언니는 불행해진다. 

그것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용서할 수 없다.


게다가, 베스티라누는 아직, 루기스라는 인간의 성질에 대해 

큰 의문을 품고 있었다.


그의 행동과 의지는, 무모함을 그대로 때려박은 극치에 있다.
그것을 과연 정상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악인은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언니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인간이라곤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 이런 인간에게 언니가 반해버린 것인지. 

베스타리누는 전혀 이해할 수 없었다. 

좀더 제정신이 박힌 사람이라면, 자신도 환영했을텐데 말이다


그렇기에, 베스타리누는 지금 루기스의 요청을 흔쾌히 받아들였다.
언니가 움직이지 못하는데다, 자신만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니까

 

물론 문장교와의 관계는 양호하게 유지해두겠다는 타산도 있지만
이건 틀림없이 좋은 기회이다. 

루기스라는 인간의 진가를 판별하기 위한, 기회...


그리고 이번에 이르러선, 

쇠사슬처럼 그에게서 벗어나려 하지 않던 카리아 버드닉도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없었다. 

엘프의 여왕의 모습도, 어딘가로 사라져버렸다.

 

그 한명의 성질과 가치를 가늠하기에, 더할나위없이 훌륭한 무대가 아닌가.

 

만약 이걸로, 

그가 그저 무모하고 만용을 부리는 것 밖에 재주가 없는 남자라면
그건 그거대로 상관없다고 베스타리누는 생각하고 있었다


그 땐, 전장의 관습에 따라

그가 좀 순해지길 바라며, 다리 하나 부러뜨려도 상관 없을 것이야


그것은 분명, 신도 용서하실 것임에 틀림없다. 

친밀감이라는, 무엇보다 깊은 애정을 위해서 한 행동이니까.
베스타리누는 당당하게 커다란 눈동자를 빛내며, 옆에 있는 루기스를 보았다.


씹는 담배를 머금으면서 용병의 면면들을 둘러보고 있는 얼굴은, 

무언가 계산을 하는 듯했다.
그 마음 속에 어떤 말이나 책략의 지도를 펼치고 있을지는, 

도저히 읽어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조금 입술을 삐죽이면서, 베스타리누는 그의 귓가에 알렸다.


"전령이 돌아왔습니다

감옥 벨라가 동원하고 있는 병사는 삼사백정도

장비의 질은 그리 나빠보이지 않는다고 합니다"

 

십중팔구 그 정보에 오류는 없다. 

여하튼 그의 요청에 따라, 여러 전령을 감옥으로 달리게 한 결과니까.


하지만, 정보의 진위여부는 그렇다치고, '

그다지 좋은 정보가 아닌 것은 분명했다.


병력은 이쪽과 동등하거나, 조금 우위.

정공법으로 정면에서 접전을 벌이면 패배는 하지 않더라도,
반드시 사상자는 발생하게 될 것이다. 

그리고 의미없는 야전으로 부상을 입으면, 용

병사들의 사기도 간단히 떨어지는 법.


그 이후에 루기스가 노리고 있던, 

감옥 벨라를 함락시키는 일 같은 건, 가능할리가 없다.


자 그럼 어떻게 해줄거냐고, 도발하듯이 눈을 느슨하게 뜨고 

베스타리누는 루기스의 옆 모습을 보았다


그녀는 솔직히 말해 기대했었다 

그가 한심한 모습을 보이거나, 초조해하는 모습을


베스타리누라는 인간에겐 타인의 불행을 두고 기뻐하는 성격을 없었지만,
언니의 사랑을 빼앗아간 인간에 대해선, 

드물게 적의와 같은 것이 싹튼 모양이었다.


"괜찮군, 그럼 이야기는 빠르겠어

베스타리누, 이제 부터 해줬으면 하는 건 두 가지야

우선은, 말한대로 연극을 해줬으면 해, 그 다음은 내가 알아서 할테니"

 

그, 참으로 여유넘치는 목소리가, 베스타리누의 귓볼을 때렸다. 

마치 일부러 지어낸듯한 목소리였다.


비위에 거슬리군


루기스의 목소리가, 베스타리누의 가슴을 울화통치게 만들었다
좀더 조바심 같은 걸 보여줘도 될 텐데. 

추악한 감정인 줄을 알지만 그래도 어쩔 수 없이 억누를 수 없었다.

 

그녀도 모르게 그녀의 눈이, 가늘어졌다

 

 

 

 

 

 

*

 

 

 

 

 

 

매장감옥 벨라. 

교도소장 팔로마 바사르는 씁쓸한 얼굴로 

자기 방의 책상을 손바닥으로 두드렸다. 

그것은 초조함을 보일 때의 그의 버릇이었던 것 같다.


입가의 수염이 크게 비틀렸다. 팔로마는 이를 갈며 말을 내뱉었다.


"어떻게 된 것이냐.... 병사는 돌아 온건가? 아님 아직 오지 못한 건가"

 

분명하게, 동요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목소리. 

아마도 그는 이러한 상정 밖의 사태에 익숙하지 않은 것임을,
간수장은 단번에 이해할 수 있었다.


나쁜 인간은 아니다. 

조금 의심이 많은 사람이긴 하나, 영주로서는 어울리겠지.
하지만, 그러한 인간은 비상사태에, 

특히 병사들을 파병하는 일에 관해선 지독하게 겁쟁이가 되버린다
적어도 그의 아버지인 선대는 그랬다.


그러한 경향을 알고있기에, 

간수장은 일부러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지시대로 지금 쓸 수 있는 최대한의 병력을 보냈으니. 

고작 도적떼 놈들 따위 두려워 할 바가 못 될 것입니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본래라면 백명 정도 병사들을 보내면 충분하겠지만
신중한 팔로마를 배려해 간수도 포함한 사백명에게 주변을 

경계하도록 일러두었다.
최소한의 경비를 남기고 인력을 토해낸 셈이였다.


도저히, 이 주변을 어슬렁대는 도적놈들이 상대 할만한 수가 아니였다.
애시당초, 감옥 벨라의 주변은 촌락이나 도시가 

그렇게 많은 지역이 아니여서, 말하자면 가난함을 대표하는 지역이였다.

 

대규모 도적집단이라면, 더욱 비옥한 토지를 소굴로 삼는 것이 일반 상식.
이런 곳에 얼굴을 보일리가 없다.  

기습을 받은 상인들이 도망간 시점에서, 그 규모는 이미 알려졌었다.

 

몇번 팔로마의 겁많은 물음에 간수장이 대답을 마쳤을 때였다.
문이 조금 세게 두드려진다. 

팔로마는 자신도 모르게 어깨를 움찔하고 말았다.

 

하지만, 그 노크 방식은 전령병의 독특한 것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문이 열리고, 전령이 고했다.


"감옥장님, 간수장님, 병사가 돌아왔습니다!, 피해는 경미합니다!"

 


그리 말한 전령의 어조는 어딘가 들떠있었다.  

비통한 소식이라면 이런 반응을 보이진 않을 것이다. 

 

간수장은 주름살을 찌푸리며 물자가 어떻게 됬는지 물었다.


아마도 그 질문을 학수고대 했을 것이다. 

전령은 두 눈썹을 치켜들며 대부분이 무사히 짐마차마다 

보관고에 실려서 옮겨졌다고 말했다


거기까지 듣고, 그제서야팔파로마가 입을 열었다.


"...도적들은 어찌됬지? 도망쳤나, 아니면 토벌된건가?"


병사들의 귀환에 안도하는 것이 아니라, 

콧수염을 쓰다듬으며 팔로마는 전령병의 눈을 꿰뚫고 있었다. 

그 시선에 무심코 우물거리며 전령병은 모두 도망쳤다고 대답했다.


의심이 많은 것을 나타내듯이, 

팔로마의 길고 뾰족한 눈썹이 위로 치켜들어졌다.
그리고 잠시 입 안에서 말을 고르더니 입을 열었다.

 


"그런 일이 있을 수가 있나, 간수장?

도적들이 감쪽같이 사냥감을 빼앗았는데

그걸 그대로 두고 도망가는 짓을 했다고?"

 

팔로마의 말을 듣고, 무심코 간수장은 머쓱해졌다.
설마 파로마가 그런 말을 일일이 입에 올릴 성격이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이것은 적어도 선대에는 없었던 기질이다.


의심이 많다고 할까, 겁쟁이라고 할까.


선대 시절에는, 무슨 일이 해결되면 

그 뒷처리는 전부 간수장에게 일임되었었다.
원래부터 감옥 일에 흥미가 없었던 거겠지.


흥미가 없다, 는 점에서 현당주인 팔로마도 마찬가지였지만. 

다만 그는 의심의 씨앗을 머릿속에 심어버린 모양이다.  

밤에 잠들기 전에 바람이 강하게 창문을 두드리면,
반사적으로 누군가 수상한 자라도 접근한 것이 아닌가 하는

망념을 품어버리는 인간이였다.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며, 간수장은 주름을 손가락으로 쓰다듬는다.


"안심하십시오, 팔로마 님

강도라는 것들은 그런 것들입니다

생각이나 합리성 따위는 없는 족속들이죠"

 

기껏 술이라도 기울이던 차에

이쪽의 병수가 너무 많기 때문에 당해낼 수 없을 거 같아서

도망친 것 일겁니다

간수장은 그렇게 말을 고르며, 팔로마에게 말을 뱉었지만

팔로마는 내키지 않는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가져 온 짐칸을 모두 조사하라

이상한 게 들어 있지 않은지, 전부 다 확인하도록"

 

그건 지독하고 차가운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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