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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40화 - 영웅경식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3장 대재해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40화 - 영웅경식 -

개성공단 2020. 5. 18. 22:45

청색의 마법갑옷을, 홍련의 불꽃이 태워갔다

불길 자체가 의지가 있는 것처럼

갑옷에 어금니를 세우거 내부를 불살로 감싸갔다

 

본래라면 그러한 건 발레리에겐 눈속임조차 되지 않았다.
그녀가 장비한 마법갑옷은 

동방변강을 다스린 마법의 시조가 만들어냈다고 하는 것

그 몸 자체에 수많은 신화를 짊어지는 마법

발레리는 그것을 자신의 손으로 잡고, 자신을 따르게 했디

 

하지만 마술갑옷을 둘러썬 셀 수 없을 정도의 일화의 진위여부는 

발레리이게 있어선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것은 본래 이 갑옷을 

어지간한 칼날도. 마법의 부류도 관통하지 못한다는 것
마법의 전성기, 그야말로 신화시대에 만들어졌다고 하니, 

 정도는 당연한 것이리라.


그러나, 지금은 어떤가.  

도대체 이 살을 태우는 불길은 뭐란 말인가

본래 불꽃 조차 차단해야 할 갑옷이, 지금 틀림없이 침식되고 있었다


발레는 뭔가를 하나 떠올렸다


전장마법, 서니오 전투에서 폭위를 떨쳤다고 전해진 그것

신화시대를 방불케하는 대마법

 

발레리는 한순간 입술에서 숨결을 흘리며, 그리고 강하게 입술을 다물었다.
그것은 하나의 버릇과 같은 것이었다. 

분노에 미친 가슴속이 급속히 얼어붙어, 그녀에게 제정신을 되찾게 했다

 

본래, 대마법을 다루는 인간이 그리 쉽게 탄생할리가 없다.

게다가, 이리도 정확히 노린듯이 이쪽을 습격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하지만,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날 수 있는게, 전장이었다. 

발레리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실수했군. 발레리는 마법갑옷 안에서 머리카락을 기울이며 생각했다.


하지만 그렇게 가슴속에 중얼거리면서도

그녀의 속마음은 후회의 빛이 떠오르지 않았다

발레리는 자신이 이룬 모든 것은 자신이 내린 결정이었으며

그것이 올바른 일이였다고 믿었다


나중에와서 이렇게 했다면 좋았을텐데 하고 생각하는 건, 

결국 쓸데없는 결과론
반성은 있어도 후회란 것을 발레리는 떠올리지 않았다.  

그 정도로, 그녀는 자기자신을 신망하고 있었다

 

따라서 다음 행동으로 옮기는 것도 빨랐다.  

몸에 휘감기는 불꽃은 단순한 마법이 아니지만
하지만 술자의 마력을 잡아먹는 것만은 틀림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먼저 그 술자를 죽이자. 그것이 마땅한 방법이겠지

 

술자가 있는 곳은 근교의 숲

눈으로 뒤덮인 수풀 속, 대략적인 위치는 알 것 같군

청색은 휘감기는 불꽃을 흔들며, 사냥감을 노리듯 어금니를 드러내는 순간

 

주황색 같은 것이 날라오며, 마법갑옷을 씹어 으깼다

마치 거인 같은 위세를 동반하며 말이다


마법과는 또 다른 적, 이런 말도 안되는...


머릿속에 떠오른 몇가지 의문이나 사고. 

그것들을 전부 튕겨내고,  발레리는 허리를 움직여 다리를 회전시켰다.
자신이 가장 특기로 하는 발차기. 

마수놈들의 머리를 처부수고 수없이 죽여온 그 일격이, 

주황색 대검에 응하는 것처럼 허공을 찢었다

 

한번... 두번... 세번...

무거운 쇠가 접합하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마치 화려한 연무라도 보는 듯한 일련의 검투

검은 뿔 달린 대검이 다리를 참획하는 선을 그렸고

청색은 다리 아래에 허공을 가르며 요격했다


발레리는 자신도 모르게 탄식했다.  

그 검섬은 어디까지나 아름답고, 섬세하다.
그럼에도 적을 압도하는 위력과 흉악함이 동시에 존재한다.  

은발을 나부끼며 가녀린 신체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의 여력

 


틀림없다. 이 자는 강자다.  

그것도 견줄만한 존재를 허락하지 않을 정도의 실력자


발레리는 차가운 공기를 빨이들인고 의식을 긴장시켰다.  

시야가 더 선명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쉽게, 가슴속에서 죽음을 용인했다.

 

방금전의 마법사도, 검사도 틀림없이 모두 강자다

왜 그런 자들이 구교도, 심지어 대악스러운 자를 따라다니는지 모르겠다만

지금 이 자리에 있어선, 자신의 적인 것은 틀림없었다

 

궁지라고 불릴 만한 적들이, 지금 여기에 고개를 늘어놓고 있었다

그렇다면 이것은 기회


이곳에서 놓치면 틀림없이 그녀들은 자신의 이상의 장벽이 될 것이다.
리차드와 맺은 맹약. 위대한 조국을 되찾겠다는 맹세. 

그것들이 멀어지게 될 거라고 발레리는 확신했다.


그렇기에 죽음을 각오했다. 

눈 앞의 자들은 당연히 베어야만 하는 상대다
한순간이라도 두려움을 보이면, 반드시 목덜미가 찢어발겨질 것이다


서로 숨도 쉬지 않은 채 검과 다리를 부딪히며, 

그것이 열번의 겸합을 넘었을 무렵에
어느 한쪽이 먼저랄 거 없이 거리를 벌렸다.  

양쪽 모두, 이 정도로는 결말이 나지 않을 거라고 깨달았다


발레리는 손가락을 가볍게 구부리고, 주먹을 다시 움켜쥐었다. 

짙은 청색이 흐릿한 빛과 함께 발레리의 마력을 먹어치웠다. 

혈액이 순환하듯이 마법 갑옷의 안을 마력과 함께 달리고 있었다


이것이 마법갑옷의 본질

충분히 마력을 쏟아부으면, 이것을 꿰뚫을 수 잇는 것은 없고,
이것이 꿰뚫지 못하는 것은 없다. 

최강의 창과 방패.  동방으로부터 발굴된 유일무이한 갑옷

 

발레리는 아주 조금, 눈썹을 움직였다. 

숲 속에 있을 마법사에게 일부 신경을 쓰고 있었지만
재차 같은 술식을 영창할 기미는 없다. 

연발은 불가능한 건가. 

아니면 은발의 검사를 휘말리게 하는 걸 걱정하는 것일까

 

뭐, 움직인다고 해도 상관은 없다

그 사이에 모든 것은 끝날테니

눈 앞의 검객이 들고 있는 주홍색 칼이, 마치 맥동하듯이 소리를 냈다

아마 그녀도 뭔가를 행할 작정인 것 같았다

즉, 다음이 서로에게 있어서 최후


몇 초가 지나서, 그렇게 서로의 호흡이 합쳐진 순간


하늘을 가르는 여러개의 화살이 두 사람 사이로 꽂혔다

동시에 들리는 것은 군마가 발굽을 울리는 소라

 

갈라이스트 왕국, 그리고 발레리가 이끄는 정예병.  

멀리서 한판 승부를 지켜보던
그들에게도 그 상태가 불안한 것으로 변한 것이 눈에 보였겠지.

그들은자신의 주군을 지키기 위해 너나 할 거 없이 열심히 말을 몰고 있었다.


은발의 검사는 그것을 보고 있던건지는 몰라도

주홍색의 대검을 휘두르고, 그대로 대지를 향해 내밀었다

 

본래, 단지 검을 대지에 박는다고, 무슨 일이 일어날리는 없었다

단지 칼이 흙덩이에 파고들 뿐이였다. 하지만 이때만은 달랐다


땅은 호들갑스럽게 비명을 지르고, 신음조차 흘리며, 

그 몸을 바스러뜨려 조약돌을 튕겨냈다.
흙먼지가 발레리와 검사 사이에 떠올랐다.

 

발레리는 이미 달리고 있었다

그 연기의 깊숙한 곳에 있어야 할 모습을 찾아

적을 죽이기 위한 발차기를 휘둘렀다

그것은 더 이상 단순한 일격이 아니라,

마수의 육체조차 발로 차 죽이기 위한 것이였다


하지만 당연하다고 할까, 아니면 운이 나쁘다고 해야할까 

발레리가 모래연기를 가른 너머에는
더이상 누구의 그림자도 존재하지 않았다.


곧바로 발레리의 주위에는 그녀의 부관과 부하들이 도착했다

발레리는 그들에게 들리지 않게, 작게 중얼거렸다


기회를 놓쳐버리다니, 리처드를 볼 면목이 없겠군

 

 

 

 

 

*

 

 

 

 

 

"그래서 너네들은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게다가 숲속에 숨을 필요가 있어?"

 

 

엘프의 여왕, 가자리아의 여왕. 핀 엘디스는 숲 속에서 속삭이듯이 말했다.
그 목소리는 조금 딱딱하고, 가능한 한 감정을 억누르는 듯 했다.

 

그 목소리가 향해진 것은 그 누구도 아닌.  

엘디스에게 충성을 맹세한 가잘리아의 장병들.  

본래 정회한 그들이지만, 마치 추궁하는 듯한 엘디스의 말에 당황했던 걸까
순간 목구멍에서 말을 더듬으며 시선을 굴렸다.

 

그래서였을까, 본래는 단지 군을 따르는 것 뿐이였던

엘디스의 시녀 발레트가 누구보다 빨리 입을 열었다

 

"네, 엘디스 님

양피지의 명령대로, 숲속을 선택하고 있었습니다

엘프가 비밀리에 움직인다면, 숲 속이 가장 큰 은신처가 될테니까요"

 

발레트가 장군의 말을 대변했다. 

장군 또한 그에 따라 끄덕이며 말을 이었다.


"늦게 달려와서 죄송합니다

질책은 얼마든지 받도록 하겠습니다

설마 여왕 폐하가 직접 전장에 서있으리라곤 생각치도 못했습니다

아니, 이것도 구차한 변명 뿐이겠지요"

 


장병들 모두가 황송하게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엘디스에겐 당연하게도 그들을 질책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카리아나 피에르트의 양동이 있었다곤 해도
눈 속에 파묻힌 루기스를 쉽게 회수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덕분이였다.
게다가 이 후 무사히 이동하려 한다면, 그들의 조력이 있어서 나쁠 건 없다.

 

하지만, 말이다. 그것과는 별개로 엘디스는 가슴속으로 생각했다.

 

왜 자기 부하가 낯선 곳에서 군세를 이끌고 있는 건가

엘디스는 무릎에 눕힌 루기스의 몸을 살짝 감싸안으며 말했다

 

"발레트, 양피지 지금 가지고 있어?"

 

보여주지 않겠냐고. 말하며, 엘디스는 벽안을 크게 떴다

발레트는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별다른 저항 없이

허리 옆의 가방에서 구겨진 양피지를 꺼내 들었다


본래 장병이 들어야 하는 것이지만, 

엘디스는 서류나 편지 같은 것의 관리를 발레트에게 일임하고 있기에
그녀가 가지고 잇었던 것이였다


양피지에는 별로 본 적이 없는 화려한 글씨로, 

전혀 알 수 없는 요청이 기재되어있었다.


감옥 벨라를 문장교의 관할하로 삼기 위해, 출병을 희망한다는 것.
그리고 이 건은 문장교의 성녀 마티아, 영웅 루기스가 동의하고

엘디스의 귀에도 들어가 있는 것으로 되어 있었다

 

엘디스는 손끝을 떨면서, 눈초리를 올렸다.


과연. 이 글에서는 요청이긴 하나

가자리아의 엘프들에게는 명령과도 같았다

엘디스는 볼을 굳히며 눈꺼풀을 몇 번이나 깜박였다

 


"또한 프리슬란트로 가실 때, 일주일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으셨기에

무슨 일이 일어난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 점은, 자신이 잘못했다고 엘디스는 자책했다. 

프리슬란트 건 때문에, 생각보다 시간을 너무 소비했다

 

이후엔 의식을 잃은 채로 있었다보니, 

정령술을 이용한 전달이나 사정설명도 하지 못했 던 것이다.
본래 가자리아에 있어야 할 군주가 없었던 상황 때문에

가신들 사이에 상당한 혼란을 낳았음은 상상하기 쉬웠다

 

그래서 또한 가신들을 책망할 수는 없다.  

그들은 그들의 책무를 다했을 뿐이다.


하지만,  편지의 건은 별개다.


이 편지는 엘디스에겐 금시초문이였다

내용도 전혀 몰랐다

하지만 이건 누가 만들어낸건지, 알 수는 있었다


조악한 문자로, 루기스라고, 서명이 되어있었다. 

성녀 마티아도 후보이긴 하지만
아무리 동맹상대라곤 하나, 

그녀가 이러한 편지를 만들어낼 위험한 다리를 건널리가 없었다.
그것은 문장교로서 너무나도 리스크가 컸다.


아아, 루기스 그런 거였군

엘디스는 가슴팍이 드겁게 울리는 것을 느끼며, 벽안을 흔들었다


무릎 밑에서 거친 숨을 내쉬는 루기스의 뺨을 엘디스는 천천히 쓰다듬었다.
동시에 뺨이 살짝 치켜 올라간다.


상관없어 루기스

네가 가자리아에 의지해 준 것은 무엇보다도 기뻐

네가 그렇게 내게 지시했다면, 분명히 따랐을 가야

그러니까 별로 상관없어

 

결국 너는 나와 가자리아에 큰 빚을 진 셈이니까

나는 결코 오늘의 일을 잊지 않을 거야


엘디스는 벽안을 가늘게 뜨며 가슴 속에서 중얼거렸다. 

그리고 손 안의 양피지를 소중한듯이 품속에 넣았다.


본래라면, 이건 문장교와 관련된 커다란 빚.  

하지만 엘디스는 그것을 성녀 마티아에게 

행사하려고는 티끌만큼도 생각하지 않았다.  

그런 아까운 짓은 할 순 없다.


이것은 그 오직 한 사람을 속박해 버리기 위해

사용해야 하는 것 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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