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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데레 소꿉친구의 거짓말 11화 - 채팅방의 기다리는 사람 - 본문
5월도 후반으로 접어든, 어느 일요일
나는 역 앞 광장에서 혼자 벤치에 앉아 있었다
날씨는 좋았지만
아직 점심시간보다 좀 이른 시간이라 그런지
주위에 사람들이 그렇게 많진 않았지
이쪽을 향해 오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인지 판별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은 적었다
외톨이인 내가 왜 일부러 일찍 일어나
이런 곳에 있는지 궁금한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해답은 지극히 간단했다
오늘 나는 여기서 여자와 만나기로 했으니까
즉 데이트였다
어엿한 나이인 남녀 둘이서 나들이를 가는 이벤트
솔직히 지금 나는 긴장하고 있었다
일단 헤어 스타일을 바꾼다던가
향수를 뿌린다던가 하는 그런 멋은 내지 않은
내 그대로의 본모습이였다
일단 거울 앞에서 꼼꼼히 체크는 했지만
딱히 변화가 있는 것 같지 않았고
뭔가 손을 대면,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꼴이 되어버렸다
입고 있는 옷도
용돈을 모두 게임이나 만화에 쏟는 나를 보다 못한
엄마가 적당히 사주신 것이였다
그런데도 내가 선택하는 것보다 나았으니...
솔직히 나의 옷감각은 내가 봐도 아니였다
일단 나름대로 옷을 골라보려 해도, 자신이 없었다
여기에 있는 것은
분명히 데이트에도 익숙하지 않은
그저 빌어먹을 동정인 남자 그 자체였다
주위에서 모두 내 꼴을 보고 웃고 있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웠다
피해망상이 나를 점점 덮쳐가는 심정이였다
텐가의 어드바이스 제대로 들을 걸...
멋부리는 데 일부러 돈을 쓰다니 바보같고
패션에 왜 신경을 써야 하나... 라고 생각하던 나를 저주했다
정말이지
라노벨에서 이세계로 전이하는 것처럼
트럭에 치여서, 중학교 때로 전이하고 싶을 지경이였다
그래도, 이미 이렇게 되버린거... 어쩔 수 없지
불행 중 다행인 것은
오늘 만남의 상대가 예전부터 내가 알고 있었던 아이라는 점
텐가처럼 내 복장을 비웃기라도 하진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창피를 주는 꼴이 되니까
아무리 저 녀석이라도 좋은 기분은 들지 않겠지만...
젠장... 왜 이렇게 비굴한 생각만 떠오르는 거지
기분을 전환하려고 스마트폰을 켜보니
2건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었다
한 건은 오늘의 데이트 상대
10분 정도 전에 집을 나와, 이쪽으로 오고 있는 것 같았다
말해두지만 그녀가 지각한 것은 아니였다
내가 너무 일찍 나왔을 뿐
솔직히 긴장한 탓에 밤을 세워버렸다
텐가가 이 사실을 알면, 분명 이러니까 동정은 안 돼, 라고 코웃음 칠 것이다
그리고 나머지 한 건은 텐가였다
나는 화면에 그녀의 이름이 써져 있는 것을 보고
나도 모르게 입가가 느슨해져버렸다
곁에서 보면 수상한 놈으로 보이겟지만
지금의 나는 주위를 신경 쓰는 것보다, 이 기쁨에 흥겨워하고 있었다
나는 텐가와 연락처를 교환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그리고 그 목표는 의외로 쉽게 달성되었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 수단은 자력이라고 말하기 어려웠다
그것은 거의 니시노의 도움 덕이였다
지난 금요일에 HR 시간을 이용해서
오리엔테이션 조 배정이 이루어졌는데
당연히 텐가와 같은 조가 되고 싶어하는 반 친구들이 많았지만
반장이기도 한 니시노가 잘 유도해줘서
나와 텐가는 무사히 같은 반이 될 수 있었다
그 때 서로 연락처를 아는 게 좋겟다는 생각에
텐가를 포함한 급우들과 번호를 교환하게 된 것이였고
이것 역시 니시노의 제의에 따른 것이였다
지금 내 스마트폰의 전화번호부는 많은 수의 같은 급우의 번호가 추가되어 있었다
물론 텐가는 즐겨찾기에 설정되어 있었고
나는 그것을 설정할 때도, 나도 모르게 입을 헤벌쭉거렸다
솔직히 나 따위를 위해 애써준 니시노에게는 감사할 따름이였다
비록 결과적으로 니시노가 나와 텐가와 같은 조가 되었지만, 그래도 고마웠다
나는 이야기를 진행한 적이 별로 없었고
오리엔테이션 중 조가 어색해지는 것이 아닐까 염려 하던 중에
과연 니시노라면 알아서 잘 해줄 것이다
나로서도 그녀석이라면 말을 걸기 쉽기도 하고 말이다
또한, 니시노는 텐가와 같은 조가 된 내게
증오 발언을 피하게 해주는 바람막이의 역할도 자청했을 것이다
본인은 아무렇지도 않다며 웃었지만, 실제로 그렇진 않을 것이다
누군가 그의 뒷담을 할 법도 하니까 말이다
그런데도 일부러 나를 위해 이렇게 해주다니
니시노의 배려에 나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그리고 동시에 이렇게도 생각했다... 당해낼 수 없는 사람이라고...
일단 이 생각은 제쳐두자
기분을 전환하기 위해서 다른 생각을 한 건데
이런 답답한 이야기를 해버리다니...
정신 차리자, 나
그래 조금은 안정된거 같군
아무튼 텐가로부터 온 문자 메시지는... 응?
정신을 차리고, 다시 열어본 채팅방에는 대량의 이모티콘이 투하되고 있었다
게다가 그 이모티콘 모두 분노의 내용이 담긴 것이였다
이 녀석 화가 몹시 났나 보군...
곧바로 화면을 스와이프 해, 채팅을 거슬러 올라가보니
아무래도 오늘 나와 쇼핑몰에 갈 생각이였던 것 같았다
대충 몇 가지의 채팅을 훑어보면
(오늘 어짜피 한가하겠지?
오리엔테이션 때문에 쇼핑 같이 가자)
(가능하다면 빨리 나가고 싶으니, 어서 연락 줘)
(너 원시인이냐? 스마트폰도 제대로 볼 줄 모르는 거야?)
(야, 무시하지 마)
(죽어)
이 녀석 너무한 걸...
일방적인 통고 후, 대답을 재촉하는 말이 이어지더니
곧 나에 대한 욕설로 바뀌어버렸다
마지막은 차마 보여줄 수 없는 욕설이 빼곡했다
긴장한 나머지, 스마트폰에 눈여겨볼 여유가 없던 내가 잘못 했다쳐도
이건 솔직히 너무 한거 아냐?
나도 모르게 머리가 욱했다
...라고는 하지만, 그래도 참자
솔직히 다른 날이면, 화를 내면서도 텐가의 권유에 기뻐하겟지만
오늘만큼은 텐가를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정말 아쉽다고 생각하면서도
나는 가슴 아픈 심정으로 사죄문을 작성하기로 했다
(미안해, 못 알아봐서
오늘은 볼일이 있어서 쇼핑하는 것은 무리야, 정말 미안해)
이랄까
나는 즉흥적으로 써버린 메시지를 바로 송신해 버렸다 ... 이런!
어라?
내 메시지가 화면에 표시된 거의 동시에 읽혔다
텐가 녀석...... 계속 스마트폰을 보고 있었던 건가?
정말인지 반응이 너무나도 빨랐다
SNS 중독이랄까
요즘의 JK는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고 들은 적이 있었지만
텐가도 그 예에 확실히 빠지지 않는 것 같았다
그렇게 사람과의 소통이 중요한 걸까?
"뭐랄까, 따라갈 수 없는 세계군..."
뭐, 평소엔 혼자라 스마트폰을 만질 때는 게임이나 인터넷 뿐이고
거의 연락할 상대도 없는 내가 예외일지도 모르지만...
안돼, 생각하지 말자, 괜히 슬퍼지니깐
그런데 텐가는 어떤 답장을 해 올까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내 앞에서, 누군가 멈춰서는 기척이 있었다
살짝 고개를 들어보니
체크무늬 스커트와 로퍼가 보였다
십중팔구 여자애가 입는 차림
내 앞에서 가만히 서 있는 사람이 누군가 하면
딱 한 사람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아무래도 기다리던 사람이 나타난 것 같았다
내가 스마트폰에서 눈을 떼고 얼굴을 드는 것과 동시에
저 쪽에서 먼저 말을 걸어왔다
"기다렸지, 유키 군?"
흰색 니트 가디건에 검정 셔츠
어깨에 백을 걸친, 봄에 걸맞는 사랑스러운 옷차림
그 목소리의 주인이야말로, 내가 기다리던 사람이자
오늘의 데이트 상대인 소꿉친구 여자애
하야마 코토네가 평상시와 다름없는 웃는 얼굴로, 내게 웃어주었다
귀여워
오랜만에 본 사복 차림의 코토네는 아주 여자다워져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나도 모르게 넋을 잃고 바라 보았다
그 사이, 손 안에 있는 스마트폰에
텐가의 메시지를 받으며, 크게 진동하고 있었다
마치 이 쪽을 봐달라는 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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