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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데레 소꿉친구의 거짓말 9화 - 현실의 성인 - 본문
"그럼 어떡하지? 우리끼리 먼저 갈까?"
"응?"
내가 말을 걸자, 코토네는 어리둥절한 목소리를 냈다
"그게, 텐가가 저렇게 있긴 해도
우리가 먼저 간다고 불평을 하진 않을거야
학교도 코앞이라서, 이 시간이면 지각도 하지 않을 것 아냐"
"아, 그래, 알겠어"
내 설명에는 코토네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래도 제대로 못 들은 것 같다
뭔가에 정신이 팔려 있던 걸까
그렇다고는 해도 납득한 것 같았기에
우리들은 구경꾼들로 넘치는 사람 무리에서 떨어져 걷기 시작했다
일찌감치 약속시간을 설정한 덕분이였는지
아직 시간도 조금 빠르기도 했으니
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합리적인 판단이였다
그러니 원망하지 말아줘, 텐가......
"아, 잠만 유키......"
미미한 틈으로 한순간 텐가가 고개를 내밀었지만
이내 사람의 벽으로 채워져갔다
텐가야, 미안해, 나는 도와줄 수가 없어
나는 마음속으로 사과했다
솔직히... 나보고 어쩌란 말이야...
희생된 텐가에 기도하며 옆을 보니
코토네가 스마트폰으로 뭔가를 하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누군가에게 메시지를 보내는 것 같았다
"뭐 해?"
"음... 역시 이대로 가는 것은 좋지 않을 것 같아서
텐가에게 사과했어, 먼저 갈테니까 미안하다고 말야"
코토네는 역시 성실한 친구였다
그녀의 이런 세심한 배려에 나는 그만 감탄하고 말았다
나는 이런 배려가 없어서, 친구가 없었던 걸까?
왠지 모르게 우울해져 버렸다
코토네와 비교해서 나의 부족함이 체감되는 것이 정말로 한심했다
"유...유키군도 앞으로 많은 친구 사귈 수 있어, 괜찮아!"
"하하하... 고마워..."
게다가 그녀에게 위로를 받는다니
친구가 없는 것까지 간파당할 줄은 참으로 몰랐다
나는 멘탈붕괴를 당하면서, 평상시와 다른 아침의 등교를 마쳤다
아, 텐가 번호 묻는 거 깜빡했네...
완벽히 엎친데 덮친 격이였다
어떻게 보면 나 답다고 해야 할까나
"뭔가 피곤하네..."
코토네와 헤어져 도착한 교실에서
나는 책상에 푹 엎드려 있었다
아직 교실 안은 사람이 많지 않았고
자리에 앉아있는 동급생도 적기 때문에
어느 정도 대담한 일을 할 수 있었던 것이였다
평소 같으면 책을 읽든지 하면서 시간을 보내곤 했는데
그것은 텐가로부터 혼자로 찍히지 않기 위한 고육책이기도 했다
결국엔 아무 효과도 없었지만 말이다
그래도 지금 시간치고는 반에 사람들이 턱없이 적은 편이였다
왜 사람이 없는지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지금도 창문으로 교정을 내려다보면
사람들 무리가 조금씩 이동하는 것을 알 수 잇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있는 빨간 머리를 한 소꿉친구의 모습도...
옆에서나 위에서나 인기인은 인기인이구나
좀 부조리하다고 생각했다
저 녀석을 중심으로 세계가 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앗다
그 정도로 확실한 격차라는 거겠지
텐가가 이 세계의 주인공이라면
그 주인공이 사는 세계에서 밀려난 나는
주인공과의 실력차이에 뒤쳐지는 조연 그 자체일 것이다
저 안에 얼씬도 못하고, 시도하지도 않는 조연이
주인공과 함께 있고 싶다는 생각은 역시 우스운 소리일까
"저기, 아사마 군, 잠깐 괜찮아?"
"어.... 응, 뭐라고?"
그런 생각을 멍하게 한 탓인지
나는 말을 걸어오는 소리를 늦게 알아차리고 말았다
...라고 할까, 나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어제를 제외하고, 교실에서 성으로 불린 기억은
앞자리 사람에게서 프린트를 건네받은 정도로까지 거슬러 올라갔기에 말이다
아... 뭐지 이 감정은? 눈물이 날 것 같잖아...
어떻게든 참고 고개를 들자
거기에 있던 것은 오늘 아침의 여자얘들의 이야기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꽃미남
텐가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우리 반을 대표하는 남자, 카스트 톱의 니시노 코타였다
"아 미안해, 방해한건가?
아사마 군에게 조금 물어보고 싶은게 있어서 말야"
"아... 응, 괜찮아, 문제 없으니까 말야"
왠지 버벅거리며 말했다
사람과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아서인가
아니면 니시노가 내뱉는 오오라에 압박된 탓인가
혹은 둘 다 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어쨌든 니시노가 나와의 대화를 바라는 것은 확실한 것 같았기에
나는 일단 일어나서 자세라도 바로잡기로 했다
니시노에게는 체육 때 빚진 것도 있어서, 나쁜 인상을 주고 싶진 않았다
"좋아, 저기... 아사마 군은 도중까지 쿠루스 씨와 함께 오지 않았어?
그리고 3반의 하야마 씨도 있었지? 왠지 두 사람만 먼저 온 것 같던데"
"으...응, 그렇긴 한데"
아무래도 니시노에게는 보여지고 있던 것 같았다
뭐... 그야 텐가는 눈에 띄니까 금방 알아봤겠지만
옆에 있던 나까지 눈치챘을 줄이야
니시노는 관찰력이 남다른 녀석인가 보군, 감탄할 지경이야
"그래? 아, 기분 나빠하진 않았으면 좋겠어
이 질문엔 다른 뜻은 없으니까 말야
아사마 군은 평소 쿠루스 씨와 교실에서 이야기 하는 모습을 보지 못해서
조금 신경이 쓰여서 말이야
세 사람은 분명 같은 중학교였었지?"
"그...그랬지"
뭐 하나 틀리는게 없군, 니시노는 초능력자인가?
"역시 그런 관계인건가...
그렇다면 이번 오리엔테이션에서
쿠루스 씨와 같은 조를 짤 수 있도록, 내가 넌지시 말해둘까?
아는 사람이 함께 있는 편이 아사마 군도 좋겠지?"
"뭐? 괜찮겠어?"
뭐야 이 녀석 성인인건가?
텐가를 노리는 남자들은 이 반에서도 많이 있을 것이다
당연히 오리엔테이션 같은 이벤트는
학년의 우상인 텐가에게 다가갈 절호의 기회이기도 했다
짜려고 하는 사람은 많을 테고
실제로 짜겠다고 당당히 말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그것들을 억누를 만한 힘이 확실히 니시노에겐 있겠지만
그런 짓을 해도 이 녀석에겐 아무런 이득이 없을 텐데 말이다
뭔가 내막이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 무심코 추측해 버리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의아해하는 자세가 얼굴에 나타나 버렸는지
니시노는 쓴웃음을 짓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알기 쉬운 사람인걸까?
뭔가 한심하군
"그게, 쿠루스 씨는 인기인이지만
이런 행사에서는 마음을 알 수 있는 상대가 있음 좋겠다고 생각해
가끔 피곤해 보이는 기색도 있고... 휴식도 중요하니까 말이지"
"그 녀석이 피곤하다니..."
내 눈에는 언제나 즐거워 보였는데
하지만 니시노에서 보면 아무래도 다른 것 같았다
"하긴 남자와 달리, 여자는 여러 가지가 다른 것 같으니까
그녀와 대화하는 것이 조금 힘든 거지?
나도 고등학생이 되고 나서부터 조금은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어
나 또한가능한 한 그녀와 접촉해 보겠지만
되도록이면 아사마 군이 그녀를 신경써 줬으면 좋겠어"
"...생각해볼게"
니시노의 마지막 말에 나는 책상으로 눈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내 스스로가 생각해도 전혀 자신이 없는 말이였다
니시노도 그것을 알고 있을 텐데
그 녀석은 다행이라며, 내게 상쾌한 미소로 웃어주었다
나는 몰래 제발 그만해줬으면 했다
그릇의 차이라는 것을 실감해 버렸기에 말이다
왜 그렇게 좋은 놈 같은 짓을 하는 거지?
내가 텐가랑 알고 지낸지 오래됐는데
겨우 한달만 본 네가 어떻게 그런 걸 알겠어?
사실은 내막이 있는 거겠지?
속으로는 별것 아닌 것으로 생각하고, 내게 다가왔겠지?
제발 그렇다고 말해줘
"그럼 수업 열심히 하자
아, 만약 같은 조가 되지 못한다면 미리 사과할게
그 때는 내가 역부족이여서 그럴 테니까 말야"
"아니, 전혀 신경 안 써, 고마워"
하지만 결국, 니시노는 끝까지 좋은 놈 그대로였다
자기 자리로 돌아가는 니시노의 눈이 너무 눈부셔셔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저런 놈이 분명 텐가 같은 놈과 사귈 수 있을 거야
그러한 자격을 가지고 태어났다고 생각하지 않으면
방금의 한심한 일을 생각해버린 나 자신의 비참함으로 인해
내 마음이 찌부러질 것 같은 느낌이 되어버릴 지경이였다
내게는 그럴 자격따위......
"얘들아 안녕~"
혼자 침울해지기 시작하고 있던 참에
힘차게 교실 문이 열렸다
스나하마를 포함한 수 명의 여자와 함께 텐가가 등장했다
피곤하다, 라......
아까 니시노의 말이 생각났다
천화가 인기인 것은 오래 전부터라, 크게 신경을 쓴 적은 없었지만
텐가도 어쩌면 인간인 것이였다
화를 잘내고, 엉거주춤한 녀석이였던 것도 알고 있었다
그 성격이 화가 되어
중학교 때는 고립되어 버릴 정도도 있었다는 것도 말이다
그런 녀석이, 지금 붙임성 웃음을 뿌리고 있었다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보이겠지만, 분명 스트레스가 쌓이고 있겠지
다음에 놀러라도 가자고 할까
그 전에 전화번호 물어보는게 먼저인데
코토네에게 물으면 가르쳐주겠지만, 그런 짓은 하고 싶지 않았다
역시 뭔가 텐가에게 진 것 같은 느낌이였다
나는 시시한 고집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당장의 목표로 텐가의 전화번호를 입수하는 것을 내걸기로 했다
목표가 있어야 적어도 앞으로 나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말이다
비록 본래의 목표가 멀다고 해도
내딛지 않는 것으로는 시작되지 않을 것이였다
니시노처럼은 될 수 없겠지만
나라도 텐가의 곁에 설 자격은 있을 것이다
그런 결심을 내걸고, 조금 의욕에 차올랐던 나는
어떠한 시선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텐가가 은근슬쩍 이쪽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그녀의 눈은 원망스러움이 뿌리를 내린 것 같았다
그렇다고는 해도 그것은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것 아닌가
솔직히, 그 상황은 어쩔 수 없었잖아
이쪽도 그렇게 눈짓했지만
텐가는 그런거 모른다는 듯이 이쪽을 더욱 노려보며
심지어 혀까지 메롱 내밀었다
정말로 유치한 복수가 따로 없다
그녀 자신도 그것을 알텐데, 일부러 이런 짓을 하다니
귀여움보다 미움이 더 앞섰다
역시 이 녀석...... 귀엽지 않아...
조금 전 내건 목표를 철회해버릴까...
나는 아침 종이 울릴 때까지 고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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