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츤데레 소꿉친구의 거짓말 64화 - 믿을 만한 영웅 - 본문

츤데레 소꿉친구의 거짓말/제2장 거짓의 대가

츤데레 소꿉친구의 거짓말 64화 - 믿을 만한 영웅 -

개성공단 2020. 12. 24. 19:45

 

 

 

 

 

 

"아 모두들 모여줘서 고마워"

 

 

점심 시간 식당에서는 나는 테이블을 둘러싼

3명에게 감사의 말을 하고 있었다

 

그 멤버는 그야말로 일주일 전에 식사를 함께했던

텐가, 미쿠리, 그리고 니시노였다

코토네는 참가하지 않았다

 

코토네는 내 의견을 듣고, 동석하겠다고 했는데

나는 추후에 내용을 전할 것을 밝히고, 그녀를 만류했다

 

슬픈 얼굴을 하고 마지못해 물러선 코토네를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다

 

 

 

이번 상담에 있어서 우리 4명의 배치는 다소 달라

미쿠리가 내 앞에 앉고, 그 옆에 텐가의 모습이 있었다

니시노가 내 옆에 있는 것은 변하지 않았기에, 여자 둘만 바뀐 셈이였다

 

그 밖에 다른 게 하나 더 있었다

그 때는 비록 텐가와의 말다툼이 있었지만,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였다

우리 네 사람을 둘러싼 이 작은 공간은

아직 식사 전인데도 묵직한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적어도 기분 좋게 점심을 먹을 수 있는 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텐가도... 언제까지나 입 다물고 있지 말고, 뭔가 말하지 않으면 안 돼"
 

"........."

 

 

물론 이 마이너스 분위기를 만들어 내는 것은

내가 아니라 텐가였다

 

그녀는 아직도 한 마디를 하지 않은 채, 상담회의에 동석하고 있었다

미쿠리는 그녀를 강제로 질질 끌며 여기에 동석 시켰던 것이였다

그 때문에 텐가는 아직까지 누구와도 눈을 마주치지 못하고

긴 생머리를 늘어뜨린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평소의 패기를 전혀 느낄 수 없는 모습이

생기를 잃은 듯한 정교하게 만들어진 인형 같았다

 

 

"그렇게 격식을 차릴 건 없어, 신경 쓰지 않으니까 말이야

우선 밥을 먹으면서라도, 이야기를 들려주면 안될까?"

 

 

이 답답한 분위기를 깬 것은 역시 니시노였다

 

텐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미쿠리는 그런 텐가에게 매달리느라

우리들 중 한 쪽이 입을 열지 않으면 안되었던 것은 확실하지만

솔선수범해 먼저 그 입을 여는 그 자세는 과연 니시노였다

 

평범한 사람이였으면 이 자리의 분위기에 위축되어 있었을 텐데 말이다

 

 

"그래, 일단 먹을까, 둘도 괜찮겟지?"

 

"아, 좋아! 텐가도 좋지?"

 

 

니시노에 발언에 나는 넘어가는 형태가 됬다

 

여자 두 사람에도 이야기를 하니, 반응해준 것은 편파적인 미쿠리 뿐

 

아까부터 텐가는 눈 아래의 오므라이스에게 시선을 떨어뜨릴 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너무나 반응이 없어서

되도록이면 대화를 피하고 싶던 나도

역시 걱정하는 마음이 생겨버리고 말았다

 

 

"야, 텐가"

 

"...유키토가 말한다면 그것만으로 족해"

 

 

언제까지나 이런 식으로는 이야기는 진척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생각도 포함되어 있었기에 그녀를 불렀고

내 부름에 텐가도 간신히 반응해 주었다

 

그렇다고 그 대답은 참으로 감정이 전혀 담겨 있지 않았다

 

 

텐가는 그대로 나른하게 숟가락을 들고

딸그락 작은 금속음을 내며

케첩이 뿌려지지 않은 끝부분을 잘라내 입가로 가져갔다

 

일단 밥은 먹을 수 있는 기운은 남아 있는 것 같군

 

이만하면 괜찮겠지, 일단 나는 내 본연의 역할에 집중해야겠다

 

 

"그럼 들어주겠어? 실은 말이야"

 

 

나는 간추려서 일의 경위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물론 텐가와의 데이트는 아니고

우연히 텐가와 함께 쇼핑을 하게 된 것을 강조했다

 

니시노에게 이상한 오해를 사버리면 곤란하니 말이다

 

 

그렇게 말을 마쳤을 때, 3자의 반응은 다양했다

 

니시노는 내 이야기를 진지하게 받아 준 것 같아서

무엇인가를 골똘히 생각하고 있었다

 

미쿠리는 어두운 얼굴을 하고 있었고

텐가는 아침의 파랗게 질려 있는 얼굴을 하고 있는 판국이였다

 

텐가 또한 아직 사태를 다 파악하지 못했던 건지

중학교 때의 일을 떠올려 버린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버렸어

그래서 나로서는 빠른 시일 내에 일을 마무리 하고 싶어서 말이야"

 

"그래, 그렇게 하는 것이 낫겠지

이 이상으로 끌어봐야 좋을 것은 없을 거야"

 

 

니시노도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나는 그런 그의 페이스가 이젠 듬직해 보이기까지 했다

 

 

"그래서 말이야, 나한테 좋은 생각이 있어

이 방법이라면원만하게 끝날 수 있을 거야"

 

"방법이라니?"

 

 

입을 연 것은

그 동안 침묵을 지키던 텐가였다

 

그녀의 눈에는 여전히 불이 켜지지 않은 것처럼 보였다

어쩌면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것은 정답이였다

 

내가 지금 하려는 것은, 중학교 때의 일을 재탕하려는 것이니까

 

 

"그냥 내가 다 뒤집어쓸려고 해

내가 텐가를 차버린 소문을 내면

분명 원만하게 수습될거야, 그게 최선이..."

 

"안 돼!!"

 

 

내 제안이 각하될 거라는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과잉이라고 할 정도의 반응은 솔직히 예상 밖이였다

텐가는 낮은 텐션에서 단번에 기어를 최대로 올린 것 같은 기세로

부정의 소리를 지르는 것이였다

 

그것은 주위에 울릴 정도의 큰 소리로

떠들썩한 공간에 갑자기 울린 그 목소리에

우리는 단번에 식당 내의 주목을 받아 버렸다

 

 

"이런 바보! 목소리 좀 낮춰!"

 

"안 돼! 그런 거! 나 절대 인정 못 해!"

 

 

이 모습을 보고, 자칫 소문이 더 커질지도 모르겠군

꼬리에 꼬리를 무는 일도 충분히 있을 수 잇어

 

더 이상의 확산은 확실히 좋지 않을 것이다

텐가를 달래려고는 했지만, 나의 목소리 따위는 들리지 않는 것 같았다

 

 

"텐가! 지금은 차분하게..."

 

"왜 그러는 거야? 또 유키토가 나쁜 놈이 될 뿐이잖아! 왜...!"

 

"그래, 그럴 필요는 없어"

 

 

미쿠리도 텐가를 진정시키려 하고 있었지만

잘 되지 않아, 애를 먹고 있던 와중에

힘차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조용히 식당을 울렸다

 

그러자 텐가도 기세가 꺾여

입을 다물어버릴 정도의 강한 언령은 품은 그 목소리의 주인공이

천천히 내게로 다가왔다

 

 

"내가 어떻게든 해보겠어

그러니까, 유키토 군은 그런 짓은 하지 않아도 돼"

 

"니시노......"

 

 

니시노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강한 의지를 느끼게 하는 그 눈동자에

텐가 뿐만이 아니라, 나도 아무 말도 할 수 없게 되어버렸다

 

반박해 보았자, 모두 뒤집어 버릴 것 같았기에... 그저 입을 다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까, 둘 다 나한테 맡겨, 무조건 괜찮을테니 말야"

 

 

그렇게 말하며 니시노는 내게 웃음을 건넸다

 

그의 단정한 얼굴은 이제 질투하는 마음조차 일어나지 않을 정도로

상쾌함도 겸비하고 있었다

 

맥이 빠진다고 할까, 단숨에 독기를 뽑히고 만 것이였다

 

주위에 가볍게 고개를 숙여, 주위의 관심을 딴 데로 돌리는 배려

니시노의 얼굴에는 뇌가 몇 개나 담겨져 있는 것일까

적어도 탑재되어 있는 하드디스크는 나와는 비교가 안될거야

 

나도 고개를 숙이곤 있었지만, 내 쪽을 보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수많은 시선은 내 옆의 꽃미남에게로 쏠렸다

 

모두가 보고 있는 것은 니시노 뿐

 

 

역시...

 

 

결국 그런 것인가

 

니시노는 주인공인거야

나는 단지 조연일뿐, 만에 하나라도 승산은 없어

 

그래서 더 의지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상담도 했었다

 

이 상황을 뒤집을 생각이 있다는 것도 분명 사실일 것이다

나에게는 생각나지 않는 일이라도

니시노라면 가볍게 생각해 내고, 실행에 옮길 수 있을 만큼의 능력이 있다

 

정말...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텐가도 좋아하게 된 거구나

 

 

이렇게 기댈만한 완벽 초인은 없으니 말이다

 

그것이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아마 텐가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텐가...?

 

 

이상하게도 텐가는 니시노를 보고 있지 않았다

 

미쿠리조차도 감격한 듯 얼굴을 붉히며 니시노를 보고 있는데

반해 있어야 할 텐가의 시선은 왠지 다른 인물을 향해 있었다

 

그 인물은 바로 나

텐가는 웬일인지 니시노에게는 눈도 주지 않고

가만히 나를 응시하고 았었던 것이였다

 

 

나만 계속

 

 

그 어두운 눈동자에 등골이 서늘해지는 듯한 시선을 느끼면서

잠시 나와 텐가의 시선은 교차하고 있었다

 

두 사람의 생각은 이미 어긋바 버렸는데 말이다....

 

니시노가 말을 다시 걸 때까지

우리들의 의식은 교차하는 일 없이, 그 자리에서 맴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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