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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67화 - 유일한 그대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4장 마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67화 - 유일한 그대 -

개성공단 2021. 3. 31. 04:28

 

 

 

 

 

 

"오늘따라 달콤한 냄새가 많이 나네, 평소엔 다른 냄새가 나더니"

 

 

엘디스는 개인방 안에서 침실용 속옷을 걸치며 말했다

코가 하늘을 찌를 정도록 높이 있었고

푸른 눈이 목 언저리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렇게 냄새가 남아 있을까

인간은 자신의 냄새라는 것에는 무관심하니 말이다

 

뭐 술을 마시는 동안에는 그렇게 담배를 피우지 않으니

그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엘디스는 그런 말을 간단히 하고, 볼을 치켜올리며 말했다

 

 

 

"뭐, 됐어

나중에 내 손으로 만든, 향수를 줄게"

 

 

루기스는 눈꼬리를 가볍게 치켜 들었다

엘프의 향수라고 하면, 향초 냄새가 나는 약 같은 거 말인가?

 

그거라면 제발 봐달라고

수가 별로 나오지 않기 때문에 고급품은 확실하지만

거기에 좋은 추억은 별로 없단 말이야

 

뒷골목의 인간을 동물이라도 보는 듯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사람들은

대게 그런 향수를 뿌리곤 했다

 

 

엘드스는 그래도 여전히 자신 마음에 냄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인가 보다

아무래도 물러설 마음은 없는 것 같군

그 억지스러움이 엘프답다고 하는 것이라곤 하는데

그래도 조금은 고칠 수 있지 않을까?

 

엘디스의 한숨이 내 목덜미에 꽂힐 것 같았다

그것이 과연 마음에 걸렸던 것일까?

나를 부르러 온 엘프가 목을 작게 울리며 말했다

 

 

"엘디스님, 이번에 급한 용건이라고 했습니다만...."

 

 

엘디스는 그 말에 약간 표정을 흐리면서

가느다란 손가락으로 내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그리고는 발길을 홱 돌려, 창 밖으로 시선을 보냈다

 

그녀의 푸른 눈이 이상하게 먼 곳을 응시하고 있었다

여기서는 마치 보이지 않는 어딘가를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이였다

그러다가 엘디스는 조용히 소리를 냈다

 

 

"루기스, 너 갈라이스트 왕국을 구해내겠다 했지?"

 

 

그렇군, 그 얘기인가? 

루기스는 눈살을 찌푸리고 턱을 당기며, 고개를 끄덕였다

 

귀족들을 부추긴 뒤, 필로스 트레이트에게 왕관을 앉힌다

문장교도들이 대성교에 대항하는 가장 가까운 길은 그것일 것이다

 

그것을 성사시키기 위해서도

필로스와 문장교엔 실적이 반드시 필요하다

 

즉, 마수 재해

대마마인과도 같은 것들을 토벌시키고

갈라이스트 왕국을 위기에서 구하는 실적이

백성들은 먼 왕보다 구세주를 더 가까이 모시고 싶어하니까

 

 

물론, 나라고 해서 모든 것이 잘 될거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말이다

 

여하튼 내가 꾸미는 것이 그것

엉성한 것도 엉망이 되는 것도 있겠지

문장교에서도, 가자리아에서도 반대의 것이 나올 것이다

 

엘디스가 어딘가 이상한 모습을 보이는 것도

아마 그 문제를 거론하는 것이겠지

 

생각은 하고 있었건만

사실이라는 것은 항상 상상보다 두 걸음 앞서가는 것 같아

 

루기스는 고개를 내밀어 그녀의 말을 재촉했다

푸른 눈이 동요를 나타내듯이 흔들렸다

 

 

그리고 예상치 못했던 말이,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내렸다

 

 

"그 구해낸다는 곳...

갈라이스트 왕국 왕도 아르셰가 함락했다

정확하게는 왕도의 기능을 상실했다

어디까지나 급히 들려온 정보니, 얼마나 정확할지는 모르지만..."

 

 

 

단지 그 정보 때문에

지금은 일단 물러나야 한다는 소리가

문장교로부터 분출하기 시작하고 있다고

엘디스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 후에도 여러가지의 말이 줄지어 새로운 정보를 전해주고 있었다

마수가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통솔된 위협을 보인 것이라든지

주변 귀족의 동향이라든지 말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서

내겐 엘디스의 말이 전혀 들어오지 않았다

귀에 말이 닿는 순간 부서져 흩어지는 듯 했다

처음에 들었던 말이 너무나도 무거웠기에 말이다

 

방금 엘디스는 뭐라고 한건가

왕도 아르셰가 함락당했다고?

 

 

머릿속이 혼란스러웠고

정신없이 움직이는 생각 때문에 열까지 났다

마치 현기증이 날 것만 같았다

 

엘디스가 하는 말이 사실인건가

나를 일부러 놀릴려고 동요시키는 건가?

아니면, 어제 먹은 술이 내게 꿈이라도 유발시키는 건지

 

허리가 뜨거웠다

보검이 소리 없이 울음을 내고 있었다

사고가 어지러운데도, 급히 소리를 내며 말했다

 

 

"국왕은 어떻게 됬지?

왕도의 방패막이인 군대에서 마인이라도 출몰한건가?"

 

 

내 말에 엘디스는 입술을 미끄러뜨렸다

눈과 같은 색의 머리카락이 조용히 허공을 튕겼다

 

 

 

"국왕이 죽었다는 소식은 없지만, 정확한 것은 아직 모른다

다만 분명한 것은 왕도 아르셰가 마수 재해를 막지 못했다는 것

마인이라는 것은 그렇게도 강한 것인 거였나..."

 

 

마수와 마족을 이끌었던

신화시대의 마형은 그렇게 불린 것 같았다고

엘디스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그 말 사이에도 여러 가지 사고가 머릿속을 교차했다

뇌가 마치 타는 것처럼 열을 내뿜고 있었다

 

 

젠장... 하나도 모르겠어... 어떻게 해야하지?... 정보가 너무 부족해

 

 

어쨌든 왕도 아르셰가 함락되는 것은 상상도 하지 못했던 것

여하튼 그곳은 일찍이 구세주가 그의 날개를 크게 펼치던 장소

근데 그런 장소가 마성의 손에 떨어져버리다니...

 

예전 세계만 해도 그런 일은 한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수 재해의 피해를 입은 적은 있어도 말이다

 

 

거기서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것

 

일순간 사고가 끊기며, 불쾌한 것이 목으로 넘어왔다

 

 

 

영웅, 헤르트 스탠리는 죽은 것인가?

 

 

 

그러한 망념같은 생각이 사고에 떠올라

끓어오르는 가슴에 안겼다

마치 묘한 진실성마저 띠는 것 같았다

 

젠장할, 세계란 놈은 참으로 귀찮게 되어있군

그것도 최악의 방향으로 말이야

 

몽둥이로 호되게 얻어맞은 기분이였다

신이란게 존재한다면, 참으로 가혹한 짓 아닌가?

아니, 처음부터 그런 성격일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한숨을 내쉬었다

손가락 끝으로 씹는 담배를 찾기 시작했고

그 순간 나의 손을 가늘고 흰 손가락이 제압했다

 

 

엘디스는 내 손을 잡으며 말했다

 

 

 

"그래서 자네는 어떻게 할 건가?

루기스, 문장교는 손을 떼려고 해

가자리아도 무모하게 개입할 생각이 없어"

 

 

그건 그렇겠지

어쨌든 왕도 함락이 진실이라면

갈라이스트 왕국은 그 기능의 대부분이 없어진거나 마찬가지니 말이다

 

지방의 귀족들은 중앙의 통제를 잃어버렸고

국왕 또한 자신의 수족을 상실한 것이나 다름없다

마수 재해로 인한 소란은 왕국의 상처를

어디까지고 깊게 도려낼 것이다

 

그 안에 억지로 손을 집어넣는 것은

불 속의 돌을 주워드는 것과 같다

제정신으로 할 생각이 아닌 것이다

 

그러니 한번 참으라는 것은

참으로 이성적인 말일 것이겠지

 

하지만 그럼....

 

 

 

많은 사람이 죽는다

마성의 발밑에서 바보처럼 죽어가리라

때로는 가축으로서, 피가 짜이고, 머리가 비틀리고

그런 고통과 오열 속에서 수 없이 많은 숫자가 죽어갈 것이다

 

나는 옛날에 몇 번이나 그렇게 사람이 죽는 것을 보았다

아... 정확하게는 몇 번이나 못 본체 해왔다

당연하지, 사람은 어짜피 자기 사정만으로 살아가는 생물이니까

그 이외에 움직이는 일은 결코 없다

 

스스로를 위태롭게 하여

얼굴도 모르는 남의 목숨을 구할 사람이 얼마나 있겠는가

아, 그때도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말끝을 흐리고

입술을 다물고 있는

루기스에게 엘디스가 작게 속삭였다

푸른 눈이 이상하게도 가까이 보였다

 

 

 

"분명 많은 사람들이 너를 붙잡을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 말을 하지 않아"

 

 

눈을 떴다

도대체 그게 무슨 뜻이지?

반사적으로 되받아치자

엘디스는 미소를 머금고,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는 나의 기사고, 나는 너의 주인이야

그것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변하지 않아

그야말로 엘프의 생을 걸고서라도, 난 널 유일하게 믿겠어

문장교, 가자리아가 너를 믿는다 안믿는다 그런거 상관없이 말야

자, 어떻게 할 거야? 루기스"

 

 

순간 눈을 가늘게 떴다

가슴이 근질근질거리는 기분이 들었다

물론 과거의 그녀에게 이런 신임을 맡아본 적은 한번도 없었으니..

 

그것이 지금 영웅 같은 엘디스가

이렇게 나에게 마음을 열어준다는 것은

더할 나위 없는 행복일 것이다

나로서는 분수에 넘치는 일

 

 

 

어깨에서 한순간 힘을 빼고

숨을 크게 내쉬었다

머릿속 깊이 떠오르는 생각을 버리면서

 

이미 정해져 있어

당연하다는 듯이 한 선택지 밖에 없잖아?

 

 

 

"물러설 리가 없지

물러날 이유도 없고 말이야

그래, 옥좌도 왕관도 거기에 뒹굴고 있을테니 말야"

 

 

그렇다면 주우러 가자

나는 그만한 일밖에 할 수 없으니까

최소한 그거라도 이루어보는 거야

 

 

 

루기스는 얼굴을 찌푸리면서

억지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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