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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68화 - 결단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4장 마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68화 - 결단 -

개성공단 2021. 3. 31. 05:06

 

 

 

 

 

 

모래의 나라, 남방국가 일리저드

 

 

국경을 인접한 갈라이스트 왕국과 일리저드의 관계는

비교적 안정되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론 최악이였다

 

하나의 계기가 있다면, 이빨을 드러내고

언제 씹어대도 이상한게 없을 정도 였다

지금은 다만 양국 내 정세가 그것을 허락하지 않을 뿐

아무튼 그렇게 양국은 그렇고 그런 관계를 지속해 왔다

 

이 재앙같은 눈이 내리는 시대에도 아무런 변화는 없다

 

 

마수재해를 이유로 양국이 서로 협조했다는 등의

기록은 역사책을 펼쳐도 나오지 않았다

 

양국 사이에는 어김없이 쌓인 증오와 분노가 존재했다

결코 녹아지지 않는다고나 할까

국가간의 감정이라는 것은 그토록 강대한 것이였다

 

 

그러나 한 편으로는 양국 모두 서로 미워한다고 해도

상대국가가 그렇게 쉽게 없어질 수 없다는 것도 이해하곤 있었다

 

국력, 병력, 부, 양국 모두 대륙에서 뛰어난 존재니 말이다

 

만약 양국이 맞물린다면

승리를 얻은 나라조차도 큰 상처를 입을 것이 틀림없다

꺼림칙하지만 서로를 위협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리고 그런 관계가 백 년이상 지속되고 있었다

 

그러기에 그 소식은 적지 않은 충격을 주었다

 

 

 

"갈라이스트 왕국의 왕도가 함락되었다고요?"

 

 

 

햇볕에 그을린 가무잡잡한 피부

일리저드 특유의 묵직한 흑색 갑옷을 걸친 여인은

짧게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기울며 그렇게 되물었다

 

그녀가 입은 갑옷과 특징적인 색체의 옷은

일리저드의 숱한 투사 중에서도 고위 투사만이 입는 것

행동거지의 우아함 또한 그 지위를 입증하는 것이였다

 

보고관은 경의의 표시로 무릎을 꿇으며, 그녀에게 대답했다

 

 

 

"3명의 조사자를 보냈습니다만

3명 모두 같은 정보를 얻고 왔습니다

적어도 갈라이스트 왕도가 마수 재해로 큰 피해를 입은 것은 틀립없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테르살랏 님"

 

 

일리저드의 고위 투사

테르살랏 르와나는 턱을 괴고 고개를 끄덕였다

 

아직, 그 정보의 전부를 이해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억지로 눈을 가늘게 뜨면서 생각했다

 

갈라이스트 왕국의 왕도가 함락되다니

믿기 어렵지만, 일단 그것을 사실이라고 가정하자

그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건가?

뭐가 쳐들어왔길래, 그 철옹성이 무너져 버린 건가?

 

우리가 오랫동안 넘보지도 못했던 그것을 누가 파괴한건가

 

 

한 가지 짚이는 것이 있었다

테르살랏은 어깨를 기울이고, 생각을 돌려서 말했다

 

 

 

"별로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만

마인... 그렇게 불리는 개체가 갈라이스트에게도 나타났다고 판단하죠"

 

 

 

마수와 마족과는 다른 이형

정체 모를 일을 저지르는 위협

그들이 이름을 대었는지, 누군가가 이름을 붙였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신화시대로부터 내려오는 명칭이였다

 

 

남방국가 일리저드에서도 그 이형은 발자국을 남기고 있었다

일리저드를 구성하는 7대 도시 중 하나가

유일한 개체에게 파괴되었다는 것이였다

 

그 개체에게는 온갖 무기가 무의미했다고 들었다

마인이란 어떤 것인지, 어떻게 태어난 것인지...

아무도 아는게 없지만, 일단 인류종에 위협임은 명확했다

 

게다가 갈라이스트 왕도를 쳐부술 정도의 힘이 있다면...

테르살랏은 자신도 모르게 미간에 주름을 잡았다

그리고 아직 곁에 있는 보고관에게 입을 열었다

 

 

"고맙습니다

즉시 도시의 통치자 토라에게 보고를 드리죠

필요에 따라서는 제가 직접 사자로 갈라이스트에 가겠습니다"

 

 

 

테르살랏은 자신의 가슴속 깊숙이

무거운 쇠 같은 것이 파고드는 기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위기감과 초조가 만나 녹아내린 것과도 같았다

 

정직하게 말하면

갈라이스트의 왕도가 함락되었을 뿐이라면

일리저드의 인간으로서는 환호성을 지를 것이다

증오해야 할 상대가 치명적인 상처를 받은 것이니 말이다

 

하지만 테르살랏은 도저히 그런 생각을 품을 수 없었다

 

그것은 그가 일찍이 갈라이스트에 은혜를 입었던 인간이기도 했고

동시에 자신도 주체할 수 없는 한기가 등줄기를 기어가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그 한기는

지금 떠오르고 있는 생각

 

어쩌면 이것은 단순한 재해가 아니라

마수에 의한 인간 영역 침공이 아닐까

 

그런 한순간의 생각이 있었다

 

 

 

 

 

 

*

 

 

 

 

 

 

마티아는 뺨을 살살 쓰다듬었다

그녀는 그제서야 손가락 끝이 놀랄 만큼

차가워져 있음을 깨달았다

 

옆의 양피지에 새겨진 글자가 일그러져 있었다

 

다시 쓰려니, 순간 정신이 아득해지며

한숨이 절로 나왔고, 목에 찬 공기가 흘러갔다

 

 

안 돼... 정무를 제대로 볼 수 있을 것 같지 않아

생각이 정리되지 않아 펜을 들었건만

이래서야 의미가 없는 거 아닌가

 

 

마티아는 집무 책상 위에 놓인 물을 목에 넘겼다

그런데도 감정은 날개라도 달린 것처럼 들떠 있었다

 

머릿속을 파도가 되어 소용돌이쳐 가는 것은

갈라이스트 왕국 왕도 아르셰 함락

 

그 영향은 너무나도 컸다

 

 

 

그것을 이뤄낸 마인과 마수 재해의 위협은

문장교 내에서 소극론을 제기하기에 충분했다

특히 아직 문장교에선 큰 피해가 없으니

무리하게 관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주류였다

 

한 번은 최전방인 도시 필로스를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너도나도 말을 지껄이기에, 그저 놀러온건가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성녀인 마티아에게는 그 말들을 총괄하고, 판단을 내릴 권리와 의무가 있다

말하자면 소극론 모두를 깔아뭉개는 일도 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문장교 내의 원로들과의 이별을 뜻하는 것

향후 표면화되진 않더라도, 문장교내에는 2개의 세력이 존재하게 된다

 

 

 

마티아의 머릿속엔

그것만큼은 이루지 말아야 한다고 나타났다

아직 불안정한 가운데 세력이 양분된다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그렇지만 다른 한쪽

이익이라고도 부를 수 있는 부분이

자신에게 계속 외치고 있었다.... 이건 기회라고

 

 

지금 갈라이스트 왕국의 내부는 무너져버린 것이나 마찬가지

한창 피어나고 있던 부귀영화는 마침내 시들어버리고 썩어빠진 것이다

 

지금은 루기스가 말하는 것만큼 모든 것이 잘 되지 않더라도

문장교의 확고한 기초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것은 문장교 최대의 비원

우리의 땅이 없었던 우리가 마침내 우리의 땅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이 기회는 반드시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내 생애속에선 말이지

 

 

하지만 이해도 하고 있었다

그것은 너무나도 위험한 길

얇은 얼음 위를 건너는 것과도 같았다

 

마티아는 순간 지친 눈을 쉬게 하기 위해 눈을 감았다

어둠 속, 한 사람의 모습이 떠오르고 있었다

 

자신의 영웅, 자신의 검

본인은 처음에 그렇게 말하기를 꺼려했건만

어쩌다보니 그렇게 부르고 있는 자

 

그의 말을 듣고 싶었다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어떻게 판단할 것인가

한심한 일이지만, 그 소리를 이제는 듣고만 싶었다

 

 

 

그 때 마침

조심스러운 소리가 집무실 문을 두드렸다

안이 돌아왔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루기스를 데려왔을 것이다

 

들어오라고, 말하기 전에

거울로 시선을 돌려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반복적인 수면부족 때문에 조금 머리카락이 상한 것 같았다

가볍게 빗질해 가다듬으며, 표정을 지었다

 

좋아, 일단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얼굴이 되었어

한숨을 내쉬고, 목소리를 높이며 마티아는 입실을 재촉했다

 

 

 

 

"....저, 실례하겠습니다"

 

 

안이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들어섰다

예상을 뒤엎고, 그곳에 있던 자는 그녀 혼자 뿐이었다

마티아는 눈을 가볍게 뜨며 입을 열었다

 

 

 

"무슨 일이죠? 안, 그는 일어나지 않았나요?"

 

 

아직 밤도 채 밝지 않았다

어제는 술을 기울인 것 같으니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을 때였다

 

 

안이 시선을 슬쩍 돌리며 말했다

 

 

 

"아...아뇨, 그... 엘디스 여왕과 이야기를 한 모양입니다

북진 준비를 하게 되면, 그렇게 말해달라고 말이죠... 영웅님께서 말입니다."

 

 

그녀로서는 드물게 띄엄띄엄하는 말이였다

 

 

 

그 태도만 봐도 총명한 마티아의 뇌는 한 가지의 깨달음을 얻었다

여왕 엘디스가 루기스를 먼저 낚아채, 대화를 했다는 것

 

그리고 그에게 이후의 대책을 물었을 것이고

루기스는 엘디스의 말을 듣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일부러 자신과 만날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 것이군

 

짐작은 갔다

그는 한번 하기로 결정하면

그것을 결코 양보하려 들지 않는 성격이니 말이다

마치 포기를 병적으로 싫어한다는 듯이...

 

그러니까 날 만날 일은 없다고

안에게 그렇게 말했을 것이다

좋아, 그답다고 하면 그렇다고나 할까

 

 

 

하지만

 

 

 

나를 만날 필요가 없다니, 무슨 소리죠?

오랫동안 만나지 못한 만큼, 아무래도 저를 얕보고 있는 것 같군요? 루기스

 

 

그렇구나, 안돼요

 

 

프리슬란트 원정 건으로

조금은 그도 자기 관리의 필요성을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언제까지나 멀리 떨어져 있어서는 안되는 것이였나

장난을 치는 아니는 부모의 눈이 없으면

언제나 멋대로 행동하기 마련

 

그의 모든 것을 교정할려면

역시 곁에 두지 않으면 안 돼

왕관과 검이 떨어져 있다니 우스운 일이야

 

 

마티아는 조용히 뜨거운 한숨을 내쉬며 볼에 미소를 머금었다

 

 

좋아요, 루기스

그렇다면 가까이서 한번 더 당신을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누구의 관리가 적절한가, 그것을 새겨 넣어야 겠어요

그것은 문장교를 위한 일이기도 하니까요

 

 

성녀 마티아는 이날 한 가지 결단을 내렸다

문장교에 있어서 하나의 분수령이라고 불린 그 결단

 

 

이것은 좋은 기회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마티아의 머릿속이 추천을 거쳐, 마침내 하나의 결단을 만들어냈다

 

 

 

 

문장교의 갈라이스트 왕국 침공이 이 날 결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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