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반응형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77화 - 이제 누구도 돌아올 수 없는 길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4장 마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77화 - 이제 누구도 돌아올 수 없는 길 -

개성공단 2021. 4. 4. 06:10
반응형

 

 

 

 

 

 

 

왕도 아르셰의 하수도를 따라가며

콧구멍 주위를 천으로 덮었다

그렇지 않으면 하수의 악취에 코가 이상해질 것 같았다

 

그러나 천 위에서도 여전히 냄새가 코를 찌르고 있었다

최저라고 부를 만큼 최악의 냄새였지만

반면 나에게는 그리운 냄새이기도 했다

 

옛날에는 수없이 하수도를 보수하는 일도 했기에 말이다

어쨌든 보통 사람이 하고 싶지 않아하는 일 밖에 

나에게는 돌아오지 않았었다

아... 안좋은 추억만이 떠오르는 군

 

본래라면 도저히 쓰고 싶은 길은 아니였지만

마인이 눈치채지 않고, 왕도로 들어가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었다

 

루기스는 어두운 하수구 속에서 선두로 걸으며, 입을 열었다

 

 

 

"...갈라이스트도, 가자리아도 정말로 괜찮겠어?

지금이라면 충분히 되돌아갈 수 있을거야"

 

 

 

 

 

자신도 모르게 등 뒤를 향해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비슷한 말을 성녀님께 받은 느낌이 들었지만

그대로 말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등 뒤로 돌아보면

엶은 검은 색 속에 수 명의 사람이 보였다

왕도 침입을 위해, 각 세력으로부터 선출된 자들 이였다

 

카리아와 피에르트는 당연하게 동행을 결정했고

다른 세력의 병사들도 그 가슴에 결의를 품고 마음을 굳혔다

 

하지만 몇몇에 관해서는 다른 문제

 

 

리처드 할아범에 엘디스

적어도 두 사람은 갈라이스트 군단과 가자리아 정상의 존재

목숨을 언제 떨어뜨릴지도 모르는 여정에 들어가서는 안 될 것이다

그들 주위를 지키고 있는 병사들도 다소 생각은 하고 있을 터였다

 

나도 모르게 두 사람을 향해 시선을 응시했다

리처드 할아범은 맨 끝에서 어깨를 움츠리며 대답했다

노쇠함이 묻어나는 듯한 표정이 어둠 속에서 떠오르고 있었다

 

 

 

 

"넌 알고 있겠지?

난 쓸데없는 소리를 하는 사람이 싫어

게다가 남의 발밑을 지켜볼 때가 아니잖아?"

 

 

 

모두 다소의 긴장을 안고 있을 텐데도

마치 여느때와 다름없는 목소리로 할아범은 말했다

넉살이라고 해야할까, 건장하게 말하는 그 모습만은 본받고 싶다

 

할아범의 말에 따르면

마성에 짓밟힌 왕도 안에

얼마 안되는 갈라이스트 병사들이 남아 있다고 했다

 

우리가 마인을 상대하려면

그들의 손을 빌리는 것이 좋겠다고 했고

그리고 그 병사들을 호응시킬려면, 당연히 지휘관이 필요하다는 점

그 점에 따라, 할아범이 직접 나서기로 한 것이다

 

그래도 할아범이 직접 나설 필요가 있을까

그만큼 사태가 촉박하다는 뜻일까

아니면 다른 의도를 담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할아범의 속내는 여전히 알 수 없었다

 

 

그리고 또 다른 문제는, 가자리아의 여왕인 엘디스

 

이 쪽도 소수 가자리아 병사가 따라오고 있었지만

그래도 제정신이 아니다

어쨌든 리처드 할아범은 그저 단장이라는 걸로 얘기가 끝나지만

엘디스는 국가의 최고 지위자였다

 

그래서 그녀에게도 대꾸하려는 순간

그보다 조금 빠르게 귓속을 간질이는 목소리가 울려펴졌다

 

분명 들릴리가 없다

엘디스는 매우 떨어져 있건만

귓전에 대고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가 들렸다

정령술이라도 쓰고 있는 것일까

 

 

 

"무슨 소리야, 훌륭한 여왕이 되라고 자네가 말했잖는가?

나는 여왕으로서 필요한 행동을 취하고 있을 뿐이야

게다가 나의 동행은 자네에게도 필요한 일일텐데?"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되었다

뭔가 중요한 것을 얼버무리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게다가 나에게도 필요한 것이라니... 그게 대체 무엇인가?

 

엘디스는 그런 의문점 하나 내뱉지 말라는 듯 말을 이었다

 

 

 

"물론 네가 여기서 나더러 개처럼 기다리라고 하면

나는 그렇게 하도록 하겠다, 얌전히 시키는 대로 하지"

 

 

 

어떻게 할거냐, 엘디스는 그렇게 말했다

나는 그 말에 무심코 속눈썹을 깜빡였다

 

성채를 기어 나올 때는

두고 가면, 용서하지 않겠다는 말투였건만

요즘에는 유난히 순종적인 말투였다

그녀치고는 드물 정도로 말이다

 

젠장할, 뭔가 나쁜 예감이 목덜미에 퍼졌다

 

최근에 깨닫기 시작한건데

엘디스가 고분고분하게 말을 꼬기 시작하면

대개 다른 속셈을 하나둘씩 품고 있는 것 같았다

그것은 카리아와 피에르트도 마찬가지

 

 

 

어떻게 해야 할까

엘디스의 속셈은 나중에 생각하고 돌려보내야 할지

아니면 이대로 따라오게 냅둘지 생각해야 할 것이다

 

적은 마인

온갖 영웅과 용사를 죽이는 자들

불안은 마치 끝이 없고, 그것은 설사 만명의 군대가 있다해도 마찬가지

 

솔직히 할 수만 있다면, 엘디스에게 힘을 빌리고 싶다

그것이 생사의 갈림길을 가르고, 내일 아침 해를 맞이하는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만큼 사태는 급박했다

하지만 역시 안 되겠어

 

이제 그녀는 예전처럼 개인이 아니였다

마음대로 움직일 수 있는 신분이 아닌 것이다

그녀의 등에는 모든 엘프의 목숨이 있었다

 

그런 그녀를 이런 위험에 빠뜨릴 수는 없다

설사 엘디스 본인이 원한다고 해도 말이다

 

 

 

"아, 미안하지만 돌아 가주겠어?

뒤에서 좋은 포도주나 준비해줬으면..."

 

 

 

그렇게 말을 꺼내는 도중... 눈이 번쩍 뜨였다

 

갑자기 폐가 무거워져, 몸속에 차가운 것이 기어다니기 시작했다

목에 경련이 일어났고, 어둠 속에서 눈에 띄진 않았지만

열이라도 난 듯, 땀이 목 언저리를 타고 흘러갔다

 

고통과는 다르다

이상한 권태감이라고 불러야 할까

영혼의 깊은 밑바닥이 손끝을 감아

머릿속을 묶어 올리는 감각... 호흡이 너무 힘들었다

 

 

 

 

"...너, 뭔가 이상한 짓을 했지, 엘디스"

 

 

 

주위 사람들이 들을 수 없을 정도의

작은 목소리로 그녀에게 말했다

 

아마 이제는 소리조차 나오지 않을 것이다

그저 한숨만 내쉬는데도, 묘한 피로감이 있었다

 

엘디스는 내 말을 듣고는, 미소를 지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는 것 같았다

 

 

 

"너무 심한 말이잖아, 루기스 정말 짜증나는 걸?

난 단지 정령갑옷에 걸치고 있는 가호를 조금 약화시켰을 뿐이야

지금까지 너에게 달라붙는 마성을 떨쳐주고 있는거 말이야

너랑 가까이 할 수 없다면 좀 힘들겠는데?"

 

 

 

과연 엘디스가 하고 싶은 말이 뭔지 알겠다

 

크든 작든 마성의 기척이라는 건

놈들의 장기이자, 사람의 몸을 침식하는 것

마력이 몸에 스며들면 그대로 병이 나버리는

모험자병 등의 것이 좋은 예일 것이다

 

특히 마인이 가까이 다가오면

그만큼 체력은 빨리 사라지고, 영혼은 삐걱거린다

그것은 전에도 경험한 일이였고

당연히 받아들일 각오는 하고 있었지만....

 

과거에 이 정도의 타격이 있었던가

마치 영혼이 결박 당하는 듯한 느낌을, 일찍이 맛보았던가

 

아니면 예전의 세계에서도

내가 알아채지 못하는 사이에 마성을 내쫓고 있었던 것인가

루기스는 살짝 눈을 일그러뜨렸다

이러다간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기 힘들 것이다

더 이상 쓸데없는 것을 생각할 시간은 없다

 

그대로 고개를 끄덕이며

 

 

 

"알았어, 따라오세요, 여왕 폐하

그래야 움직일 수 있을 것 같아요

숨조차 제대로 못쉬니... 원"

 

 

그렇게 말하는 순간

신체의 마디마디에서 둔함이 빠져나갔다

오히려 그전보다 컨디션이 좋을 정도였다

엘디스의 만족스러운 목소리가 귓가에 맴돌았다

 

처음부터 이럴 셈이엿군

이렇게 되면 이젠 어쩔 수 없겠네

마인의 슬하에서 칼을 휘두르는데

엘디스의 정령 가호가 필요하다면, 선택이란 없을 것이다

 

근데 문득 생각나는 것

 

그렇다면 왜 엘디스는 내가 선택하게 한걸까?

처음부터 그렇게 말했으면 될 것을

마인을 상대하는 데 필요하다면

많은 사람들이 고육지책으로도 엘디스의 동행을 택했을 것이다

 

아까와 마찬가지로 약간 불쾌한 예감이 뒤에 달려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답이 나오는 것은 없었다

 

 

몇 차례 모퉁이를 경유해

시간 감각이 거의 없어질 지경에 이르러서야

하수로의 출구가 시선 끝에 보였다

여러개의 출구 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기 어려운 작은 구멍

 

받침돌 뚜껑을 조심스럽게 내렸다

먼저 아무도 없는가를 확인하면서 머리를 내밀었다

그 순간 머릿속이 깨지는 상상이 머리를 스쳤지만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다

 

몸을 내밀고, 소리를 주의하며 주위를 살폈다

거리는 크게 달라져 있지 않았다

정겨운 내 고향 왕도 뒷골목

허물어져 가는 돌벽도, 찌든 가도도 그대로였다

 

아.... 한 가지만, 다른게 있었으니... 그것은 냄새

 

 

하수로의 악취마저 삼킬 듯 진한, 혈액 냄새

그것이 아무렇지도 않게 도시 전체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기억이 나는 군

예전 세계에선 왕도는 아니였지만

이런 냄새를 좋아했던 마인은, 내가 알기로 단 하나

 

통제자 드래그만

 

 

 

 

그 이름이 눈꺼풀에 떠올랐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