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76화 - 영혼의 교환 - 본문
군세로 왕도 아르셰를 위협
그 긴장 상태 사이에
소수 병력이 왕도 내로 침입한다
그렇게 말했을 때, 마티아는 야멸찬 목소리를 냈다
그것은 아마도 내가 아는 그녀의 가장 큰 목소리였을지도 모른다
성녀라 불리는 마티아에겐 어울리지 않는다고 할 정도 였다
마티아는 오랜만에 감정을 한껏 드러내고 말했다
"아무리 미치광이라도 이것보단 나을거 같네요
당신은 그 이상으로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하군요"
귓속을 관통하는 그 목소리는 묘하게 박력이 있었다
마치 마티아가 말에 감정을 그대로 태운 것마냥 말이다
그렇게까지 말하지 않아도 좋을텐데
나라도 상처받을 땐, 상처받는단 말이다
분명 상식적인 행동이라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이쪽은 충분히 제정신이였다
설령 상도덕을 벗어난다고 해도, 필요하다면 할 수 밖에 없다
가시밭길이라 할지라도 그것밖에 길이 없다면, 짓밟는 수 밖에
나는 군복 아래 얇은 철망을 덧대며, 말을 다듬었다
"타산과 합리는 문장교가 잘하는 거 아니야?
마티아, 이게 제일 피해가 적은 방법이잔항?"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리처드 할아범, 그리고 그 부관의 말을 맞다고 가정하면
대군으로 왕도 아르셰에 맞서는 것은, 마인의 손바닥에서 춤을 추는 것
만약 모든 것을 들이대서, 왕도를 얻는다 하더라도
수많은 인간과 엘프가 죽을 것이다
그것만은 틀림없다
마인과 인간이 정면으로 붙어, 압승 했다는 전례는 없었다
그렇다면 소수 정예로 마인과 붙는 것이 제일일 것이다
예전 세계에서도 그것이야말로 가장 합리적이였다
잘되는 안되는 그것이 가장 나은 것이다
어떻게든 잘 설명하려 했지만
마티아는 납득이 가지 않는 듯 했다
그녀의 예리한 눈빛이 내 뺨을 관통하고 있었다
"솔직히 그 점도 문제가 있습니다
특히 당신이 침입을 강행한다는 점에서 말이죠"
그녀의 눈은 계속 날 바라보고 있었다
결코 포기하지 않겠다는 것처럼 말이다
큰일 났군, 마티아가 이렇게까지 완고할 줄이야
확실히 정예니 뭐니 하는 것에
내가 참가하는 것은 왠지 모르게 위화감이 있지만
이 침입안을 최초로 밝힌 것은 나였다
그 인간이 등을 보이고 도망가다니, 그런 짓을 할 수 없겠지
물론 할아범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겠지만 말이다
게다가 말이다
만약 대군으로 하여금 왕도로 쳐들어가는 방안을 취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마티아가 그저 닥돌하는 우책을 취할리 없기에, 계책을 짜야 할 것이고
잘못하면 내부의 분열을 기다린다...라는 소극책도 나올 수도 있을 것이다
목이 살짝 뜨거웠다
사치는 바랄 수 없지만, 약간의 술이 마시고 싶었다
베르페인산 매콤하면서도 약간 독한 술 말이다
나는 눈을 가늘게 뜨면서 입을 열었다
"만약에 말이야, 마티아
만약 군대를 이용하는 방책을 취한다면
많은 인력이 피해를 입을거야
우리는 저들이 고함을 지르게 놔둘 순 없어"
인력이란 문 앞에서 숨진 병사들
고함이란 그들의 단말마를 말하는 것이였다
뺨에 동상방지용 기름을 다 바르고, 마티아를 정면에서 바라보았다
왠지는 모르겠지만 숨이 매우 뜨거웠다
"혹은 소수 정예를 왕도로 보내고
내가 태평하게 앉아 있다고 치자
그 결과, 전원이 마인에게 목이 베였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해야 할까?"
어이, 마티아... 하고 말을 이어갔다
나는 그것을 아무리 해도 알 수 없었다
나와 그들의 생명의 가치에는 차이가 있단 말인가
왕도를 지키기 위해 끝까지 싸운 군사들
지금부터 왕도에 침입해 모든 결판을 내려는 용사들
나는 그런 그들보다 더 나은 생명을 가지고 있다곤 생각할 수 없다
마티아가 주장하는 것은
군사를 이끄는 인간은 목숨을 가볍게 여기지 말아야 한다는 것
지금 나에게 요구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였다
그래, 잘 알고 있어
하지만, 그런 짓을 해버렸다간
일찍이 나를 모멸하고 업신여겼던 인간들과 같아져버리는 것이 아닌가
재주가 없는 자이기 때문에 경의를 표하지 않는다
변덕스러운 인간이기 때문에 생명을 존중하지 않는다
평범한 인간의 목숨은 비범한 사람보다 훨씬 가볍다
그것은 냉철한 현실, 아무나 못 본 척할 수 없는 큰 벽
그것은 영혼의 모멸이야
예전의 나를 내 손으로 죽이라는 거야?
나는 마티아의 눈동자, 그 안쪽을 살폈다
"안심해, 지금까지도 잘 돌아왔잖아
이번에도 돌아올거야, 조금은 나를 믿어주지 않겠어? 성녀님?"
마티아는 순간 감정을 표정에 붙이고, 눈을 떨었다
뭐라고 말해야 할지 망설이는 듯 했다
그녀는 곧바로 표정을 바로잡고
가느다란 손가락을 내 가슴팍에 들이대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알고 있었어요, 당신은 남의 말을 듣지 않는 사람이란걸
그렇다면 하나쯤 제게 양보하고 가세요"
양보한다... 나도 모르게 그렇게 되물었다
대체 뭘 두고 그러는지 알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마티아는 내 말에 대답하기 전에
손가락에 끼고 있던 반지를 빼냈다
그리고 내 앞에 두고 말했다
"이건 저의 문장
제가 성녀가 되었을 때 주어진 겁니다
지금까지 한시도 몸을 뗀 적이 없는 겁니다"
성처녀, 그 문장이 새겨진 반지가 눈에 비쳤다
이런 반지나 문장이 새겨진 물품 자체는 문장교도라면 많이 가지고 있겠지만
고유한 문장을 부여받은 사람은 얼마 되지 않았다
성녀, 그렇게 불리는 마티아에게조차
고유 문장은 대체하기 어려운 것임에 틀림없다
뭔가 느낌이 안좋은데...
마티아는 내 눈을 바라보며, 그것을 내게 내밀어 왔다
"당신이 가진 황금 문장과 교환을...
그리고 반드시 다시 가져다주겠다고 맹세하세요
물론 살아서 가지고 오는 것입니다
자, 기록관을 여기에"
문장교식의 계약이로군
그러고보니 언젠가 돌려주려고,
나도 알류에노로부터 손수건을 받고 있었다
그와 비슷한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래도 약속이니 다짐이니
너무 사지에 얽혀버린 것 같지만
그렇다고 여기서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나는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그럼 당연히 맹세할 만한 일을 해 보이겠어
호출을 받고 초조해 하는 기록관 앞에서
황금 문장이 새겨진 반지를 손가락에서 빼내
마티아의 가느다란 손가락을 끼웠다
크기에 조금 여유가 있어 보였지만, 그래도 충분히 끼워졌다
그렇게 마티아의 문장이 내 손으로 통했다
마티아가 천천히 입을 열며, 말했다
"이를 우리의 다짐으로 삼겠습니다
저는 평생 당신을 배신하지 않을 것을 맹세합니다"
당신도 맹세해요...라고 마티아가 말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절차는 부끄러움마저 느낄 것 같았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어깨를 움츠린채 대답했다
"맹세하겠어, 평생 배신할 짓은 하지 않을 거야"
그동안 꽤 오랫동안 굳어 있었던 마티아가 비로소 미소를 지었다
수줍은 듯한, 그러면서도 성녀다운 맑은 미소였다
*
갈라이스트군과 문장교 및 가자리아의 합동군
그 정예들이 눈바닥에 자국을 남기는 모습을 지켜보면서
성녀 마티아는 가볍게 자신의 손가락을 어루만졌다
그리고 손에 끼워진 황금색 문장인으로 시선을 옮겼다
그의 손에 의해 자신의 손가락에 끼워진 그것
손가락을 구부리면, 그 감촉이 전해져 왔다
마티아의 뺨은 자연스럽게 느슨해졌다
반지를 내밀면서 느꼈던 황홀한 감촉이 아직도 등줄기에 붙어있었다
물론 그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단지 그는 자신의 맹세로서 반지를 교환한 것에 응하지 않았기 때문
아...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양보이지만
문장교도에게 문장 교환은 더 깊은 의미를 가진다
문장교도에게 문장은 영혼 이상의 존재
자신의 진수를 담아, 자신 이상으로 자신을 나타내는 것
즉 나와 그는 영혼을 교환했다
문장교에서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오직 한 가지, 영혼의 혼인이나 다름없다
다시는 배신하지 않고 평생 영혼을 떠나지 않겠다는 뜻
그는 비록 비공식적이긴 하지만, 기록관 앞에서 맹세했다
그것은 틀림없는 사실로 남을 것이다
이곳으로 이제, 쉽사리 그를 가자리아에 인도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인즈나 리처드와 그의 관계성을 보면서
마티아는 하나의 이해에 이르렀다
루기스라는 인간은 사람과의 관계성을 더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
그것은 양부모라는 이름이기도 하면서, 사제라는 사이이기도 하다
그리고 루기스는 그런 관계성이 너무 싱겁다
안과 밖을 가리기 때문에, 한번 안으로 끌어들인 인간에 대해서는
약점으로까지 생각되는 부분을 보이곤 한다
그건 솔직히 좀 그렇다
이제 문장교 내부에서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잇는 그가
한정된 사람만의 말을 무조건 들어준다는 것은 원로들이 빌붙기 딱 좋다
그래서 마티아는 생각했다
그렇다면 나도 그의 안쪽으로 들어가면 되는 거다
그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그것은 최상의 조건
처음엔 모양 뿐이라지만, 기정 사실을 만들면
사람은 그 쪽으로 마음을 움직이기 마련이다
게다가 자신과 혼인한다면
원로들도 쉽게 그에게 손을 내밀 수 있을 리 없다
그를 위해서도, 그리고 문장교를 위해서도
이것이 최선이라고 마티아는 단언했다
아... 그렇게...나를 위해서...
마티아는 사랑스러운 듯 반지를 쓰다듬으며 표정을 지었다
아직 모든 것을 공표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것을 끝낸 뒤, 반드시 이 계약을 이행시킬 것이다
지금은 그의 후방 지원에 만전을 가해야 한다
군대를 무사히 동원해, 마인을 물리친 후의 대책을 세워야 할 것이다
마티아는 더 이상 루기스가 돌아오지 않을 것이란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인을 토벌할 수 없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다
어쨌든 그는 계약을 한 것이다
돌아오지 않는다면, 자신을 배신하는 것이 되기에 말이다
그래... 나도 그를 믿는거야
마티아는 깊은 눈망울을 밝히며
그저 성녀로서의 표정만을 얼굴에 붙이고 있었다
숨길 수 없는 요염한 분위기를 눈에 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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