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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78화 - 왕도잠입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4장 마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78화 - 왕도잠입 -

개성공단 2021. 4. 4. 0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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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성의 거듭된 통제와 탄압으로 인해

과거 번영했던 큰 길과 작은 골목길에서도 사람의 모습을 찾아 볼 수 없었다

인류종이라고 이름붙어져진 자들의 대다수는

모두 마성의 통제하에 있다고 그렇게 들었다

 

가축으로 사용되는 사람도 있었고

식량으로 보관되는 사람도 있었다

일부는 마법을 위해 이용되기도 했다

 

그러므로 늘어선 자택들은 모두 텅 비어있엇고

있는 것이란 아직 도망친 자들이 조용히 숨 쉬는 소리 뿐이였다

 

지난 시절처럼 인간에게서 자유는 빼앗겼고

삶을 구가하는 즐거움이란 사라졌다

 

그 숨소리조차 잃어버린 왕도 안

뒷골목에 한 소녀가 있었다

 

 

하얀 머리, 엷은 빨강색의 허름한 옷차림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왕도 주변 촌락의 아이일지도 모른다

발을 감싸는 허술한 구두는 나무토막과 흙으로 이루어져 있었다

 

그 용모는 다소 희한하지만

그 의복 등은 보통 아이가 입는 것과 크게 다르진 않았다

 

하지만 특별한 것은 그 모습

 

볼과 어깨, 의복과 종아리에 이르기까지 모두 피가 묻어 있었다

연한 정도가 아닌, 밑바닥의 색을 지워버릴 정도의 진한 혈액

 

그것이 모두 그녀의 외상으로 인한 출혈이라면

그녀는 이미 절명했을 것이다

 

주위엔 여러 인간의 시체와 동시에 마수의 살점이 있었고

엄청난 피와 함께 그 뒷골목엔 그녀 혼자만이 있었다

 

 

 

 

코볼트는 그녀의 작은 머리를

손바닥으로 잡아 올렸다

그리고 두개골이 금조차 갈만한 기세로 움켜쥐었다

 

소녀는 저항할 기운조차 없는지

오열을 터뜨리며 힘없이 사지를 늘어뜨렸다

 

 

 

 

"이봐, 인간

내가 어려운 걸 물어보는게 아니야

한 가지만 있으면 된다고"

 

 

 

개와 고양이가 섞인 얼굴을 한 코볼트는

우람한 손으로 소녀의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고

소녀에게선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마수 특유의 오만함이 새어나오는 말투는 아니였다

그것은 코볼트의 성격탓도 있겠지만

현 상황에 경계를 드러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코볼트가 이곳에 왔을 땐

이미 이 지경이 되어 있었다

상처 하나 없는 소녀에게 참획당한 동포들

인간들의 시체도 있었지만, 이것은 좀 이상했다

 

결국은 뭔가가 있엇던 것이다

이상이라고 할 수 있는 무언가가 말이다

통제자 드래그만에게 보고를 해야 할 터

 

 

 

 

"모르겠어요, 저는 아무것도 몰라요, 죄송해요"

 

 

 

 

소녀는 오열을 터뜨리며 말했다

겁에 질려서라기보다, 감정을 내팽개친 듯 터져나온 목소리

 

코볼트는 말도 안돼, 그렇게 판단했다

 

 

 

"젠장할, 살아남은 것이 이 꼬마 뿐이라니

좀 더 나은 놈이 살아있었다면 좋았을텐데"

 

 

 

 

소녀의 반응은 없었다

살 기운조차 없다는 듯

손발은 바닥을 향해 축 내려져 있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생기가 없는 태도와, 붉은 눈이 묘하게 코볼트의 신경을 건드렸다

 

인간이란 숨쉬지 못하고 발버둥치며 그렇게 죽어야 한다

코볼트는 움켜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 직후, 소녀의 머리는 곧 부숴져 버릴 것이다

 

그 순간의 일이였다

코볼트의 목에 타는 듯한 열이 있었다

 

 

 

그것은 고통 같은 것

왜냐하면 자신의 목에 칼날이 꽂혔기 때문이였다

 

번갯불이 치면서, 마성의 골수가 드러나며 피가 소녀의 뺨을 적셨다

 

 

 

 

"골목 안에서 좀 우쭐댔다간, 일찍 뒤지는 게 상식이란다, 몰랐냐?"

 

 

 

 

생기가 없는 소녀의 눈동자에

초록색 군복이 비치고 있었다

거기에 겹쳐 복수의 인간이 보였다

옷차림에 통일성은 없었고 왕도 사람 같지도 않았다

그 모습을 보면, 그들 중 상당수는 시체가 된 인간들의 동료일지도 모른다

 

군복을 입은 청년이 신기한 듯 소녀를 쳐다보았다

소녀의 눈동자엔 기이함과 의아함을 내포함을 가지고 있었다

 

 

 

"혼자 사니? 아니면 친척이 있어? 아니면 고아원 출신인가"

 

 

 

상냥한 목소리였다

그는 몸을 굽혀, 소녀의 눈높이에 맞추었다

태도는 적어도 악의에 차있는 것 같진 않았다

 

하지만  소녀는 목이 메어있었고

등줄기에는 초조가 감돌고 있어서

몇 순간의 시간이 지나서야, 그제서야 말을 꺼냈다

 

 

 

"미...미안해요...죄송합니다.... 죄...죄송"

 

 

 

 

뭔가 두려움을 담고 있는 목소리였다

 

소녀는 자신의 이 연약한 목소리가

아무래도 남에게 호감을 얻지 못할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새삼스레 고칠 수 있는 것도 아니였다

 

자신이 배운 건 오직 이 말투 뿐이였기에 말이다

 

청년에겐 큰 반응은 없었다

그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더니

옆에 있던 검은 머리의 여성에게로 돌아보았다

이번에는 검은 머리의 여인이 소녀에게 말했다

 

 

 

"괜찮아,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는 거야"

 

 

 

피에르트

그렇게 불린 검은 머리의 여인은

소녀와 시선을 맞추면서 손을 가볍게 쥐었다

소녀가 오랜만에 느낀 사람의 따뜻함이였다

 

하지만 그것마저도 지금의 소녀에겐 두려움의 대상

움찔하며 등줄기는 뜰렸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검은 머리의 여성은 천천히 소녀에게 말을 걸었다

어디까지나 부드러우면서, 소녀에게 맞춘 말투였다

 

 

 

"미안하지만... 지금 네가 살던 곳으로 되돌려 줄 시간이 없어

미안해... 갑자기 이런 말을 해도 혼란스럽겠지만

지금은 우리를 믿고 따라오면 안 되겠니?"

 

 

 

 

 

너를 지켜주려면... 그것밖에 할 수 없으니까

검은 머리의 여성은 그렇게 말하고, 양손으로 소녀의 한 손을 움켜줬다

상냥하면서도 부서진 물건이라도 만지는 듯한 손놀림이였다

 

그래도 소녀는 아직도 그 말이 두려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대화를 계속하면, 누군가의 주목을 계속 받을까 두려워서

그 초조함이 땀이 되어 손에 고여갔다

 

그래서 상대의 뜻에 따라 빨리 이 자리를 모면하기 위해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너의 이름은?"

 

 

 

"........레우, 그냥 레우에요"

 

 

 

레우는 이 대화가 빨리 끝나기만을 바라며, 그렇게 말했다

 

 

 

 

 

 

 

*

 

 

 

 

 

 

하수로로 접어든 시각은 때가 떠오르는 시각이였다

그러나 왕도 내부에서 갈라이스트 잔병과 합류할 수 있었던 것은

이미 낡이 밝아버린 시각이였다

 

왕도가 넓은 것도 이유엿지만

마성의 경계가 묘하게 삼엄했던 것도 있었다

잔병을 찾고 있는 것일까

도시 어디를 가도 마성의 그림자가 이른거렸다

 

아무리 오랜만의 귀환이라고 해도

이렇게 성대한 마중은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이다

 

 

 

"마인... 드래그만이란 것은 왕궁에 있는가?"

 

 

 

어두컴컴한 실내, 리처드 할아범은 촛불만을 비추며 말했다

잔병들이 숨어있던 곳은 뒷골목의 일각으로

도저히 햇빛 따위는 비칠 것 같지 않은 곳이였다

 

할아범의 말이 맞았는지

겁에 질린 병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말하길, 왕궁을 중심으로 

마성들이 진을 이루어 군대의 양상을 띠고 있다한다

그리고 소규모의 부대가 각개 왕도나 주위 촌락을 순회한다고 하는 것

주위 촌락을 순회하는 의도는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잇었다

 

그것은 사람과 물건을 유괴하는 것

 

 

 

할아범은 미간을 찌푸리며, 어이없다는 듯 말했다

 

 

 

 

"왕궁에 유유히 들어가다니

귀족들도 힘든 것인데... 마수들도 참 잘났군"

 

 

 

조롱과 동시에 고통을 씹는 듯한 목소리

보통 할아범이 내지 않는 류의 목소리였다

 

왕도의 참상을 앞에 두고

역시 할아범도 뭔가 느끼는 바가 있는 것인가

 

한때 부기영화를 누리며, 나 같은 것은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왕궁이라는 권위 자체가 지금 마성의 발 아래 더렵혀지고 있었다

속이 그대로 끓어오르는 듯한 그런 착잡함이 있었다

 

사람을 밀어젖히지 않으면 걸을 수 없었던 큰길도

이제는 마성의 것이 되어, 아예 자유롭게 다닐 수도 없게 되었다

최악이다... 사실 아까 혼자 있던 소녀를 주운 것 이외엔

골목 안에서도 사람의 그림자를 보지 못했다

 

 

 

"바깥의 군대를 이용해 마인과 마수들을 갈라 놓을 필요가 있겠군

마인의 허리를 움직이지 않고, 마수들을 유인하는 정도로 말이다"

 

 

 

 

카리아가 은색 눈을 빛내며 말했다

익숙한 왕도로의 귀환이였지만

목소리에는 마치 느슨함이나 가시 같은 것이 없었다

카리아에게 격양된 것 한 두개 정도 보일까 생각했는데 말이다

 

어쨌든 그녀는 내가 데리고 나오긴 했지만

원래는 갈라이스트의 기사계급이였다

거기엔 내가 품은 적도 없는

경의나 충성 같은 것을 가지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그저 감정을 참고 있는 것일까?

 

할아범이 순간 목을 울리며, 카리아에게 답했다

 

 

 

"서두르지 마, 그 정도까진 필요 없어

상대는 정체모를 마인이야... 가능한 한 전력은 유지하고 싶다"

 

 

 

그리고 그 녀석의 이유를 알 수 없는 힘이 어떤 것인지를 알 필요도 없이

리처드의 할아범은 눈을 가늘게 뜨며 주름을 피면서, 입을 놀렸다

 

아무래도 이 할아범은 간계를 부릴 땐, 참 즐거운 것 같다

 

하지만 뭐

마인과 상대하려면

그 정도의 신중함은 필요할 것이다

 

통제자 드래그만

마수마족을 아우르는 마성의 군단장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지만

놈의 위협과, 그를 죽이는 방법만은 잘 알고 있었다

 

예전, 다른 사람도 아닌

영웅 헤르트 스탠리가 죽인 마인이니 말이다

 

 

 

신화의 시대부터

놈은 두 팔을 모든 것을 움켜쥐고 통제하고

그리고 땅에 두 개의 발을 붙이고 있는 한 패배를 하지 않았다던가

개같은 이야기군... 부럽기 짝이 없어

 

아무튼 신화든 과거든, 놈은 똑같이 살해당했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와중에

할아범이 한 박자 쉬며 다시 입을 열었다

 

 

 

"좋아, 마수에게 불을 쓰는게 어떨까?

내가 잘하는 분야인데 말이야, 어때 루기스?"

 

 

 

할아범은 내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정말, 제정신인건가?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알겠어, 마인에 대해서는 따로 알아보겠어

그 대신 실수없이 잘해달라고, 할아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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