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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화 고아원과 소꿉친구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장 카리아 버드닉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6화 고아원과 소꿉친구

개성공단 2020. 2. 5. 16:29

저 정도라면 카리아 버드닉이 죽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리고 딱히 그녀에게 내가 뭘 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가까이 있어봤자 위험할 뿐이다.

 

리처드 할배로부터 하청 받은 일의 보수는 가볍게 사라져버렸다. 무심코 사버린 오래간만의 씹는 담배의 감촉에 눈을 가늘게 뜨면서 가도를 걸었다

 

길을 가는 사람들은 상인, 위병, 모험자와 그들의 몸종 등으로 모두들 서로 바쁘게 뛰어다니고 있다 느긋하게 시내를 걸을 여유 따위는 모두 없는 것이였다. 이런 시대의 나도 분명 그럴 여유는 없었다. 늘 배고픔에, 폭력에, 빈곤에 등등 무언가에 쫓기던 기억만이 선명하게 남아있다

 

지금도 별로 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 과거의 기억이 있다해도 빈곤이 개선된 것은 아니니 때문이다.

 

물론 사랑하는 사람에게로 향할 때 라면야 이 정도 여유롭게 걷는 것은 좋지 않을까...

 

 

*

 

 

 

거리의 큰 길을 벗어나서 햇빛이 조금씩 멀어지고 축축한 느낌이 나는 곳으로 들어갔다.

 

여전히 기분이 좋다고는 할 수 없는 곳이였다. 향수라고 할까... 좋게 말하자면 그냥 그립다는 표현 때문에 온 것이다.

 

"신기하네 애송이. 네 놈이 이곳에 발을 들여놓을 줄이야"

 

익숙한 목소리가 등 뒤에서 나를 부른다

 

너무 오랜만에 들은 목소리라 그런지. 순간 눈에서 눈물이 차오를뻔 했다. 겨우 목소리를 진정하며 등 뒤에서 다가온 목소리에 대답했다.

 

"나인즈 씨 나 이제 애송이라고 부를 나이.... 아 맞다 나 아직 그런 나이지..."

 

순간 나간 말을 무심코 후회하며 표정을 일그러 뜨리는 모습이 우스웠는지 나인즈 시는 표정을 풀며 껄껄 웃기 시작했다

 

"뭐야 루기스. 모험자가 됬다고 어른 취급 해달라는거야 뭐야? 니가 아무리커도 나한테는 언제까지나 꼬맹이야"

 

변하지 않는 미소로 맞이 해준 이 사람은 나와 알류에노가 자란 고아원의 주인이며, 모두가 나인즈 씨 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다. 약간 보랏빛을 띤 머리카락과 거의 변하지 않은 외모는 나에게 나이를 느끼게 하지 않도록 느껴진다

 

그녀는 장을 바왔는 지 장바구니를 나에게 들라고 명령하며 나에게 쥐어주었다

 

"오늘은 무슨 일이야? 잘 대가 없어져서 그래?"

 

"에이 아니에요 그럴리가 없잖아요 어휴... 알류에노를 만나러 왔어요"

 

무엇인가 이상하게도 쑥쓰러웠다. 그저 소꿉친구를 만나러 왔을 뿐인데 말이다. 나인즈 씨도 내 반응을 보고 웃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뭐... 그래 너는 남에게 매달릴 성격은 아니긴 한데... 알류에노 말이냐..."

 

"나인즈 씨? 왜 그래, 갑자기 입을 다물고..."

 

그녀가 이렇게 굳은 표정을 보이는 것은 굉장히 드문 일이였다.

 

딱히 알류에노에게 무슨 일이 있었다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어찌 됐든 알류에노는 미래의 구세 여행에서 잘 살고 있었다는 것을 나는 아주 잘 알고 있다. 설령 무슨 병에 걸렸다 해도 걱정스러운 것에는 변함이 없지만, 흔들릴 만한 일은 아니다.

 

"그 알류에노 말이지... 거처가 정해졌어... 그래서 오늘 마지막으로 너를 만나면 그 얘도 기뻐할거야"

 

거처가 정해졌단 말에 반사적으로 몸이 굳어버렸다. 코를 굵으며 말할 단어를 생각해내며 작게나마 중얼거렸다

 

"아직 이른 것 아닌가요? 그 녀석이라면 고아원에서도 충분히 더 지낼 수 있잖아요?"

 

"언제까지나 그 얘를 고아원에 둘 수는 없는거야 갈 데를 정해야 해"

 

할 말이 없어졌다. 어떻게든 말을 짜내려고 입을 열어보지만... 이내 닫아버렸다

 

잠시 서로 말이 없어진 동안, 나인즈 씨는 이런 나의 마음을 알아챘는지 천천히 뒤에서 따라 걸어왔다

 

고아원에서 자란 아이는 언젠가 찾아올 두 가지의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첫째는 모험가다 모험가라는 직업은 딱히 배울것도 없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직업이다. 의뢰를 받아 남 대신 싸우는 직업임을 이 나라에서 인정해주고 있다

 

모험가라고 자칭하고는 있지만, 대부분은 도적의 집단과 다르지 않다. 대강 말하자면 항상 목숨을 걸고 약간의 벌이를 하는 셈이다. 대성공하는자는 미미한 정도에 불과하다. 그러나 고아원에서는 그 작은 가능성에 꿈을 꾸고 나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바로 나처럼 말이다.

 

둘째는 신세를 지는 것이다. 즉 어떤 개인 또는 조직에 팔리는 것이다. 아무것도 없는 아이가 일자리를 구하려면 이것 밖에는 없다. 남자라면 육체노동이나 검투사, 여자라면 좋으면 유곽, 나쁘면 부자들의 장난감이 되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쓸모 없는 목숨임에는 틀림 없다. 다소 운이 좋지는 않지만 말이다.

 

"어디로 가는 것이죠?"

 

"그건 내 입에서 할 말이 아니구나... 직접 들어라"

 

어느새 고아원에 도착한 우리는 고아원의 문을 열었다.

 

고아원은 여전히 어딘가 기울어져 있어서 강한 바람이 불면 무너질 것만 같았다. 문을 열 때 묘하게 삐걱거리는 소리도 여전히 그대로 였다.

 

아까 같은 굳은 표정을 지었던 나인즈 씨는 언제 그랬냐듯이 표정을 풀고 안을 향해 말을 걸었다

 

안쪽에서 발소리가 들려 왔다. 나는 기억하고 있다. 이것은 그녀다. 그녀의 발소리가 틀림 없어...

 

뒷골목을 걷는 동안 충분히 고민했을 터에도 불구하고 나는 어떠한 표정을 지으며 그녀를 만나야 할지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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