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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8화 - 새로운 맹세와 원치 않는 재회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장 카리아 버드닉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8화 - 새로운 맹세와 원치 않는 재회 -

개성공단 2020. 2. 7. 11:13

"대... 대성당 이라고?"

 

나는 씹은 담배를 입에서 떨어뜨리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대성당, 우리가 살고 있는 나라인 갈라이스트에서 국왕 직할의 종교 조직이며, 대개의 백성들은 대성당 교회에 소속되어 있다. 원래 이름은 대성교 였지만, 대성당이라는 호칭으로 불리다 보니, 대성교라는 호칭은 버려진지 오래다.

 

내가 들은 소문으로는 국왕 직할이라는 강력한 권력을 사용해서 돈을 모으는 조직들이라고 들은 적이 있다

 

"맞아, 대성당.  나는 몰랐었지만 나에게 마법의 소양이 있는 거 같데. 부호랑 색골에게 끌려가는 것보다는 나을꺼야 아마"

 

붕대를 다 감자 알류에노는 자랑스럽게 여기는 듯이 나를 바라보았지만, 그 모습은 불안함을 일부러 감추고 있는 듯 해 보이기도 하였다.

 

나는 머리 속이 혼란한 채로, 생각하는 것을 그만두어 버렸다.

물론 대성당은 육체나 정신이 혹사당하는 일 보다는 더할 나이 없이 좋겠지만, 나는 왜 대성당의 상급 귀족이 고아원의 아이 하나에게 관심을 보였는지는 모르는 것이였다.

 

"알류에노의 마법을 특수스러워 보인데, 대교황 휘하도 무척 마음에 들어하신다고 하나봐. 자세히는 모르지만, 나쁘지는 않을 거야"

 

나인즈 씨는 눈을 살짝 내리깔며, 알류에노의 말에 덧붙히듯이 말했다.

 

멍하니 않아 얼굴을 찌푸리는 나의 얼굴을 알류에노가 들여다 보았다.

 

"이봐 루기스1 좀 더 기뻐하라고. 소꿉친구인 내가 대성당에 들어간다 잖아"

 

"...보통이라면 기뻐하겠지만 말이야... 대성당 건은 나인즈 씨가 어느 정도 개입 되있었던 거겠지?"

 

나인즈 씨를 의심할 의도는 아니였지만, 무심코 그런 목소리를 중얼거리고는 말았다.

 

나인즈 씨는 살짝 코웃음 치며

 

"뭐야, 사람을 의심하는 듯한 소리를 내고, 나도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강제로 내보내고자 하는건 아니라고!"

 

길게 째진 눈동자를 깜박이며, 나인즈 씨는 의자에 앉았다. 그 표정은 언제나 봐도 같아서 무슨 생각을 하는지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 옛날부터 나인즈 씨는 저 모양 그대로 였다. 어디까지가 농담이고 어디까지가 진심인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나인즈 씨라는 여자는 정말이지 수수께끼한 여자 였다.

 

"그래... 네 말이 맞아 루시스. 내가 교회 쪽으로 이야기를 하긴 했지... 근데 말야 나도 대성당으로 갈 줄은 꿈에도 몰랐단 말이야"

 

그 말에는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 해버렸다.

 

대성당이란 말에는 두 가지를 가리키고 있다. 하나는 대성교 그 자체를 말하며,

또 하나는 대성당 직할지에 있는 본거지 자체를 말한다. 지방에 세워져 있는 교회와는 완전히 다르다고 해도 무방한 수준 인것이다.

 

"대성당이란건 북쪽 끝에 있는 곳이잖아요! 알류에노가 그곳으로 간다는 것인가요?"

 

"북쪽 끝이라니, 너무 그렇게 말하지마. 잠깐 신부수업 갔다 온다고 생각하면 돼. 아무 걱정 하지마!"

 

나인즈 씨가 대답하기 전에 알류에노가 말을 가로챘다.

 

떨어뜨린 씹는 담배를 줍는 손끝이 떨렸다. 너무 당황한 나머지 나는 혀를 깨물었다.

 

이런 사랑하는 사람을 기껏 만났는데, 그 사람은 아득히 먼 북쪽의 대지까지 가버린다고 한다. 그것도 대성당이면 쉽게 만날 수도 없을 것이며, 편지로 받는 것이 고작일 것이다.  그렇게 될 경우, 다음에 다시 만나는 것은 틀림없이 구세의 여정이 될 것이다.

 

안돼, 그것만은 절대 안돼.

그렇게 되어 버린다면 똑같은 일이 반복되는거야 마찬가지야

구세주라고 하는 남자에게 모든 것을 빼앗기게 되는 거야. 나는 그것만은 받아 들일 수가 없다.

그런 미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나는 이곳으로 되돌아온 것이다.

 

입술을 깨물면서, 깊은 생각을 하였다. 몸과 머리를 강화 시킬 생각을 했다.

 

"왠지 의외내... 루기스가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다니. 좀 더 편하게 받아들이면 안돼는 거야?"

 

아니면 나를 못 만나서 서운한 거야? ...라는 농담을 알류에노는 덧붙이며 말했다.

 

"당연하지. 안 그랬으면 이런 얼굴 하겟어?"

 

목에 겨우 힘을 주며, 그렇게 한 마디를 내뱉었다.

 

알류에노는 놀란 듯 쓸쓸함과 기쁨을 섞은 듯한 미소를 지었다.

아 물론 그 미소에 기쁨이 섞어 있다는 건 내 망상이지만...

 

그녀의 하얀 뺨이 살짝 붉어지고 있었다

 

"그럼, 루기스 너도 어서 훌륭한 모험자가 되어야지"

 


"맞아, 그게 제일이야"

 

나인즈 씨가 그러면서 말을 더 이어나갔다.

 

"이 나라는 실적을 올린 모험자에게는 주는 혜택이 많아진다. 그야말로 대성당에 세례를 허락받은 모험자 파밀리스의 예도 있지. 네가 모험자로 대성할수록 알류에노도 쉽게 만날 수 있게 될 거야"

간단하게 말하자면, 모험자의 세계는 거름과 다르지 않다. 대성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하늘에 떠 있는 별을 잡는 것과 같다.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는 직업이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실력만이 다가 아닌, 어느 정도 운도 있어야 하는 직업이다.

 

자리에서 일어나며 어깨를 가볍게 움직여 보았다. 통증은 이제 사라졌다.

 

"이거 먹어, 알류에노"

 

봉지에 들어있던 어묵을, 알류에노에게 던졌다. 그녀는 흔들리는 손으로 그걸 들었다.

 

"이거 좋아했잖아, 이번 보수는 그거 하나 사는 걸로, 냉큼 써버렸어"

 

씹는 담배를 입에 넣은 채, 이를 드러내고 웃었다. 이에 알류에노도 같이 웃었다.

 

"정말 바보같아, 이거는 고맙게 생각하고 천천히 먹을께. 오늘은 자고 갈꺼야?"

 

나인즈 씨도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는지 침대는 비워 있다며, 안쪽 방을 가리켜 주었다. 

하지만 그럴 수는 없다. 이러한 이야기를 들은 이상, 과거의 추억에 잠겨 잇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괜찮아, 아쉽지만 빨리 돌아가야지. 나는 모험자로 대성하지 않으면 안되니까. 다음에 만날 때는 두고 봐. 혹시 기사가 되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라고 웃으며 말했다.

 

알류에노는 순간 당황한 듯한 표정을 짓고, 어딘가 안도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그렇다면 안심이야. 언제든 기다릴께. 그리고 이거 받아"

 

가는 손가락이 연한 붉은 손수건을 내 손목에 감기 시작햇다. 분명 이것은 알류에노가 소중히 아끼는 보물 이였을 것이다.

어려서부터 보물처럼 아끼던 기억이 났다

 

나의 당황한 시선을 눈치 챈 알류에노는 이렇게 말했다

 

"괜찮아, 혹시 그 쪽에서는 물건을 반입 못하게 할 수도 있잖아"

 

그리고 그녀는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동화를 보면, 귀부인이 기사에게 손수건을 빌려주고, 기사는 그것을 몸에 지니고 싸우다 살아 돌아와서, 귀부인에게 그걸 돌려주잖아? 꽤 낭만스런 이야기지 않아? 나 대신이라 생각하고, 그냥 옆에 두어도 상관없어"

 

 

 

*

 

 

 

 

시내를 걸으면서, 손목 손수건을 보니까 자꾸만 웃음이 멈추지만 않는다. 

왠지 바보같으면서도 알류에노라는 소녀의 매력에 자꾸만 빠져 버릴것만 같았다.

 

딱히 과거로 돌아왔다고 해서 모험자로서 대성 할것이란 야망을 품지는 않았다. 내가 나인 것에는 변함이 없다.

지식이 했다고 해서 평범한 사람이 천재가 될 수 없는 것처럼, 덤불쥐는 아름다운 고양이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그런 우는 소리를 할 처지가 아니게 되었다.

이제는 변해야 한다. 알류에노를 다시 만나기 위해서 그리고, 같은 미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그런 새로운 뜻을 가슴에 품고, 술집의 문을 열었다.

 

"어 루기스..."

 

평소에 입을 거의 열지 않았던 마스터가 말을 걸어 왔다. 그러고는 턱을 긁적 거리며

 

"손님이 왔어..."

 

마스터가 손가락을 어느쪽을 손가락으로 가리키고 있었고, 그것을 보니

 

가게 안쪽의 고급 테이블에  일그러지고 위압적인 미소를 지으며 앉아있는 카리아 버드닉이 있었다.

 

결의를 새롭게 다짐한 바로 그날에, 나는 여기서 죽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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