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반응형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97화 - 최고이자 최악의 기회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4장 마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97화 - 최고이자 최악의 기회 -

개성공단 2021. 4. 7. 16:06
반응형

 

 

 

 

 

 

검의 일격에 의해

철과 같이 짜여진 근육이 갈기갈기 찢어져

두꺼운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여태껏 들어보지 못한 신체의 비명

들어보지 못한 참상에 베르그는 오열을 터뜨리며 가도를 굴렀다.

원래는 움직이지 말아야겠지만 그렇게 한 이유가 있었다.

 

한순간 후, 조금 전까지 자신의 머리가 있던 장소에 

번갯빛과 함께 보라색의 일격이 지나갔다

베르그는 무시무시한 피를 목덜미를 토해내고

그 광경을 보고 있었다

 

녹색 옷의 검객

틀림없는 자신의 주인 드래그만에게 덤비는 자

그 무기에 마성의 기색마저 느끼게 하는 인간

 

직감했다

그야말로 여기서 죽여야 한다

 

 

베르그는 자신의 죽음을 깨달았다

이제 이 큰 상처로는 

이 인간에게서 도망칠 수 있는 일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이다

 

비참하게 등을 찔릴 것인가

아니면 목숨을 걸고 이 자를 죽일 것인가

베르그는 딩연히 후자를 택했고, 말발굽으로 크게 도약했다

 

 

 

인간과 비교하면 거대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체구를 사용해

하늘로에서 땅으로 디디는 방법으로 적을 압살한다

베르그의 주특기인 무기였다

사실 베르그의 거구를 보고 도약하는 것을 상상하는 인간은 많지 않았다

 

수많은 모험자와 용병이 이를 앞에 두고 몸을 움츠리고 압살당했다

베르그는 허리에 달려있는 돌도끼를 치켜들고 소리를 질렀다

 

그것은 틀림없이 인간은 명함도 못 내밀 흉악함이었다

인간의 소부대라면 그 자체로 괴멸될 수 있는 위엄을 갖고 있었다

이 앞에서 죽음을 각오하지 않을 자가 얼마나 있을까

 

하지만 검객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괜찮냐, 엘디스?"

 

 

 

 

 

말 모양의 하체가 허공을 난 순간

피와 흙이 서로 더럽혀져 있는 가운데

아름다운 푸른 눈이 보였다

베르그는 순간 심장에서 큰 소리를 들었다

 

 

 

 

 

"물론이지, 내 기사여

그렇게 신경쓸 거 없다"

 

 

 

 

 

그 푸른 눈이 깜박이는 순간

베르그의 거구는 타락했다

본래의 물리 법칙을 왜곡한 것 마냥

그 자리에 추락해, 지면에 떨어지고 말았다

 

거구가 쓰러진 충격에 석판이 부서지고 

베르그의 갈기갈기 찢어진 목이 터져 피를 토해냈다.

 

당초 베르그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지 못했다

 

정령술

축복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것

때로는 자연과 동일한 모습으로

환영을 만들어 낼 수도, 목소리를 낼 수도 있는 신비

 

그러나 그 본질이 말하는 것은 파멸적인 속박이다

자연과 자신을 묶어놓고 동일화시키는 방법도 그중 하나였다

 

 

 

축복이란 일찍이 신들이 그것을 내려주는 대신

백성들에게 자유를 내어주기 위한 것

하지만 다른 말로 하면... 저주

 

 

 

베르그는 어금니를 깨물며 이 상황을 깨달았다

지금 나를 이 대지에 묶어 두고 있는 것은 정령술 그 자체

자기 주인 드래그만이 취급하는 것과 같다

저번에 막사에서도 같은 주술로 우리를 속박한 자가 있지 않았던가

 

실수했다

정령술을 사용하는 자가 있다면

아까 마법화살에 꽂혔어야 할 인간들이 사라져버린 것도 이해가 간다

그것은 환상의 병단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왜?

베르그는 땅에 동여맨 채 이를 갈며 꺼림칙하게 소리를 질렀다

 

 

 

 

"대체 왜 그러는 건가

요정이랑 엘프는 우리의 동포 아닌가?

바야흐로 마의 시대가 접어드는 이 판국에

어째서 인간의 편에 붙은 것인가?"

 

 

 

 

 

그것은 물음이었고 동시에 곤혹스러운 말이었다

마의 친척 관계이면서도 우리의 손을 뿌리쳤다

베르그로서는 틀림없는 배신으로, 그렇게 의문밖에 나지 않는 행동이였다

 

예전 같으면 몰라도

이제는 대마, 마인이라고 하는 막강한 통제자가 있는데

왜 마성끼리 서로 싸울 필요가 있는 것일까?

그런 의문마저 가득한 말이었을지도 모른다

 

손가락 하나 까딱 못하게 된 베르그에게 엘프의 여왕은 말했다.

 

 

 

 

 

 

"그 마의 시대의 끝은 대체 무엇인가?

위대한 마인님을 모시는 게 미래란 말인가?

싫군, 그런 미래를 맞이할 바에 그냥 부서지는게 좋겠어"

 

 

 

 

 

 

그녀의 목소리에는 공기가 떨리듯 경련했고 분노가 담겨있음을 알 수 있었다.

마치 경멸 자체가 응고된 듯한 말이었다.

 

목소리에 동조하듯 베르그에 쏟아진 저주가 

탁류가 되어 온몸을 휘저었다

 

 

 

 

 

"나는 여왕 핀 엘디스다

지난번처럼 다시는 부서지려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서 엘디스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여왕의 명령을 따르듯 저주는 곧 베르그의 거대한 심장을 파열시켰다.

 

한순간 그 거구가 경련했지만 곧 움직이지 않았다.

누가 어떻게 보아도 절명하는 짐승의 모습일 뿐이었다.

 

지난날, 용사까지 짓밟았던 마수는 조용히 듯 숨을 멈추었다

이제 그 이름이 더는 누구에겐가 알려지는 일도 없어질 것이다

 

 

 

 

 

"......이름 정도는 물어볼 걸, 낯익은 놈이였는데"

 

 

 

 

 

 

그런 루기스의 중얼거림을 잡아먹듯 엘디스가 그의 손을 잡고 말했다.

피를 말리는 이 전쟁터에서 전혀 어울리지 않는 삐진 말투였다.

 

 

 

 

 

 

 

"마수 이름을 외울 바에, 더 중요한 걸 외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

 

 

 

 

 

예를 들면 자신을 대하는 올바른 대하는 법

이런 거 말이야, 엘디스가 당연하다는 듯 그렇게 말하자

루기스는 어깨를 움츠리렸다

문장교병과 엘프의 병단이 좌우 건물에서 기다리고 있는

적의 마병을 제압하기까지 얼마남지 않은 시간이였다

 

 

아무리 속도를 중시한다 해도

혹시나 잠복했을 수도 있는 마성을 놓쳐서는 안 된다

뒤로부터의 습격을 당해 버리면 궤멸이니 말이다

 

 

루기스는 초조한 듯 눈을 흔들었다

멀긴 하지만, 시야 끝에 왕궁이 보였다

그 곳에서는 벌써 작은 불길이 치솟기 시작했다

 

 

 

 

 

 ◇◆◇◆

 

 

 

 

 

 

 

왕궁

고위귀족도 아닌 이상 발을 디딜 수 없는 이곳이

오늘만큼은 병사들과 마성의 발길에 짓밟혔다

 

검은 강검이 호사스러운 촛대를 끊을 듯이 휘둘러졌다

순간 촛대와 함께 마성의 피가 흥겹게 날아가 바닥포를 적셨다

 

시장에서 사려고 하면 금화를 많이 내놓아야 할것 같은 마루 천도

이제는 가격표도 붙지 않겠군, 리처드는 어이없다는 듯이 웃었다

이제 바닥에는 살점과 피, 그리고 마성의 체액만이 있었으니 말이다

 

 

 

 

 

"절반은 여기서 대기하라, 나머지는 날 따라오도록"

 

 

 

 

리처드는 강하게 잡은 검은색 검을 부들부들 떨었다

뭔가 좋지 않은 예감이 머릿속 깊이 떠오르고 있었다

 

이 왕궁은 말하자면 적의 본성

중심거점이라고도 할 만하다

 

하지만, 그에 비해 상당히 수비에 붙는 마성의 수가 적다

미미하게 남아있는 동료들의 연계도 전무하다

물론 양동작전이 성공한 결과라고 할 수 있겠지만

아무리 그래도 너무나 성공적이였다

 

 

 

리처드의 머릿속 무언가가 경종을 울리고 있었다

전쟁터에서는 일이 지나치게 잘 풀린다는 것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였다

오히려 경험상 나쁜 일의 전조인 경우가 훨씬 많았다.

 

지금 우리는 모르는 사이에 비탈길을 굴러 떨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런 예감마저 드는 리처드였다

 

하지만 지금 물러난다는 선택은 리처드에게 없었다

 

이제는 진격하는 길밖엔 없다

지금이 절호의 기회일 가능성도 있으니 말이다

 

 

 

왕궁 내의 길은 놀라울 정도로 달라지지 않았다

리처드가 아는 예전 그대로

옥좌로 가는 길도,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아마도 선왕의 위업을 무너뜨리지 않기 위해서라는 등의

말 같은것이 만연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옥좌로 향하는 동안 끝내 마성을 만나는 일은 한 번도 없었다

리처드의 머릿속에서 경계의 소리가 더욱 커지고 있었다

 

만약 마인이 왕궁을 버리고 바깥의 군과 합류했다면, 상관없다

그 정도는 얼마든지 예상했던 전개니 말이다.

상식적인 행동을 취하는 존재라면

우리들 또한 맞설 수 있는 가능성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만일 단 혼자서 여기에 남아 있을 것 같은 녀석이라면

그것은 최고의 기회이자 최악의 일이기도 하다

 

 

 

리처드와 부하의 강한 발걸음이 옥좌 사이를 짓밟았다

둔탁한 소리가 주위에 울려 퍼졌고 동시에 목소리가 들렸다.

 

무겁고 낮은, 거기서 열 같은 것도 나는 것 같은 목소리

리처드는 자기도 모르게 목을 만지작 거렸다

 

 

 

"이것은 분명 숙명이겠지... 숙명을 완수하라는 신의 목소리...

그렇다면 나는 그것을 받아들이기로 하겠다"

 

 

 

 

 

최악의 죽음이라는 것이 바로 거기에 있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