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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98화 - 용감한 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4장 마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98화 - 용감한 자 -

개성공단 2021. 4. 7.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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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인간에게 죽임을 당한 적이 있었지...
그것은 아마 나의 숙명일 테야..."





최저이자 최악의 죽음의 현현
통제자 드리그만은 그렇게 말하고, 돌아서서 옥좌를 등졌다.
얼핏 보기엔 천진난만해 보이는 그 모습과 대면한
리처드는 반사적으로 검은 검을 휘둘렀다

옥좌 앞에 어울리지 않는 금속이 스치는 소리가 하늘에서 울려펴졌다.

리차드는 깨달았다.
눈앞의 이형은 사람의 모습인데도 압도적인 존재감이 있었고
그것은 곧 마인을 가리키는 것이였다.
아무 말도 듣지 않아도 온몸에서 신경이 느껴졌다.

리처드는 저리는 손가락을 칼자루에 강하게 감으며 
시선만으로 등 뒤의 병사들에게 신호를 보냈다.
이것을 앞에 두고 병사들에게 부탁한다는 것은 무의미
그럴 바에는 병사들을 후퇴시키는 것이 나을 것이다



병들이 고개를 끄덕이며 몇 걸음 물러났다
그러자 리처드는 앞을 응시했다.
그쯤에서 그의 머릿속에서 울리던 종 같은 것이 뚝 멈추었다

이미 늦었다고 본능이 그렇게 말하는지도 모른다
리처드는 얼굴에 주름을 깊게 잡으며 한 발짝 다가섰다
마인의 강함마저 느껴지는 시선이 온몸을 태우는 듯 했다.





"왕도에 불을 질러놓은 게 자네인가?
상당히 지독한 수단을 썼군, 아주 놀라울 정도야"





마인은 아무런 감정도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럴듯한 말을 했는데도 거기에 담긴 감정은 거의 없었다
마치 가면이라도 매달고 있는 것 같았다

리처드는 입을 열어 당연한 듯이 말했다






"지독한 놈을 죽이려면, 지독한 수단을 쓰는게 정답 아닐까?"




리처드는 한발 더 다가갔다
대검이라고 해도 무방할 검은 검을 손에 들고 턱수염을 흔들었다.
한발짝 다가갈수록 장기에 뭔가가 파고드는 것 같았다
그리고 마치 공기가 중량감 있는 액체로 변한 것 같았다.






"놀랐어, 통제자라는 이름에 말이야
틀림없이 습격당하기 전에 마수들을 데리고 도망쳤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혼자서 상대한다니, 목숨을 내던지려는가
그렇게 입술을 튀기면서 리처드는 무릎을 살짝 굽혔다

리처드는 여기가 한계라고 직감했다

아직 마인까지는 꽤 멀다
하지만 이제와서 도망칠 순 없다
리처드는 목덜미에 한기를 느끼며, 손목에 힘을 쥐었다

드래그만은 팔을 번쩍 들어 손바닥을 펼치며 말했다.





"재밌는 소리를 하는 군
내가 왜 인간을 상대로 살금살금 도망쳐야 하는가
자네는 날벌레를 앞에 두고, 집을 버리는 일이 있는가?"




말을 마치자 드래그만의 펴진 손바닥이 닫혔다.
그걸 시야에 넣은 찰나 리처드는 바닥을 세게 걷어찼다
그는 거의 몸을 내던질 듯 오른쪽 전방으로 뛰었다.

순간 소리가 큰 소리가 났다
그것은 마치 물건을 억지로 뜯는 듯한의 붕괴음이였다

리처드는 그것을 곁눈질했다
바로 한순간 전에 자신이 발을 붙이고 있던 장소의
공간이 모두 비틀려 가는 모습을 말이다
마룻돌이 부서지고 천장이 비명을 지르며 몸부림치고 있었다.

무너진 바닥 돌 조각이 뺨을 도려내면서 상처를 만들었다
리처드는 흘러내리는 피를 닦지도 못한 채, 자세를 다시 잡았다

한순간도 방심할 틈이 없다
이번에는 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적을 베어 죽이기 위해서 앞으로 달려갔다.
피부를 기어가는 한기가 더욱 농도를 높여 갔다



그 사이 리처드의 머리 속에 하얀 소녀의 모습이 떠올랐다
마성과 뒤섞인 것... 정체 모를 마... 
새삼 후회가 리처드의 가슴속을 기어갔다



 

역시 루기스가 무슨 말을 하든 죽였어야 했다.
그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말이 머릿속에서 굴러 나왔다.





소녀는 말했다
통제자 드래그만의 근원
즉 마원은 축복의 업보도, 대지의 서 있는 한 죽음을 막을 권능도 아니다
그것들은 모두 정령신 제브릴리스가 그에게 선물한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그의 마원은 단 하나

그의 별명인 통제, 그것이야말로 그의 존재 증명
그 녀석은 말야, 굉장한 미련이 있어
모든 것을 통제하고자 싶은 거 말이야

그 말은 참이었다
눈앞의 괴물은 자신의 손바닥으로 공간
그 자체를 쥐어 으깨는 압도적인 위협을 선보였다
마치 공간을 통제하고자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 아이를 죽였어야 했어
...라고, 리차드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떤 인간이든 마성이든 자신의 정보가 나돈다는 것은 큰 약점이다.
사람이 명함도 못 내밀 마수가 그것의 성질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인간에게 내몰려져 상대할 수 있게 된 것과도 같았다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은 그것만으로 충분한 우위
무기도, 버릇도, 그 능력도 뭐든지 알려지면
아무리 강자라도 승리를 거머쥐기 어려운 법이였다

때문에 능력 있는 마성의 종류일수록 자신의 성품은 감추려고 한다
목격자는 모두 잡아먹고, 가능한 한 표면적으로는 나서지 않았다
마성들은 그것이 으뜸의 방법이라는 것을 그들은 잘 알고 있었다

마인 같은 괴물이라면 더더욱 그럴 것이다
그런데도 하얀 소녀는 그 권능을 잘 알고 있었다
그것은 곧, 상당히 이 마인과 가까운 존재였다는 것
인류종의 적측이었다는 것이다.

후회가 남는 군
그런 생각이 한순간 리처드의 뇌리를 스쳤다



하지만 그런 일말의 후회조차 용서하지 않는다는 듯
드래그만의 왼손이 리차드의 체구를 겨냥했다.
그것이 나타내는 것은 확실한 죽음이였다



피해야 하나
아니야 거리가 매우 좁다
망설일 틈은 없다



흑검이 중력을 디딤돌로 삼아 허공을 후려쳤다.
칼끝이 멋진 타원을 그리며 드리그만의 왼쪽 손목에 닿았다

리처드는 짧은 거리를 이용해
검은 검을 이용해, 드래그만의 살을 향해 날렸다
동시에 핏방울이 조금 튀었다

그리고 그것만으로 끝났다
흑검은 드리그만의 살을 도려내지도, 뼈를 부러뜨리지도 못했다

리처드는 반사적으로 눈을 부릅떴다
혼신의 일격은 설령 힘이 조금 빠졌더라도
적의 살만큼은 양단되어야 했다
적어도 팔을 구부러뜨릴 정도는 확실히 해냈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흑검은 드래그만의 왼쪽 손목에 닿았음에도
그저 약간의 피를 토해내게 하는 것에 그쳤다
혈육을 찢어야 할 날카로움도, 뼈를 짓눌렀어야 할 충격도 없었다

이게 무슨...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상황이
현실의 리처드에게 있었다





"너는 용감한 자로군
한낱 인간에게 상처를 받은 것은
이미 기억에 없을 정도로 오래간만이야"




그 담담한 말을 듣고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리처드는 마인이란, 인간이 항거할 수 없는 종이라고 들은 적이 있었다

존재 자체가 다른 것이라고
동화 속의 인물이 아무리 강한 자라도 이길 수 없다고
하지만 한 가지 아는 것이 있었으니 

마인을 죽이고 싶다면, 그 자 역시 마인이 될 수 밖에 없다
그런 말을 어디선가 들은 기억이 있었다


리처드는 숨을 몰아쉬며 그 자리에서 걸음을 멈추었다
느릿하게 그의 몸에서 힘이 빠지는 것을 보고 드리그만은 감탄하기까지 했다.

지금 한 번의 합으로
힘의 차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을 상대가 감지한 것이다
그래서 죽음을 각오하고, 몸에서 힘을 뺀 것이였다

그것은 인간에게 얼마나 드문 일이였던가
대개의 사람은 추악하기만 하다
하지만, 이렇게까지 깨끗한 사람은 실로 드물었다

드리그만은 손바닥을 펼치고, 가까이에 있는 그 자의 머리를 겨냥했다
그대로 한순간에 때려죽여 주는 것이야말로
자신이 할 수 있는 가장 큰 자비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그 연민이라는 이름의 공격이
드래그만의 몸에서 나오는 순간...



어떤 검은 색이 허공을 맴돌았다
쇳덩이가 천둥 번개로 여겨질 만큼 날카로움을 가지고
드리그만의 머리로 향해 달려들었다

속도는 느렸다
하지만 방금 전의 일격 보다는 반응이 훨씬 좋았다
리처드는 마치 쓴 벌레를 씹은 듯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싫은 일을 떠오르게 해주는 군
아... 좋아, 오랜만에 용사 노릇 한 번 해보자
모조리 죽여 버리겠어..."





용감한 자라고 
일찍이 그렇게 불렸던 인간이
검은 색의 검을 휘두르며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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