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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35화 - 하늘거수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35화 - 하늘거수 -

개성공단 2021. 4. 13. 20:00






갈라이스트 왕국의 동쪽에 위치한
독립자유 도시 지역보다 더 동쪽
대륙 동방부 일대는 마법국가 볼버트 왕조의 지배 아래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마법사가 생겨나고, 사라지는 장소라고 불렸다

마법문화를 짙게 이어가는 이 땅에서
마법은 일상생활에 뿌리 깊게 박힌
뗄 수 없는 것이라 해도 좋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이질적인 취급을 받을 수 있는 마법도
이 지방에 있어서는 좋은 이웃에 지나지 않았다

마법사가 마를 담은 돌은 밤을 황황히 비추고
의술로는 결코 아물지 않는 상처가 마법의 이름으로 완치되었다



볼버트 왕조의 마법 수준은
대국 갈라이스트에 비교해도 넘사벽 수준의 것일 것이다
비견할 만한 존재를 찾을 수조차 없다
아무튼 이 나라의 마법사는 다른 나라의 마법을 미개하가고 부르니 말이다


그렇다고 마법이 모든 것을 해결한 것은 아니다
아무리 마법의 영광이 빛날지언정
누구나 그 은혜를 입은 것도 아니였다
또 마법의 존경을 받는 마법사와 그렇지 못한 자들의 간극은 끝이 없었다

마법을 지고의 것으로 만드는 그 무관용이야말로
이 국가와 지역의 상징이며
그리하여 미개한 국가 갈라이스트 왕국을
아직도 따라잡지 못하는 가장 큰 요인일 것이다

마법의 빛이 아름다울수록 그들은 다른 것에도 눈을 돌리지 못했다

하지만 그 영광의 불빛도 대재해라는 끊임없는 폭풍 앞에
어느 때보다도 그늘을 드리우기 시작하고 있었다




"아... 배고파, 살아있다는 것은 배가 고프단 거야
나는 배가 고프니까 계속 산다는 거지
계속 배부른다면, 살 맛이 나겠단 말이지
어떻게 생각해? 너도 그렇지 않냐?"




그 말은 내던지듯 입에서 흘러 나왔다
소리를 낸 것은 몸집이 큰 사나이
하지만, 인간은 아니었다

얼굴은 날개로 덮여있고
입에는 인간의 머리를 통째로 삼킬것 같은 부리가 달려있었다
그리고 두 팔은 날개가 기묘하게 변형돼
일그러진 듯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그는 날개를 재주 있게 움직이면서
눈앞의 인간의 머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계속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계속 묻고 있었다
여자인간은 대답하지 않았다
아니, 이젠 대답할 기운도 남아 있지 않았다고 해야 옳을 것이다

여자에게는 두 팔이 없었다
선천적인 것이 아니라 물어뜯긴 듯한 상처가 보이고 있었다
피를 펑펑 쏟아냈을 텐데도 그녀는 결코 의식을 잃지 않았다

여자에게는 두 다리도 없었다
이 또한 팔뚝과 같다
억지로 팔다리를 찢겨 버린 것이였다




그런데도 아직 그녀는 죽지 않았다
정신을 잃었어야 함에도
고통을 계속 느끼며 정신이 유지되고 있던 것이였다

그것은 그녀가 마법사였던 탓일까



 아니면 큰 새의 모습을 한 마인
독극물 쥬네르바의 영향인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단지 여기에서 알 수 있는 사실은
아직도 여자는 쥬네르바의 장난감이라는 것이였다

쥬네르바는 대답이 없자 한숨을 쉬었다
무심코 부리가 여자의 어깨 살을 먹었다
여자가 오래간만에 목소리를 흘렸다
오열과 비명처럼 들리는 목소리였다





"크하하, 대단하군, 대단해! 웃음이 나올 지경이야!
이건 칭찬이야, 인간이 이런 일을 저지를 줄은 몰랐거든
적어도 제브릴리스 시대에서는 상상도 하지 못할 일이야"




그렇게 말하며 쥬네르바는 그것을 올려다보았다
볼버트 왕조를 구성하는 5대 도시의 하나
그 도시가 지금 옅은 녹색의 반짝임으로 뒤덮여 있었다

대규모 마법 결계 및 경계 마법 중 하나
자신과 적을 제외한, 절대 수호를 약속하는 것
그것이 도시 하나를 완전히 뒤덮고 있는 모습은 장렬했다

남의 나라 사람이 마법 결계를 다루더라도
자기 주변이나 공간을 가리는 정도가 한도일 것이다
소규모 마을에 대해 결계를 치는 것 조차 불가능 하겠지
이렇게 할 수 있는 것은 볼버트 왕조가
거국적으로 마법의 예지를 구했기 때문임에 틀림없었다

당연히, 아무런 대가가 없는 것도 아니지만
기력을 계속 유지하면 도시내의 인간은 목숨을 구할 수 있을 것이다

어쨌든 지금 이 결계가 존재하지 않으면
도시 하나가 통째로 쥬네르바의 먹잇감이 되는 것을 생각하면
대가가 비싼 것도 아니였고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지키며 죽을 수는 있을 것이다




어쨌든 마인을 타파하기 위해 파견된 정예 마법병들이
지금 이렇게 쥬네르바의 손아귀에서 식량이 되고 있었다
정면에서 맞선다고 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뻔했던 것이였다

하지만 쥬네르바는 놀랐다
과거 자신을 보고 도망치기만 하던 인간들이
피를 토해내면서 까지 이렇게 저항하다니...


쥬네르바는 독수리 같은 눈을 찡그리며 하늘을 쳐다보았다
희미하게 그림자가 보이고 있었다




"와우, 장난 아닌데? 하지만 이것 뿐인가?"



지금까지 갖고 놀았던 여자의 창자를
거리낌없이 쥬네르바가 부리로 파고들었다
이제는 억지로 쥐어볼 필요도 없어졌기 때문이었다

혈육이 튀고, 문자 그대로 창자를 산 채로 먹히는 격통이
여자 속을 기어다녔다
오감 모두가 그 고통 하나에 짓뭉개지고
망가져 가는 감촉이 있었다
너무 큰 자극은 여자의 사고마저 빼앗아 갈 터였다

하지만 여자에게도 고집이란 게 있었다
그녀는 자랑스럽고 영광스러운 마법사였기에
그러니까 마지막 순간에 적이 큰소리치며 방심할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으어으어어으어ㅓ어 죽어어엉,어"




그것은 주문이라기보다는 이미 저주에 가까웠다
쥬네르바가 벌어진 입을 향해 여자의 피가 튀었다
이들은 검과 창으로 변해, 쥬네르바의 입 안을 향해 찔러갔다

마력이 통하기 가장 쉬운 것은 바로 혈액이다
혈액은 마법사의 마력에 태어날 때부터 익숙해져 왔고 
그 특색을 무엇보다도 알고 있는 존재이기 때문이였다

여자의 혈액은 굳어진 오직 살의만을 가지면서
쥬네르바를 죽이기 위해 신음소리를 냈다
어짜피 자신 또한 죽을 터이니, 하고 여자는 눈을 떴다

알록달록한 저주와 함께 뿜어져 나온 혈액의 무기들이 있었다

하지만 용감하게 행동했던 그것들은
쥬네르바의 몸에 조금도 해를 가하지 않고, 녹아갔다



아니... 혈액뿐이 아니였다
여자의 피부, 이빨, 뼈, 장기들
그것들이 순식간에 녹아내렸다
더 이상 비명을 지를 수 없게 되자 여인은 끝내 실신했다

이제는 통증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는
온몸이 뜨거운 물로 변하는 필설하기 어려운 감촉에
사로잡힌 채 대망의 죽음을 맞이한 것이였다

그 죽음이 임박했을 때
여자는 하늘에서 그것을 보았다
그러고는 말없이 절망을 품고 죽었다





"이제서야 도착한건가
이제 드디어 우리의 시대가 시작되었군"





쥬네르바는 자신이 용해한 여인에 관심도 주지 않고 하늘을 보았다

시야에 비치는 것은 하늘 그 자체를 온통 뒤덮는 듯한 큰 날개
거구에 햇빛이 모두 가리자, 그 자리는 이른 밤을 맞았다
그것은 바로 쥬네르바 처럼 하늘을 고향으로 하는 자들의 왕



하늘거수, 대마 브릴리간트



용이 짖었다
일찍이 잃었던 스스로의 심장을 찾듯
하늘의 패자에서 밀려난 자신을 모멸하듯 말이다

그것은 이미 그 자체가 위협이였다
사람을 쉽게 죽이는 용의 브레쓰
그 어떤 인간이든 그를 견뎌낼 수 없을 것이다

빠지직, 도시를 뒤덮던 마법 결계가 무너져 내리는 소리가 났다

그 충격에 대다수 인간이 학살당하고
죽음을 피해 도망가는 자도, 한 가지를 깨달을 것이다
이 대재앙 앞에서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대마, 마인... 재해급인 그들을 앞에 두고
철의 검도 축복에 찬 화살도, 뛰어난 마법도 모두 의미를 잃었다
홍수를 앞에 두고 칼을 겨눈 것은 아무 의미가 없고
폭풍우를 향해 화살을 쏘는 것도 아무 의미가 없듯이 말이다

아무튼 이제 이 도시의 명운은 결정되고 있었다

요새거수 제브렐리스를 앞에 두고
난공불락 요새인 스쉬프 성채가 함락의 쓰라림을 맛보듯
기적도... 자비도... 구원도 없었다


이 날 볼버트 왕조의 5대 도시 중 하나는 재해를 앞두고 소멸했다

가옥도 도시를 뒤덮은 성벽도, 마법사도, 그렇지 않은 자도
어느 종도 평등하게 하룻밤 사이에 사라져 갔다

대지의 일체를 먹어치우는 제브릴리스와 쌍을 이루는 존재, 브릴리간트






이 사악한 용의 존재로
볼버트 왕조 및 대륙 동부지방 일대는
절대적인 마법신앙을 모조리 상실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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