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62화 - 영웅된 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62화 - 영웅된 자 -

개성공단 2021. 4. 26. 01:36






성벽 도시 갈루아말리아보다 멀리 떨어진 상공
마조는 그 큰 입을 유들유들하게 벌리며
새답지 않은 울음소리를 내며 몸집을 흔들었다




"이야... 라브르 만전을 다한거야?
고작 인간에게 상처를 받을 줄이야
옛날 같았으면 그런 일은 없었을 텐데"




새소리 보다는 비웃는 듯한 목소리
라브르에겐 낯익은 목소리였다

라부르와 마찬가지로 대마 브리간트를 섬기는 마인, 독극물 쥬네르바
그가 자신의 종복을 거쳐서 목소리를 들려주고 있을 것이다
익류왕인 그에겐 그 정도 일은 껌이였다

라브르는 수중에 검은 눈의 마법사를 안은 채 평소와 같은 모습으로 말했다
목이나 옆구리가 칼에 찔린 통증은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쥬네르바, 싸움터에서 만전을 가하고 말고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즉시 정정하세요, 그저 인간이 그 자리에서 저를 앞질렀다는 것 뿐"





라브르는 커다란 깃털에 몸을 맡기며 말했다

그것은 그녀에게 엄연한 사실
설령 내가 만전을 가하지 못하든 적에게는 아무런 관계도 없다
변명 따위는 세상에서 가장 쓸모없는 짓임을 라브르는 알고 있었다

하지만 쥬네르바는 전혀 납득하지 못하는 듯했다
그것은 그의 성격이기도 하고, 그 긍지이기도 했다
마인이 인간에게 뒤지는 일은 본래 있을 수 없기에 말이다

마인이란 재해이며, 대마 이외에 있어서는 절대적인 존재일 것이다
예외였던 것은 인간 영웅 아르티아뿐

쥬네르바는 그 시야에서 조금 전의 광경을 떠올렸다
초록색 옷으로 몸을 감싼 그 남자
확실히 인간 중에서는 이물질인 격이였다
이치를 벗어나기 시작하고 있는 것도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아르티아에 비견된다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그만큼 아르티아는 유일무이한 존재였다



쥬네르바는 어찌 보면 매우 순수한 마성이었다
그는 인간을 지독하게 깔보고 있으며 모멸하기까지 했다

인간은 비열하고 연약하며
동지간에 곧 싸움을 걸어 배신을 일으킨다
그러니 경멸할 만한 존재였다

하지만 아르티아만은 달랐다
그렇기 때문에, 쥬네르바는 인간이라고 해도 아르티아에 경의를 표했다

그 자는 혁혁한 몸짓으로 조금의 약함도
드러내 보이지 않고 이 세상의 모든 마를 제압해 보았다
그 만큼 아르티아는 매우 강한 자였다

쥬네르바가 궁리하고 있는 것이 라브르의 시야에도 들어왔을 것이다
한숨이라도 쉬듯 고개를 갸우뚱하며 라브르는 입을 열었다




"당신의 평가는 언제나 일방적이에요
그건 옳지 않습니다, 저는 그에게 평가를 내린 거에요
즉시 정정하도록 하세요"


"흠... 뭔가 부럽군
사랑하는 라브르로부터 평가를 받은 인간이라니
질투를 하라고, 그래서 살려준 건가?"




마치 감정이 담겨 있지 않은, 농담인 듯한 목소리였다
라부르는 경멸스러운 마음으로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쥬네르바가 자신을 향해 호의에
가까운 감정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라브르에게는 그 본질적인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였다

그래서 한마디만 했다




"네, 어쨌든 이제 문제될 건 없습니다
저는 목표를 완수했으니까요
심장, 대량의 피, 그리고 새로운 마성"





모든 것에 만전을 기했다고 라브르는 말했다
그것은 틀림없는 진실이며
이제부터 인간들이 어떻게 발버둥친다고 해도
달라질 수 없는 사실이였다

이제 라브르, 그리고 쥬네르바에 이르러서도 할 일은 적다
느리고 세련된 손놀림으로 라브르는 손아귀에 있는
인간의 눈꺼풀을 따라간다

가장 우려했던 심장의 대가가 이렇게 손에 들어왔다
이제 주요 대마 브리간트가 그 전성기를 되찾는 것 뿐
자신들이 더 이상 할 일은 없을 것이다

대마 브리간트란 바로 끝의 상징이니까





 ◇◆◇◆






부장 하인드는 의자에 걸터앉아 숨을 크게 내쉬었다
시야는 눈의 흰색과 삼림의 검은 색이 서로 뒤섞여 있었다
도저히 안정이 되지 않는 색감이였다

장군의 딸 피에르트를 데리고 간 마조는 저 멀리
그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버려진 여인숙 안에서 문장교와 볼버트 군은 말없이 침묵 속에 있었다

문장교병 볼버트병 모두 숨어있던
병사들조차 얼굴을 내밀고 대처에 나섰지만
너도나도 침통한 표정이었다

당연하리라고 하인드는 어금니를 깨물었다
문장교군과 볼버트군, 그 사령관들이 모여들었지만
마인 하나에게 농락당하며 끝나버렸다

놈들의 속셈이 뭔지 알 수는 없지만
현재 이 쪽은 인물 하나가 납치되었다
할 수 있는 것은 병사들에게 진정하라는 것 뿐이였다



그들 속에는 억울함과 굴욕
그리고 숨길 수 없는 무력감이 떠오르고 있었다
하인드라고 해서, 허락된다면 좌절하고 싶은 편이였다

하지만, 본래 가장 격정을 나타내고 싶을 자가
어딘가 필사적으로 평정을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여기서 쓸데없이 말과 감정을 흘리는 것은 그에게 모욕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하인드는 입술을 깨물고 필사적으로 목소리를 죽였다

마스티기오스는 간간이 신음소리를 내며 그 한 팔을 치료받았다
스스로의 번개가 역류했던지
얼마 되지 않아 피와 살이 타는 냄새가 테이블 너머로 느껴졌다

문장교군 사령관인 루기스도 가볍게 치료를 받으며 담배를 피웠다

기묘한 공간이였다
본래 적대해야 할 총사령관 두 사람이
지금 여기서는 적의조차 보이지 않고 서로 마주보고 있었다





"...루기스 사령관님."





하인드는 무심코 그 남자에게 말을 걸어 버렸다
그 날카로운 두 눈동자가, 휙 이 쪽을 향해 왔다

왜냐하면, 무엇인가 소리를 내지 않으면
하인드는 참을 수 없을 것 같았다
시야가 흔들리고 머리가 어떻게 될 것 같았단 말이다

하지만 자군 중에는 불평할 상대도 없었다
어찌 보면 적군인 루기스이기 때문에
스스럼없이 말을 걸었을지도 몰랐다




"우리는 일시 철군할 것입니다
장군이 부상한 이상, 더 이상 전투를 벌일 순 없습니다
당신은 어떻게 하실 예정이십니까?"






그것은 하인드의 망설임이 그대로 말로 나온 것이었다
마스티기오스가 다친 이상 지금처럼
공성전을 계속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다

마인 라브르가 사라졌다고는 하지만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도 않았다
앞으로도 볼버트군은 여전히 서진을 계속해야 할 것이니 말이다

마치 매달리는 듯한 목소리로 하인드가 말했다
반면 루기스는 부담 없이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할지, 이미 정해져 있어, 말하지 않았나?"




담배를 입술에서 떼고
흉터를 감추지 않는 얼굴이 하인드를 응시하고 있었다
하인드는 심장이 묘한 쿵쾅거림을 내는 것을 들었다





"변한 건 없어, 인간에 적대하는 대마
그 마인들을 이 대지에서 태워버리는 거야"




하인드는 자연히 자신이 심하게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있음을 알았다
눈에 찐득찐득한 경련은 덤이고 말이다
그는 손가락을 가볍게 움직이며, 입을 벌렸다





"뭐....뭐야? 어떻게 그런 말을 단순히 하는 거야? 당신도 봤잖아!"



그래....
어떻게 그런 말을 할 수 있지?
방금 마인의 힘을 느끼고도 말이야

마인은 강대한 자들
놈들은 그곳에 있는 것만으로
쉽게 사람의 심장을 움켜쥐고 정신을 빼앗아 간다
인간은 그 압도적인 존재감에 뱀의 눈 밖에 난 개구리처럼
움츠러들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인드라고 라브르 앞에서 떨지 않았다면 거짓말이다
얼마나 큰 벽이든 뭐든 녀석들 앞에서는 부서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대체 이 녀석은 어째서 그러는 거야?

루기스는 순간 놀란 듯 눈을 떴지만 그래도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그것밖에 없으니까 말이야
녀석들은 인간의 목숨 따위는 먼지 정도로 생각하는 거야
지금 여기서 누구나 무릎을 꿇으면, 인간은 대대손손 그들의 가축이 될거야
좋을 때로 뒤지고, 짓눌러지는 시대가 온단 말이야
사랑했던 여인 하나 조차 지키지 못하는 시대가 온단 말이다"



하인드는 이때, 왜 이 남자가 영웅이라 불리는지, 알게 되었다

그의 말 하나하나에 묘한 매력이 있었다
구렁텅이에 빠진 마음을 억지로 긁는 듯한 말
그는 사람이 본래 발길을 멈추게 될 곳에서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광적일 정도로 앞만 보는 것 같았다

마치 포기를 모르는 사람...

그렇기 때문에 보통 사람은, 그에게서 눈을 뗄 수 없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은, 그의 등을 쫓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하인드가 그것을 느꼈을 때는 이미 다른 목소리가 들리고 있었다
낮으면서도, 동시에 땅속에서 흘러나오는 듯한 목소리...




"루기스 씨, 당신은 마인을 죽였다고 들었다, 정말인가?"


"거짓말은 하지 않아
그렇다고 나 혼자 죽인건 아냐
당신도 봤잖아? 저 녀석들 상처도 나고, 도망도 갔어
그렇다면 강하든 뭐든 승산은 있겠지"




어느새 마스티기오스가 그 눈을 뜨고 있었다
얼굴 표정은 이제 온후함과는 거리가 먼, 감정에 차 있었다

이제 마도장군의 위엄보다는
마스티기오스 본래의 암팡진 얼굴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라브르도, 브리간트도 죽일 수 있을 것인가?"




이상한 분위기가 있었다
어느새 공기는 눈이 증발할 것 같을 정도로 뜨거웠고
그 중심엔 두 남자가 있었다

동시에 너스레를 떨듯 루기스가 말했다





"장군 당신에 협조해준다면 모르지...
어떻게 할 거야? 심부름하다가 토사구팽 당해 죽을래?
아니면 우리 편으로 와, 싸우다가 죽을 거야?"


"어느 쪽이든 그지 같은 선택지군
하지만 이왕이면 녀석들 눈에 보이다 죽으면 좋겠지
안 그런가? 루기스 씨?"





순간 번개가 세차게 뿜어졌다
굉음이 울리고 마법의 진수가 주위를 뒤덮었다
이제는 뭔가의 자물쇠를 잃은 듯
마의 포효가 주위 곳곳에 퍼지기 시작했다

얼마 안되는 목격자밖에 없는 가도의 만남은
나중에 크게 각색되어 전해진다
서로 수만 명의 군세를 거느렸다느니
장군의 딸이 그 자리에서 문장교군의 영웅과 혼인을 나눴다느니 말이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갈라이스트 신왕국과 볼버트군
이 두 사람은 틀림없이 이 자리에서 처음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