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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64화 - 말라 떨어지는 대지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64화 - 말라 떨어지는 대지 -

개성공단 2021. 4. 26. 02:27




볼버트 병사들과 같이 가도로 나온 부근
병사들의 비명이 귓전을 때렸다
그것은 마치 짐승의 울부짖음 같기도 했다

시야에 뚜렷이 비치지 않았지만
하지만 그것을 듣는 것만으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는 용이하게 상상이 갔다

전쟁터
끝나 있어야 할 전장이 아직도 갈루아말리아에서 숨쉬고 있다
이 전장의 음악은 그 증거이겠지




"어이, 볼버트 군은 멈춰선 거 아니였어?"

"루기스 사령관, 미리 사과하겠다
어느 군에서나 규율에 얽매이지 않는 자는 존재하는 법이다"




내가 말을 줄지어 가도를 달리며 말하자
볼버트 군 부장 하인드는 언짢은 표정을 감추지 못한 채 대꾸했다
군인답다고 해야 할지, 마법사답지 않다고 해야 할지
표정에는 감정을 감추겠다는 의도가 도무지 보이지 않았다
미안한 감정이 하인드의 눈에 깃들어 있었다

그 말의 상태를 듣건대
아무래도 그에게도 이것은 예상 밖의 일이었던 것 같다

그렇다면 지독한 사태지만 최악은 아니였다
물론 근본부터 볼버트군에 배신당했다면 그야말로 어쩔 수 없겠지만 말이다

부장이 제멋대로 이를 갈고 있을 뿐이라면 어떻게든 방법은 있다
나의 미간 주위는 뜨거웠고 이가 딱딱 맞물렸다




"두 분, 잠시만 기다리세요!"




고삐를 꽉 쥐며 말을 달리게 하자
앞서가던 볼버트 병사가 손을 번쩍 들어 외쳤다
그 표정은 투구로 선명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말투에는 초조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 모습은 무슨 일이 있다는 듯한 것이였다

젠장할, 설마 벌써 갈루아말리아가 함락되었다는 등의
정보가 들어온건 아니겠지
카리아가 있는 한 그런 일이 그렇게 일어날 것 같지는 않지만...

볼버트 병사는 숨 돌릴 틈도 없이 슬쩍 박자를 늦추며 말했다




"가도에 마족이 나왔습니다!
지금 응전을 벌이고 있습니다!
조금만 대기해주시길 바랍니다!"




나는 그 말에 무심코 표정을 일그러뜨리고 미간을 찌푸렸다




물론 지금은 재해의 시대
마수 마족의 종류 따위는 어디에 나와도 이상하지 않다
차라리 사람이 나오는 편이 드물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조금 정도는 때와 경우를 가렸으면 한다
초조한 마음에 입안에서 혀를 차는 동시에 한 목소리가 들렸다

그것은 들어본 적이 있는 상당히 그리운 목소리였다




"자...잠깐만, 누구보고 마족이라 하는 겁니까?
저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자랑스러운 마수입니다
그런 기분 나쁜 패거리와 함께 하지 않았음 좋겠는데요"





한없이 밝은 목소리와
동시에 신음소리를 내며 날아오는 병사의 몸
양쪽이 눈을 뒤집으며 튀어오르고 있었디

병사는 소리를 내는 걸 보니 살았겠지만 그래도 뼈는 부러져 있을 것이다
아니, 오히려 그것이 행운으로 봐야 할지도 모른다

어차피 놈이 진짜 하려고 했다면
그 자리에서 죽이는 일도 가능했을 테니 말이다

놈은 시야 끝에서 천천히 걸어 이쪽을 향했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하면서 말했다




"뭡니까, 루기스?
당신이 저를 부른 것은 비밀리에 저를 죽이기 위해서 입니까?
인간이란 참으로 알 수 없는 생물이군요"




활짝 열린 마안
단정한 소년의 용모에 어울리지 않는 두 개의 뿔
잘 못 볼 수 있을리가 없었다

감옥마수 도하스라
감옥 베라에게 몸을 묶여있던
아르티아의 마수

나는 주위에 있던 병사들을 말리듯 손을 휙 내저으며 입을 열었다




"에이 설마, 정말 죽이려면 오래 전에 했겠지
것보다 좀 늦었네, 난 어디 도망쳤나 했는데 말이야"




도하스라는 그 마안을 뜨고 어이없다는 듯이 대꾸했다
어린 용모가 어른같은 표정을 짓는 것은 정말로 이상했다

그를 불러들인 것은 당연히 나 자신의 행동
도시 필로스를 나오기 전 안에게 간곡히 부탁을 해 준비를 했다

어쨌든, 이 전쟁에 이르러
우리들은 병수도 그 질도 볼버트를 당해낼 수 없을 것이다
바로 마수의 손이라도 빌리고 싶었다는 게 속마음이였다
만약 도하스라가 참전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전력이 될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전쟁 개시에는 전혀 늦었지만...

이것은 아마도 안의 솜씨가 나빴던 것이 아니라
도하스라 자신이 그다지 내키지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나도 오고 싶지는 않았어요
그녀의 명령만 없었다면 말이죠"





도하스라가 따르는 그녀
그런 것은 이 세상에 단 한사람
즉 아르티아 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튼 아르티아는 그에게 명령했었다

영웅이 올 때까지 감옥을 수호하고 나중에 반지를 낀 영웅을 따르라

지금 반지의 한쪽은 엘디스에게 있고 다른 한쪽은 내 안에 있다
어중간한 형태긴 하지만, 도하스라가 아르티아에 충실한 이상
나의 말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겠지

그렇다고는 해도, 아르티아에 정면으로 거역하는 짓은 하지 않을 것이고
어쩌면 이곳에 오지 않을 가능성조차 생각하고 있었지만...




"루기스 사령관, 그 자는?"




옆에서 하인드가 사정을 보듯 나에게 눈길을 주었다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분명 마수지만, 지금은 적이 아니야
도하스라, 미안하지만 당장 부탁하고 싶은게 있어, 시급한 일이야"





도하스라는 진심으로 싫은 목소리로 어깨를 움츠렸지만
싫다고는 하지 않았다
마수라고 하는 만큼, 그 습성과 충성의 높이라고 하는 점에는 그도 같겠지

그것이 머지않아 내 목을 조르는 일이 될지도 모르지만... 그건 그거고...





 ◇◆◇◆





사람이 발하는 큰 소리와 짐승의 신음 소리
그것들이 교차하는 전쟁터를 코앞에 두고
도하스라는 공포나 경악이 아니라
단지 향수 같은 것을 느끼고 있었다

과거 아르티아와 오우후르
그리고 다른 동료들과 대륙을 여행할 때만 해도
이런 광경은 다반사에 불과했다

생각하면 아르티아에 이르러서는
침착하게 전역 이외의 무엇인가에 종사하는
그런 일은 없었던 것이 아닐까

그처럼 지난날 인간의 상황은 장절했다
자유도, 존엄도 아무것도 없는 날들만 있었다

그래서 그는 계속 싸웠을 것이다
싸우고 싸우고 싸우고... 인간의 세계를 개척해냈다




그 결과가 인간들끼리의 전쟁터라면, 그녀의 정의는 무엇이었을까
도하스라는, 전쟁터를 앞에 두고 멍하니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호들갑스럽게 한숨을 내쉬었다
한 가지 사실을 이해했기 때문이였다
그것은 바로 이 세상은 아무리 고민해도 모두 아르티아의 손바닥

루기스라는 인간은 계속 싸우는 것 같지만
그가 아르티아를 넘어설 수 있으리라고는
도하스라에게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루기스는 아르티아와 극에 있지만
그 자신의 영혼은 어디까지나 인간적
결코 그 이상은 될 수 없는 것이 숙명인 것이다
아르티아의 영혼에는 어떤 것도 미치지 못하게 될거야

그렇다면 지금만은 그 명에 따르는 것도 무방하다
어차피 이것도 아르티아의 생각대로 일테니까...




한 호흡 후 도하스라는 자신의 마를 개안했다
시야에 보이는 것은 군인과 짐승이 뒤섞인 전쟁터뿐

사막의 산파, 남방 마안
일찍이 동족에게조차 꺼려졌던 그 일그러진 마안은
이제 감옥에도 묶여 있지 않았다
반지 정도에 그의 영혼이 묶여 있을 뿐이지
힘을 억제하는 것은 아니였다

그리고 이것이 도하스라가 과거 남쪽 자체를 사막으로 변모시킨 마의 힘




"자 그럼 가볼까요?
끝없는 여행에서 이 몸은 마인에 비유되겠지만...





발밑의 사설이 녹아내렸다
열대 같은 기온이 스며들면서
허공에 모래가 흩날리기 시작했다

이것은 눈이 녹으면서 발밑의 대지가 말라가는 동시에
그것이 풍화되면서 모래로 변해가는 것이였다
도하스라를 중심으로 주위에 모래가 퍼져가기 시작했다




마안개안
대지여 대지여 말라 떨어져라


마수, 그 정점 중 하나가 지금 여기서 턱을 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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