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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65화 - 우리는 돌격을 개시한다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65화 - 우리는 돌격을 개시한다 -

개성공단 2021. 4. 26. 02:59

 

 

 

 

 

십중팔구가 함정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사자 입에 스스로 발을 집어넣는 것과 같았다

 

사람들은 그렇게 알면서도 때로는 그렇게 해야할 때가 있었다

즉, 그것은 몰리다 못해 발등에 불이 떨어졌을 때였다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일 것이다

 

갈루아말리아 후문 앞

예비병과 수비병 일부를 쪼개 편성된 강습부대는

뜨거운 발을 견디지 못해 모인 자들이었다

 

총원이 이백 명

예비병 갈루아말리아 지원병까지 모은 것이였다

 

 

 

카리아가 이끄는 정면군은 적대감을 계속하고 있어

이쪽의 원군으로 돌릴 수 없을 것이다

돌리는 순간 적이 정면을 향하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기 때문이였다

막다른 골목인 후문 쪽은 예비병으로 모두 보충해야 했다

 

문장교병 버나드는 출렁이는 칼날을

가볍게 헝겊으로 닦으며 그저 돌격 신호를 기다렸다

그는 소음이 귀에 울릴 때마다 눈을 가늘게 떴다

 

위험인자로 예비병에게 넘겨졌던 자신이 사용되는 이상

어지간히 사태가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분명 여기에 있는 200명은 전원이 죽을 것이다

적진에 강습을 가하다니... 피해를 입어서라도 적의 목을 상하게 한다는 것인가

돌아갈 길은 분명 준비되어 있지 않을 것이다

 

거기에 소년병과 노병

빈민굴 주민으로 추정되는 인간들까지 있으니 버나드는 견딜 수 없었다

그는 장검을 자기도 모르게 움켜쥐었다

 

 

 

버나드의 속마음은 최고로 복잡했다

영웅을 증오하는 마음은 있지만

살레이니오가 애쓴 갈루아말리아라는 도시에 애착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문장교도 이외의 손에 넘겨지는 일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마음이야 어떻든 싸우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정말 이래도 되는가 하는 생각은 끝이 없었다

글쎄, 살레이니오라면 어떻게 했을까

버나드의 가슴속에서는 조금 전부터

그 물음이 반복되어 행해지고 있었다

 

답이 나오지 않는 문답 끝에, 큰 소리가 들렸다

누군가의 심장소리가 유난히 강하게 귓전을 때린 것 같았다

 

 

 

"앞만 보고 달려라, 모두 돌격!"

 

 

 

 

 

 

맨 먼저 뛰쳐나온 것은 소년병이었고 뒤이은 것이 버나드였다

기승하던 대장격이 발굽을 울렸고, 너나없이 목소리를 냈다

2백이라는 병사가 줄지어 움직이기 시작했다

 

진을 무너뜨리던 적병은 시원스레 강습부대의 돌격을 받아들였다

오랜만에 적병의 피가 세차게 뿜어져 나와 땅을 적셨다

 

최초로 충돌한 것은 30명 정도의 소부대였다

잠깐 휴식에 들어간 동안 선발대인가, 망을 보는 부대인가

그 정체가 드러나기도 전에 그들은 괴멸되었다

 

적을 죽였다는 조바심이

어떤 의미에서 강습부대를 기세등등하게 만들고 있었다

아군은 이를 악물며 목소리를 높여 일시적인 승리를 구가했다

그대로 기세를 죽이지 않기 위해 다음 돌격을 개시하였다

 

적진 전체가 흔들린 듯 넘실거리고 있지만 아직 진형은 갖춰지지 않았다

지금이라면, 본진조차 파고들 수 있을 것이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버나드는 달리면서 눈살을 찌푸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한 번 군사를 이끈 경험이 있어서인지

전쟁터인데도 그는 유난히 냉정했다

 

그리고 확신했다, 역시 함정이야

버나드는 출렁이는 칼날을 휘두르며 마음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적병은 얼핏 술렁거려 보였지만 깃발의 움직임이 민첩했다

부대가 정연하게 움직이고 지휘관들의 목소리가 세심하다는 증거였다

 

안으로, 안으로 유혹되고 있다

완만하게 적병이 후퇴를 하고 있는 것은

아마도 이쪽을 결코 도망치지 않기 위해서겠지

그리고 용감히 뛰어든 강습부대를 전멸시키고

수비대의 사기를 꺾기 위해서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버나드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발길을 돌리지도 않았다

자신들이 더 이상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전쟁터란 그런 것이다

그 결과 이번에야말로 절명한다면 그것도 나쁘진 않겠지

버나드는 그런 생각을 했다

 

 

 

으어어어어어어어어어!

 

 

 

어느 소리에 의해 시작된 강습부대의 돌격은 짐승의 포효를 신호로 끝이 났다

 

마법수병이 진의 틈새를 비집고 나타나고

방금 전까지 흩어져 있던 적 부대들이 잘 중첩돼

버나드 등 강습 부대를 포위하기 시작했다

 

사방팔방 어디를 둘러봐도 진을 친 적부대들뿐

이젠 돌격을 하면 그대로 죽는다는 건, 꼬마아이도 알 것이다

 

그렇군, 적 지휘관은 남의 약점을 간파하는 일을 장기로 여기는 건가

그래서 몰릴 때로 몰릴 인간이 무엇을 할지 잘 알고 있는 군

 

주위를 에워싼 마봅수병, 마법장갑병의 종류는 매우웅장했다

각오를 다졌을 강습병이 그 침을 삼키는 사이...

 

 

 

"마법도 부릴 줄 모르는 미개한 놈이 용케도 대문을 나섰군요"

 

 

 

 

귀에 익은 한 여자의 목소리였다

몇 차례 후문 전체에 투항의 목소리를 낸 적 지휘관일 것이다

하지만 지금 목소리에는 잠깐 있던 부드러움이 사라지고

사람을 조롱하기 위한 음성으로 변해 있었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군요

문명을 앞에두고 압사하도록 하세요, 원숭이들"

 

 

 

 

그녀는 사람을 깔보는 익숙한 목소리를 가지고 있었다

강습병의 누구나가 그 얼굴을 험악하게 해 갔다

그러나 섣불리 외면하는 시늉을 하면 분명 죽을 것이다

 

그러니 이를 갈면서, 차선책으로 눈으로 도망치는 수 밖에 없다고...

분명 에워싼 볼버트 병은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것은 궁지에 몰린 자의 통상적인 사고니 말이다

 

하지만 강습병 대부분은 그런 것 한 조각도 염두에 두지 않았다

단지 어떻게 적 지휘관을 죽일까를 생각하고 있었다

 

볼버트병에게 불행했던 일이 하나 있다면

이 2백병의 대부분은 아군이면서 적군이였던

한 남자를 만나고, 동시에 떠올리는 생각이 있었다 

 

분명 그 남자라면 이 자리에서 포기할 짓은 하지 않을거야

확실히 웃으면서 적을 베어버리겠지

대부분의 군인들이 이 궁지에 이르러

같은 남자를 떠올리고 있었던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어쨌든 문장교병을 절체절명의 이 전쟁터에 데려온 것은 그 사나이

문장교병은, 그를 믿으며 죽음도 각오하고 이곳에 왔다

그가 없었다면 문장교병은 대부분 이곳에 없을 것이다

 

버나드는 엉겁결에 콧방귀를 뀌었다

그리고 앞을 보는 소년병을 향해 말했다

주위의 군사들은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서도

묘하게 생생한 전의를 갖고 있었다

 

 

 

"가자, 소년병"

 

"무...무서워요"

 

 

 

소년병도, 노병도, 지원병도 신기하게 보는 눈길은 같았다

아직도 말 위에 있던 아군의 대장 격이 웃으며 말했다

 

 

 

 

"곧게 파고든다! 죽을 때는 내가 먼저 죽는다!

모두다 내가 죽고 죽을 것이다!"

 

 

 

 

 

누군가 어디선가 한 것 같은 말

동시에 2백의 무리는 적 본진, 정면으로 돌격을 개시하였다

 

이것은 볼버트병들에게 오늘 첫 기습 돌격이었다

통상적으로 그저 앞으로 나가는 돌격은 하지 않는 법인데...

 

그것은 전장 특유의 광적인 돌격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보면 그것이 그들을 연명시켰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생각 밖의 행동에 볼버트 군의 대응이 한순간의 망설임을 낳았다

각급 부대의 지휘관들이 목소리를 제대로 고르지 못했다

진을 친 군사가 몇 걸음 제자리걸음을 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는 강습부대의 돌격 성공이었다

무사히 이들은 정면으로 적병과 싸웠고, 십여 명을 잃었다

적군도 아군도 상응하게 피해를 토해낸 것이였다

 

 

백병전이란 그런 것이다

그래도 군사가 전의를 드러내고 계속 전진한다면

등을 보이고 도망치는 것보다 훨씬 더 병사는 오래 생존할 것이다

 

그래서 그들은 살아남았다

 

 

 

 

 

볼버트와 문장교, 서로의 병사가 이를 악문 그 순간에 모래바람이 당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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