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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67화 - 희생을 좋아하는 자, 좋아하지 않는 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67화 - 희생을 좋아하는 자, 좋아하지 않는 자 -

개성공단 2021. 4. 26. 05:17

- 희생을 좋아하는 자, 좋아하지 않는 자





대륙의 동방
볼버트 왕조가 영향을 미치는 일대는
다른 국가와 비교해서 더욱 마법화 되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그것은 영주에 의한 하천 공사의 흔적으로 보이는 경우도 있는가 하면
촌락의 마법사에 의한 의료 행위나
마법 연료의 존재로부터 보이는 것 등 다양했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마을 주민들은
다른 나라에 비해 더 나은 삶을 살고 있다고 해도 좋을 것이다

대륙 중앙의 비옥한 땅을 독차지하는
갈라이스트 왕국에는 그 규모에서 못 미치더라도
촌락 하나하나를 따지자면 볼버트 왕국은 국가적으로 부자이며
갈라이스트 왕국보다 더 잘살고 있었다

한 작은 촌락에서는 눈 투성인데도 어린아이들이 마을 광장에서 뛰어다녔다
모두가 즐겁거우면서 명량하게 놀고 있었다



오늘은 영주가 밖을 나돌아 다녀도 문제가 없다고 했다
마을 밖에는 역시 나가지 못하지만
대마의 지배를 받은 뒤 오랜만의 기분전환이였다

어른도, 또 아이도 약간의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거기에 과제가 많고 아직 개발 도상이라고는 하지만
위대한 마법 문명의 조짐을 볼버트 왕조는 분명히 보였다

그리고 그것은 바야흐로 붕괴 일로를 맞이하고 있었다





"너희 인간들이 왜 마성을 이기지 못하는지 아는가?"



마인 독극물 쥬네르바는 시선 끝에 있는
작은 촌락을 맹금의 눈으로 포착하며 물었다

옆에서는 마법사로 보이는 옷을 입은 남자가 공손히 고개를 숙여 입을 열었다
그 얼굴에는 아첨하는 미소가 감돌고 있었다




"음... 마인님보다 마력도 없고 힘도 약해서일까요?"


"뭐? ㅋㅋㅋㅋㅋㅋㅋㅋ"




쥬네르바는 그 대답에 한바탕 조류 울음소리 같은
높은 웃음소리를 내며 남자의 머릿속을 후벼팠다

남자는 비명도 단말마도 없이 절명했다
쪼개지는 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흘러내린 피가 쥬네르바의 깃털을 더럽혔다

그의 주변을 마치 호위하듯 따라다니던 마법사들이
한심한 비명을 지르며 어깨를 들썩였다

그 눈동자에는 영락없이 괴물을 보는 빛이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결코 이 마인을 거스르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마인을 이기지 못하자 일찌감치 단념하고
스스로 목숨을 아끼기 위해 자청한 자들이기 때문이였다

하지만 그들을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경위야 어떻든 볼버트 왕조라는 국가 자체가
이제는 브리간트의 포로에 불과한 것이였다

쥬네르바가 남자의 머리 뚜껑을 잠식한 뒤
그 뒤에서 고개를 숙이고 한 남자가 나섰다



"마인님, 제가 답하겠습니다"


"응? 뭐야? 넌 알겠냐, 인간?"



남자는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말을 농하는 일에 익숙해진 부드러운 미소였다




"예, 우리가 약한 건 약한 자를 살리기 때문입니다
본래 도태해야 할 것을 죽이지 않았었고
그러니 인간 전체가 약한 모습으로 떨어져 버렸지요"




쥬네르바는 이번에는 남자의 얼굴을 보며 눈을 부릅떴다
그 답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궁리하고 있을 것이다

남자도 부드러운 얼굴을 찌푸리는 일은 없었지만 역시 눈을 굳혔다
목덜미에 땀이 줄줄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잠깐 사이를 두고 쥬네르바는 말문을 열었다




"그래서?"



남자는 그 짧은 한마디로 자신의 말이 마인의 심금을 울렸음을 확신했다
초조한 마음을 억누르지 못하고 가슴을 울리며
말을 높여 부하에게 지시를 내렸다

부하는 일순간 표정이 굳어졌지만
마인과 주인의 기분을 상하게 하지 않기 위해
곧 발걸음을 재촉한 뒤 사라졌다

오늘 마인 쥬네르바가 자기 영토를 둘러본다는 말을 들었을 때부터
남자는 한 가지 그들에게 비위를 맞추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지금 이 국가의 주인은 대마이지만
실질적으로 지시나 명령을 내리는 것은 마인들
그렇다면 마음에 든다면 그들일 것이다

남자는 식은땀으로 일그러질 뻔한 안경을 다시 집어먹으며
얼마 안 되는 시간을 기다리며 말했다




"보십시오, 마인님!
우리 인간들도 마인님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허점을 버리겠습니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여기 있는 것이니까요!"




남자는 그렇게 말하며 신호로 팔을 들어올렸다

순식간에 촌락 주변에 불길이 치솟았다
피워지는 초록색 연기는 단순한 연기가 아니였다
마법 연료에 의해 피워진 불의 징표
그것은 쉽게 꺼지지 않고 더 빨리 불을 밝히는 것이엿다

원래는 긴 폭설을 이겨내기 위해 촌락에 비치되어 있는 마법 연료
그 초록색 연기가 지금 촌락을 뒤덮기 시작했다
그것은 재빠르게 보다 흉악하게, 도망갈 곳을 잃게 하도록... 퍼졌다

그리고 나오서는 안될 목소리와
살 타는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다

울음소리와 비명과 절규
모든 목소리를 아우르는 듯 연기가 피어올랐다
바람에 불리듯 더욱더 불은 그 기세를 높여 마을을 죽여나갔다
초록색이었던 연기가 검게 물들어 갔다

쥬네르바는 그 모습에 만족한 듯
이번에는 작게 웃음소리를 내며 입을 열었다




"하하핫! 인간치고는 좋은 놈이내, 너 이름이 뭐냐?"




남자는 침을 꿀꺽 삼켰다
마성이라는 존재는 기본적으로 인간을 이름으로 부르지 않았다
기억할 가치도 없다는 것인 것이였다

하지만 만약 마성의 정점인 마인이 내 이름을 기억한다면
나는 그만큼 가치가 있다는 소리겠지

그동안 나는 마도장군, 명문 마법사 패거리에 짓눌려 불우한 대접만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달라, 귀찮은 마도 장군은 없고, 이제 이 나라는 마성의 천하
그렇다면 내가 가치를 얻어, 가장 빛을 보게 될 거야

남자는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 킬 바자로프라고 합니다
기억해주세요, 마인님"




킬의 굳은 뺨을 내리쬐듯 마을을 태우는 불꽃이
휘황찬란하게 주위를 비추고 있었다





 ◇◆◇◆






갈루아말리아 성벽 안에서
카리아 버드닉은 은눈을 가볍게 가늘게 뜨면서 입을 열었다




"마도장군과 손잡은 결과가 피에르트의 상실이라니... 뼈아픈 대가군"





카리아는 최대한 목소리를 낮추면서도 감정을 자제하며 말했다
자신이 섣불리 감정적으로 변하면
그것이 루기스를 자극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였다

집무실 내에서 루기스는 보검에 팔을 댄 채 아까부터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그가 이렇게까지 과묵했던 적은 오래전부터 만난
카리아의 입장에서 보아도 매우 드문 정도였다

물론 병사들을 돌아다니며 말로써 위로하고
마도장군들과도 오래 회의를 한 피로가 있을 것이다
그래도 카리아와 단둘이 있으면 그는 경박하게 농담을 하기 일쑤였다

그런 남자가 지금은 험악한 눈빛을 더욱 깊게 하여 보검을 닦고 있으니
곁에서 보면 흉악하기 짝이 없었다

카리아는 그 꼴을 쳐다보는 것도 싫진 않았지만
오래 계속되면 역시 걱정이 드는 것이였다




피에르트의 신병이 마인에게 빼앗겼다는 것은
카리아도 결코 만만하게 여기는 것이 아니였다
가슴속에 초조한 마음이 나타나 있고, 이를 갈기도 할 정도
루기스가 품고 있는 감정에도 짐작이 갔다

하지만 그러한 초조함을 겉으로 나타내 버리면
사람을 묶는 사람으로서는 좋지 않을 것이다
카리아는 기사 계급으로서의 교육을 받으면서
감정과 이성을 분리하는 법을 알고 있었다

단지 루기스라는 것이 섞여들면 그 이성이 순식간에 용해될 뿐이지
카리아는 자신이 냉정한 사람이라고 믿고 있었다

카리아가 은빛 눈초리를 내리깔자 루기스는 한숨을 내쉬듯 말했다




"안심해, 카리아 오히려 나의 성장을 칭찬해줬으면 좋겠어
옛날 같으면 지금쯤 말을 타고 볼버트로 달려갔을 거야"





입꼬리를 일그러뜨리며 그렇게 말하는 루기스에
나도 모르게 카리아는 어깨를 움츠리며 쓴웃음을 지었다

확실히 말하는 대로
이전의 그는 한순간도 자신을 억제할 줄 몰랐다
그런 의미에서는, 성장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 네놈치고는 혁혁한 발전이라고 해도 좋군, 인정해주지"




말을 함부로 할 정도의 여유가 있다면 망하지는 않을 것이다
카리아가 가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쉴 즈음 집무실 문이 두들겨졌다
고지식한 두드림은 용병의 우두머리 베스타리누의 것임에 틀림없었다




"실례합니다, 지휘관님.. 그리고, 카리아님께도 보고할 것이 있습니다"




베스타리누는 무엇보다 먼저 루기스의 모습을 그 시야에 비추었고
얼마 후 카리아를 눈 가장자리에서 보았다
실내에 들어가기 전부터 카리아의 존재가 있다는 것을 알았을 텐데 말이다

그 반듯한 얼굴은 언뜻 보면 진지하고 고분고분해보이지만
카리아가 보기엔 번들거리는 칼날에 가까웠다
이런 종류는 한번 적으로 본다면
평생 그 인식을 무너뜨리지 않는 무리들이였다

마치 조금 옛날의 나를 보이고 있는 듯, 카리아는 뺨을 실룩거렸다
베스타리누는 분명 어깨 한번 베인 것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필요하다면 자신에게 이빨을 보일 것이다... 라는 눈을 하고 있었다

그녀는 곧 돌변해 루기스에 대해서는 기분이 좋은 듯, 입을 열었다




"주요 도시국가군에서 사신이 오고 있습니다
다양한 용건이지만 볼버트 왕조와 우리가 휴전을 한 것으로 미루어
일변해 태도를 정한 것이지만요"




베스타리누의 보고에 자신도 모르게 카리아는 한숨을 내쉬었다

전쟁 때는 이쪽의 사신을 만날려고도 하지 않았던 놈들이...
도시 국가군의 대체적인 생각이 카리아에게도 충분히 예상되었다

아마도 이곳에 무임승차해 도시국가연합 차원에서
볼버트 왕조와 협상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궁극적으로는 침략의 대가나 불가침조약이라도 받으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게 틀림없다

기름진 땅에는 잡초가 무성하게 마련이다
카리아는 씁쓸한 표정을 지으면서
그래도 루기스는 그들을 나쁘게 다루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좋든 나쁘든 관대하게 대해주는 사람이 바로 이 남자니깐

루기스는 보검에 천을 댄 채 시선을 베스타리누에게 주었다
보검의 보라색이 눈동자에 비치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되돌려보내고, 다시는 얼굴 보이지 말라해"




먼저 베스타리누가, 다음엔 카리아가 크게 눈을 떴다
너무나 그답지 않은 말에 순간 둘 다 귀를 의심했다
루기스는 보검을 조심스럽게 닦으며 말했다




"피에르트는 놈들의 안전을 위해 유괴된 게 아니야
나를 따라 온 병사들은 놈들을 대신하기 위해 죽은 게 아니야
안 그래? 베스타리누? 이렇게 전하도록 해"




카리아는 그제서야 이해했다
그러고는 묘하게 납득이 갔다




"내 동료들... 군사들을 모욕했어... 기회조차 갖지 못하게 해주겠어"





루기스는 아주 평정하지도, 평소 같지도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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