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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66화 - 종결의 소리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5장 배덕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466화 - 종결의 소리 -

개성공단 2021. 4. 26. 03:18





볼버트도 문장교병도 그 광경에 절로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들은 뺨에 눈의 한기가 아니라 기묘한 화끈거림을 느끼고 있었다

시야에 있던 것은, 대지 자체를 잠식하려는 것 같은 큰 모래 폭풍
바람은 흩어지고 고운 모래가 떠오르며 하늘을 두드렸다
순식간에 두 병사 주위에 모래가 휘감기 시작했다

모두가 그 광경을 받아들이기 어려웠다
이것이 누군가에 의한 마법인가, 자연 발생한 이상인가
마법이라면 양군을 모두 말려들게 할리는 없었고
자연발생이라면, 갈루아마리아에 이런 현상이 있을 순 없었다

그럼 뭐야.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지?




눈꺼풀도 제대로 뜨지 않는 모래 폭풍
누구나 잠깐 걸음을 멈추었다가 혼란에 뺨을 맞았다
손발에 모래가 얽힐 때마다 힘이 빠지고, 무기를 갖고 있기가 힘들 정도였다
마법수병 또한 그저 힘없이 대지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혼란마저 앗아갈 듯
모래바람은 기세를 한껏 더해 병사들을 감싸안았고
그것은 모래만 남기고, 병사들을 하늘로 들어올렸다

너무나 엄청난 일이라 누구나 할 말을 잃고
전장의 열기조차 사라진 순간, 한 목소리가 울렸다




"양쪽 모두 창을 내려라, 이제 목숨을 잃을 이유는 아무데도 없다!"




혁혁한 자신감을 담고 중압감을 동반한 목소리
마법으로 증폭된 그 목소리가 전장 전체를 감싸듯 말했다

볼버트병에게는 무엇보다 낯익은 음색
우리를 이끄는 자의 목소리
약간 슬픔을 머금은 듯한 목소리로 그는 말을 이었다



"마도장군 마스티기오스 라 볼고그라드의 이름 아래 명한다
볼버트 병들이여, 전투를 계속하지 말라
이제 더 이상 싸울 수 있는 의미는 사라졌다!"



한순간, 갑작스러운 종전명령에 볼버트 병사들은 말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그렇다고 마도장군의 말을 거역하기도 병사들로서는 어려울 것이다

뭘 믿어야 될지
아니, 도대체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누구나 전쟁터에서 곤혹스러운 모습을 눈으로 보면서
천천히 자신들의 전쟁 의지를 잃어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장 에일린 레이 라키아도르만은 달랐다
그의 눈에는 아직도 순수한 적의와 야망이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라도 외치듯 에일린은 입술을 열었다



"이 무슨 어처구니없는 일입니까!
지금 눈앞에 우리의 승리가 있습니다
우리의 영광이 있단 말입니다, 각하!
우리는 지금 대륙의 패자가 될 수 있습니다!"




마음속으로 쥐어짜낸 목소리였다
라키아도르가와 볼버트 왕조의 숙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혹시 마도장군은 자기에게 공을 들이지 않기 위해
이런 짓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라고 에일린은 생각했다
하지만 다음에는, 직접 귀에 울리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지금 그 조국이 망할 지경이다
나는 어리석었지만, 적어도 너는 아니겠지"




말발굽이 모래를 가볍게 차는 소리가 났다
본진에 버티고 있던 에일린은 자신도 모르게 소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마도장군 마스티기오스가 말에 흔들리며 그곳에 있었다
목소리를 높인 것도 이미 이쪽으로 다가온 뒤였을 것이다

상처를 입었음에도 호위병을 거느리는 모습은 당당했다
에일린이 눈짓으로 말의 의미를 묻자
마스티기오스는 천천히 말에서 몸을 내려 말했다



"마인 라브르는 우리 백성을 해치지 않기로 약정해 놓고 그 약속을 어겼다
이젠 놈들에게 우리와의 약정을 지킬 의지가 없는 것이다!"




마스티기오스의 말에 에이린은 엉겁결에 이를 갈았다
그 말에 충격을 받지는 않은 것이였다

어쨌든 그것은 어차피 누구나 알고 있던 일

인간을 자기 장난감이나 가축으로만 보는 마인들
그 마인이 받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대마
그들 모두에게 조국은 굴복하고 왕권은 땅에 엎드렸다

그 상황에 이르러서는 마인들이 인간과의 약정을 지킬 필요가 있을까?
덤벼봤자 어차피 이쪽에서는 아무것도 못하는데 말이야
심지어 조국은 놈들에게 칼을 꽂힌 채 언제 절명에 이를지 모른다

에일린은 그 예리한 눈을 반짝이며 입을 열었다
감염 마법로 휘젓던 감정이 그 입에서 빠져나갈 것만 같았다




"각하, 당신도 알고 있으시지 않았나요?
아실테지만, 잠깐의 연명을 위해서 였잖아요"



에일린에게는 드문, 깔보는 목소리가 아니었다
암담하면서도 글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을 가슴에 담고 있는 목소리였다

에일린의 말은 진실 그 자체라고 해도 좋을 것이다
볼버트 왕조는 마성에 의해 내려졌고 그 권위는 굴욕에 젖었다
위대해야 할 군은 마인의 손끝으로 사용될 뿐이였다

더 이상 거기에 왕권은 없고 존엄성이 부서져 떨어졌다
그래서 저항이 아닌 그저 굴복을 택한 것이라면...

이제는 피와 욕심에 취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신을 맑게 하기 위해, 현실도피를 하기 위한 방책을 찾은 것이였다

장수도, 부대장도, 분명 군사도 알고 있었다
이 서진이 어떠한 이유였는지를...



에일린의 말에 마스티기오스는 한순간의 침묵을 지켰다
거기에는, 모종의 공감대가 떠올랐을지도 모른다

모든 것을 알고 있었다면 어쩔 수 없었다
그러니 눈앞의 일에 그저 열중할 수밖에 없을 것이겠지
그것이 진실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어

에일린은 스스로 전장의 열광에 빠졌음에도, 제정신이였던 것이다



"라키아도르"



이 한 마디를 마스티기오스가 고했다
에일린은 어느새 엎드려 있던 얼굴을 들고 
전령병과 상관의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고개를 들어 앞을 보라
우리의 적은 동쪽에 있다... 그것만이 진실이다"



마스티기오스는 가볍게 위를 보고 있었다
기울어져 가는 햇빛을 그의 검은 눈이 반사하고 있었다





"각하께서는 그것을 쳐부수겠다는 겁니까?
국가가 굴복한 괴물을 상대로 맞서 싸우겠다는 겁니까?"




별의별 마법을 다 먹어 치우고 마법사를 비틀어대는 마인들
그 모습을 눈꺼풀에 비추는 것만으로
마음 속에 어두운 것이 스며드는 것을
에일린에게는 알 수 있었다

그것을 상대한다면
차라리 다른 전쟁터로 눈을 돌리고 있는 편이 훨씬 나을 것이다
차라리 그것이 훨씬 값싸고 안녕을 얻을 수 있겠지



"라키아도로, 너라면 이미 알고 있었겠지
하지만 난 이제서야 깨닫고 말았다
이젠 사람들끼리 서로 다투고 있을 틈은 없다
우리는 벼랑 끝에 서 있으니 말이야"





에일린은 마스티기오스의 이런 말이 싫었다
아첨하는 게 아니라 그는 정말 자신을 지모에 능한 사람이라고 믿었다

설령 그 지모도, 재주도, 마법도
모든 것이 볼고그라드 가문을 물리치기 위해 내린 저주라 해도...

단지 똑바로 응시해 오는 그 검은눈이 에이린은 싫었다
그것은 자신만만한 표정이 아니었다




"너한테 잘못은 없다
모든 것은 단지 내 잘못이다
모든 것이 긑난 후 죄받을 사람은 나뿐
라키아도르, 다시 한번 나에게 힘을 실어주지 않겠나?"




하지만 자신의 힘을 정면으로 인정해 주는 것이
그뿐이라는 것을 에일린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아직도 그녀는 그의 부장 자리에 있었다
그 명령에 반하는 일은 있어도
아무래도 본질적으로 싫어할 수는 없었다

말을 망설이지 않았다면 거짓말
가슴속에 아무 생각이 없었다면 거짓말
하지만 에일린은 그 자리에 무릎을 꿇고 말했다



"각하의 말씀이라면..."











이로써 마호전쟁은 일단의 종결을 맞았다
상흔은 매우 깊어, 양측은 반목하는 편이였다


하지만 하나의 계기를 맞았다는 것은 분명했다
갈라이스트 왕국, 남방국가 일리저드, 그리고 동방의 패자 볼버트 왕조

역사서를 풀어도 그의 삼국이 공조체제라는 것을 맺은 기록은 없다
같은 규모의 국가가 통일되었다는 사실만 본다면
아르티아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야 할 것이다

그래서 이것은 역사적으로도 큰 사건이였다
서로 싸운 국가들이 결합하여, 하나의 세력으로 되기 위한...






그것을 연결시키는 것은 오직 한 남자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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