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82화 - 엘프의 밀회 - 본문
아아, 어떻게 이런 일이
엘프 명사(名士)들 앞에 서며
엘디스는 가슴 속으로 중얼거렸다.
물론, 그들이 내가 불안해 하는 것을
눈치채지 않게 하도록 그런 표정을 드러내진 않았다.
어릴 때부터, 연극은 아주 자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공주님... 일을 저지르러면 군대가 필요합니다.
저희의 사병을 동원시키겠습니다"
품위가 떨어지지 않을 정도의 미소를 띠고,
엘디스는 그 목소리에 응했다.
어둠 속에서 번쩍 빛나는 여러개의 엘프의 눈동자가
그녀의 미소를 응시했다.
가볍게 한숨을 내쉬며
엘디스는 이 자리에 있는 엘프들을 선별했다
일단 아버지를 모셔온 충신들은 걱정이 없다.
그들은 우러나오는 충성심을 통해서
모든 힘을 다해, 나를 도와줄 것이다.
하지만 문제는 맨 끝에 앉아있는 것들
충성심 같은 것은 없지만,
라기아스의 통치로 인해 보직을 빼앗겨서
오직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쪽에 참가한 것들
그들을 어디까지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문제다
...하고 루기스가 말했다.
"너네 엘프들 중에는 의심하는 사람이 있을거야
이런 계집얘에게 목숨을 맡겨도 되겠느냐고"
가슴에 손가락을 놓으면서,
어둠속을 응시하듯이 말을 이어가기 시작했다.
심장이 튀어오를 것만 같았다.
겉치레는 잘하는 편이지만,
너무나도 오랜만이였기 때문이었다.
말을 더듬지 않도록, 천천히, 목소리에 힘을 주면서,
복부에 힘을 주며, 시를 지어내는 듯한 말투로,
주위를 타이르듯이 말했다.
엘디스의 목소리에 어리둥절하는 것들도 있는가 하면,
눈을 부릅뜨며 역량을 재는 듯한 눈길을 보내는 것들도 있었다.
반응은 다양했지만,
방안의 모든 관심사가 그녀의 목소리라는 것은 틀림없었다.
"물론, 이 중에는 이 계획을 라기아스에게 내밀고,
나의 목을 베려는 자도 있겠지...
하지만, 적어도 승산이 어느 쪽에 있는 가를,
이 회의에서 잘 생각했으면 좋겠다."
"공주님... 이곳에 그런 자는 없습니다..."
예로부터 내려온 충신이 자못 간하듯 말을 내었다.
낮은 그 목소리는 마음속 깊은 곳에서
엘디스를 걱정하는 목소리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녀는 생각이 달랐다.
자신 같은 계집이 이런 말을 꺼낸다면,
적잖이 반감을 가지는 패거리들이 있을 만도 했다.
엘프는 특히 수명이 길기 때문에,
한번 분노를 품으면 좀처럼 사라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패거리야 말로,
부추켜 주지 않으면 이야기를 할 수 없다.
엘디스를 담담하게 말을 이어나갔다.
"...그럼 조속히, 계획을 의논하도록 할까.
라기아스를 옥좌에서 끌어내리기 위한 대화를..."
다정하게, 귀를 비비는 듯한 그런 목소리 였다.
묘하게 귀에 남는 목소리가
어둠과 탁자를 둘러싼 자들의
모든 의식 속으로 천천히 스며들었다
*
마티아는 탁자 끝자리에서 눈을 깜빡이고 있었다
탑안에 갇힌 엘프의 공주라고 들었기에,
전술이나 싸우는 방법에 조예가 깊다고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기대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실태는 달랐다.
그녀는 마치 앞을 내다보는 것처럼,
말을 번득여 나갔다
어떻게 해서 이길 것인가
그 앞에 얼마나 영예가 있을 것인가
배신자는 후세에 어떻게 헐뜯길 것인가
그것이 얼마나 불이익 한 것인가
몇번이나 모두에게 타일렀다.
마티아는 주위의 엘프들을 바라보았다
그들은 처음에는 회의적인 시선을 감출 수 없었다.
어떻게든 공주의 자질을 분별해서
자신의 편을 구하려는 생각이였지만,
이제는 공주의 열정이 담긴 말에 끌려가고 있었다.
과연 이게 카리스마라는 것인가
말로써 사람들의 마음을 억지로 불타오르게 한다...
마티아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생각했다
"공주님! 왕궁의 군사는 연약하고,
우리는 곳곳에 내통자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당당하게 진격을 해야합니다!"
엘프 중 한명이 그렇게 소리를 질렀다.
제법 가락이 좋은 말이였다.
열에 들떠서 모든 것이 잘 될거라고 생각하는 목소리였다.
문득 마티아의 눈동자가 엘프 공주에게 향했다.
과연 저 공주님은 뭐라고 대답할 것인가?
단지 거절하는 것은, 라기어스를 두려워하는 것으로 비춰질테고
그냥 받아들인다면, 계산 높은 자들에게는 버림받는 행동이 되겠지
"인간계에서는 현실을 직시하란 말이 있습니다.
하지만 현실만으로는 이상을 바라볼 수가 없죠"
공주는 눈동자를 깜빡이며
긴 귀를 흔들며 말했다.
"저는 병사에게 무덤을 주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직 승리를 얻기 위해 군사를 일으키는 겁니다.
그 계획으로는 함부로 군사를 죽이고 말 것입니다.
적어도 내 편을 드는 병사에게 희생을 줄 생각은 없습니다."
"그건 너무 이상적이지 않습니까?"
마티아 근처의 엘프가 목소리를 흘렸다.
그것은 마치 공주를 겨냥한 듯한 목소리였다.
마티아는 자신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이 공주님은 반드시 성공해야만 한다.
라기아스는 대성교와 손을 잡았기 때문에,
문장교도는 이에 끼어들 틈이 없다.
그래서 문장교가 앞으로 승리의 길을 찾기 위해서는
새로운 핀을 옥좌에 앉게 할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적어도 이 자리에 있어서는
공주님 단체를 지원할 수 밖에 없다.
그녀가 주로 실력을 보여주어야만
아래 것들도 따라 올 수 있다.
충성으로는 모든 것을 따라 오게 할 수 없다.
몇 명의 불안한 듯한 눈동자를 받으며,
알고 있었다는 듯이. 공주는 대답했다.
"그래도,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 위에 선자의 의무다.
내 말은, 쓸데없이 희생을 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아니면 경이 낭비를 좋아하는 성격인건가?"
농담을 겻들은 그녀의 모습은 꽤 여유가 있어 보였다.
질문을 던졌던 엘프도 미소를 지으며,
어깨를 움츠리며 입을 닫았다.
지도자로서 본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확실히 남들에게 확신을 줄 수 있다.
아마도 그녀는 그런 대화방식을
누군가로부터 습득한게 아닐까?
그녀의 아버지이거나 아니면 다른 엘프라던가
"그럼 너희가 준비해줫으면 하는 것이
몇 가지 있다. 우선은..."
공주의 입에서 몇 가지의 계책이 매끄럽게 나왔다.
마티아는 그 모습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공주에게는 첫 회의와도 같을 것인데,
지도자인 그녀의 뇌속에는 이제 앞으로의 일을 포함해서
모든 것이 그녀의 머리 속에 숨겨져 있는 것만 같았다.
오래 탑에 유폐되어 있었다고 했다.
과연 그동안 어지간히 참을 수 없는 감정을
가슴에 품고 있었던 건가
그렇게 회의도 종반에 접어들었다.
이제 의제도 거의 끝났을 무렵,
반감을 사지 않을 정도의 타이밍을 가늠해서
마티아는 번쩍 손을 들었다.
"오호, 우리의 인간 협력자, 마티아시군요
발언권을 허락하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주위의 시선을 받아넘기며, 마티아는 목소리를 울렸다.
그래도 경의를 표하듯
눈을 내리깔고 말을 이었다.
"저..아니.. 문장교도의 전력으로서
귀중한 용사 한 사람이 이 나라에 있어 행방이 묘연합니다.
루기스라는 사람인데, 혹시 알고 계십니까?"
"나는 모르겠구나"
그녀는 마티아의 말을 집어삼키듯 강한 어조로 말했다
주위의 엘프들도 조금 달라진 그녀의 모습에 얼굴을 들었다.
"......미안 하지만, 인간은 자네들 이외는 몰라.
하지만 행방을 찾는다면, 너희에게 전하도록 약속하지"
그렇게 말하는 공주의 표정은
이미 평정을 되찾은 듯한 모습이였다.
그녀는 엷은 미소를 지으며 잔잔하게 목소리를 흔들었다.
마티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를 하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루기스... 또 어디에서
난봉꾼처럼 괘심한 짓을 하고 있는 건가요?'
그녀는 속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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