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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83화 - 주종관계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4장 엘디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83화 - 주종관계 -

개성공단 2020. 3. 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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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모든게 네 말대로 되었다."

 

어딘가 언짢은 듯이

입술을 삐적거리며 턱을 괸 엘디스가 말했다.

그 모습만 보면 공주의 품행으로는 보이지 않았다.

 

밖에서는 이제 햇빛이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이 곳에 온지 며칠째 인지는 몰라도

갈라이스트 왕국의 병사도 멍청이가 아닌 이상

이 곳에 거의 오고 있을 것이다.

 

내 뱃속에서 떨림에 가까운 충동이 목구멍까지 올라왔다

정말로 이것이 최선인 방법인가

이런 엉성한 작전이 과연 성공할 것인가

 

나의 뇌가 알 수 없는 불안을 부추켰다

 

"공주님, 실행 시각은 낮 맞죠?"

 

"말했잖아, 작전은 변함없다고,

나를 못 믿겠다는 거야?"

 

공주는 아무래도 기분이 언짢은 것 같았다.

그녀의 말 마디마디에 가시가 돋아나 있었다.

내가 무슨 말을 할 때마다 온몸을 가시로 덮을 기세였다.

 

달래듯 말을 흘리면서,

코 밑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었다.

 

그렇다면 준비는 다 갖추어졌다고

판단할 수 밖에 없다.

 

솔직히 위험한 도박이긴 하다.

어디까지 민심을 잡을 수 있을 것인가

그것보다는 인간인 내가

엘프 같은 다른 종족의 심경을 알 수 있을까?

 

"그럼 계획은 만사가 갖춰졌다고 생각하겠어

이젠 모든 것을 바라보는 안목이 필요한데..."

 

이제는 단순히 정보량 승부에 불과해졌다.

어떻게 전황을 보고 바탕을 얼마나 만들 것인가

유감스럽게도 지금은 이것이 불가능하다.

 

탑 안에 있으면서 모든 것을 응시하다니,

내겐 도저히 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왕국측의 라기아스라는 엘프도

내가 거의 알 수가 없는 인물이다.

그런 상대와 말을 서로 움직이는 것은, 솔직히 불안한 것이다.

 

가슴 속에, 뭔가 돌 같은 것이

돌아다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이제 뭘 해야 하지?"

 

생각에 빠져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가운데,

입술을 삐죽거리던 엘디스가 말을 던졌다

 

순간 의미를 헤아릴 수 없어서 미간을 일그러뜨렸다

뭐야, 뭘 하면 되냐고?

엘프의 공주가 나에게 지시를 원한다는 건가

 

그녀의 커다란 눈동자가 이쪽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정말로, 나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리고 잇는 것 같았다.

 

아아, 잠깐... 문득 생각이 났다.

지난 세계에서도 엘디스는 영웅의 말을 잘 들은 기억이 있었다.

아니, 오히려, 녀석의 주장 밖에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라는 편이 이치에 맞는 말이 겠지만...

 

어쨌든 나의 지시를 받아준다면 그건 고맙겠군

그렇다면야 탑 안에서도 방법은 나올것이다.

 

"그럼 공주님에게 부탁하나 하겠어

너의 환영술로, 주위의 광경을 빈틈없이 둘러봤으면 좋겠어

가능한 한 왕궁의 모습이나, 마수의 움직임까지도"

 

과연 이런 척후병이나 다름없는 일은 거절할까 생각했지만,

엘디스는 두말없이 승낙했다.

정말 나의 지시를 따라주는 건가?

 

아니, 그냥 한가했을 뿐일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건 그녀에게 실례일 것이다

 

엘디스는 왕족의 피가 흐르는 엘프다.

이제 이 나라를 뒤집어 놓으려고 하는데,

그냥 여기서 죽치고 있으라는 것은

그녀에겐 잔소리나 다름 없을 것이다.

 

"그럼 갔다 올께.

침대에서 누워 있을테니, 누가 오면 자고 있다고 말해"

 

"아.. 알았어...아니, 잠깐...

너 분명 누군가가 껴앉고 있어야 환영을 만들 수 있다며?"

 

조금전까지만 해도, 

나는 공주의 환영술을 위해서

아픈 어깨를 위해서 공주의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엘디스는 눈동자를 깜빡이며

문득 생각에 잠기듯 입술을 움직이며 말했다.

 

"거..거짓말이였어. 그럴리가 없잖아

너 말야, 바보인거 아니야?"

 

이 개년은 지난 세계와 비교해서

확실히 행동을 읽을 수 없는 여자다.

 

카리아와 피에르트는 성격의 변동은 있었지만,

본래의 모습은 변하지 않았었다.

고귀한 정신의 소유자이며, 탐구를 잊지 않는 사람이였다.

 

그런데도, 이 엘디스는 전혀 그 본질을 읽을 수 없었다.

물론, 예전에는 정신이 크게 손상된 게 원인이였지만,

상상했던 것과는 사뭇 다른 성격이였다.

 

"그건 너를 시험한 거였어

과연 네가 무방비한 나를 두고, 해를 범하는게 아닌가

만약 그랬다면, 네 목을 칼로 찔러 버렸겠지"

 

그렇게 말하며

엘디스는 살짝 눈을 비비며 침실로 향했다.

 

엘프라는 족속들은 이해 할 수가 없는 놈들이군...

나는 적어도 그렇게 생각했다.

 

엘디스는 침대로 향하기 직전에,

이 곳을 바라보며 나에게 말했다.

 

"......그러고 보니 말이야.

너는 왜 나와 협조해 주는거야?

라기어스에게 붙잡혔다고 해도, 다른 여러가지 방법은 있을 텐데?

너에겐 동료도 있고, 날 속이고 연락만 해도 빠져나갈 수 있잖아"

 

전적으로 틀린 말은 아니다.

 

확실히 엘디스를 동료로 끌어들여서

라기아스의 통치를 전복시킨 다음 협조를 얻는다면,

문장교도의 세력은 확장 될 것이다.

 

하지만, 그것 뿐일 것이다.

정부가 전복된 직후의 국가에게

그리 협조를 얻을 수는 없을 것이고,

오히려 이 쪽이 지원을 해야 할 것이 뻔했다.

 

앞으로 대성교와 대립할 것을 생각하고,

그 세력을 약화시키려고 한다면,

적당히 이 나라를 휩쓸어 버리면 되는 것이였다.

특별히 그녀의 성공을 바라는 것은 아니엿다.

 

차마 대답하지 못하는 나를 보고,

엘디스는 조금의 미소를 지었다

 

"아니면, 너의 목적을 위해서 이용되고 잇는 뿐인 건가?

뭐, 그것도 나쁘지는 않은데"

 

그 말에, 나는 웃음을 터뜨릴 뻔 했다.

 

이용? 내가 엘프의 공주를?

이용을 한다고 하면, 좀 더 이용하기 쉬운 인재를 이용할 것이다.

 

"나도 내 목적이 있는 것은 맞아. 부정하지는 않겠어"

 

순간 엘디스의 분위기가 싸해진 것 같았다.

정말 알기 쉬운 여자내

...하며 나는 씹는 담배를 그리워하며 말을 꺼냈다

 

"하지만, 이유는 달라.

나는 너를 도와주려고 그러는 거야.

너는 숲에서 우리에게 경의를 표했었잖아?"

 

그렇게 말하며 어깨를 움츠리자,

엘디스는 눈을 깜빡이며 파안대소 하듯이 웃음을 터뜨렸다.

 

"뭐야? 그런 일로 움직이다니. 넌 정말 바보같아"

 

"그런 일이라니, 나에게는 아니야"

 

그래 맞아. 그런 일이라니

 

나에게 경의를 표하는 일이 몇 번이나 있었을까

오히려 이 몸을 인간으로 대접해 주는 인간이

과거부터 생각했을 때 몇 번이나 있었을까

 

확실히, 엘디스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

지난 세계에선 몇 번이나 살해 당할 뻔 했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의 그녀는

나에게 경의를 표해 주었다.

그녀의 경의는 풀이 죽은 나의 가슴을 위로해 주었다.

 

"...하하하, 마치 동화책의 기사 같아

그럼 나도 합당한 예를 배풀어야 겠지?"

 

엘디스는 이 쪽을 바라보며

눈동자를 깜빡이며 말했다.

 

"앞으로 모든 것이 잘 될지는, 신도 정령도 알 수 없어.

하지만, 고마워. 나의 기사 루기스...

나는 네가 없었다면 앞으로 나아갈 수도 없었을 거야

너에게 진심 어린 감사를 표할게"

 

그것은 지금까지와 같은 가벼운 말투가 아니였다

어딘지 장엄함조차 느끼는 공주로서의 말이였다.

그와 동시에 그녀는 이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참으로 아까운 말이였다.

그것도 나 같은 사람들에게는 말이다.

나도 모르게 동화책의 기사처럼 손을 잡고 입을 열었다

 

"공주님을 위해서라면야, 기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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