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18화 - 마인의 부류 - 본문
대마, 그들은 때때로 복수의 권능을 가질 수 있지만
그래도 근원이 되는 원전은 하나뿐
브릴리간트는 숱한 권능을 앗아갔지만 그 점에 예외는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반드시 파고들 틈은 있다
놈의 원전을 무너뜨려 주면 죽일 수 있을 것이다
보석 아가토스는 삐걱거리는 손끝을
스스로 껴안으며 어둠 속으로 나아갔다
오똑한 코가 무음 속에서 점점 들어올려지고 있었다
자신의 윤곽조차도 잃을 것 같은 무음과 어둠이 여기 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아가토스 자신도 몰랐다
피에르트트의 마력은 이미 간파할 수 없게 되었고
지침으로 삼아야 할 것은 모두 사라졌다
하지만, 레우의 영혼의 잔향이 그녀에게 머무는 것을 허락하지 않았고
그 의지만이 싸늘한 어둠 속에서 그녀의 다리를 앞으로 내딛고 있었다.
레우의 영혼, 밖에서 아직 살아 있는 듯한 루기스의 일
그리고 브릴리간트의 심장으로 변한 피에르트의 일
산적한 문제가 아가토스의 뇌를 소용돌이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모두가, 브릴리간트를 죽이기만 하면 결판을 볼 것이다
아가토스는 목젖을 울렸다
소리는 나지 않았다
브릴리간트 원전 내부
이는 그의 근원 그 자체, 본질을 보여주고 있었다
어둠이 아가토스의 뺨에 드리워졌다
무심코 고개를 흔든 동시에
단지 그것만으로 열을 빼앗아 가는 기색이 있었다
소리도 없이 아가토스는 목소리를 높였다
그녀는 지금 자신이 겁에 질려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분노의 불꽃이 휘황하게 타오르면서도 그녀는 틀림없이 공포에 떨고 있었다
그것은 이 어둠이 무서운 것도
언제 어느 때 자신의 영혼과 몸을 빼앗기는 공포에
사로잡히기 때문도 아니였다
단지 브릴리간트의 본질을 잘못 본 것 같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였다
그의 본질은 찬탈이 아니다
그저 이 공허 인 것이였다
지독히 안 좋은 느낌이 들었다
우리들은 필사적으로 브릴리간트를 죽이려 하고 있었지만
어쩌면 그는 죽음 자체를 모르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낮이든 밤이든 그에겐 죽음이 주어지지 않았던 것이였다
그래도 아르티아도 그의 심장을 빼앗는데 그쳤던 것일까ㅓ
만약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이지?
순간적으로 아가토스는 몇 번 킁킁거렸다.
비록 소리는 나지 않았지만 일절 허무했던 이 공간에서
약간 낯익은 냄새가 났다
순간 아가토스는 미간을 찌푸렸다
그리고 더할 나위 없이 싫은 표정을 지었다
단정한 표정이 혐오스럽다는 표정을 역력히 보여주고 있었다
최대한 맡고 싶지 않았던 냄새
정령신... 아니, 요정족, 그것도 드래그만을 연상시키는 마성의 냄새
그것이 이 허공에서 유일한 지침으로 나타나고 있었다
가능하다면 반대 방향을 향해 당당하게 돌진해 보고 싶었지만
역시 그것을 말릴 정도의 이성은 남아 있었다
아가토스는 눈꺼풀 뒤에서
드래그만이 양 어깨를 움츠리고
밉살스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모습을 보았다
일찍이 함께 어깨를 나란히 하고 전쟁을 같이 치렀을 때도
이따금 비슷한 표정을 그는 짓는 버릇이 있었다
그러나 문득 아가토스는 긴 속눈썹을 흔들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 모습은 이제 다시 볼 수 없는 것이니 말이다
서로 싸운 적은 여러 번 있었지만
그래도 마인 동포를 잃는 것은 너무나 드문 일이였다
아직도 그의 존재가 실종된 것을 아가토스는 완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에게서 탄식이 새어나오더니
"이놈이나 저놈이나 자기 맘대로군
자기 맘대로 퇴장하고 작별, 뒷일은 에라 모르겠다는 것이지?
그래, 그게 맞는 것이긴 하지, 나도 그럴 거야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 그게 그렇게 고상한 짓인가?"
목소리는 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푸념이라도 내뱉듯이 아가토스는 말했다
그녀는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냄새를 찾아 계속 걸었다
그리고 열과 빛이 점점 그 몸에서 사라지려 하고 있었다
◇◆◇◆
이젠 틀렸어, 더 이상은 나도 무리야
나도 모르게 그런 푸념을 내뱉고 싶을 정도였다
핏덩어리를 몇 번 뱉어내면서 순간적으로 다리를 튕겼다
그렇지 않으면, 브릴리간트 놈이 양 날개나 꼬리를 휘두르는 것만으로
나는 온몸이 산산이 부서져 뼈와 피를 튀기게 될 것이다
그것보다도 산 자체가 아예 사라져 버리겠지
아무래도 아가토스는 죽은 것 같았다
주위를 유유히 흩날리던 보석이 꿈쩍도 하지 않고 있었다
어쩔 수 없다
나도 이미 초죽음이고
이런 몸이 아니면 몇 번 죽었을거야
목이 타는 듯한 소리를 냈다
상처투성이의 체구가 그 자체로 저리고 있었다
나는 체구로부터의 비명을 무시하듯
마검의 칼끝을 하늘로 향해 어깨로 내밀었다
동시에 보라색 빛이 흐르는 듯한 선을 그리며 반원을 그려나갔다
순간, 폭위의 덩어리가 떨어져 내렸다
그것은 용의 브레스, 닿았다간 뼈까지 빼앗기는 찬탈의 화신
마검은 이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고
내 팔에 달라붙으면서 어떻게 베어 죽여야 하는지 가르쳐주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아직도 여기에 서 있을 수 있었다
검을 휘두름과 동시에 한순간의 변화가 있었다
브레스를 다 뱉은 용이, 조금 몸을 일으키기 시작하는 것 같았다
젠장할, 어쩌지?
브릴리간트 놈의 움직임은 시간이 지날수록 그 예민함을 더해가고 있었다
마력과 피가 온몸으로 돌기 시작한 증거였다
이대로 시간만 흐른다면 놈은 하늘을 날아서
나를 산째로 날려버릴 것이 분명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끝장이야
그 때는 정말로 어쩔 수 없어
일순의 머뭇거림이 있었다
뭔가 오래간만의 반가운 느낌이랄까
과거에 이런 일을 많이 했던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마 지독한 생애였던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극복할 수 있겠지, 못 이겨내는 일이란 없는 법이니까"
나는 나도 모르게 나를 농간하듯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머릿속에서 아가토스의 말을 떠올리고 있었다
'마인의 싸움 방법은 그게 아니야, 좀 더 괴멸적이어야 해'
내가 원해서 마인이 된 것 같진 않아 보였지만
그래도 확실히 검을 휘두르는 것만으로
브릴리간트를 죽일 수 있으리라고는 도저히 생각되지 않았다
아가토스의 도움으로 브릴리간트로의 접근은 이루어졌다
마검이 말하는 대로, 직접 칼날을 눌러 주는 편이
놈에게 상처를 남길 수 있었다
만약 이대로 몇 시간 동안 상황이 변하지 않으면
그것으로 어떻게든 될지도 모른다
하지만 상황은 확실히 악화되고 있다
녀석은 힘을 얻고, 나는 힘을 잃어 가겠지
저울을 움직이기 위한 절대적인 기적이 나에게는 필요했다
나는 마검을 쥔 두 손가락에 힘을 주며 말했다
"가자 영웅 살해, 적은 용의 영웅과도 같으니 마링야
더 이상 할 말은 없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대야"
동시에 용의 폭음이 가까이 다가왔다
브릴리트가 하늘을 향해 포효를 올렸다
것은 통각을 호소하고 있는 것도
무엇인가의 감정을 울리고 있는 것도 아니였다
녀석이 하려는 말은 딱 하나
내가 다시 이르렀노라, 나의 모습을 보아라, 나의 힘을 깨우쳐라
강자의 포효. 너무 힘차고
세계 전체에 울려퍼지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의 거셌다
일찍이 신의 한 구석을 담당했던 것만은 알 것 같았다
어쩌면, 놈에게 있는 것은 그것 뿐일지도 모른다
끝없는 신념도 아니고, 둘도 없는 의지도 아닌 꿈꾸던 이상도 아닌
단지 그 목소리만이 놈을 위협적인 상대로 보게 되었고
그저 그 보다 더 강한 자가 부족했던 것일지도 모른다
아무튼 이제 그것을 알 수 있는 수단은 더 이상 없다
"......깨어났으면, 다시 잠들도록 해, 이제 네 시대는 끝났으니까"
루기스는 어금니를 깨물고,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다시 한 번 재워주도록 하지, 원전해제"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 > 제16장 동방 원정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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