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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17화 - 행복은 이미 없어지고 - 본문
천성룡, 용의 왕
대마 브릴리간트에게 주어진 칭호와 이름은 많이 있었다
전승이나 소문으로 알려진 것을 포함하면 셀 수도 없을 것이다
그것은 브릴리간트라는 존재가 얼마나 위협적이었는지를 전하는 것이였다
영웅이든 마성이든 힘있는 것은 항상 그 존재를 잘라내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실제의 브릴리간트가 어떠한 사상을 가지고
어떠한 사고방식을 가진 용이었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었ㄷ
그것을 아는 사람은 이미 대부분이 죽어버린 후였으니 말이다
현재 대마 브릴리간트는 몽롱한 생각 그대로 거구를 흔들었다
지금은 아직 발톱도 이빨도 본능으로 움직이고 있을 뿐이였다
브릴리간트 자신은 머리에 파고든 마력에 의해
간신히 그 사고를 되찾기 시작한 것 뿐 이였다
이곳이 어디고, 내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모호했다
어찌된 셈인지 적이 있다는 것만은 알고만 있는 ㅅ ㅏㅇ태였다
또렷이 눈을 뜨고 보면 그 눈에 눈부신 명멸
그리고 광대한 세계가 들어왔다
대체 뭔지 모르겠군, 브릴리간트는 눈을 부릅떴고
거대한 눈동자가 대지를 비예했다
베핌스 산은 물론 저 멀리 대지까지도 내다볼 수 있는 시각이였다
그곳에는 본 적도 없는 양식의 건물들이 늘어서 있고
아기자기한 길이 그어져 있었다
게다가 거기에 눌러앉아 있는 것은
용은 커녕 마성도 아닌 그저 인간이였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광경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은
지평 저 멀리까지 과거 브릴리간트의 영토였다
그러나 이제 자신이 이룩해야 할 왕국은 사라지고
이 눈동자에 비친 모든 것이 무엇 하나 자신에게 바쳐진 것은 아니였다
군데군데 살펴보면 지형조차도 바뀐 곳이 있었다
그 단에 이르러서야 브릴리간트의 기억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그렇군... 나는 그 인간에게 패배했었어
정령신처럼, 거인왕 모두 사라져버리고 말았지
그리고 이 대지의 패자는 마성에서 인류로 옮겨갔다
그렇게 생각하며, 브릴리간트의 의식에 흘러내린 것은 단 하나
그것은 인류 영웅 아르티우스에 대한 끝없는 원망 따위가 아니었고
또한 용족이 가진 화산과 같은 분노도 아니였다
오직 유쾌한 생각만이 대마의 가슴속에 있었다
브릴리간트의 눈동자에 떠오르는 것은 예전의 날들
왕위 찬탈, 반역자 평정, 정령신과의 전쟁
천성 추락, 서부 침공. 그리고 아르티우스 전역
피와 싸움으로 얼룩진 그 생애를 기억해내자
용의 머리가 감정을 나타내는 것처럼 일그러졌고
그리고 브릴리간트의 몸집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브릴리간트에게는 그 모든 것이 쾌락이었다
침략과 찬탈은 그 누구보다도 유쾌했기에 말이다
일찍이 하등 생물이라고 얕보아졌던 검은 용
하지만 그의 송곳니와 발톱 앞에 위대했던 황금도
도도한 백은도, 강인한 구릿빛 색도 모두 자신에게 굴복했다
브릴리간트의 생애는 빼앗는 것으로 시작하여 그렇게 빼앗기고 끝났다
그 이외에 그 용은 쾌락을 알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 또 내가 침략하지 않은 대지가 눈앞에 있다
이것이 기쁨이 아니고 뭐란 말인가
동시에 세계가 출렁이며 그 경치를 바꾸기 시작했다
브릴리간트의 체구로부터 빠져 나오는 세계가, 주위를 침략해 갔다
본래 체구 안에만 들어갈 정신, 사고, 사상, 이상
그것들이, 형태를 이루어 세계를 먹치워갔다
그것이 어느 정도의 이상인지 물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순간, 브릴리간트의 시야를 보석 같은 빛이 감쌌다
빛의 말뚝이 하늘에서 내려와 있는 것 같기도 했다
그 광경은 본 기억이 있었다
정령신 아래 있던 혼혈마인, 아마 보석이라 했던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무래도 이 마인은 나와 적대하는 입장이 된 것 같았다
브릴리간트는 그것에 대해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았다
그는 그저 당연하다는 듯이 턱을 벌리기만 했다
그저 그는 찬탈자의 힘으로 보석 아가토스의 몸을 먹어가기만 할 뿐
그녀의 살, 그녀의 피, 그녀의 혼을 빼앗으려
이빨을 세웠고, 그리고 단숨에 삼켜나갔다
남은 것은 하나의 마인 뿐인가?
하지만 그러면서도 풀리지 않은 의문이 있었으니
어깨서 고작 두 명의 마인이 자신과 맞서고 있는 것일까
분노도 연민도 없이, 오직 의문만이 브릴리간트를 에워싸고 있었다
◇◆◇◆
보석 아가토스는 대마 브릴리간트에게
혈육이 부서지고 그 몸속에 던져지면서도
여전히 폭풍 같은 고함을 질러댔다
목소리에는 감정의 모든 것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녀에게는 도저히 용납하기 어려운 일이 벌어지고 있었으니 말이다
"레... 레우!? 안 돼....!!!"
그녀는 현재 피가 부족하고 마력은 대부분 상실
마인으로서의 위엄을 보여주기조차 어려운 상태였다
그러나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게
원래는 그것조차 할 수 없는 것이었다
브릴리간트는 그 몸 자체가 원전
그렇다면 육체째 영혼을 빼앗아 가기가 쉬웠다
아가토스가 그렇게 되지 않은 원인은 분명했다
그것은 오직 단 한 가지의 사실
자신 대신 레우라는 인간의 영혼이
브릴리간트에게 마구 잡아먹혀버렸다는 것 뿐이였다
아가토스가 체념하며 잡아먹히기 직전
레우는 아가토스의 영혼을 밀치며 스스로를 희생했다
그리고 일체의 저항도 없이 아가토스가 말을 할 시간조차 남기지 못한 채
레우는 그대로 영혼을 잃고 말았다
아가토스는 이제 힘없는 손가락 끝을 움켜쥐고
자신도 모르게 피가 흘러내릴 정도로 이빨로 입 속을 깨물었다
어느 정도의 아픔도 여전히 이 분노에는 도저히 비할 바가 못 되었다
"이... 이.... 멍청한...!"
레우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가토스에겐 이해가 이제 알 길이 없었다
그 남자처럼 그냥 미친 놈이였을 지도
대마에게 빼앗긴 영혼은 결코 구원받지 못한다
자신의 영혼이 다른 자의 양식으로 사용되는 고통은 얼마나 아플까?
영혼이 받는 통각은 살아있는 사람이 생가죽을 벗기는 것보다 심할 것이다
아가토스는 저주에 가까운 소리를 내뱉으며
필사적으로 자신의 몸을 지탱했다
살도 피도 잃고 기댈 수밖에 없는 몸이었지만
보석을 조타하면 할 수 없는 일은 없을 것이다
그녀의 숨이 매우 가빠졌다
무엇을 해야할 지 전혀 짐작이 가지 않았다
일어나기는 했으나 이제부터 어떻게 할지 말이다
문득 뺨에 뭔가가 전해진 게 아가토스에게는 알려졌다
이...이게 무슨 액체지? 지금 눈동자에서 흘러내리는 액체는?
그게 눈물이라는 걸 잠시 후 깨달았을 때
아가토스는 비웃음을 얼굴에 내 보였다
그 정도로, 자신에 대해서 전혀 알 수 없게 되어 버린 것이였다
그녀는 입술을 열고, 혼잣말 하듯이 중얼거렸다
"네... 네가 말했잖아! 마지막엔 자듯이 죽고 싶다고
그런데 어째서... 이런 일을 해버린 거야!"
게다가 그 말 또한 진심은 아니엿을 것이다
사실은 행복해지고 싶었을 것이다
어머니와 둘이 있어도 편히 살 수 있었으면 좋았을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끝나버리다니...
이런게 행복일리가 없잖아
누구에게 말을 거는 것인지, 무슨 말을 하는 것인지조차 알 수 없었다
그래도 말은 쉴 새 없이 아가토스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나는 불변, 불후의 보석이다
누구도 나를 바꿀 수 없고, 누구도 나를 변하게 할 수 없어
나는 누군가를 위해서 살거야... 그러니까... 이것은 나를 위해서야, 레우"
일찍이 야만인이라고 불러졌던 그 날부터 마음먹었던 그 말
마인은 원전이라는 것이 있어야만 살 수 있다
그것 외에는 존재를 증명할 수 없는 불쌍한 생물이였다
그래서 그것을 위해서라면 영혼 조차 걸 수 있는 존재였다
그녀는 호흡을 가다듬고 보석을 이용해
손발을 형성하며 정면을 바라보았다
자신이 있는 곳은 브리간트의 몸 속 따위가 아니였다
그저 브리간트가 가진 원전 안에 받아들여졌다고 하는 편이 적절한 것이다
입술을 물결치며 아가토스는 입을 열었다
눈물 자국이 뺨에 남아 있었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볼을 두 손으로 감쌌다
"말로 하기엔 진부하지만, 그래도 브릴리간트, 당신에게 할 말이 있어"
아가토스는 허공을 바라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녀는 저주 격의 목소리를 띠고 있었다
"나는 당신을 죽일거야
네가 빼앗은 영혼이 얼마나 아름다웠는지 알려주도록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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