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19화 - 원전해제 - 본문
마검이 떨렸다
주인과 일체화된 검에게
그 변화는 너무나 현저했기 때문이였다
주인이 완전히 마인으로 변하려 하고 있다
혼돈의 중심 인물이 되려 하고 있다
그것은 통제자 드래그만이나
보석 아가토스 혹은 거인 카리아처럼 같은 것과는 다르다
사람이란 씨앗이 지금 원전을 가지고 사람을 일탈하려 하고 있었다
그 결말의 많은 부분이 파멸적임을 마검은 알고 있었다
짐승에게 몸을 타락한 자도, 저주와 같은 증오로 마인이 된 자도
인류 영웅 아르티아조차, 그 말로는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지금 주인 루기스는 원전을 해제하려 하고 있다
그것은 파멸에의 일보에 가깝다
그렇다면, 자신은 주인을 말려야 하는 것이
아닌가 하고 마검은 머뭇거렸다
순간 마검은 자신을 비웃으며 칼날을 날카롭게 했다, 뭘 이제와서...
정말로 멈춰야 한다고 생각한다면
그 톱니바퀴가 주인의 몸에 손을 대는 순간부터
나는 최대의 저항을 했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체구의 마인화 등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하지만, 마검은 생각해 버렸던 것이다
주인이 마인이 되면 보다 자기와 동일화를 도모할 수 있지 않을까
마검은 자루에서 칼날에 이르는 모든 것이 마의 결정체
대마 아르티우스의 몸에서 깎여나온 진정한 마구
그것은 즉, 인간의 주인으로서는 이물질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였다
그렇다면 그 존재를 혼합시키고 있어도
머지않아 손을 떼이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 감옥 때처럼 다른 사람에게 넘겨질 때가 올지도 몰라
그것만은 질색이다
그것만은 싫다.
그러나 그들도 마성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그 마지막까지 우리는 동일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마검은 루기스의 마인화를 막을 수 없었다
지금도 말리지 않는다.
이것이 추악하고 사악한 감정임을 마검은 이해하고 있었다
스스로의 의지로는 막을 수 없는 감정
후회 따위는 없다
그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하다
게다가 진정으로 브릴리간트를 타도하려 한다면 사람 몸으로는 한도가 있다
그렇다면 사람을 넘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루기스가 말을 흘리고, 그의 원전이 힘을 이끌어내고 있었다
"원전해제..."
그리고 자물쇠가 풀렸다
마검이 신음하듯 날을 날카롭게 했다
그리고 원전의 정체를 알았다
주인에게 아주 걸맞는 것 같았다
주인은 자기를 악으로 칭했다
자신은 영웅이 아니라고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주인은 거기에 손을 계속 뻗곤 했다
이 원전들은 주인의 정의와 영웅에 대한 애도 그 자체였다
그것만이 자기라고 말하는 것과 같았다
그렇다면 주인의 최후는 이미 정해져 있었다
마검이 변화를 이루어 갔다
보라빛은 더 날카롭게, 검은 빛의 모든 것을 침범할 듯이 물결쳤다
그것은 이제 칼이라기보단 루기스의 손에서 쏟아져 나오는 어둠 그 자체였다
브릴리간트가 포효를 내뱉었다
세계가 흔들리며, 산의 표면이 튕겨 나갔다
그 바위도 부수는 손톱이 루기스를 향해 내려앉았다
벌레를 짓밟는 단순한 동작
하지만 그 하나 하나가 엄청난 일격이였다
그리고 아직 자세를 풀지 못한 루기스는 그 과녁에 불과했
하지만 은빛 머리카락이 시야에서 흔들리는 것을 마검은 보고 있었다
그래서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
설마 거인의 피를 이어받은 자가
쉽사리 용에게 패배할 리도 없을 것이니 말이다
"루기스! 네 노오오옴!"
검붉은색 검이 거대한 용의 발톱을 막아냈다
자세고 뭐고 아무것도 없는, 휘두르기만 한 일격
그러나 거인의 근력은 그 자체로 충분히 파괴적이였다
순간 브릴리간트의 손이 흔들렸다
루기스가 볼에 미소를 띤 것을 마검은 알고 있었다
"역시 카리아, 게다가 타이밍도 좋군
벌써 밤이 되어버렸어, 해가 졌다고, 하하하"
루기스는 밤으로 인해 가득찬 어둠을 휘감으며, 마검을 휘둘렀다
공간 자체가 이제는 그의 것이 되어버린 것처럼 느껴졌다
그럼 해볼까 하고
브릴리트에게 가볍게 중얼거리고 루기스는 원전해제를 해다
원전해제, 원초의 악
영웅을 애태우고, 영웅을 죽이고
그러면서도 여전히 영웅에게 손을 뻗치는 사람이 거기에 있었다
◇◆◇◆
보석 아가토스는 그리운 향기를 찾아 걸었다
냄새가 코끝을 스칠 때마다
머리에 몇 번이나 과거가 어른거려 싫증이 났다
어쨌든 생각나는 것은, 동포인 드래그만의 일만은 아니였다
혼혈의 야만공주
그렇게 불린 날의 일이 아가토스의 뇌 속을 둘러싸고 있었다
아가토스의 몸은 순결의 마성이 아니다
바위에서 태어난 마족 로곰과 요정족의 혼혈
종으로 나뉘어 부족을 형성하고 왕을 받드는 마성에게
혼혈이란 너무나 이단적인 존재였다
특히 아가토스가 살던 시대는 부족 간의 교류가 너무 적었다
부모님은 아가토스를 벼랑에서 떨어뜨려 버렸다
살아남은 후에도 어딘가에 소속되려 했지만, 그렇지 못했고
아가토스는 오직 한 몸만으로 세계를 방황하는 길에 빠져들었다
몇 번이나 죽을 뻔했고 절망은 당연한 듯했다
로곰도 아니고 요정도 아니고... 그럼 나는 무엇인가, 그렇게 몇번이나 물었다
그러다가 그런 고민을 한순간에 털어버리고, 단 하나의 생각을 얻었다
나는 최고의 보석이자 유일한 존재, 그 밖의 어떤 자가 있을리 없어
문득 눈을 떴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던 용의 몸 안이
조금씩 조형을 갖기 시작하고 있었다
때론 바위산 같기도 하고 때론 용의 둥지처럼 변해
이곳이 정말 몸 안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과연 용이란 이런 것일까
아니, 브릴리간트가 이상한건가?
그런 식으로 아가토스가 느끼기 시작했을 때
더 강한 그리운 냄새가 콧구멍을 찔렀다
엄청난 황금과 왕관, 온갖 재화를 한데 담은 보물고였다
그곳에 그녀는 있었다
피에르트 라 볼고그라드, 마법사이자 아가토스와 레우가 찾는 사람
그녀는 아름다운 검은 머리칼을 내던지고
금은보화를 침대로 삼아 잠이 들어있었다
마치 소중한 것을 안치하고 있는 것 같았다
보물고가 보이는 것은 그것을 상징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아가토스는 넘치는 한숨을 삼키며
피에르트에게 다가가 그 뺨에 손가락을 댔다
오랜만에 본 그 모습은 좀 야윈 것 같았다
그리고 동시에 피에르트의 마력이
이제 마성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아가토스는 깨달았다
아가토스와 피에르트의 마력 궁합은 너무 좋았다고 해도 좋다
그렇다면 부분적으로 마력이 변모를 일으킬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도 빨리 변한다는 이야기는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녀의 신상에 무슨 일이 일어났고, 무엇을 대가로 지불했는지는 명백했다
하아, 하고 아가토스는 한숨을 쉬었다
"정말 바보구나, 누구나 좀 더 단순하게 사는 법을 알고 있을텐데
스스로 모르는 길로 길을 꺾어서, 마음대로 길을 잃어버리다니"
아가토스는 발을 휘청거리며, 피에르트의 몸으로 쓰러졌다
이젠 아가토스도 한계에 가까웠다
그저 걷기만 해도 마력도 체력도 빼앗아 가는
이 공간에서 아직 살아 있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였다
하지만, 아직 해야 할 일은 끝나지 않았다
아가토스는 떨리는 손끝으로
피에르프가 가슴팍에 묻고 있던 포대를 꺼냈다
"그 녀석에 의지하는 것 같아서 되게 약올랐지만
지금 한 번만 쓰도록 할게
괜찮을거야, 피에르트 넌 무사히 돌려보내줄게"
아가토스는 주머니를 그대로 움켜쥐어
보석으로 둔갑시켜 몸에 집어넣었다
아마도 알맹이는 요정족의 마력 결정체일 것이다
무엇엔가 쓸 만한 것은 아니지만
마력을 억누르는 정도의 신비가 담겨 있었다
마법사를 위한 부적일지도 모른다
아가토스도 절반은 요정족이다
그 마력을 끌어들이니 목구멍이 약간 촉촉해진 감촉이 차올랐다
"상대가 네가 원하는 자가 아니여서 좀 속상하겠지만
어쨌든 깨워주도록 할게, 피에르트
자, 일어나서 브릴리간트를 깨부수는 거야"
피에르트는 지금 브릴리간트의 심장이다
아가토스는 그녀가 그저 말만 걸어도 일어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렇다면 억지로 깨우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가토스는 두 손을 피에르트에 휘감으며 말했다
"돌려 받겠어, 브릴리간트... 피에르트도, 그 아이도...
원전해제, '내 손에 영원한 빛이 있으라'"
아가토스의 주위를 맴도는 보석들이 갑자기 움직임을 멈췄다
그리고 어둠 속으로 빛이 차오르기 시작했다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 > 제16장 동방 원정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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