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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47화 - 죽음의 의미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47화 - 죽음의 의미 -

개성공단 2021. 5. 10.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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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떠한 시대, 어떠한 장소에 있든지 정해져 있는 진리가 있다
사건이 얽히고, 환경이 달라지고
시간이 흘러도, 언제나 변화지 않는 현상

죽음은 언제나 불합리하다는 것

죽음은 예측이 가능해도 예언할 수 없다
이들은 느닷없이 나타나 유를 헛되게 했다
무에서 유를 창출하는 수단은 한정되어 있는데
죽음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 나타났다

만물에 주어져 누구에게나 경외심을 갖게 했으나
반면 죽음을 위협하는 것은 없었다



인류가 마성이 수없이
전역을 벌여 목숨을 앗아가고 싸우더라도 죽음은 늘 우월자
빼앗가나는 쪽이지 주는 쪽이 아니였다
죽음이란 어떻든 간에 불공정한 것이였다

결국 죽음을 상징하는 마인은 불합리한 현현 그 자체였다

죽음이 쏟아졌다




"후퇴하라! 있는 힘을 향해 달려라!
쓰러진 자를 결코 쳐다보지 말라!"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아니, 이제는 뭔지는 알겠는데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난거지?

눈 깜짝할 사이에 반파된 부대를 정리하면서
카리아는 미간을 찌푸렸다

카리아는 가슴속에 대량의 혼란을 안고, 계속 큰 소리를 외쳤다
그녀는 이해도 못한 채 군사를 대부분 철수시켰다
그것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보다 대다수가 죽음을 맞을지도 모르기에

처음엔 전위병이 소리내어 쓰러졌을 뿐이었다
무슨 일인가 하고 몇 명이 다가오면
쓰러진 사람은 대답조차 하지 않았고
누구 하나 눈도 깜빡이지 않았다
호흡도, 심장의 맥박도 없었다

이것은 요컨대 즉사



 
전혀 모습이 보이지 않는 위치에서
신호도 전조도 아무것도 없이
2천명 가까이의 목숨이 즉석에서 사라졌다

카리아는 발꿈치에서 공포가 기어오르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죽음의 공포, 라고 하는 것이 아닌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두려움이 있었다

이와 같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틀림없이 마인의 능력
구조는 현재로서는 모르겠지만
한순간에 대량의 죽음을 뿌리는 것 밖에 생각할 수 없었다



통제자 드래그만처럼
원격으로 거리를 죽일 수 있는 무리인가
아니면 독극물 쥬네르바처럼 독을
뿌려 사람을 죽일 수 있는 무리일까

척후로 나왔던 도하스라나
베스타리누가 어떻게 됐을지 짐작하기 쉬웠다





"어... 피에르트, 아니 엘디스를 불러라! 어서 말을 달리게 해!"






아군이 순식간에 사면초가에 몰렸음을 카리아는 깨달았다

이래서는 더 이상 군사를 쓸 수 없다
군사를 전개하면 할수록 비슷한 일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당초 예상했던 마수군을 병사의 전개로 억제하면서
제브렐리스를 살해한다는 수단은 불가능할 것이다

2만여명의 군사가 모두 사지에 몰렸다
여기서부터 쓸 수 있는 손은 단독으로 싸우는 것
카리아는 입 속으로 혀를 찼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많은 전역에서 루기스는 단독으로 승리했다
승리의 열쇠는 루기스가 늘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이것은 다르다
이 죽음의 현현은 출처조차 모르는 적에게 의해 쓰여졌다





"어서 군대를 뒤로 물러나게 하라!"





대부대는 방향을 바꾸는 데만도 시간이 걸린다
후퇴 하나만 해도 쉽게 끝날 일이 아니었다

초조함을 감추지 못한 채 말 위에서 카리아가 외쳤다

귓가를 간질이는 목소리가 겨우 들린 것은
군인들이 대부분 후퇴를 마쳤을 때였다




"너무 끔찍하군
하지만 카리아 아무리 나라도 그들을 살려내는 것은 무리야
축복으로 할 수 있는 것도 한계가 있어"





환영이 된 엘디스가 거기에 있었다. 

그녀는 눈앞에 펼쳐진 시체 떼에
구역질을 느끼며 입을 가렸다
그녀는 이것이 저주의 종류는 아니라고 한순간에 간파했다
그렇다면 그들에게 축복을 내린다고 생명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다

카리아는 초조해하면서도 애써 냉정하게 말했다




"그렇지 않아, 엘디스
내가 네게 부탁하는 건 하나뿐이야
적에게는 틀림없이 마인이 있어
난 지금 그 자를 지금부터 죽이러 갈 거야
만약 내게 무슨 일이 있다면, 루기스에게 전해주도록 해"


"너까지 루기스 같은 말 꺼내지 말아 줄래?"



 

바보야, 하고 카리아는 엘디스의 말을 가로막았다
나는 루기스처럼 무모한 유형이 아니란 말이야
난 그렇게까지 목숨도 모르고
일을 벌이는 인간이 아니니까, 하고 카리아는 말을 이었다




"이건 기회야, 엘디스
마인은 이제 막 그 권능을 발휘했어
두 번째가 올 가능성은 낮아
지금 돌격해서, 적의 목을 베어낸다면
당초 예상대로의 일이 진행될 수 있을거야"


"전혀 받아들일 수 없군
두 번째가 바로 오면 어떡하지?
마인을 바로 죽이지 못하면 어떡하지?
그리고 너 답지도 않아, 어떻게 된 일이야?"




엘디스의 말은 옳았다
카리아의 말은 이기적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기사 영재교육을 받은
그녀는 전략도, 전술도, 물러설 때도, 나아가야 할 때도 알고 있었다
그래서 루기스의 무모한 돌격에 분노할 수 있는 것이였다

만일 그녀가 루기스 같은 인간이었다면 오래 전에 절명했을 것이다
그렇기에 오늘의 그녀는 어딘지 이상했다





"내가 어떻게 되더라도, 지금 이 자리에서 적의 정체를 파헤친다면
루기스가 기필고 그 놈을 찾아서 죽여줄 거야, 나는 놈을 믿는다
그리고 그 녀석 또한 나를 믿고 있을 거야
그렇다면 설령 무슨 일이 있어도, 적의 정보를 끄집어 내겠다"


"그런걸 루기스가 정말 원할 것 같아? 그럴리가..."


"그렇다면 저들을 그저 죽게 내버려두란 말이냐!"




카리아가 사자 같은 포효를 내질렀다
엘디스는 자기도 모르게 눈을 크게 떴다

죽은 병사의 시체를 가리키며 카리아는 말했다
그것이야말로 거짓이 없는 진실된 말이라고 말하듯이




"네 말이 맞아, 엘디스
그들은 죽었다, 이제 살아나지 않을 것이다
이것이 동료를 지키기 위한 싸움이라면
이것이 용감이 싸워 패한 것이라면, 받아들이겠다

하지만 아니야!
그들은 영문도 모른 채 죽고 말았다
존엄도, 영예도 없이! 나는 그들의 장수이기 때문에
그들의 죽음에 의미를 부여할 의무가 있다, 장수란 그래야 하니까!
지금 그들의 영혼이 보복을 외치고 있을 것이야!"






엘디스의 얼굴이 파랗게 질려 갔다
환상인 그녀에게는 물리적으로 카리아를 저지할 방법이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정말로 돌격을 개시할 마음이였고
그렇다면 아무리 말을 해도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다

이 은발의 검객은
영혼까지도 전장의 처녀라는 것을 엘디스는 비로소 이해했다

엘디스 같은 지휘관에게 병사의 죽음은 그저 숫자였다

도해야 할 죽음, 슬퍼해야 할 죽음은
그녀에게서는 의미를 찾을 수 없었다
전쟁터는 항상 죽음을 계산하는 장소일 뿐이니까

하지만, 카리아에게는 달랐다



카리아는 분명 남녀를 떠나 병사들을 진정으로 사랑한 것이였다
그리고 그들을 존경하고, 그들을 신임했다
그래서 병사도 그녀에게 경의와 생명을 맡겼던 것이였다

그러므로 카리아라는 인간은 병사들의 
허무한 죽음을 결코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래서 지금 그녀는 무모한 다리를 건너려 하고 있었다

젠장할, 이제는 누군가에게 도움을 요청할 시간도 없군

엘디스가 목소리를 삼킨 동시에
또 다른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래선 안돼요
그 여자의 권능은 한 번이고 두 번이고 해서 끝나는 그런게 아니에요
그저 죽음을 휘두르기만 하는 괴물이란 거죠"



 

마안수 도하스라는 담담하게 당연하다는 듯 말했다
양손에는 갑옷이 벗겨진 베스타리누를 포함해
몇몇 인간만이 끌려가고 있었다

그것은 척후부대의 다른 사람이 절명했음을 의미했다




"죽고 싶다면 그렇게 하시죠
그리고 저도 이제 앞이 보이지 않아서 말인데요
적어도 본진까지 안내 정도는 해 주셨으면 좋겠군요"






도하스라는 말을 이었다
불현듯 그 얼굴을 보니

두 눈에서는 피가 흘러내렸고
그것은 그의 마안이 이미 시력을 잃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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