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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48화 - 죽음의 화신을 죽이는 법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48화 - 죽음의 화신을 죽이는 법 -

개성공단 2021. 5. 11. 00:15





마인, 마안 바로누스인가
가까이 가지도 않았는데 일방적으로 나를 죽일 수 있었다니
마인다운 불합리함이야

그 마인의 현현으로
방면군은 한 번 철수하고
오류평야에서 반나절 거리에 진을 치고 말았다

군을 바로 세울 시간이 필요했던 것이다
어쨌든 순식간에 선발대가 궤멸하고 수천 명의 군사가 죽었다
그것도 적과 마주치는 일조차 없이 말이다
병사들은 혼란의 극치에 있었다

싸우든 도망가든 다시 시작해야 했다
공포에 질린 상태에서 병사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나는 작게 공기를 마시고, 폐로 삼켰다
피해는 결코 작지 않다
할 수만 있다면 이 자리에서 나 자신의 목을 조르고
싶을 정도로 최악의 결과를 맞이해 버렸다

그것을 하지 않는 것은 할아범의 말이 있었기 때문이다
내가 감정을 얼굴에 드러내 버리면
이 자리의 모든 면면에게 동요가 지나가 버릴 것이다

천막 안에서는
나를 비롯한 방면군 장수와 부대장들이 모두 모이고 있었다

치료용 침대에 걸터앉은
도하스라가 두 눈을 천으로 가리며 말했다




"마안 바로누스가 불합리한 건 마인이라서 그런게 아니에요
그것은 원래 그런 성질인 겁니다"





약간 에둘러서 하는 말이었다
곧이어 카리아가 은색 머리카락을 튕기며 입술을 열었다
뾰족한 입이 그녀의 언짢음을 역력히 전해주었다





"거드름 피우지 마라
지금은 그렇게 한가롭게 이야기할 시간은 없단 말이다"

"바로 죽음으로 가려던 참에 구조된 인간이 말하는 건가요?"




도하스라는 시력을 잃은 마안을 가린 채
카리아에게 가벼운 입으로 답했다

태도가 늘 그렇기에
태연한 것처럼 보이지만 결코 그렇지 않았다
지금도 도하스라는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을 만큼 중태였다
본래, 군 회의에 참여할 수 있는 몸이 아니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여기에 있는 것은
적 마인의 정체를 아는 사람이 그밖에 없기 때문이었다



"나도 의미를 알고 싶어
도하스라, 그 말은 대체 무슨 소리야?"

"반지를 가신 분이 물으신다면, 어쩔 수 없죠
마안왕이였던 바로누스는 마인이 되기 전부터
무엇을 쳐다보기만 해도 상대를 죽일 수 있었어요
그리고 마인이 돼서 얻은 건 더 따로 있었죠"





무서운 말을, 도하스라는 아무렇지도 않듯이 말했다



"즉, 죽음의 마안 이외에
또 다른 능력을 갖고 있다는 거야?"


"그렇죠, 제가 모래 벽을 만들어도, 유유히 넘어버렸습니다
이제 저도 이런 모양이니, 두 번은 힘들 겁니다"





도하스라가 제보 외에도 이뤄준 일

그것은 자신의 시야를 희생하면서까지 모래를 흩뿌려
베스타리누를 비롯한 선발대의 면면과 일부를 지켜 준 일이였다

혼자 도망치는 것 뿐이었다면 
시야를 잃는 일은 없었을지도 모르는데
그는 그것을 하지 않았다




"루기스, 난 너를 초조하게 만들고 싶은 게 아니야
하지만 이동하려면, 빨리 결단을 내려야 할 거야
여기는 장소가 너무 안 좋아, 시야에 비친 자를 죽여버릴 권능을 가진
마인과 평야에서 싸운다니... 이건 미친 짓이야"





엘디스의 말에 거리낌은 없었다
주저 없이 후퇴를 하자고, 그녀는 주장했다

지극히 옳은 판단이었다
시야를 가리는 것이 없는 야외
그것도 평야에서 죽음의 난봉꾼과 싸우다니
바보가 아니고서야, 이해가 안 될 것이다

마인 바로누스를 죽이려면
엄폐가 되는 건축물 안에서 죽여야 할 것이다





"뭐, 그것을 이루지 않기 위해서
제브릴리스와 붙어 있는 것일 거지만"





우리가 후퇴하여
대마 제브릴리스와 떨어져 진을 치고서야
그것을 비로소 깨달을 수 있었다

마수군, 그리고 마인 바로누스는
결코 제브렐리스 곁을 떠나지 않았다

마안의 세례를 받고
혼란 속에서 후퇴하는 우리에게 덤벼들기만 했다면
다시는 싸울 수 없을 만큼 손해를 입었을 텐데 말이다

마인도, 다른 마성들도 대마를 바싹 따라붙은 채
지지부진한 제브렐리스의 행보를 따라가고 있었다

불가사의했지만 이제 이유는 알것 같았다




"건축물 안에서 싸우려면 바로누스를 기다려야 할 테고
하지만 그런 짓을 했다간, 대마 제브릴리스에게 짓밟힐테고 말야
그렇다면 말 그대로, 뼈도 남지 않게 될 것이야"




피에르트가 머리를 감싸쥐고 말을 이었다
땀을 뚝뚝 흘리는 걸 보면 열이 완전히 가라앉은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도 꿋꿋하게 군 회의에 참여하고 있었다

말을 주고받을수록 천막 속 얼굴들의
표정이 더욱 곤혹과 초조를 더해갔다

어쨌든 언뜻 보기에 마인 바로누스는 완벽하다
대마 제브렐리스만으로 절망적인 전력인데
마인 하나가 더 가담하자, 절망이란 바닥이 없음을 알 수 있었다

아니... 본래 대마와 마인은 이러한 관계일 것이다



대마는 절대적인 권능을 가지고
대지에 군림하며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설령 피를 쥐어짜서 대마를 죽이려 하는 사람이 있어도
마인의 장벽을 넘지 못하는 것이였다

하지만 완벽해 보이는 바로누스라고 한 번은 살해된 존재
그것도 예전의 세계에서 발레리 브리트니스에게...

그렇다면 파고들 틈은 반드시 있기 마련
이번에도 같은 길을 걸으면 될 것이다

그렇게 나는 그것이 무엇일까를 필사적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완전히 동시에 알아 버린 것이 하나 있었다
가능하다면 발상조차 하고 싶지 않았던 바로 그것

지난 여정과 그리고 이번 여정
양쪽의 기억이, 나에게 하나의 가능성을 가르쳐주었다

나는 도하스라에게 물었다




"그럼 바로누스의 죽음의 마안이란 것은
저주가 아니라면, 그럼 대체 뭐지?
마수 특유의 이능력이라는 것인가?"


"네에? 그럴 리가 있겠어요?"




도하스라는 어이없다는 듯이 말했다
눈을 완전히 가리고 있는데 감정이 느껴지니
의외로 이 녀석도 감정이 풍부한 놈일지도



"마수도 마족도 결국은 마력을 받으며
힘을 얻은 종의 연장일 뿐입니다
축복이나 저주를 받은 엘프, 요정과 다른 건 그 부분 뿐이에요
그래서 바로누스의 그것은 마법의 한 종류라고 보면 됩니다
마법은 자연의 힘으로 일을 이루는 것, 그렇다면 죽음 또한 이룰 수 있겠죠"




당연하다는 듯 도하스라는  말했다
그 말에 의외의 점은 없었다

오히려 내가 일부러 물은 의미를 몰랐던 것일 것이다
피에르트와 엘디스 또한 의아스럽게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 혼자 납득이 가고 있었다

나도 마안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건 아니였다
어느 정도의 상정은 되어 있었다
그렇지만, 죽음이라고 하는 거창한 것을 사용한다면
이왕이면 도리를 벗어나길 바랐을 뿐이였다

그렇다면 해볼 만 하겠군



발레리가 바로누스와 맞대결을 펼쳤고
마침내 해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마안이 마법의 일종이라면 당연할 지경

발레리의 마법갑옷은 마법이나 마법 일체를 단절시킨다
그것은 최강의 창이자 방패

피에르트 혼신의 전장 마법조차
발레리의 살갗을 태우는 일은 이룰 수 없었다

그러기에 예전 세계에서
그 영웅은 죽음의 마인과 당당한 일대일 대결을 벌여
인간임에도 불구하고 서로 대적할 수 있었다
그녀는 한판 승부를 원했던 게 아니라
그것밖에 수단이 없었던 것이다, 죽지 않는 것은 그녀뿐이었으니까


그리고 지금 과거에 죽어버린 영웅은, 나의 적으로 무대에 오르고 있었다

모든 조건이, 상황이, 최악을 나에게 예감하게 했다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하지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발레리의 마법 갑옷은 동방 변경
마법의 시조가 만들어 냈다고 하는 신의 무기
몇백 년 전에 만들어진 지고의 하나

그런데 그것은 정말 우연히 만들어진 것일까
마법을 단절하는 신의 무기가
긴 역사 속에서 우연히 딱 하나 만들어졌다고 치자

우연히 그것이 발레리라는 영웅의 손에 넘어가
우연히 발레리는 제브렐리스와 바로누스를 맞이해
격파하는 보루에 진을 쳤다
우연히 발레리는 바로누스와 맞부딪칠 만한 실력을 갖고 있었다

그것이 예전의 시대에서 벌어졌던 일
발레리는 마인에 대항했고
북방 성채를 사수하며, 그 자리에서 사망했다



 
하지만 만약 발레리가 마인의 권능에 대항하지 못하고
서둘러 철퇴를 선택하고 있었다면, 그녀는 살아 남았을 것이다
발레리라는 영웅이 살아남은 세계였다면
갈라이스트 왕국은 일찌감치 단결을 다짐하며
마수 재해에 대항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발레리를 잃은 갈라이스트 왕국은
단결할 시간조차 주지 못한 채 와해되고 반파되었다
더 많은 사람이 죽고, 죽고, 죽고, 희망이 사라져 버렸다
그 결과 대성교의 손을 잡아버리는 지경에 이르렀...




"빌어먹을..."




나는 무의식적으로 이렇게 중얼거렸다

나를 불쾌하게 만드는 것에 대해
그 여자보다 능가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알류에노의 모습만 빌리지 않았다면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목을 꺾어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어느 쪽이든 지금 이미 이쪽에 발레리는 없다
그녀가 마인 바로누스를 죽이는 날이 온다면
그건 나도 할아범도 그녀에게 죽임을 당한 후일 것이다

나는 재빨리 바로누스도, 제브릴리스도 죽이고
할아범의 원군으로 달려가지 않으면 안 될 것이다

할아범은 절대 죽지 않을 거라고 했었다
그렇다면 반드시 살아 남을 것이다
그러니 이 자리에서 주춤거릴 틈은 없었다





"후퇴하지 않는다
시간을 잃으면, 그만큼 상처는 커진다
알겠나, 불가능한 일은 있을 수 없다
반드시 내가 그걸 죽이고 말겠다
그리고 의견을 듣고 싶다, 여기 있는 모두에게 말이다"





어떤 운명이 굴렀다 해도
나는 그것을 죽이는 것에 모든것을 걸 수 밖에 없다
더 이상 그 외에 다른 방도가 없을테니까

그리고 운명을 계속 저버린 끝에
아르티아가 숨어있을 것이라고 믿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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