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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49화 - 의무를 가진 자들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7장 성전 시대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549화 - 의무를 가진 자들 -

개성공단 2021. 5. 11. 0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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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 마스터, 좋은 소식과 나쁜 소식이 있습니다
뭐부터 듣고 싶으신가요?"



대성당 교황 및 갈라이스트 왕국 국왕의 명을 받아
6만 군을 거느린 발레리 브리트니스
부관 도레는 행군 도중 그녀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몸집이 작은 그녀는
한껏 자신감을 넘치며 주인의 반응을 기다렸다




"나쁜 것부터 듣지, 하지만 너라면 내 성격을 알 텐데?"


"하하, 마스터의 부관은 오랜만이내요?
저에 대해 그렇게 신경을 써주고 말이죠"




도레의 말은 거짓말이 아니었다
하지만 신경 쓴다는 것은 오랜만이라서 그런 이유가 아니었다

발레리와 도레는 제브렐리스의 대재앙으로
일시적으로 별군으로 나뉘긴 했지만
여러 차례 마수의 습격으로부터
스지프 보루를 함께 지켜낸 주종의 사이

서로 신뢰가 깊어질지언정
희미해지는 일은 있을 수 없었다





"주위 천락은 역시 안 될 것 같습니다
적장, 리처드 퍼밀리스는 마을 사람들을 보호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아요
마을 주민들은 이동했고, 곡식 보관고는 불타고, 우물엔 독을 탔어요
이제 마을 사람들은 더 이상 돌아올 수 없을 거에요



"흠, 예상했던 일이군"




도레는 주인의 반응을 확인하기 위해
굳이 적장의 이름을 불렀다
그녀가 신경 쓰는 것은 이 점이였다

적장 리처드는 갈라이스트 왕국에게 분명한 반역자
동시에 귀찮게도 그는 발레리에 가장 가까웠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가 대악에 패배했다는 소식을 듣고
주인이 조용히 화를 내던 사실을 도레는 잊지 않고 있었다

그러니 발레리와 그의 이름에는 약간의 동요가 있을 법했다

그런 도레의 기대를 저버리고
발레리는 시치미를 뚝 떼고 말을 이었다




"그 라면 그 정도는 해놨겠지, 너도 알겠지만
대군의 가장 큰 결점은 보급이야, 6만이라는 사람 무리에
식량을 계속 보급하는 것은 쉽지 않은 사항이야
마을이라는 보급지가 없어지면 더더욱 그렇겠지"




적장의 일인데도 발레리는 반가워했다

목소리에서는 늘 하던 냉철함이 사라지고 명랑한 게 있었다
오히려 상황을 즐기는 듯한 분위기마저 도레는 느꼈다

그녀는 자기도 모르고 입술을 삐죽거렸다
도레에게는 전혀 재미없는 상황이였다





"좋은 소식은 보루의 적병이 수천에 불과할 것이라는 것입니다
워낙 적은 인원 때문에 불의의 기습도 생각할 수 있지만 
마스터라면 아무 걱정 할 필요 없겠죠?"






도레는 이어 앞을 보며 호흡을 평탄하게 하려고 애썼다
그녀는 자기 가슴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자각할 수 있었다
남에게, 그것도 주인에게 보여주고 싶은 류가 아니였다



하지만 발레리라는 초인에게 있어서는
도레의 사소한 동요조차 파악해낼 수 있었다




"너와의 나 사이야
생각하고 있는 것 정도는 알 수 있어
아마 대마 제브릴리스의 건 이겠지"




흠칫, 도레는 어깨를 들썩였다
특별히 알아맞힌 것이 이상할 건 없었지만
그래도 불길함이 가슴에 와 닿았다

말을 고르고 나서 도레는 입을 열었다



"맞아요, 마스터
처음부터 숨길 수 있다고 생각한 건 아니였지만..."




도레의 삼백안이 언짢은 듯이 가늘어져 갔다
이 전역이 모두 도레에게 있어서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왜 나의 주인, 명예로운 발레리 브리트네스가
이런 소규모 전역을 담당해야 하는 걸까?
그리고 왜 자기 주인은 쉽게 이 임무를 받아 버렸는가

물론 도레도 알고는 있었다
여기서 신왕국을 자처하는 인간에게
가장 큰 타격을 주는 선택사항은 이 대군을 이용한 압살

효율적이고 합리적
게다가 주인으로서는 아직도 마음에 남는
적장 리처드와 하나의 결판을 맞이할 수 있는 것은
틀림없는 다행일 것이다

하지만 그런 현실적인 면을 보면 볼수록
분한 마음이 싹트고 있었다
이런게 정말 좋은건가 싶어질 지경이였다

도레는 한 남자의 일을 떠올리고 있었다
아니 그와 많은 군인들의 일을...



갈라이스트 왕국 최북단
제브렐리스에 의해 함락된 스지프 보루의
마지막 순간은 알려지지 않고 있었다

얼마나 그들이 처참한 전역을 치렀을까
그 절망적인 마수군과 괴물을 상대로
그들이 얼마나 용감하게 싸웠으며 6일이라는 시간을 벌었던가

무엇 하나 구할 수 없었다
그 자리에 있던 모든 것을 
대마 제브렐리스는 다 먹어 치우고 말았다
직전까지 보루에 머물던 도레조차 이들의 최후를 알 길이 없었다

아는 것은 단 하나
나약한 목소리로 스스로를 나약하다고
판단한 장군과 그의 병사들은 의무를 다했다
귀족으로서의, 군인으로서의, 사람으로서의 의무를 다하였다



"그는 존경할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해, 마스터
그래서 나는 대성당이 마음에 안 들어
그들의 의무는 마성의 토벌일텐데
어느덧 영토의 쟁취에 열중하고 있어
몇 만명의 사람이 죽어나가도, 제브릴리스는 신경도 안 쓸테지"




도레는 코를 킁킁거렸다
전혀 마음에 안든다고 주장하는 어린애 같은 몸짓이었다.



"흥, 저러면서 잘도 기도하고, 의무를 다하라는 소리를 하고 있겠지"


"도레"





발레리는 도레의 말을 조용히 듣고 있다가
그녀의 말이 교의에 대한 반발로 번질 것 같자, 가로챘다

사실 발레리는 그다지 독실한 대성교는 아니였다
그러니 도레가 아무리 대성교를 욕해도 웃어넘길 만했다

하지만 지금, 이 군에는 한 사람..... 아니....
그것을 행하지 못하는 무리가 있다는 것을 발레리는 알고 있었다




"입 닥쳐, 질루이
무슨 말도 꺼내지 마"



그녀가 말을 하기도 전에 발레리가 으르렁거리며 말했다

어느새 발레리 옆으로 마차가 다가왔다
지붕은 없었고, 호사스러운 의자에 수레바퀴를 단 마차였다

질루이 하노는 푸른 머리칼을 흩날렸다




"발레리, 당신은 착각하고 있어요
저는 그녀를 탓하려는 게 아닌, 철저하게 행복의 길을 설파하려 해요
하나님을 믿고, 기도하고, 사랑하고, 따르고, 모든 것을 바치는 것만이..."


"질루이, 내가 당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줄 알 것 같아?
당장 그 입 다물라고 했어"




그녀의 입을 자유롭게 두는 것이
좋은 결과를 낳지 않는다는 것을 발레리는 알고 있었다

발레리는 날카로운 눈동자로 노려보며 말했다
질루이는 감정을 알 수 없는 눈으로 발레리를 바라보았다
적의는 아닌, 그러나 더 강한 혐오의 감정을 둘 다 품고 있었다

문득 발레리가 눈길을 돌리며





"...도레, 너에게 부탁할 게 있어
이제 보루까지는 하루도 안 걸릴 거리야
다시 사자를 보내줘, 이번엔 정식으로 말이야"




도레를 질루이로부터 멀리하기 위해서와
아울러 다른 용무도 끝내 버리기 위해 발레리는 말했다
도레는 조그맣게 대답하고 나서 부관의 얼굴을 되찾았다
거기에 불만스러운 빛은 이제 없었디

그녀도 감정과 업무 구분 정도는 할 줄 아는 사람이였기에 말이다




"사자 선정은 내가 해도 되나요, 마스터?"

"괜찮아, 난 너를 믿어
목적은 하나, 리처드 퍼밀리스를 항복시켜 줘
지금이라면 아직 용서하겠어, 라고 발레리가 말했다고 전해"






마법 갑옷을 입으면서도
아직 적의를 내뿜고 있었던 발레리가 말했다


도레는 308화에 처음 등장하고

343화에 스지프 요새가 함락될 때, 등장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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