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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여자친구는 사형수 29화 - 거짓말쟁이로부터의 탈피 - 본문
"다녀오겠습니다"
아침식사를 멍하니 끝내고, 나는 학교로 출발했다
내 방을 보니 커튼 아래로 뻗은 손이
내게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그리고 말이다
중간에 잠을 청한 탓에
의식이 완전히 깨어 있지 않았다
어쩌면 그 악몽 때문일까
시즈쿠와 만나고 나서 이상한 일만 일어나고 있었다
몸에 익었던 환각에서 전혀 모르는 환각까지
나에게 있어선 신경쓰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
지금도 있는 힘을 다해 무시하고 있었다
"이번에야말로 완성하겠어"
"쟤네들은 어떻게 하지?"
"지금, 달려가겠어!"
길 한복판에서 들리는 이야기
그러나 주위엔 사람이 없었고
사람이 숨어서 이야기할 만한 구조물조차 없었다
그래도 확실히 주위엔 노인과 발랄한 청년의 목소리가 들렸다
주위를 둘러봐도 그런 인간은 없다
"이야! 너치고는 아침 일찍 일어났네? 같이 가자!"
"............"
"또 재미있는 것을 찾아냈거든
아, 그래! 아야코도 불러서 같이 놀자!
괜찮아, 이번에는 위험한 것은 없으니까"
신경쓰지 말자... 신경쓰지 말자
있을 수 없는 존재니까, 신경써도 아무 이득이 없어
이거 그냥 잠을 못자서 환각이 보이는 걸꺼야
이런 환상보다 신경써야 할 것은 많잖아
일단 아이노쿠라 미츠루 건
시체가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사건이라기보다 단지 실종자로서 처리될 것이라고 시즈쿠는 말했지만
그녀가 원래 죽임을 당하고 만 것은 유우코에게 찍혔기 때문이였다
사건으로 성립되지 않는다고 해서
유우코가 추궁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기 때문에
학교에 오는 순간 추궁당할 가능성은 매우 컸다
혹은 벌써 경찰이 뒤에서
나에 대한 영장을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닐까...
"아이쿠!"
멍하니 있는데 눈앞에서 누가 넘어졌다
나는 오감을 현혹시켰던
환각으로부터 잠시 해방되어 현실을 직시했다
넘어진 것은 열 살도 안 되는 소녀
체중 관계로 상처가 깊지 않겠지만, 일단 다치긴 다쳤다
나는 서둘러 부축해 일어나게 했고
가방 속에서 구급상자를 꺼내 익숙한 솜씨로 응급조치를 시작했다
왜 이렇게 준비가 좋은지는 말할 것도 없다
나는 시즈쿠를 만나기 직전까지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던 것이다
가족들도 믿어주지 않는 그런 상황에서
내 상처를 고칠 놈은 나밖에 없잖는가
크게 다친 건 아니라서, 병원에 갈 필요는 없어 보였다
"괜찮아?"
"고마워..."
고개를 든 소녀는 나이에 걸맞지 않게 벌떡 일어서더니
넘어졌을 때 벗겨진 가면을 나에게 건네주었다
"이거 줄게!"
"응? 이건...?"
사이즈는 맞았다
소녀의 기쁜 미소를 보니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어서
나는 조심스레 가면을 집어 들고
여자애의 취미가 좋지 않은 것에 잠시 당황했다
가면 전체에는 주름진 요철이 그려져 있었고
눈은 여우처럼 치켜 올라가 있었다
입은 존재하지 않았고 말이다
여자가 쓰는 가면 치고는 특이하다고나 할까... 애어른인가?
"오빠! 혹시라도 너무 힘든 일이 있으면 그걸 써줘! 나와의 약속이야!"
"뭐...? 자... 잠깐만!"
"잘 있어!"
손짓을 하려는 순간 소녀는 사라져 버렸다
저것이 환상이 아니라는 것은 구급함이 증명해주고 있었다
"……뭐였지?"
문득 소녀의 모습을 떠올렸을 때
나는 한 가지의 사실을 깨달아 버렸다
얼굴이 기억 안 나...?
미인도 못생긴 것도 아니였다
특징이 있는 것 같지 않고,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는 얼굴
뭐랄까... 평범하다?
당사자도 없어졌으니, 가면을 버려도 상관없겠지만
하늘에서 햇님이 지켜보고 벌을 내릴지도 모르니까
나는 일단 이상한 가면을 가방에 챙겨 넣고 다시 걷기 시작했다
학교에 오기가 두려워진 것은
학대받던 시절 이후 처음이였다
하지만 일단 교문을 통과했으니 어쩔 수 없다고나 할까나
주로 유우코로부터 무슨 말을 들을지 몰라서 무서웠다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동급생들은 알 수 없었다
교실 문을 당기는 손이 떨리다니
무슨 금단증상이 생겼다고 밖에 생각되지 않을 것이다
설마 반 안에서 검거!?
허리에 힘을 주어 떨림을 억제했건만
이번에는 심장의 고동이 심해졌다
나는 시즈쿠의 감촉을 생각해 내며 겨우 참아갔다
뭐하는 건가 나는...
"......."
아마 인사를 하는 순간
유우코가 나에게 추궁을 하며 달려오겠지
나는 교실 문을 열며
모든 생각을 포기하고 발을 들여놓았다
그 순간 내 눈에 비친 모습은...
급우 전원이 무릎을 꿇고 있었다
"무카이자카 군, 안녕하세요."
너무나 이질적인 상황에 튀어나온 평범한 인사
오히려 엉뚱한 소리를 낸 것은 오기와라 유우코였다
데이트 건 따윈 아무것도 모르는 것처럼
그녀는 반 친구로서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어... 안녕? 이건 무슨 상황이야?"
"이것은 꽤 전부터 알고 있었습니다만...
정보 공개의 허가가 나와 급우분들에게 공유했습니다"
"응? 뭘 말이야?"
"당신이 괴롭힘을 당했다는 사실 말입니다"
........나는 왕따였다
그러나 처신이 서투른 나머지
아무도 그 진실을 지지해 주지 않았다
시즈쿠 말고는 아무도...
그 시즈쿠를 숨겨서 명실공히 범죄자가 된
내가 이제 와서 반 친구들에게 보상을 요구하다니
그건 아무리 봐도 잘못일 것이다
그렇게 생각했기에 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당신을 괴롭혔던 세 사람의 옷에서
핏자국, 피부의 파편 등이 검출되었습니다
또한 그들 집에 있던 반의 단체 사진에서
당신에게만 집중적으로 장난을 치는 모습이 발견됬고
종합적으로 당신이 괴롭힘을 당하고 있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습니다"
"지금 이 무릎 꿇고 있는 상황은..."
"왕따는 범죄입니다
실행범이 아니라고 해도, 못 본 척 혹은 믿지 않으려 했던
그들 모두 또한 잘못이 분명히 잇습니다.
그래서 무릎을 꿇게 했고, 용서할지 안 할지는 당신이 결정할 사항입니다."
"용서 안한다고 할까...
아... 아냐! 용서할 거야!
용서할테니까 그 무릎 꿇는 건 그만둬!"
"용서해준다고?"
"저...정말?"
"그 녀석들은 죽었잖아
그리고 우린 동급생이니까 친하게 지내자고"
이름도 기억하지 못하는 반 친구들이 차례로 고개를 들어갔다
사과해서 용서받을 일이 아니라는 걸 알면서도
역시 용서받으면 반가운 느낌인건지도....
설마 사형수를 숨겨둔
죄의 탕감으로 용서하리라고는 생각지도 못할 테니
그들에겐 내가 성인으로 보이겠지
"다 용서할테니까
대신에 늘 하던 대로 대해줘
그리고 이 얘기는 다시 지피지 말자고
다음엔 정말로 화낼 수도 있으니까"
허락받은 것을 알자 급우들은 일제히 무릎 꿇기를 멈추고
다시 원래의 행동으로 돌아갔다
아까의 무릎 꿇는 일은 없었던 것처럼 말이다
"무카이자카 군은 상냥하군요"
"아... 아니, 상냥하다든가 그런 문제가 아닌데...
아, 그리고 유우코..."
"네?"
"고마워"
어떤 방식으로든 반 친구들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그것만으로도 마음의 녹은 일시에 걷힌 기분이였다
뭔가 힘들긴 하지만, 지금은 기분이 좋았다
어쨌든 유우코 덕분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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