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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57화 - 분명한 것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7장 베르페인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57화 - 분명한 것 -

개성공단 2020. 4. 1. 11:55

눈을 깜빡이는 것조차 꺼려지는 분위기가 

전장을 뒤덮고 있었다.

살갗을 타는 초조와 긴장이

가슴 속 깊이 퍼져 있었다

 

나의 오른쪽 어깨에 상처를 입혔던

카리아의 은검이 뽑혔다.

거뭇거뭇한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다

 

순간 희미했던 통증이

신경을 잡아당기는 격통으로 바뀌었다

그러나 그 아픔에 눈살을 찌푸릴

시간도 못 주겠다는 듯이

카리아는 장검을 다시 치켜들었다

 

살짝, 눈꺼풀이 경련했다.

은검이 단두대처럼 내려와서

나의 머리를 쳐부수는 광경이

쉽게 뇌리에 어른거렸다

 

도망가라, 안그러면 죽어

너는 이길 수 없어, 목숨은 하나뿐이야

이 싸움에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이런 일이 왜 목숨을 거는 것이냐

...라는 말을 뇌가 외쳐대고 있었다

 

아아, 분명 지난 세계의 나는

이 소리를 따랐던 것이였다.

인간으로서, 생물로서

매우 성실판 판단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해버린다면

두 번 다시 이 영웅에게

손을 뻗을 수 없기에

다는 더 이상 물러설 수 없었다

 

보검은 내동댕이 쳐졋기에

현재로선, 카리아의 은검을 막을 방법이 없다

내가 보검을 치켜들기 전에

그녀는 은검으로 나의 머리를 벨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방법은 하나밖에 없다

 

나는 카리아에게 한 걸음씩 간격을 좁히며

내게 주어진 고통은 아무상관 없다는 듯이

오른쪽 어깨를 비틀며, 팔을 채찍처럼 흔들었다

그리고는 그래도 그녀의 목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그때,

 

"...루기스...!!"

 

그런 목소리와 함께

쿵 하는 충격음이 귀를 꿰뚫었다

 

순간 시야가 명멸했다.

이상해졌다는 듯, 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뭐야,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거지

 

하반신이 일순간, 나라는 존재에서 해방된듯

비틀거리듯이 앞으로 움츠러들었다

그제서야 나는 머리에 무언가

더 이상 통증이라고 할 수 없는

충격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내가 기습적으로 주먹을 날리는 사이

카리아는 몸을 비틀어

순식간에 내 등뒤로 돌아서

내 뒷통수에 무릎을 날렸던 것이였다

 

나는 핏자국을 땅에 흩뿌리고

모래 먼지를 일으키며, 겨우 몸을 일어섰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아예 사지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다

 

나의 시야는 아직도 흔들리고 있었고

귀는 제대로 소리를 못 줍고 있었다

 

잠깐 짬이 났는 듯 했지만

이쪽에게 유예라도 주지 않겠다는 듯

카리아는 장검을 들고 다가오기 시작했다

정말이지, 미쳐버리겟군

 

나는 땅바닥에 떨어져있던

보검을 손에 다시 쥐면서

앞으로 내밀듯이 자세를 취했다

 

그녀가 휘두르는 검을 요격할 수 없었기에

이번에는 몸싸움으로 응했지만

방금전 카리아의 뒷통수 치고

한번에 간파당하고 말았다

 

나는 아직 내 머리가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내 자신을 마음껏 칭찬해주고 싶었다

 

처음으로 카리아와 결투를 벌인 술집,

그때까지만 해도 잔재주가 통했던 때였다

그것도 당연한게, 당시 카리아의 검기는

완성된 것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휘두르는 검술은 조잡함에 지나지 않았고

다리를 다루는 방법은 치졸함 그 자체였다

정신적으로도 어딘가 동요할 수 밖에 없는

말하자면, 한 명의 수습기사에 지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카리아의 사지에 담긴 힘은

어느 하나 부족한 것이 없었고

가슴에는 자신감과 오만이 가득차 있었다

그 오만조차 방심과 자만심이 되지 않을 정도의

기량을 카리아는 손에 넣고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이라면

그냥 죽는 것을 기다리는 뿐...

 

나는 죽을 각오를 하고

오른발을 반보 정도 뒤로 뺀후

다시 휘두를 태세를 하도록

보검을 하늘로 치켜세워 올렸다

 

"루기스, 네놈..."

 

카리아는 나를 바라보며 

자세를 무너뜨리지 않은채

입술을 흔들거리며, 소리를 던졌다

 

나는 갑자기 튀어나온

그녀의 말에 약간 당황했지만

애써 침착한 모습을 보이며

 

"뭐야, 카리아, 지쳤어?

항복하려고 하는거야?"

 

카리아는 나의 대답에

뺨에 미소를 가득 지으며

입술을 열었다

 

"닥치고, 검을 내려라"

 

그 자체로 대화는 끝났다

 

아마도 카리아는 어느 정도의

온정을 나에게 줄 생각이였던 것 같다

지금 검을 내려놓으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다고 자비를 베풀 듯이

 

그러나 나는 그런 자비 따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역량의 차이는 분명했다

재능은 감히 말할 수도 없었고

게다가 나는 오른어깨와 머리에

큰 부상을 입었고, 시야는 아직 흔들리고

귀는 소리를 조금 밖에 들을 수 없었다

 

심지어 몸을 가누는 통증이란

아직도 신경을 건드리는 듯한

감각을 억지로 주입하고 있었다

 

나의 몸이 상처를 입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앞서가려는 자는 몸에서 피를 흘리며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다.

그래야 승기가 비로소 보이는 법이다

 

심지어 상대는 전장의 영웅, 카리아 버드닉

그녀에게서 뭔가 얻으려면

상처는 당연히 필수적인 것이였다

 

다시 한번 보검을 잡으며

오른손의 감각을 확인했다

 

끝장을 보자, 카리아

술집에서의 결투..

그리고 너에게 겁을 먹고

움츠릴 뿐이였던, 지난날의 여로에

 

태양이 나의 시야 속에서

베르페인의 난잡한 거리 속에

몸을 파묻어 가는 모습이 보였다

 

 

 

(이 부분 번역 되게 어렵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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