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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85화 - 주요 전쟁터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8장 악덕 왕국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185화 - 주요 전쟁터 -

개성공단 2020. 4. 15. 0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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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이 메츠 폴의 저택, 그 뒷문으로 천천히

마치 그림자가 기어 나오듯이 리처드가 모습을 보였다

 

별로 앞문으로 당당하게 나갔다고 해서

저택의 주인인 로이 메츠는 아무 말도 하지 않겠지만

그는 뒷문으로 몸을 나섰다

 

고위 귀족이 가진 저택의 정문이라는 화려한 장소는

리처드에겐 아무래도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이다.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무엇인가 나쁜 것이라도

입에 머금고 있는 기분이 들었기에

오히려, 리처드는 뒷골목 같은 어둑어둑한 장소가 입맛에 맞았다

 

인간이란 숨 쉴 수 있는 장소가 원래부터 정해져 있었다고

리처드는 생각했다.

물고기가 하늘로 날아가서 움직이거나

거꾸로 새가 바다로 가라앉는 일이 없듯이 말이다.

 

인간에게도 살아가야 할 장소,

아니 살아갈 수 있는 장소란 것이 정해져있다

그걸 결정하는 것이 신인지 뭔지 알 수는 없지만...

 

분수를 알아라, 신분을 알아라

참 어리석기 짝이 없는 말이다.

비록 귀족으로 태어나도, 

상층부의 세계가 자신에게 맞지 않는 녀석이 있고

낮은 태생으로 태어나, 적응하지 못하고 죽는 녀석도 있다

 

결국은 자신이 살아야 할 세계에서 빠져나온다면

사람은 살아갈 수 없다... 단지 이것 뿐이였다

 

그런 생각 속에 문득 머릿속의 한 제자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러고보니 녀석은 지금 어떤가

 

루기스는 영락없이 햇빛을 보지 못하는 세상에서 태어났고

언젠가 햇빛을 그 손에 잡기 위한 날을 위해 발버둥치며

항상 진흙투성이 였던 것을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 녀석은 영락없이 햇빛이 들지 않는 곳에서 살 수 있었지만

딱히 반짝일만한 재능이 있었던 것은 아니였다

다만, 소질이 있었던 것이였다

 

진흙에 젖으며, 조롱에 뼈를 깎이면서도, 발버둥 칠 수 있는 소질...

그 소질이 있었기 때문에, 나는 그 놈을 제자로 받아들였다

그리고 이런 세상에서 생존방법을 가르쳤었다

 

그렇게 내 제자, 루기스가 지금, 빛이 닿는 세계로 내딛으려 하고 있다

설사 대역죄인이라도, 역사의 빛에 다가간 것은 마찬가지...

 

리처드는 자신도 모르게 하얀 수염을 쓰다듬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언젠가, 그와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고 생각하는 리처드 였다

이제 전쟁터로 달려가 칼날을 주고받을 사이라는 것에

순수한 흥미가 생긴 것이였다

 

과연, 네가 있는 세상은

너에게 있어서 아늑한 곳일까, 아니면 어둑 컴컴하기만 한 곳일까

딱히 어느 쪽의 답을 원하는 건 아니지만, 한번 물어보고 싶군

 

리처드는 호기심이 가득 찬 얼굴을 품고 있었다

 

"이봐 악당, 무슨 일 있어? 드디어 술에 미쳐버린 건가?"

 

리처드의 시선 끝에서 한 여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눈꺼풀을 깜빡였다

 

뒷골목 안쪽, 어느 여자는 리처드를 바라보고 있었다

얼굴은 밧줄에 감아져서 잘 보이진 않았지만,

목소리는 귀에 잘도 익은 목소리였다

 

"뭐야, 발레리, 너도 왔었냐? 너네 주군도 바쁘신가 보군"

 

그것은 눈 앞에 서 있는 인간을 향해 말을 걸었기보다는

단지 허공에 말을 던진 것 같은 그런 말이였다.

리처드는 상대방이 듣고 있는 지도 모른채,

발걸음을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갔다

상대 또한 리처드를 개의치 않는 듯, 서로 가까이 다가갔다

 

"그래서, 넌 어디로 가는 건데?"

 

발레리라고 불린 여자는 표정을 전혀 밖지 않고 입술을 흔들었다

목소리의 가락은 영락없이 고귀함을 느기게 했고,

흘러나오는 말의 마디마디는, 귀족 같은 응어리가 섞여 있는 것 같았다

 

"동쪽이야, 좋은 생선이라도 먹을까 해, 지금 싱싱한게 나왔다더군"

 

리처드 또한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말했다

두 사람의 거리가 좁혀지며, 서로 스칠까 하는 그 때,

한 순간 서로가 걸음을 멈추었다

 

"그렇군, 나는 서쪽인데 말이야

동쪽이라니 별일이군, 누구나 주요 전장은 서쪽이라고 생각할텐데 말이야"

 

"아 그래? 그럼 네가 빨리 해결해서, 나 좀 도와주라구

나도 가능하다면 서쪽으로 도망가고 싶단 말야"

 

그 뿐이였다. 거창한 인사도, 담소도 나누지 않고, 

그 만큼의 말을 주고 받으며, 서로 엇갈리며 지나쳐 갔다

분명, 멀리서 보면, 단지 지나갈 길이 겹치며

서로간 아무런 연결고리를 느낄 수 없는 것 처럼 보였다

 

리처드는 흰 수염을 손 끝으로 쓰다듬으며, 눈을 가늘게 떴다

발레리, 조금 전에 스쳐간 여자가 하는 말은 너무나도 틀린게 없었다

 

그래, 사실 그 누구도 동쪽을 주요 전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갈라이스트 귀족들은 문장교를 그렇게 위협적으로 느끼지 않았고

자신들이 패배하는 등의 상상조차 하지 않는 것이 틀림없었다.

어짜피 문장교는 갈라이스트가 보면, 아직도 꼬리 정도의

전력 밖에 가지지 않았기 때문이였다

 

중요한 것은 이기는 게 아닌, 이권을 손에 쥐는 것

지금 문장교도는 교역도시 갈루아마리아 뿐 아니라

용병도시 베르페인까지 자신의 세력권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렇게 되면, 갈라이스트 왕국의 귀족들,

그리고 대성당 사제들이 생각하는 것은 단 하나

 

모든 것이 끝난 후, 누가 그 땅을 자기 것으로 할 것인가

그들 중에는 지금의 이 소동을 박수 치며 기뻐하는 자들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사태라면, 그들이 구할 수 없는 땅도

화재 속의 도둑 처럼 쓸어버릴 수 있을테니...

 

아아, 문장교도 들이여, 어짜피 죽을 바에 

주위 보다 더 많이 빼앗고, 살찌고 죽어라

...라는 생각을 갖는 인간도 적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자가 사용되는 것이라고

리처드는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의 눈썹이 올라가며, 빛나는 눈동자가 어둠 속에서 휘황하게 빛났다

 

본래 리처드가 자신의 주군, 로이 메츠 폴으로부터 맡겨지는 일이라곤

겉으로는 할 수 없는 뒷 세계 일, 더러운 일이 전문이였다

 

그래, 일찍이 정적이던 버드닉 가문을 공격했을 때처럼,

뒤에서 손을 써서 주군에게 이익을 주는 역할...

 

그런데도 이제 와서 이 노병을 전선으로 끌어내는 것은

그야말로 다른 병력은 정치판에 끌려다니고 있다는 건가...

 

하지만, 뭐, 이번만은 그런 썩은 냄새가 나는 정치판도 나쁘지 않는거 같군

어짜피 요즘엔 재밌는 일도 없었는데, 흥미로운 일이 생겨버렸어

 

루기스, 네놈도 조금은 성장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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