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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34화 - 납덩이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 본문
그것은 너무나 바보스러운 광경이였다
사람이 불길에 몸을 던지면 어떻게 될까
그것은 세살 먹은 어린얘도 알 수 있는 상식 이였다.
그런 짓을 했다간 죽기 십상 이였다.
당연한 소리다. 당연히 죽는다.
게다가 즉사라는 자비도 주어지지 않는다.
온 몸이 타들어 가면서, 기관지는 열에 휩쓸려서 숨도 못 쉬고
내장은 찌들어가는 등등의 최악의 고통을 느끼며 죽어간다.
아이도 알 수 있는 상식을, 그 남자가 모를리가 없었다.
그런데 왜 이 남자는 그런 짓을 하였나
이해가 안가는 행동 이였다.
지금까지 보편적인 상식으로 평생을 살아온
피에르트 볼고그라드에게 있어서
이것은 더더욱 상상 밖의 행동 이였다.
당신은 나처럼 평범하며,
힘 없이 운명에 저항 할 수 없는 사람이였을 텐데
어떻게 저런 평범한 인간이 그런 행동을 할 수 있었는지
피에르트의 새하얗게 된 뇌속에서 사고가 소용돌이 치기 시작했다.
피에르트의 생가인 볼고그라드에서는
평범하다는 것은 악 그 자체 였다.
볼고그라드는 마법계에서 명가 취급을 받고 있으므로
평범하다는 것만으로도 용서 받을 수 없는 사회 였다.
혈통 그 자체와 최고의 환경에서의 영재 교육.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범하다는 것은
본인의 자질 부족이나, 낙오자 등으로 취급 받았다.
그녀도 어릴 적부터 평범함은 악이라고 스스로에게 타일렀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자신에게 재능은 없다고 눈치 채버렸고
그 후에도 온갖 시도를 해봤으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체념과 좌절 뿐이였다.
평범한 상태로는 볼고그라드에서 살 수 없었기에
남들보다 몇배의 노력을 쏟아부었지만
다른 사람이 마땅히 하는 일도 하지 못하고
추월당하기만 하는 초조함만 맛보고 있었다
남들이 황금이라면, 나는 그냥 납덩이 였던 것이다.
호박에 줄 긋는다고 수박이 되지 않듯이
납덩이를 아무리 밴질나게 닦아봤자
황금이 되는 일은 없었고, 그냥 납 그 자체 였던 것이다.
그래도 그녀는 마법을 이루는 자의 칭호를 받은 명가의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계속 발버둥질을 했다
그런 그녀의 발버둥 끝에 돌아온 칭호는 '평범함'이 아니였다
다만, 사기꾼, 괴짜, 멍청이 등의 칭호로
사람들은 그녀를 부르며 비웃기 시작했다.
그렇게 모멸감에 시달린 끝에 그녀의 곁에 남은 사람은
헤르트 스탠리 하나 뿐 이였다.
이 남자야말로 진정한 황금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였다.
그 방대한 존재감 뿐 아니라, 사람을 끌어당기는 재주와
무언가를 배우자마자 바로 익혀버리는 재주 등
카리아는 그 남자의 눈부신 재주를 보고
그에게 몸을 기대 버리고 싶었다
그것은 의존이였다. 자신이 걸어온 길은 반쯤 막는 행위 였지만,
그러나 어쩌라는 것인가
어짜피 재주 하나 없는 이 몸으로 혼자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이란 말인가
'툭'
참수병의 목이 튕겨 나갔다.
눈 앞에서 루기스라고 자칭하는 모험자가 그걸을 이루어 냈다.
불길에 타들어 가면서도, 그 몸을 저승사자 마냥 아직도 움직이려고 했다.
어떻게 저럴 수가 잇단 말인가
피에르트는 루기스가 불길에 휩싸이기 직전에
눈동자를 뻣뻣하게 하고 검은 머리카락을 흔들어 댔다
당신도, 당신도 마찬가지 일텐데
눈 앞에 있는 사람은 나처럼 평범한 사람일 것이다.
천재는 아니여도, 상식은 어느 정도 있는 사람 같았지만
그 몸의 마디마디에 그 동안의 생애를 보여주는 흔적이 있었다.
나랑 똑같은 사람 이였다.
그러니 평범한 사람은 열심히 할 필요 없이,
손이 닿지 않는 것은 천재들에게 맡기고,
평범한 사람은 아래쪽만 쳐다보고 살면 되는 것이다.
평범한 사람이 무리해서 재능을 좆으려 한다면
그 대가는 대개 죽음이 되곤 한다.
아아... 싫어
만약 내가 마법을 행사할 수 있었다면, 저 사람도 그렇게 무리를 할 필요가 없었을 텐데
만약 내가 재주가 좀 더 있었더라면, 저 사람이 저렇게 죽는 일은 없었을 텐데
나 때문에 저 사람이 죽는 거다
그런 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다
저 사람은 분명히 평범한 사람일텐데, 나 처럼 납덩이에 불과할 텐데
하지만 목숨을 걸고 저런 일을 해내는 모습을 보고
나 자신에게 다시 물었다. 저 자는 정말 납덩이에 불과한가
저 루기스라는 남자는 혼신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도 세계는 그에게 측은한 결말만 남기려 하고 있다
웃기지 마, 저 남자는 분명 황금이야
이 세상이 저 남자는 황금이 아니라고 말할지라도
내가 저 남자를 황금으로 만들어 보이겠어
설령 이 세상을 다시 만드는 한이 있더라도 말이야
피에르트의 정신이 뒤틀리면서,
그녀는 더 이상 고개를 숙이지 않겠다고 새로운 다짐을 만들어냈다.
주위가 불타면서 몇몇 사람들이 물병을 들고 불을 끄러 왔지만,
그녀의 몸은 이 곳에 있는 이상 무사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피에르트는 한 걸음이라도 움직일 생각이 없었다.
자신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해서 기대기만 하면서,
남의 목숨을 희생할 생각은 눈꼽 만도 없었다.
그것도 하필이면 내 목숨을 구하기 위해
죽음을 각오한 인간을 두고 갈 생각 또한 전혀 없었다
자신의 몸에 불이 붙을지언정, 그녀는 움직이지 않은 채
조금이라도 기운이 있다면 그를 위해 힘을 쓰기로 했다.
그 사이 다른 병사가 모조리 도망간 채,
그녀의 시야에는 루기스 혼자가 남았다
바라건대 그 몸에 큰 폭풍을
이것은 매지션 브레스라고도 불리는 궁극의 마법 중 하나였다.
피에르트는 루기스 전체를 덮도록 폭풍을 형성하여 그 전신을 공격하도록 명령했다.
루기스의 몸에 달라붙은 불길을 없애려면 그 방법밖엔 없었다.
하지만 전혀 먹히지 않았다,
왜냐하면 여기에 들어오기 전에 길드에서 했던 맹세의 언약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은 피에르트가 루기스에게 위해를 가하지 않는 다는 내용이 있었다
엄청난 마력을 분출해버린 피에르트는 호흡도 잘 하지 못한 채
이제 그녀는 자신이 제정신인지도 파악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런한 모습에도
그녀는 이 상황을 회피하고 싶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마법의 시도는 계속 되었다
루기스가 한계를 맞아 탈진해 쓰러지는 그 때까지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 > 제2장 피에르트 볼고그라드 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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