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01화 - 전란의 그림자 - 본문
서방에서 대성교의 이름을 딴 연합군이 용감하게 출격의 징을 울렸고
며칠 늦게 문장교와 가자리아 합동군 또한 본거지인 갈루아마리아를 떠났다
즉 문장교는 갈루아마리아의 대성벽을
자신들의 방패로 삼는 일을 그만 둔 것이였다
그것은 대성교는 물론, 문장교도에게도 예상을 뒤엎는 행동이였다
아무튼 갈루아마리아가 전쟁에서 가장 큰 기능을
발휘하는 것은 방어전이였다
일찍이 마티아가 갈루아마리아를 함락시켰을 때처럼
내부의 혼란이나, 배신이 없는 한,
갈루아마리아라는 도시는 그렇게 간단하게 떨어지는 게 아니였다
그래서 마티아의 결정에는 많은 사람들이 반대하며
농성책이 최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그 목소리를 들으면서
문장교의 성녀 마티아와 공중정원 가자리아의 여왕 엘디스는
대병력끼리의 전투에서 적을 타파하는 것을 주장했다.
그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도 큰 것은 서로간의 큰 병력 차이
문장교가 가진 병력은 겨우 8천,
가자리아 군과 합류한다면 1만을 기껏 넘는 정도
물론, 창도 휘둘러 보지 못한 노인이나
아무것도 모르는 아이를 전쟁터에 보낸다면
조금 더 수가 증가할지도 모르는 것이였지만,
그런 자들을 군으로 칭할 수는 없었고
규율 또한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기에 군으로서 최저한의 체면을 유지할 수 있는 숫자가
문장교에 있어서는 이 1만이라고 하는
아무래도 의지하기엔 어려운 숫자였다
이에 비해 대성교가 며칠 전에 출격시킨 군의 수는
2만여 명, 대략 두 배 가량의 병력이
갈루아마리아의 세력권을 깨뜨리려고 다가오고 있었다
더구나 상황이 나빴던 것은
문장교에게 1만이라는 숫자는 영락없는 전력을 다한 병력이지만
대성교에 있어서 2만이라는 숫자는, 단지 선발대의 숫자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 뒤엔 십만은 쉽게 넘을 병력들이 삼엄한 눈을 흘기며
문장교를 응시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성녀 마티아는 농성이 무의미함을 주장했고
선발대를 미리 이기지 못한다면, 후발대가 나타나 성을 포위할테고
자신들은 갈루아마리아를 관으로 삼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마티아가 그 말을 하려 할때,
왠지 위화감이 드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아무튼 나는 지난 세계의 복음전쟁에서
문장교가 갈루아마리아에서 농성을 택한 끝에
멸망의 길을 걷고, 마티아 그녀도 죽어버렸던 것을
알고 있었던 것이였다
그것이야말로 틀림없이 세계가 관측한 결과였다
그러기에 나는, 이번 복음전쟁에 이른다면
마티아는 더욱 농성전을 주장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녀는 어딘가 변심한 듯 보였다
물론 농성을 택할 일이 없다면 훌륭할 것이다
어짜피 한번 망한 길을 다시 걸어가는 바보 짓은 하고 싶지 않다
결국에 죽는 결말이라면, 조금은 가능성에 손을 뻗어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겠지
"그래, 이길 수는 있는거 같아?"
야영지를 결정하고, 문장교 군세가 휴식에 들어갔을 무렵
나는 대천막 속에서 씹는 담배를 물며 안에게 말했다
원래 장성과 사령관이 모이기 위해 사용하는 천막인지
그 속은 묘하게 넓어서, 마음에 묘한 여유를 느끼게 했다
안은 내 말에 생각하는 바가 있었던 것일까
자신의 뺨을 콕콕 찌르면서, 내 목소리에 응했다
그녀의 눈동자에 떠 있는 색은 기가 막힌 감정이였다
뭐야, 사람을 그런 눈으로 보고
조금만 더 마음씨를 곱게 쓸 순 없어?
"루기스 님도 합동회의엔 참석하셨을 텐데요
만약 제가 이기지 못한다고 한다면, 어찌하실 건가요?'
안은 그러면서 지그시 쏘아보는 듯한 시선을 던졌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어깨를 움츠리며, 공기를 들이마셨다
합동회의에 참석했다고 해서,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대개 너나 할 것 없이, 이빨을 겹겹이 걸쳐 입고 하는 말이
그게 익숙하지 않았던 나는 말의 의미를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었던 것이였다
한 마디를 읽을 때마다, 몇 번이고 생각에 잠겨봤지만
술집의 은어밖에 알 수 없었던 나에겐 도저히 무리였다
게다가 안이 승산이 없다고 어쩌겠느냐
...하는 질문 또한 뭐라 대답해야 하는가?
"너는 승산이 없는 싸움을 선택하는, 그런 사람이 아니잖아
안, 너는 승산이 없다면, 있게 해주는 그런 사람이라고 믿어"
이것은 내가 짧다고는 말할 수 없는 기간 동안
라르그도 안이라고 하는 소녀에 대한 내 생각이였다
그녀의 자세는 어디까지나 진지하며, 일편단심이며
그리고 최선의 길을 끝까지 희망한다. 안이라는 소녀는 그런 사람이다
확실히, 지난 세계에서 그녀는 대성교에게 패배했다
성녀 마티아도 시체로서 모습을 드러냈는데
그녀의 측근인 그녀의 미래도, 어느 정도 상상이 가버렸다
그것을 생각하자니 조금 눈꺼풀이 아팠다
하지만, 그 세계에서도 분명 그녀는 최선책을 구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수단 중 무엇이 최고의 결과를 도출하는가
그야말로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생각하고 있었겠지
나는 라르그도 안이라고 하는 소녀를 그렇게 보고 있던 것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승산 하나 생각지 않고
단지 맹목적으로 전장에 가고 있다는 것 따위
나는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하기 어려웠다
분명, 그녀의 가슴속엔 셀 수 없을 정도의 생각이 소용돌이 치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기대하는 마음을 품으며
말을 꺼내자, 안은 순간 눈동자를 흔들며
시선을 끊고, 몇 번 눈을 깜박였다
그 표정은 정말 뜻밖의 말을 내뱉었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았다
안은 잠시 생각에 잠긴 듯 얼굴을 굳히고 몇 번의 호흡 끝에 입술을 벌렸다
"결국 제가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다고 있다는 얘긴가요?
아, 그럼 부관으로서 루기스 님의 생각도 들어볼까요?"
왠지 모르겠지만, 이 녀석 요즘 나에게 공격적인거 같아
얼마 전에는 꽤 정중한 대접을 받았던 거 같은데
얼떨결에 눈을 뜨는 내 모습이 마음에 들었는 지
안은 살짝 미소를 머금고 입술을 물결쳤다
"농담이에요, 이길 가망이 없는 싸움을 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렇게 말슴하시는 대로 승산이 없다면
각본을 다시 짜서라도, 승산을 만들 생각 입니다
루기스님과 함께라면... 말이죠"
그 느닷없이 내뱉은 말을 뭐라고도 받아들일 수 없어서
나는 그래? ...라며 가볍게 받아들이면서
쑥스러운 표정을 감추듯 안으로부터 눈높이를 자르고 있었다
대천막 안에 문장교와 가자리아의 장성들이
군의 회의에 출석하기 위해, 그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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