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02화 - 풍향계 - 본문
"원군을 기대할 수 없는 우리에게 시간은 우리 편이 아닙니다
눈을 깜빡일 정도의 시간이라도, 우리에게 짐이 될 뿐입니다
성녀 마티아의 목소리가 대천막에 울러 퍼졌다
문장교, 가자리아 두 세력의 장수들이
그 한마디, 한마디에 귀를 기울이고 있었다
이들의 눈빛에는 어딘가 마티아를 가늠하려는 기색이 있었고
특히, 가자리아의 엘프들에게 그 모습이 두드러지게 포착됐다
뭐, 그것도 당연하려나
마티아는 지금까지 문장교도를 이끌어 왔다고 해서
반드시 전투 지휘관으로서의 재주를 보여주는 것은 아니였다
게다가, 이번은 지금까지 마티아가 이끌어 왔던
병사들과는 확연히 규모가 달랐다
마티아가 이끌어 왔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많아봤자 천 정도 되는 병사들이였다
그러나 지금은 글자 그대로, 수의 자릿수가 달랐다
병력 1만이라는 숫자는 도시국가 병력치고는 그리 우수한 편이 아니지만
그래도 결코 적지 않은, 충분히 하나의 세력을 자칭할 수 있는 숫자였다
그 만큼의 인원수를 인솔해 생명을 잃었던 경험은
과연 마티아라고 해도 가지지 못했던 것이였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마티아의 목소리는 여느 때보다 낮게 들렸다
너도나도 마티아의 거동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과연 이만한 군사를 거느리기에 지휘관으로서 적합한가
...또는 자신을 사지로 끌어드린 멍청이가 아닌가 하고 판단하려 했다
하지만 그들이 집중되는 시선이 마티아 뿐이였던 건 아니였다
그들은 나에게도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마티아나 엘디스에 가까운 자리에 앉게 된 영향도 있을지 몰라도
아까부터 내 피부를 꿰메는 것 같은 시선이, 나의 사지에 쏠렸다
솔직히 너무 불편하군
이런 데까지 남의 시선 때문에 압력이 따르고 싶진 않는데
하지만 그것 또한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어쨌든, 난 식전에서 영웅이라는 직함과
문장교의 문장이라는 것을 받아벌인 것이였기에
그 만큼 다른 사람에게 요구되는 것이 많아질 수 밖에 없었다
나를 향한 시선 중에는
나라는 인간을 헤아리는 듯한 시선도 있었고
적개심에 가까운 것을 포함하는 시선도 있었다
딱히 내가 무슨 짓을 한 것도 아닐텐데...
나는 무심코 그런 시선에 무게를 느끼며
팔걸이에 몸을 두면서 눈을 가늘게 떴다
"덧붙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승리가 아닙니다
이 전역을 끝내고 용의 턱을 부수기 위한 철저한 일격이 필요합니다"
그것은 이 전역에 있어서, 무엇보다도 어렵고 귀찮은 일이였다
한 마디로 들으면 마치 농담 같은 말이였다
주위의 표정이 굳어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다
적군은 이쪽의 2배에 가까운 전력을 가지면서
갈루아마리아를 탈환하려는 의지를 가지고 있다
이에 대해 이쪽은 사기야 떨어지지는 않겠지만
병수 차이에 마음이 수그라드는 점은 있을 것이고
게다가 병사의 질 또한, 마냥 좋을 수는 없을 것이다
물론 마티아도 그것을 알면서도, 완승을 거두지 않으면 안된다고 주장했다
장성들도 각각 생각하는 바가 있겠지만, 진의는 이해하고 있었기에
특별히 그녀의 말에 참견하는 패거리는 없었다
여하튼, 지금 갈라이스트 왕국 내지 대성교와 정면으로 맞물려 버린다면
그 누구도 문장교가 승리할 수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고 있는 것이였다
병사의 수와 질의 차이는 비교하는게 우스울 정도,
여하튼 세력으로 생각하면 국가와 도시의 밥그릇 이였다
상대가 될 리 없었다
그러므로 이번 초전에 모든 것을 쏟아 부을 필요가 있다
이 일전에서 대성교 선발대를 억지로 깨물어서
문장교라는 세력이 쉽사리 피해도 없이
짓밟을 수 없는 세력이라는 것을, 각인시켜야 한다
그나마 가능한 전략이라면
비전파 귀족 제후에게 압력을 가해서
일단 이 한랭기만 넘길 수 있는 것
애초에 한랭기에 전쟁을 치르는게 이상한 것이니까 말이다
요점은 도저히 이길 수 없는 싸움이므로
최대한 시간을 벌자는 것이다
정말 소극적인 전략으로선 훌륭하군
"선발대가 2만이라면 주요 전력은 나오지 않았겠군
기껏해야 장수 몇명일 것이야, 뭐 그들에겐 충분한 숫자겠지만"
옆에서 카리아가 은빛 눈동자를 흘기며 말했다
아주 가볍게 말하는 것 갔지만, 사실 일 것이다
적어도 나는 용병 신분으로 장수가 몇 명이나 있는 싸움에
참가 했었던 기억은 없었으니 말이다
마티아는 곧잘 울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어가면서
두 손으로 군의탁 위해 지도를 펼쳤다
그리고 주위에 잘 타이르듯이 입을 열었다
"이번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땅이 존재합니다
여기서부터 수 일의 거리에 있는 도시... 필로스
이 도시야말로 이번 전쟁에서 승패를 좌우하는 도시가 될 것입니다
*
도시 필로스를 가리키는 말은 많이 있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은 호칭은 풍향계 였다
필로스라는 도시는 마치 세력의 사이에 위치한 도시군의 하나이며
주위의 평원은 전역의 주전장이 되기 쉬웠다
그 때문에 이 도시는 항상 그 입지를 주위로부터 추궁당하는 신분이 있었다
때로는 갈라이스트 왕국으로부터, 때로는 도시 국가군에서
자, 너는 어느 쪽인가 하고...
결론부터 말하면, 풍향계의 닭이 나타내는 대로
필로스는 그 시기에 있어서 강자의 편에 의지해
그 지위를 어떻게든 지켜내 온 도시였다
그래서 필로스 시민들은 어느 나라에 속해 있다기 보단
필로스라는 도시에 속해 있는 인간이라는 의식이 훨씬 강했다
풍향계라는 불명예스러운 이름을 얻으면서도
자치도시의 기능을 얻을 수 있던 것은
시민들의 그런 기풍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오늘날에도 필로스는 바람의 흐름을 볼 것을 요구하고 있었다
마치 그것이 필로스라는 도시의 운명이라는 듯이 말이다
"......대성교, 문장교
모두, 협력을 요구하는 서면이 왔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필로스 님"
도시 필로스의 통치자들은 대대로, 도시의 이름인 필로스를 계승했다
그것은 언제부터 만들어진 전통인지 모를 정도로 굉장히 오래된 일이였다
당대 통치자인 필로스는 쓰러지듯 의자에 몸을 맡겼다
그리고 폐 속에서 기어 올라올 듯 크고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어쩌다 이 지경이 됐는지
세상 모든 것을 한탄하는 듯한 말투로 목소리를 흘렸다
"그래서 민회는 어쨌으면 좋겠대?"
필로스는 고개를 갸우뚱거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그 어딘지 좌충우돌하는 태도는
마치 지금부터 사무관이 무슨 말을 할지 이미 알고 있다는 투였다
사무관은 일순간 목소리를 입술로 멈추면서
천천히 목소리를 내뱉었다
"네, 자치도시인 필로스에선 어느 한 쪽에 설 필요는 없다고..."
"말이야 쉽지"
필로스는 어이가 없다는 듯
팔꿈치를 괴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필로스 같은 약소 지방도시가
자력으로 자치 따위를 잡을 수 없잖아
지금까지 자치를 쟁취해 온 것은,
언제나 강자에게 굴복해서, 무릎을 꿇어왔기 때문이라고"
사무관은 통치자의 말에 당황하면서도
그 심정을 살피듯 말을 던졌다
"그럼 필로스 님은, 대성교와 협력하실 생각이십니까?"
지금까지 이 도시가 지나온 길을 생각하면 당연한 이치
큰 것의 편에 서서, 작은 것을 위협한다
그렇게 해서 지금까지 이 도시는 살아왔다
필로스는 생각을 하기 위해, 입술을 손가락으로 쓰다듬엇다
"글쎄... 용과 도마뱀의 사움에서
어느 쪽에 매달릴지는 정해진거 아닐까"
한 박자 호흡을 하면서, 필로스의 눈이 가늘어졌다
"하지만 용의 발밑에 매달려
짓밟혀버린다면, 멋진 일은 아닐거야"
당대 통치자인 필로스의 눈동자가 일그러지게 빛났다
그 말 자체는 아주 강하다고 할 수 없지만
그 눈동자는 묘하게, 자신감이 넘쳐 있었다
* 풍향계갸 뭐냐면
지붕 위에서 바람의 뱡향을 알려주는
수탉 모양의 조형물이 달려있는 기구 입니다
바람을 이용한 계책 그런게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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