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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04화 - 지휘관과 부관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8장 악덕 왕국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04화 - 지휘관과 부관 -

개성공단 2020. 4. 27. 13:31

"제가 말하지 않았습니까!"

 

리처드의 천막으로 급히 실려 온 전령에 부관 네이마르가 소리쳤다

뾰족한 앞니를 보여주면서도, 더는 일체의 감정을 숨길 생각이 없다는 듯

그녀가 내뱉은 목소리는 매우 거칠었다

 

전령을 가져온 병사가 자신도 모르게 겁을 먹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마치 자신이 책망받는다고 느끼는 것 같았다

 

대성교군 의용병들이 대의를 위해서라고 자칭하여

주변의 촌락들을 약탈하고 있다

 

단적으로 말하면 보고는 그것 뿐이였다

그리고 그건 네이마르가 가장 우려하던 내용이였고

예견조차 했던 사건이였다. 네이마르는 입안에서 혀를 찼다

 

뻔한 일이다. 

의용병 같은 것에 대단한 의지도, 종교적 사명감도 잇을리 없었다

그저 하루하루 억압된 울분을 풀려고, 고통의 일상을 벗기 위해

창을 든 사람들일 뿐이였다.

 

그런 그들은 의용병이라고 자칭하고 있지만

결국은 짐승이나 다름 없는 것들이다

배가 고프면 창을 휘둘러 백성을 위협하고

약탈을 하는 일은 뻔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리처드라는 장군은...

 

네이마르의 눈에 분노와 경멸로 이이어지는 감정이 버보였다

그것은 틀림없는 의심의 빛

리처드는 그 시선을 받아들이며, 전령병에게 두 세마디를 고해 물러나게 했다

 

그리고 네이마르를 정면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 노령 특유의 목쉰 목소리가 묘하게 천막 속에 울렸다

 

"부관 네이마르, 천인장은 이미 준비를 마쳤다

여기에 남는 병사는 최소한으로 줄이되, 그 이외엔 전부 데려가라"

 

훈련 삼아, 라고 덧붙이면서 

리처드는 도자기에 손을 대고 혀를 술에 담겼다

 

어딘지 모르게 던져주는 듯한 태도에

네이마르의 입술이 다시 불을 뿜으려고 했다

그 사이 문득 네이마르의 속눈썹이 튀어 올랐다

 

준비를 마쳤다?, 도대체 무슨 말이지

 

지휘관의 불가해한 말에 네이마르의 기세가 한순간 꺾였다

리처드는 자기 부관에게 잘 타이르듯이 말했다

 

"한 부대로 죽이려 하지말고, 전 부대를 두루 써도록 해라

신병 모두 전장이 어떤 것인지만 가르쳐 주면 그만이다

자네도 실전 경험이 희박하겠지. 여기서 배우도록 해"

 

그 말을 귀로 받아들이는 순간,

네이마르의 등줄기엔 차가운 무언가가 지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천막 밖에서는 출전 준비가 끝났다는 종소리가 울리고 있었다

 

이상해, 이건 너무 빨라

 

진을 치고 있다지만 방어애 대비시킨 부대 외에는 모두 휴식을 취했을 것이다

그것을 천인장을 여러개 준비시킨다면, 합당한 시간이 걸릴 법도 하다

여하튼, 의용병이 약탈을 이루고 있다는 소식이 온 것도 방금일텐데...

 

그런데 어째서 이렇게 빨리 준비 할 수 있었던 거지

불길한 예감이 네이마르의 가슴속에 들어오려 하고 있었다

 

네이마르는 눈을 부릅 뜨고

목을 억지로 비집어 뜨면서 말을 뱉었다

 

"리처드 대대장, 당신은 의용병이 약탈 할 것을 미리 알고 잇었고

군대의 준비를 했던 건가요?"

 

네이마르는 불쑥 자신도 모르게

이러한 말을 새어 내버려고 말았다

 

리처드는 도자기를 탁자에 내려다 놓으며

그 물음에 시원시원하게 답을 내놓았다

 

"당연하지, 그것 말고 또 뭐가 있겠나, 좋은 훈련이 될거야"

 

지휘관의 그 말에 네이마르의 뇌수가 저린 듯 새하얀 빛을 띠었다

눈꺼풀이 경련하듯 떨리고 있었다

 

이 지휘관은 의용병이 마을을 습격 하는 것을 예측하고 있었고

그것을 용인하여 신병들의 훈련에 사용하고자 하고 있다

 

이런 말도 안돼는 일이....

 

네이마르의 사고는 아직도 흔들리는 말을 정리할 수 없었다

그래도 뭔가 해야 한다는 의무감에 사로잡히듯, 그녀는 말을 이었다

 

"백성들의 신용을 잃게 될 것입니다"

 

네이마르는 평시의 다부진 목소리와

정반대의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리처드는 그 물음에도 망설임 없이 대꾸했다

 

"안심해, 주위의 촌락에는 의용병이라고 자칭하는

문장교 부대가 출몰했다고 몇 번이나 알렸으니까

게다가 의용병의 모양과 우리들의 모양은 조금도 닳지 않는다

동료라고는 생각하지 못할거야"

 

그 노장의 말투에는 그저 당연한 일을 당연하게 처리하는 것이라는

홀가분함이 담겨져 있었다

오히려 뭔가 이상한 데라도 있느냐고

네이마르에게 묻고 싶은 생각이 있는 듯 했다

 

그녀는 자신의 입술을 쎄게 깨물었다

앞니가 살에 파고들어 피를 쏟아낼 것 같았다

 

전쟁엔 여러가지 방식이 있다

하지만, 이런 방식을 쓸 줄은...

 

"네이마르, 이건 이익을 내건 전쟁이다

주위 촌락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면, 이보다 더 좋은 방식은 없다"

 

리처드의 말을 들으면서, 네이마르는 눈을 부릅뜨고 고개를 들고 있었다

지금 자신의 얼굴에 어떤 표정이 붙어 있는지

네이마르로서는 도저히 알 수 없었다

 

"의용병은 데리고 있어봤자 장애물이 될 뿐이야

차라리 이런 식으로 써주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어:

 

이렇게 하면 촌락의 호의도, 신병 훈련도, 의용병 문제도

함께 처분할 수도 있다면서

노장은 목에 술을 흘리면서 말했다

 

네이마르는 뭔가 목소리를 내뱉고 싶었다

가슴속에서 놀라고 뛰는 감정을

눈 앞의 지휘관애에게 던져주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을 위한 말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자기의 한심스러움에 눈물이 눈에 떠오를 것만 같았다

네이마르에게 리처드의 말은 무엇하나 마음에 들지 않았기에

반발해서, 즉시 그의 손을 물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것을 행할 만한 지식도, 경험도, 그녀에겐 없었다

 

그러니 입술을 떨며 한마디를 고하는 것이

네이마르에게는 힘겨운 일이였다

 

"리처드 대대장"

 

뭐야, 하고 리처드는 엉성하게 대답했다

이제 할 말은 다 했다며, 네이마르에게 시선을 맞추려고도 하지 않았다

네이마르는 그것이 상관없다는 듯이 목소리를 쥐어짜서

 

"저는 당신을 경멸합니다... 하지만... 명령엔 따르겠습니다"

 

네이마르는 그것 말고는 말할 수 없었다

 

리처드를 따라갈 수 없다... 그러므로 경멸한다

그러나, 그것을 바로잡을 만한 힘은 자신에게 없다

그래서 따른다....

 

참 꼴사나워, 이렇게 무력하다니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조차 말로 할 수 없다니

 

그녀는 자신의 목을 졸라 죽이고 싶은 충동조차도 엄습하면서

지휘관을 뒤로하고 천막에서 나갔다

눈에는 빛나는 액체가, 띄우는 표정엔 몇 가지의 감정이 담겨져 있었다

 

리처드는 그녀를 보고 약간 눈을 가늘게 뜨고, 숨을 내쉬었다

그의 머리 속에는 더 이상 의용병의 일 따윈 들어 있지 않았다

대신, 이제부터 보내지 않으면 안되는 시선의 일에 생각을 돌리고 있었다

 

자치도시 필로스와 문장교의 군중에 잇을 이전의 제자를 위한 서신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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