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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06화 - 변함없는 나쁜 버릇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8장 악덕 왕국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06화 - 변함없는 나쁜 버릇 -

개성공단 2020. 4. 28. 11:56

엘디스는 전령병에게 목소리를 던진 루기스를 눈동자에 비추면서

가슴속에서 약간 어이없다는 듯한 감정과

그러면서도 흐뭇하다는 미소를 보이는 듯한

무어라 형용할 수 없는 기분에 젖어 있었다

 

여전히, 루기스는 자신이 행동을 취하는 것만으로

다른 사람이 어떤 시선을 그에게 돌리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엘디스에게는 탑 안에 있을 때부터 변함없는 루기스의 나쁜 버릇이

흐뭇하기도 했고, 때로는 어이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영웅 루기스가 적장 리처드와 단신으로 회담을 한다

 

그것은 틀림없이 좋은 방향 또는 나쁜 방향으로 자랄 수 있는

씨앗을 병사들에게 심을 수 잇었다

 

나쁜 쪽으로 키운다면, 병사들이 루기스를 불신하게 될 것이고

좋은 방향으로 굴러간다면, 틀림없이 신뢰와 신용을 낳을 것이다

 

혼자 위험을 무릅쓰고, 적장 밑으로 간다는 것은, 

과연 무엇보다도 영웅적인 이야기다

 

영웅담 속에 얼마든지 넘쳐흐를 것 같은, 그 광경...

대담함을 가지고 강대한 적군에 맞서는 모습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형태로든 사람의 가슴을 울릴 수 있었다

 

이번 행동이 잘만 된다면 병사들의 사기는 열광처럼 휘감아 오를테니

엘디스는 루기스의 이번 행동이 나쁜 것은 아닐테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슨 말이든 잘 풀리는 전제하에 이약리르 진행하다 보면

분명 어딘가에서 반드시 가시밭에 발이 묶이기 마련이였다

 

뭐든지 잘 될거라고 믿고 계획을 세운다는 것 자체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계획이란 언제나 파탄도 내포하고 있는 것이라고 그녀는 생각했다

 

만약, 루기스가 회담중에 적의 함정에 다리를 물리고

그것 때문에 목숨을 잃는 사태가 되어 버린다면...

 

문장교와 가자리아는 그것으로 끝일 것이다

엘디스는 자신의 눈에 무언가 뜨거운 것이 떠오르는 것을 느꼈다

 

문장교에서 그는 틀림없이 영웅 이였다

루기스는 성녀 마티아처럼 

문장교도들의 정신적 기반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근데 그 기반이 전쟁을 앞두고 없어져버린다면

그 다음 내용은 말할 것도 없었다

사기 상실은 면하기 어려울 것이고, 자칫하면 탈영병도 발생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루기스를 위험한 장소에 끌어들이는 일은 벌일 수 없었다

하필이면 적장 면담이라니, 어처구니 없는 이야기도 유분수지...

엘디스는 시야의 끝에서 성녀 마티아가 입을 움직이려는 것을 보았다

분명 그녀는 무슨 말을 하려는 거겠지

 

아마 주위 장병들에게 더 이상의 동요를 주지 않기 위해

루기스에게 강하게 대하려는 말은 할 수 없을 것이다

마티아는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눈에는 날카로운 노기가 서려 있었다

주위에 아무도 없었다면, 분명 천막 안에는 그녀의 목소리가 울러 퍼졌겠지

 

반면 루기스는 뭐가 나쁘냐는 듯

성녀 마티아, 그 측근 라르그도 안이 흘리는 말에

가볍게 어깨를 움츠리고 대답했다

 

엘디스는 그 모습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미소를 짓고 말았다

 

역시 루기스는 자신의 행동에 의해

타인이 어떤 영향을 받을지, 어떤 눈총을 받을지, 전혀 관심이 없어

왕족으로 태어나서 자란 나와 비교해보면, 그는 너무 무방비 해

 

뭐, 그런 루기스의 버릇이라고도 할 수 있는 성질도

딱히 나쁘다고 생각되진 않는 걸

 

원래 영웅이란 평범한 자의 의견 따위는 듣지 않는다

주위의 시선도 방해물도 모든 것을 딛고

자신의 의지만 믿은 채,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바로 영웅이란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루기스가 갖는 성질은 

영웅이 가진 일면이라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게다가, 말이다. 어째서 루기스가 그런 성질을

얻기에 이르렀는지, 엘디스는 조금 짐작이 가는 듯 했다

 

공중정원 가자리아 유폐탑에 같이 갇혀 있을 때

엘디스는 가끔 루기스의 과거를 듣는 일이 있었다

그는 자신의 경험을 말할 때마다, 항상 이런 말을 덧붙였다

 

"제대로 됬던게 없었어"

 

제대로 됬던게 없다는 경험이 어떤 것인지

엘디스는 실제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진실의 색을 띠고 있었던 것만은 확실했다

 

뭔가 있었던 거야

루기스가 입을 무심코 다물어 버리는 것 같은

그러면서도,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단정해버리는, 무언가가...

 

그 무언가가 루기스를 치명적으로 비틀어서

그의 영혼에 지울 수 없는 명예를 낳고 있었다

엘디스의 입술이 작게 닫히고, 눈동자가 몇 번 깜박였다

 

요컨대 그가 가진 저 버릇, 주위의 시선을 떨쳐버리는 성질은

루기스 나름의 방어본능 일 것이다

스스로에게 눈총을 끊고, 자신에게 주어지는 감정을

모두 밀어제치지 않으면 안되는 그런 처치가

과거의 그에게 있었던 것이다.

 

물론 그것들은 모두 엘디스의 상상에 불과하고

진실은 다른 곳에 있을지도 모르는 거지만

엘디스는 이 생각이 진실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다고

묘한 실감을 움켜쥐고 있었다

 

루기스와 성녀 마티아는 엘디스의 눈 앞에서 몇 차례 말을 주고 받고 있었다

엘디스의 귀가 꿈틀하고 흔들렸다

 

"회담을 하는데 전혀 도움이 안됩니다.

이쪽에서 적에게 심장을 내밀자는 겁니까?"

 

마티아의 목소리는 냉정하게 이치를 세우고,

루기스의 생각을 바로잡으려는 듯한 말투를 하고 있었다

그 목소리에 포함된 것은 진지한 생각과

루기스를 걱정하는 말임에는 틀림이 없었다

 

하지만, 분명 루기스는 그 말조차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뭐, 너무 부정적으로 생각하진 마

아주 잠깐, 옛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오는 것 뿐이니까"

 

그리고 루기스가 바라는 이상은, 

엘디스에게도 바람직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어짜피 나와 그는 주종이며, 나는 그에게 얽매이는 자이니...

 

루기스가 옳다면, 자신도 그에게 묶인 채, 옳다고 말하자

엘디스는 묘한 고양심이 가슴속을 맴돌고 있는 것을 느꼈다

 

그녀는 자리에서 일어나 성녀 마티아와 주위 장성에게 타이르듯

귀를 기울이는 목소리로 말했다

 

"그럼 가자리아가 그에게 호위를 붙이겠습니다

일대일 회담이라고 해도, 호위 정도는 붙일 수 있겠지요

안심하세요. 저는 제 기사를 호락호락하게 죽일 생각은 없습니다"

 

그것은 가자리아의 여왕으로서의 말

엘프를 인솔하는 사람으로서의 발언

그 말에 뚜렷한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성녀 마티아 혼자 뿐이였다

 

성녀 마티아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굳은 눈동자로

엘디스를 힐끗 쳐다보며 몇 순간 입술을 다물었다

분명 그 머리속에 여러 가지 상정과 타산을 떠오르다가

금방 지워버린 거겠지

 

엘디스는 마티아의 옆모습을 바라보며, 

그녀의 입술에서 승낙이 말이 나올 것을 예견했다

여하튼, 루기스라고 하는 인간은

비록 억누르려고 해도, 훈계를 뿌리치고 어디론가 걸어가는 법이니...

 

그렇다면 억지로 억누르려고 하지말고,

차라리 그 고삐를 잡으려는 편이 현명하다는 것은 성녀가 알테니 말이다

 

엘디스는 마티아의 말을 기다리는 짧은 시간 동안

그 사이에 의식을 조금 다른 곳으로 돌리고 있었다

 

루기스의 나쁜 버릇은, 영혼에 지울 수 없는 영웅을 새긴 것에 의한 것

그것은 아마 틀림없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루기스는 그 질곡에 가슴이 묶여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였다

 

엘디스의 입술에 얼굴에 선을 긋듯, 곧은 미소를 띠었다

 

안심해 루기스, 네가 무엇에 얽매여있든, 반드시 내가 풀어놓을테니까

 

그리고, 어떤 곳에, 그 매듭을 다시 묶겠어

분명 루기스도 그것을 잘했다고 말해주겠지

 

엘디스의 벽안이 다정하면서도, 바닥이 보이지 않는 깊은 색을 띠우고 있었다

벽안(碧眼)

이전까지는 푸른 눈동자로 번역했었는데

이제부터는 그냥 벽안이라고 대놓고 쓰겠습니다

의미는 '푸른 눈동자'를 의미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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