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17화 - 창 쥔 손에 신앙을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9장 서니오 전투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17화 - 창 쥔 손에 신앙을 -

개성공단 2020. 4. 29. 15:44

착, 착, 하고 군인들이 움직이는 특유의 발소리가

서니오 평야의 공기를 흔들고 있었다

그 땅의 울림과도 같은 소리는 평야의 서쪽

대성교의 진지로부터 울려 퍼지고 있었다

 

"저 햐안 모자를 쓴 놈들이, 필로스의 도시병이란 건가"

 

나는 눈을 가늘게 뜨고, 먼 곳을 바라보듯이 말했다

서니오 평야 너머로 병사 떼가 보였다

속도는 느리지만, 꾸준히 이쪽을 향해 오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필로스병이 방패와 창을 겨누고 진형을 짜는 모습은

경장을 주로 하는 대성교군의 병정과는 다른, 중장보병이란 것이였다

아마도 돌격을 거듭하는 병력에 맞서, 도시를 지키기 위한

택한 모습이 저것일 것이다

 

자치도시 필로스의 도시 병력, 수는 대략 천 정도로 보였다

그것이 지금 대성교군의 창이되어, 이쪽을 향해 들이대고 있었다

그리고 그 뒤엔 대성교의 운하와도 같은 2만의 군세가 있었다

 

뭐랄까, 나 같이 고작 수백끼리 맞부딪치는 전쟁만 겪어 온 인간에겐

바라보고만 있어도 현기증이 날 것 같은 모습이였다

 

나도 모르게 작은 소리로 한탄하듯 말을 내뱉자

옆에 있던 카리아가 말고삐를 당기며 말했다

 

"풍항계 필로스 패거리들이 우리와 놈들 중에

어느 쪽에 붙을지, 이미 예견했을텐데, 낙담할 필요는 없다"

 

어떻게 이녀석은 이렇게도 평시대로 말을 흘릴 수 있을까

나도 모르게 감탄 하듯 입술을 굳게 다물고, 카리아를 들여다보았다

 

은빛 눈동자가 말 위에서 휘황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마치 앞으로 일어날 일을 손꼽아 기다리는 듯 했다

 

과연, 전장에 익숙해져 있다는 것이, 이런 녀석인 걸까

우리 기사님은 그런 면에서 다른 패거리들과는 격이 달랐다

이번 전역에서도 크게 의지할 존재야

 

카리아는 나의 정곡을 찌르고 있었다

자치도시 필로스는 풍항계라는 조롱을 받을 정도로

지금까지 강자에게 매달려서 자치를 쟁취해 온 도시다

그런데 이제와서 갑자기 풍향을 바꿀일이 뭐가 있던가

용과 도마뱀 중에, 누구 편을 택할지는 당연한 것이였다

 

물론 마티아도 어느 정도 손을 썻을 것이겠지만

그러나 역시 순수한 힘에는 맞서기 어려웠다

아마 문장교에서도, 대부분의 사람들은

필로스가 대성교에 가담하는 광경을 떠올리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현실이, 지금 악몽이 되어 그대로 땅에 내려왔다

 

그렇게 됬으니, 발버둥쳐서 손을 뻗는 수 밖에...

 

나는 손가락으로 고삐를 쥐고 말머리를 돌려가며, 생각을 굴렸다

그 군세를 향해 어떻게 대항할 것인가

그것은 요 며칠간, 아니 그야말로 이 전장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스스로에게 물었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도 확실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었다

 

이 대규모 전역에서는 그야말로 모든 것이

나에게도, 마티아에게도, 그리고 문장교에 있어서도

처음 있는 일일 뿐...

 

기습을 가한다 해도, 그 대군세의 배를 좀 찔려준 정도로 의미가 있을까

단디 튕겨져 나가, 헛되이 군사를 낭비하는 것만이 아닐까

 

그런 생각을 머리속에서 어지럽게 하는 사이

대성교의 대군이 슬슬 본인들의 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카리아, 우리가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필로스 도시병과 대성교 연합군을 외면하듯

카리아에게 시선을 돌려서 질문을 던졌다

사실 아무 의미도 없는 물음 이였지만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마음이 진정되려 하지 않았다

 

카리아는 이상한 듯이 입술을 치켜올리면서

내 속을 꿰둟어본 듯이 말했다

 

"네놈이 이기려고 한다면, 난 힘을 보태주마

미안하지만, 내가 할 수 잇는 말은 그것뿐이야"

 

나는 한숨을 가볍게 내쉬며

마티아나 장성들이 있을 진지를 향해

말머리를 뒤로 돌렸다

 

마지막으로 문득 뒤를 돌아보니

 

착,착 하는 전장의 발소리가

천천히 이쪽을 향대 다가오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

 

 

 

 

 

성녀 마티아가 장성급인 인간들을 모아

엄숙한 목소리를 울렸다

 

"필로스에게 보낸 시선은 돌려받지 못했고

그리고 내부 협조자로부터도 연락은 없는겁니까?"

 

마티아의 눈 아래에는 검은색이 보이고 있었다

그것을 보아하니 잠잘 틈 조차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티아는 본래 그런 모습을 보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모두를 이끄는 자, 조직 위에 서는 자가 피폐한 모습을 보이는 것은

그만큼 조직의 바닥을 드러내는 일이였기 때문이였다

 

자치도시 필로스가 대성교군의 포로로 자리를 잡았다

마티아는 그 광경을 예측하지 않았다고

입이 찢여져도 말할 수 있을리가 없었다

오히려 가장 가능성이 높은 미래 였었고

그리고 동시에 최악의 미래이기도 햇다

 

그래서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

마티아는 취할 수 있는 수단은 취했을 작정이였다

필로스의 도시에 내통자를 보내, 

적어도 대성교에 협력하는 일이 없도록 포함시키거나

값진 물건을 주어서, 보낼 수 잇는 군사를 적게 하라고도 했었다

 

물론 필로스라는 도시 자체를 문장교가 끌어 안으면

더 이상의 문제는 없게 되는 거였지만

그런 일은 일어 날리가 없었기에

마티아는 그 밖의 방법에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다

 

마티아는 피로에서 고통마저 느낄 것 같은 순간

눈꺼풀을 감고, 깊은 호흡을 한 번 내쉬었다

 

"다들 알고 있을 것입니다

자치도시 필로스는 대성교의 손을 잡고

우리의 손을 뿌리쳤습니다.

이제 우리 손으로 창을 들고, 적을 관통하는 길 외엔 없습니다"

 

그것은 마티아 치고는 심하게 낮은 목소리였다

장성들이 귀를 기울이며, 성녀의 목소리를 귀담아들었다

 

여하튼 성녀의 목소리를 듣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 지도 모른다

문장교 장수들은 물론 가자리아 장수들 또한

한 마디의 말도 하지 않고, 마티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었다

 

이 곳에 있는 모든 이들의 등줄기에

긴장이라고 하는 이름의 손이 어루만져 갔다

 

"병들에게 전하세요, 한 마디도 빼먹지 말고"

 

마티아는 선고라도 하듯 말했다

 

"이것은 성전 같은 것이 아닙니다

우리 신께서는 스스로 고뇌를 머리속으로 흔들고

스스로의 뜻에 따라 결정하기를 원하셨습니다

즉, 이번 전쟁은 우리의 의지임에 틀림없는 것입니다

그럼 왜 우리는 창을 들고 대지를 붉게 물들이는 것을 선택한지 아십니까?"

 

마티아는 계속해서 목소리를 떨고 있었다

문장교도의 성녀로서 불썽사납기 짝이 없었다

 

마티아는 조금 목소리를 높이며 고했다

 

"그것은 우리들의 부모, 형제자매, 후손을 위해서 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오직 살아갈 수 있는 날들을 위해서

우리들은 창을 들은 것입니다, 동포들이여!"

 

성녀라고 불리는 인간의 눈에 신앙의 빛이 깃들었다

그것은 어떻게 보면, 광적이라고 말할 수 있는 색조

그것이 마티아의 목소리를 타고 장성들의 눈에 전염되어 갔다

 

이것이,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였고

마티아는 그런 자신을 책망하며, 마음 속 깊은 곳을 꼬집었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