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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18화 - 서니오 전투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9장 서니오 전투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18화 - 서니오 전투 -

개성공단 2020. 4. 29. 16:24

날씨는 맑음, 바람은 조금 불고 있음

햇빛은 평시와 다름없는 빛을 내리쬐고 있다

그리고 서니오 평야에서 문장교군과 대성교군

양자간에 서로의 어금니를 내세우는 전투가 시작되었다

 

전쟁터에서는 알 수 없는 비명이 어딘가에서 들리고 잇었다

 

도끼가 창자를 끌어내 피를 흩뿌렸고

창이 쇳냄새를 풍기며 육신을 도려내었다

병사의 삶과 죽음이 서로 섞이며 비정상적인 장소를 만들어갔다

옆의 전우는 아직 살아 있을까, 아직 검을 휘두르고 있을까

잠만, 나는 살아 있긴 한건가? ...라는 질문만 수없이 던지는 장소

 

검, 창, 방패, 그것들이 서로 물고 늘어지며

전장 특유의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눈을 부릅뜨고, 투쟁본능이 원하는 대로 탐욕스럽게 적을 탐했다

생명이란 것이 싼 가격표에 지나지 않을 수 있는 장소가

지금 여기에 존재하고 있엇다

 

문장교도, 대성교도 서로 평야 안에서 마음껏 병력을 전개했다

모든 것을 합치면 삼만이나 되는 병사들이 전장의 음악을 연주했다

 

만일 신이 인간을 창조할 때, 투쟁본능이란 것을 굳이 심어두었다면

그것은 분명 이러한 음악을 듣기 위해서 일 것이다

 

"썩 듣기에 좋은건 아니지만, 어쩔 수 없나"

 

선봉에 몰린 필로스 도시병단

그 와중에 필로스 트레이트는 투덜거리듯 중얼거렸다

외안경 아래에 햇빛이 비친 하얀 눈이 반짝이고 있었다

 

적병, 문장교 병사들은 열세 속에서

조금 보이는 승기를 향해, 손으로 창을 열심히 휘두르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이끄는 것은 성녀 마티아와 악랄한 자 루기스

듣자하니, 혀로 사람을 굴려서, 맹목적으로 믿게 만들어버리는

그런 힘을 가진 사람들이라고 했다

 

그런 인간에게 이끌리고 있는 탓일까

적병들은 마치 무언가에 홀린 듯 탁류같은 기세로

필로스병 밑으로 뛰어들었다.

반명 필로스 도시병단에게 그들과 비슷한 기세나 기개가 있을리 없었다

단지 시키는 대로 방패를 들고, 어떻게든 밀리지 않도록 버틸 뿐이였다

 

필로스는 자신도 모르게 입안에서 혀를 찼다

우리보고 선봉을 맡아달라니

그 노장도 정말 분하기 짝이 없었다

 

그 순간 병사들의 고함 소리에, 필로스가 흠칫 놀라고 말았다

이렇게 사람의 목소리라는 것이 힘을 가질 수 잇는가

그녀로서는 이러한 경험이 처음이였다

 

"필로스님, 좀 더 물러가계세요

거기서 우두커니 서있으시다간, 죽을 수도 있습니다"

 

도시병을 이끄는 대장이 약간 응어리진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나 조심과 배려로 입을 다물지 못하는 사람이라고

필로스는 눈썹을 치켜올리며 생각했다

 

이것을 고칠 수는 없었는 지

이 남자는 도시병의 대장에 임명될 때부터

지금까지 쭉 이런 태도 였던 것이다

아마 이 인간은 생각한 것을 그대로 말하지 않으면

죽어 버리는 성격 이겠지

 

그렇지만 배에 독이 계속 쌓이는 것보단 

속 시원하게 풀어버리는 것이 나을 것이다

필로스는 대답하기 위해 입을 열었다

 

"그건 무리에요, 왜냐면, 전 이 부대의 총지휘관이니까요

그들에게 죽으라며 전쟁터에 내보낸 자가

방안에서 편히 쉴 수는 없지 않겠습니까

이상적인 지휘관이라고 말해줫으면 좋겠는데"

 

대장은 필로스의 거드름 피우는 듯한 말에 흠칫하며 대답했다

아마, 마음에 드는 대답이 아니였나 보군

필로스는 자신의 생각대로 모든 것을 

테도로 나타낼 수 있는 그가 몹시 부러웠다

 

한 도시의 통치자는 생각보다 자유와는 거리에 먼 곳에 있는 거였다라고

그녀는 옛날의 자신에게 가르쳐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변변한 것은 없다

아무리 추구해도 그 자리에 구원이란 없다는 것을

 

"아직은 버텨내고 있지만, 조만간 중앙이 무너질 것 같습니다

뭐, 적군으로선 그걸 노리는 수밖에 없겠지만 말이죠"

 

대대장은 고함을 부르짖으며 지휘를 하면서 중얼거렸다

그 목소리에는 위기감이나 초조 같은 것이 없고

그저 낙관적인 목소리가 포함되어 있었다

될 때로 되버려라 그런 생각일까? 필로스는 전쟁터를 잘 몰랐지만

이 대장에게는 전쟁터가 그런 것일지도 모른다

 

필로스는 하얀 눈을 부릅뜨고, 깃발의 흔들림을 보았다

 

자세히 살펴보자니, 대장의 말대로 

중앙에 있는 적군의 깃발은 이리저리 움직이고 있었고

좌우에 위치한 깃발은 인내하듯이 가만히 있을 뿐이였다

 

즉 적은 수가 적으므로, 중앙부에 병력을 집중시켜서

이를 무찌름으로서 대성교 본진을 향한 전략을 펼치고 있었고

반면 우리는 그들을 막아내고, 좌우군이 그들을 삼키면 되는 것이였다

 

그런 전략을 펼치기에, 필로스 도시병단의 중장보병이

가장 적합한 역할이였기에, 선봉에 서게 된 것이엿다

그러나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아무리 제격이라도, 지금 이자리에서 수세에 몰린

적군을 물리칠 수 잇을 정도의 병력을 이끌고 있지 않았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였다

최대한 도시가 피해보는 일 없이,

또한 대성교에 대해 체면을 세울 수 있는 수치란 것이

이 전보다 훨씬 못 미친 정도의 병사 수였다

 

필로스가 입술을 적시며, 고함이 오가는 가운데 입를 열었다

 

"병사들이 적당한 숫자 정도로 피해를 입는다면

대성교에게 부상을 핑계로 대고, 후퇴하도록"

 

그녀는 대장 이외는 누구도 들을 수 없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했다

필로스에게 필요한 것은  승리란게 아니라

가능한 한 피해를 희석시키는 것이였다

게다가 자신들의 뒤에는 흠이 없는 2만의 대성교군이 있다

우리가 다소 일찍 후퇴했다하더라도, 승패엔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다

 

그 대성교의 노장은, 분명 나의 이런 행동도 예측하고 있겠지

그렇다면 그 예측대로 놀아나 주도록 하지

 

필로스의 그 말에, 대장은 등을 보인 채 말했다

 

"...가능하다면, 그러겠습니다"

 

갑자기 대장의 목소리가 경직된 것을 들을 수 있었다

목소리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지만, 

다만 약간 끼어있었던 억양이 목소리에서 사라지고 있었다

피로스는 눈앞에 있는 커다란 등 너머의 전장을 바라보았다

 

한 마리의 말이 하늘로 날아갈 기세로

전쟁터를 휘저어다니고 있었다

 

그것은 하나의 부대 같았다

적군 중 한 부대가 어리석게도 튀어나와

전선을 뚫고 지나오는 것처럼 보였다

 

보통 그런 부대는 순식간에 적군에 베어 죽곤 했다

전쟁터에서 고립된다는 말은 곧 죽는다는 것이다

누구나 그것을 알고 왔기 때문에

군이라는 조직은 덩어리를 유치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그 작은 부대는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쪽을 향해 서서히, 가까워 지는 것 같았다

뿐만 아니라 다른 적병들도

그들을 추종하듯 앞으로 발길을 돌리기 시작했다

 

"필로스 님, 가까이 오지 마세요

가능한 죽지 않도록, 도망쳐주세요"

 

대장이 울적한 목소리로, 목덜미에 땀을 흘리며 말했다

그리고 천천히 허리에 매단 검을 뽑아갔다

 

필로스는 대장의 그런 목소리에 놀란 나머지

주위의 병사들이 방패를 치켜올리는 가운데

한 발짝 물러섰다

 

그녀의 하얀 눈에, 기어드는 위험이 비쳤다

 

초록색 군복을 입고, 말굽으로 병사를 짓밟으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그 남자

저 남자의 인상착의가 적힌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악의 자체를 몸에 담고

신도 두려워하지 앟는 배덕한 영혼을 가진 자

 

아, 틀림없어

눈썹 하나 까딱않고 사람을 죽일 수 있는 그 눈동자

전장에서조차 공포의 빛 하나 보이려고 하지 않는 그 폭위적인 행동

 

필로스의 흰 눈이 명확하게 그 인물을 포착했다

 

저것이 악랄한 자, 문장교의 영웅, 루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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