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   2024/10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20화 - 손에 쥔 각오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9장 서니오 전투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20화 - 손에 쥔 각오 -

개성공단 2020. 4. 29. 20:01

보라빛의 반짝임이 전장에 한 가닥 선을 그었다

그 선은 적병의 목을 불쾌한 소리와 함께 베어버렸다

 

그와 동시에 오른팔에서 삐걱거리는 소리가 났다

무리한 움직임 때문인지, 힘줄 몇개가 찢어진 감촉이 있었다

 

그래도 나는 겨우 숨을 고르며 날을 치켜세웠다

아무리 칼을 쳐들고와도, 적은 금방 베어버릴 수 있었기에 어려움은 없었지만

적들은 밀려오는 파도를 상징하듯 고함을 지르며 이곳으로 달려왔다

 

우와, 나에겐 정말 사치스러울 정도의 환대군

 

나는 한숨을 내쉬며 보라색 검을 날렸다

칼날을 받은 철투구가 꼭대기에서 깨지며, 굉음을 내고 반으로 갈라졌다

 

몸은 기괴할 정도로 호조를 보였다

칼을 휘두르는 팔은 마치 자신의 것이라 생각되지 않을 만큼

섬세한 궤도를 그리고 있었고 힘이 매우 들어있었다

그야말로 옛날이였으면, 떨리고 있었을 내 팔이

지금은 베짱을 보여주며 솜씨를 떨치고 잇었다

 

단적으로 말하면, 고양감이 내 심장을 뛰게 하고 있었다

과연, 눈 앞의 일이 정말 현실에서 일어나는게 맞는 건가

 

뭐라고 해야 할까

지금까지 발버둥치려고 노력했던 일이

이 순간부터 확 풀려버리는 그런 느낌 같아

 

그러나 적진은 아직도 멀었다

 

나는 말고삐를 쥐며 전방을 주시했다

아직 적의 본진은 보이지 않았고, 단지 적이 무리를 이를 /뿐

적병이 겹치면서도 창을 들고, 이쪽의 동태를 살피는 것은

돌격의 틈새를 살피고 있는 것일 것이다

 

힘차게 검을 휘두른 후의 틈, 

돌격을 반복해서 말이 조금 발굽을 멈춘 틈, 

그것은 어떤 인간이라도 반드시 찾아오는 것이였다

적병은 그 틈을 이용해서 창으로 살을 도려내려고

방패와 창을 들고 이쪽의 동태를 살피고 잇었다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라는 건가

 

아무리 힘이 넘치더라도, 움직이면 당연히 숨이 찼다

내장은 옥죄인 듯 통증을 호소하고 있었고

말을 탔다고 해도, 전장에서 달렸긴 달렸기에

그 자체로 체력과 정신력을 크게 소모해갔다

적병이 버티지 못할 때까지 돌격을 계속한다는 것은 도저히 무리였다

 

그래서 원래는 주위로부터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소부대로의 돌출 따위는 해서는 안되는 것이였다

 

"떨어지지는 않았겠지, 피에르트?"

 

나는 시야 끝에서 흔들리는 머리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등 뒤에서 미소를 흘린 듯한 목소리가 들려나왔다

아무래도 무사한 거 같았기에, 한숨이 새어 나왔다

 

"뭐야, 지금 짐짝 취급 하는 거야?"

 

말은 불만스럽지만 목소리는 그렇지 않았다

피에르트 나름의 특별한 성격이라는 걸까

아무튼 일단 이게 신호였다

 

피에르트는 내 어깨를 감싸며, 동시에 손을 뻗었다

그 손가락 끝에는 틀림없이 마력이 빛을 띠고 있었고

응축된 마력 덩어리가 물결치지도 않고

그저 그녀의 손 끝에 머물러 있었다

 

주위 적병의 숨죽이는 소리가 들렸다

이리로 달려들려고 발버둥을 치던 저놈들이

그녀의 손 끝을 보고, 무슨 위협이라도 느낀 것일까

 

피에르트의 조욯한 목소리가 전장을 뒤흔들었다

 

"천개여 무너져라!"

 

말과 동시에 손 끝이 떨렸다

 

순간, 세상이 뒤틀리는 한 있을 수 없는 폭풍이 홀연이 그 자리에 나타났다

폭풍은 전장을 달려가며, 나무를 뛰어넘어 새도 하늘에서 던져버렸고

심지어는 인간까지 잡아먹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폭풍은 이상하게도, 

아군에게는 일절 들르는 기색을 보이지 않고

적병만을 그대로 삼켜 나가서

중장비를 착용했을 인간을 종이처럼 튕겨내서 공중으로 던져버렸다

분명 그대로 낙하한다면, 목숨은 거기서 끝일 것이다

 

지난 세계에서 보았던 그 변함없는 위력은, 바로 전장마법이였다

그 구조는 나도 잘 모르지만, 잠깐 세계의 경계선을 비틀어서

다른 곳과 연결하고 있다고 들었던 것 같았다

 

솔직히 그런 바보같은 일을 믿을리가 없었는데

가까이서 보여주니, 아무래도 믿을 수 밖에 없게 되었다

 

"적을 전부 이걸로 쓰러뜨려주면 편할텐데"

 

나는 그 광경에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내가 열심히 검을 휘둘러 적병의 목을 몇 개 떨어뜨리다가

저 마법을 봤더니, 이상하게도 뭔가 무의미한 것처럼 느껴졌다

 

피에르트는 내 말을 들은건지

내 등에 몸을 맡기면서, 나에게 말했다

 

"무리야, 무리

그런거 연달아 쓸 마력도, 체력도 없다고

그러니까 이제 좀 쉬게 해줘"

 

"그래, 마음껏 쉬워둬"

 

보다 무거운 몸무게가 내 등에 가해졌고

피에르트의 가느다란 팔이 내 복부에 감겼다

목소리는 상당히 헐떡이는 것 같았다

 

처음 돌격할 때, 그리고 지금 두 번의 마법행사로

상당한 체력을 낭비한 것이다

어쩔 수 없긴 했다. 전장 규모의 마법은

본래 마법의 영역을 넘고 있었기에, 과거에서도 이런 마법을 행사할 수 있는 인간은 피에르트 말고는 들어본 기억이 없었다

 

체력의 한계를 감안하면, 피에르트에게 의지할 수 있는 것도

많아도 몇 번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주님이 쉬는 동안

내가 책임지고 지켜주어야 겠군

 

피에르트의 마법을 목격한 적의 중장보병은 이제 공황마저 일으키고 있었다

눈 앞의 전우가 속수무책으로 내던져서

강인하게 땅으로 내동댕이쳐지는 그 광경은 눈에 선햇을 것이다

 

스윽,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나는 보검을 하늘에 올려놓고 햇빛에 반사되게 했다

 

"적은 무너졌다, 기회는 지금 이때다. 모두 돌격!"

 

나는 전장을 향해 목소리를 울렸고

부대병들이 호응하듯 고함을 울리며, 적병에게 달려들기 시작했다

 

나로서는 아무렇지 않은 것이였다

사람을 이끄는 말, 그리고 사람을 사지로 넣는 말...

 

그래도, 또한 이것이 필요하다고 한다면

누구를 위해서 검을 휘둘러야 한다면

나는 스스로 칼자루를 잡으리라

딱히 지금의 나를 비웃는건 아니였다

 

어쨌든 나는 지금의 모습을 이루기 위해

무엇보다 마음을 애태우고 있었으니 말이다

 

나는 부대병을 이끌면서 필로스 도시병단 깊숙이 파고들었다

이제 방패와 창을 든 인형이 된 그들

피에르트의 마법을 앞에 두고서, 싸울 의지를 크게 내린 것들

전의를 가지고 이리로 달려드는 병사는 얼마 되지 않았다

 

그리고 한번 꺽인 의지라는 녀석은

같은 전장 속에서 간신히 재기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앞으로 한 가지 뭔가 계기가 있다면

필로스 도시병들은 모두 도망칠 것이다

 

눈을 흔들며 주위를 돌려보았다

전장에선 대장격인 인간은 누구보다 앞서서

혼란에 빠진 아군을 진두지휘하며, 정리해야 했다

지금은 적병은 혼란에 빠졌기에 

분명 어딘가에.... 찾았다!

 

몇번이고 약동을 반복하던 눈이

어느 지점을 보았을 때, 휘둥그레졌다

 

저거군, 새 꼬리날개가 달린 투구

 

그 투구를 쓴 자들의 주변은 누구보다도 병사의 통솔이 잘 되어 있었다

그것은 지휘관이 있다는 큰 증거였다

 

나는 그것을 인식하는 동시에, 말을 달리게 했다

피에르트와 나, 두 사람을 태운 말의 구보는

도저히 빠른 걸음이라고는 말할 수 없었지만

혼란스러운 군사를 정리하기 위해,

말의 걸음을 멈춘 그 대장을 압박하기엔 충분한 속도였다

 

나는 그곳을 향해, 말에서 몸을 내던지고는

보라색 빛으로 허공을 갈랐다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