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반응형
«   2025/07   »
1 2 3 4 5
6 7 8 9 10 11 12
13 14 15 16 17 18 19
20 21 22 23 24 25 26
27 28 29 30 31
Archives
Today
Total
관리 메뉴

8성 연합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21화 - 혀를 기어가는 쓴 맛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9장 서니오 전투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21화 - 혀를 기어가는 쓴 맛 -

개성공단 2020. 4. 29. 20:53
반응형

필로스 트레이트의 눈 앞으로 명멸하는 보라빛이 날아왓다

 

그 순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곁에 잇었을 대장이 자신을 들이받은 것만은 알 수 있었다

 

들이받고 낙마했을 때, 어깨를 땅바닥에 부딪혔기에

상체가 묘하게 아파왔다

 

얼굴을 드는 순간, 필로스의 뺨에 뜨거운 것이 뿌려졌다

그녀는 자신의 뺨에 묻은 불쾌한 냄새가 나는 액체를

손가락으로 닦으니, 검은 색에 가까운 붉은 색의 액체가

손가락 끝에서 미끈 거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낙마한 영향일까, 필로스는 그것이 피라는 것을 

몇 초동안 알아차리지 못했다

뭐, 전쟁터에서는 당연히 피가 솟구치는 법

그녀에겐 흔치 않은 존재는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 붉은 액체는 차례대로 필로스의 뺨과 머리카락을 뒤덮였다

하얀 눈이, 어디서 이 혈액이 나오고 잇는 가 하고, 시선을 올렸다

 

시선을 올리자, 먼저 본 것은 병대장이 말에 올라탄 모습

아까의 모습과 전혀 변함없는 듯 보였지만

다만, 몸통과 목이 떨어져 있었다

 

병대장이 손에 들고 있을 검은 양단 되었고

그 목이는 이제 머리 대신 보라색 이물질이 꽂혀 있었다

그것은 일순간 기괴한 오브제처럼조차 보이는 듯 했다

 

그 해괴한 오브제가 멈추지 않고 붉은 액체를 뿜어내고 잇었다

또 필로스의 뺨과 몸이 더러워지고

피비린내가 그녀의 코를 찌르게 했다

 

한 순간, 힘을 잃은 나머지, 손가락 끝하나 움직일 수 없게 되엇을

병대장의 몸이 무너져, 땅으로 내동댕이 쳐졌다

그리고 동시에, 한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라, 필로스의 병사들이여, 지휘관은 쓰러졌다!

도망갈거면 어서 당장 너희 도시로 도망가거라!"

 

그렇지 않으면, 모두 죽여버리겠다

필로스는 그런 말을 울리는 인간의 얼굴을 볼 수 있었다

 

휘황한 눈동자, 초록색 군복을 입고 공포를 드러내고 있는 성격

악랄한 자, 루기스가 거기에 있었다

 

그가 자신의 병대장을 죽였다

 

그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긴 했다

전장에서 나는 그의 적으로서 이곳에 뛰어들었고

그 또한 나의 적으로서 병사들을 죽이고 있었기에

그에게 원망을 품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았다

 

"기다려라, 배신자 루기스"

 

필로스는 경련을 일으킨 것 같은 무릎을 일으켜 세우고

억지로라도 등을 펴서 말했다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고 잇는 지는 알 수 없었다

필로스의 이름을 이어받은 이후, 언제고 자신감에 넘쳤을 목소리가

지금 이 때만큼은 약하고 갸날프게 변해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고함과 소음이 울러펴지는 전장안에서

필로스의 목소리는 루기스에 닿은 것 같았다

그의 지독하고 험한 눈빛이 말 위에서 필로스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은 휘황하게 보였지만

선량한 인간이라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는, 예리한 눈빛을 가지고 있었다

제대로 말이나 통할 수 있을까

순간 필로스는 입술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자치도시 필로스의 지휘관은 병대장이 아닌

나, 통치자인 필로스 트레이트가 가지고 있다"

 

아마 이 이름을 대는 것은 좋은 선택지가 아니였다

일단 병대장도 죽고, 군의 사기가 개판이 된 와중에

적어도 통치자는 안전하게 도시로 돌아와서

수습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것이여만 했다

 

하지만 필로스는 최고의 통치자를 원하고 있었고

여기서 아무런 말없이 도망쳐버리는 것은

아무래도 참을 수 없는 행동이였다

 

통치자에겐 책임이 있다

여기서 병대장이 죽고, 자신만 살아남아

그것으로 좋았다는 결말은 받아들일 수가 없다

 

필로스는 안경을 햇빛에 비추었다

순간 루기스는 눈썹을 치켜들고 그녀의 말을 더듬는 듯 했다

필로스는 곧 자신의 목이 베일 각오조차 하며

루기스의 표정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그래? 그럼 병사들이 혼란스러워 하니

네가 제대로 지휘해서, 복귀하도록 해줘"

 

루기스는 아무것도 아닌 것 처럼 말했다

필로스는 멍하니 눈을 부릅뜨고, 루기스의 표정을 보았다

긴장도, 분노도 아닌, 단지 당연한 말을 하는 듯한

그런 표정을 떠올리고 있었다

 

필로스의 사고는 혼란스러웠다

그가 하는 말은 아무리 생각해도 적 지휘관에게 던질 수 있는 말이 아니였다

본래 적군의 지휘관, 통치자를 찾았다면

포박하거나 목을 베는 것이 먼저 아닌가,

나는 그것을 각오하고 내 이름을 내걸었는데...

 

"나를 업신여기는 건가, 나는 자치도시 필로스의 통치자..."

 

"아, 미안 그런 뜻은 아니였는데, 내가 좀 시간이 없어서..."

 

루기스는 필로스는 안중에도 없다는 듯이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는 그대로 말고삐를 당겨서, 그녀의 눈앞에서 바로 사라져 버렸다

아마 대성교군과 칼날을 주고받으로 간거겠지

 

필로스의 입에서 어금니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루기스는 나의 말을 믿지 않는 걸까

그냥 헛소리인줄 아는걸까

아니면 다른 것을 간과할 만한 이유가 있을지도 모른다

적극적으로 필로스와 적대하지 않다는 걸

표명하기 위해서 일까?

 

하지만, 필로스의 가슴속에는 그런 이성이 고하는 것보다도

명확하게 얼굴에서 열을 띠는 것이 있었다

 

날 만만하게 봣어

말을 나눌 가치도 없다고 업신여긴거야

 

머리가 연기를 토해낼 것 같았다

굴욕의 불길에 뺨이 뜨겁게 달아올라

눈망물이 붉어지는 것을 필로스는 느낄 수 있었다

 

과거부터 무시당하는 일만은 싫었다

업신여겨진 사람은 언제나 무언가를 뺏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것은 강약의 문제가 아니라 얕보임을 당한 사람은

그렇게 되어버리는 것이였다

 

아아, 지금도 생각나는군

일찍이 양녀였던 자신을 업신여기고 조롱했었던 트레이트가의 형제자매들...

양부모가 나를 부스럼처럼 대하며, 멀리한 탓에

나는 그들이 보지 못하는 곳에서 형제자매들에게 몇 번이나 

굴욕을 당했던가...

 

구걸하는 꼴을 당했다. 구두를 맨손으로 닦게 했다

여러차레 폭력을 당했다. 그들은 마치 자신을 하인처럼 다뤘다

 

그래도 친분을 쌓고 말을 나누면,

언젠가는 진짜 가족이 될 수 있다고 생각했었다

어짜피 나는 진짜 부모를 모를 무렵,

그야말로 아기 때부터 트레이트 집에 있었으니까

 

"하지만, 가문을 이을 장남이 성인을 앞둔 자신에게

손을 대려던 그날까지는..."

 

필로스의 하얀 눈에 불꽃이 타올랐다

도저히 패전의 장수라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용서 못해, 일찍이 자신을 얕잡아본 트레이트 가문의 인간은

모두 후회하게 만들면서, 목숨을 찢어주었다

그 남자도 분명 후회하게 만들어 주겠어...

나를, 이곳에서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주지...

 

이가 파고든 입술에서 통증이 새어나왓다

 

"듣거라, 필로스의 자치병들이여, 후퇴하라!

부상자를 가능한 한 회수라하! 소대장은 병사들을 취합하라!"

 

주위에 울려퍼지도록 소리를 냈다

피를 흘리면서도, 늠름한 모습을 보이는 필로스의 모습에

병사들은 피폐해진 몸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어쨌든 지금은 물러날 수 밖에 없다

도저히 싸울 수 있는 상황은 아니였고

병장이 최후로 자신을 들이받은 것도

더 이상의 병사를 헛죽이기 이해서는 아닐 것이다

 

루기스라는 자를 앞에 두고도, 목숨을 구한 것을 보면

죽어버린 병대장에겐 다행스럽게 여겨지겠지만

필로스에게 있어선, 전혀 승복할 수가 없었다

 

'피잉'

 

필로스 바로 옆에, 기세가 붙은 화살이 소리를 내며 날라갔다

지금도 자신의 등 뒤에서 날라오는 화살은 대성교군의 것밖에 없었다

아마도 붕괴된 필로스병을 포기하고

문장교군을 향해, 모두 다 죽여버리려는 전략이겠지

 

문장교도, 대성교도 나를 조롱하는 건가

 

필로스는 너무나 쓴 패배의 맛을 기억하면서도

병들에게 철군을 반복하는 소리를 내보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