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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16화 - 민회의장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9장 서니오 전투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16화 - 민회의장 -

개성공단 2020. 4. 29. 11:49

서니오 평야에 대성교와 문장교, 각 진영의 말이 달리고 있었다

모두 그 손에 안긴 정보를 재빨리 가지고 가기 위해서 였다

 

대성교의 전령은, 말을 재촉하면서도, 서두르는 일은 없었다

그 보는 상관이 원하는 대로 됬기에, 책망받는 일은 없을 것이다

 

반면 문장군교의 전령은 얼굴을 창백하게 하고

말의 고삐를 재촉하고 있었다

이것을 상관에게 어떻게 전해야하는지, 머리 속에서 단어를 조립하려 했지만

곧 파탄이 나버리고, 식은 땀을 곳곳에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설마 자기 차례에 이런 보고를 하게 될 줄이야

문장교 전령병은 속으로 혼자 이런 푸념을 늘어놓았다

 

자치도시 필로스는 대성교군에 대한 부분적 협력을 승인했다

 

이 소식은 대성교와 문장교뿐 아니라

자치도시 필로스 시민에게도 적지 않은 동요를 준 것은 틀림없었다

 

반응은 다양, 그야말로 시민의 태반이 동요했다고 해도 좋았다

하지만 굳이 분류하자면, 경악하는 자, 겁에 질린자, 이의를 제기하는 자

이렇게 3가지의 부류로 나뉘었다

 

자치도시 필로스 민회는 그 중에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자들로 가득찼다

 

"우리는 자치민이다, 노예가 아니란 말이다 

이런 일이 허용되서야 되겠는가!!"

 

도시 내 가장 큰 시설, 민회의장 단상에서 어떤 남자가 짖었다

나이는 장년이고 목소리에는 기력이 넘쳤으며

눈동자엔 확실한 의지를 나타내는 색이 켜져 있었다

 

남자는 말했다. 민회는 대성교든 문장교든

어느 하나도 협력은 필요 없다는 결정을 행했지만

통치차, 필로스 트렝,트는 대성교의 협력을 부분적이라곤 해도

단족으로 승낙해버렸다.

이것은 횡포가 아닌가 하고, 남자는 계속 소리를 질렀다

 

남자가 외칠 때마다, 민회의장에 몰려든 시민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그 함성에는 남자에 대한 칭찬과 동의

그리고 현 통치자인 필로스 트레이트에 대한 반발이 섞여 있었다

 

통치자인 필로스는 마치 어떻게든 되는 듯한 눈으로

민회의장 통치석에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오른쪽 눈에 달린 안경이 차가운 빛을 반사하는 듯 했다

 

표정을 짓지 않은 그녀의 표정은 눈 앞에서 벌어지는 연극에

전혀 흥미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민회에 참석하는 것은 단지 통치자로서의 의무 일 뿐

그렇지 않으면 이런 위급하다고도 할 수 있는 상황에

이런 시시한 일에 어울려 줄 수 있겠는가

 

민회, 자치도시 필로스엔 민회라는 

시민의 뜻을 쟁취하기 위한 기구가 전통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구조적으로는 단순한 것으로, 시민의 뜻을 헤아릴 수 있는 

대표가 선출되어, 민회의장에서 논의를 했다

그리고 나서, 시민의 총의를 결정해, 통치자 필로스를 향해 보고를 했다

필로스는 민회의 의사결정을 지켜보며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이였다

 

즉 민회는 시민이 통치자에게 진언을 하기 위한 기구

그저 그 뿐이였지만, 다른 도시가 보면 눈이 휘둥그레질 만한 것이였다

 

원래 영주영민의 관계라면 그런 일은 잇을 수가 없었다

영민이란 단지 지배당하기만 하는 존재이지

영주의 의향에 애해서 간섭하는 것 따윈

하늘에 있는 별을 따는 것과도 같았다

 

민회 같은 기구는, 어떤 도시에도 둘 만한 존재가 아닌 것이다

 

그래서 자치도시 필로스의 주민들은 이 민회라는 기구를

우리 자치의 상징이라며 꺼려하지 않고 있었다

 

우리는 단지 지배를 받는 영민이 아닌,

통치자에게 항의를 할 줄 아는 자치민이라며, 그들은 주장했다

 

게다가 이 민회라는 것도 그리 나쁜 것도 아니였다

본래 영민이란 영주의 좋고 나쁨에 따라 그 생활이 달라지는 거였다

영주가 능력이 있다면, 행복과 안녕을 얻을 수 있었지만

악덕한 자라면, 그저 비탄과 고통으로 가득 찬 나날을 기다릴 뿐이였다

 

민회는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자치민을 지키기 위한 방패였다

통치자로서도 백성들의 말을 듣고 통치에 일조할 수 있었기에

만일 민회의 결정에 문제가 있다면, 통치석에서 의견을 표명함으로써

민회의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체계였다

 

이를테면 통치자 필로스와 민회는

상호 보완이 가능한 이상적인 기구 였을거라고

현대의 필로스는 흰 눈동자를 깜빡이며 그렇게 생각했다

 

단상에 서서 시민들을 환호하게 만드는 남자의 이름은 로조...

가문명은 잊어버린것 같다

 

필로스가 아는 한 저 로조라는 남자는 말솜씨가 좋았다

다만, 능력이 출중한 것은 아니였고

그저 사람들을 이끌 수 있는 말재간만 좋은 사람이였다

 

그렇게 해서 그런 선동자가 민회의 대표자로서

지금 자신에게 항의하고 있었고

필로스는 그런 광경을 바라보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최근 들어 로조는 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었다

시민들의 모임도, 필로스인 자신에 대한 진언도

묘하게 눈에 띌 정도로 다니고 있었다

그것은 그가 가지고 잇는 영웅심리 때문일까

아니면 또 다른 무언가가 있는 것일까

 

필로스가 그런 생각을 돌릴 때, 시민들의 환호성은 최고조에 달했고

곧바로 로조는 그 함성을 등에 업고, 통치석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통치자, 필로스 트레이트 님,

제가 말씀 드린 것은 자치민의 뜻 입니다.

부디 마음에 받아들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방금까지의 발언과 비교하면, 상당히 세련된 말투였다

아마 비아냥거림도 포함돼 있을 것이라고 필로스는 생각했다

 

뭐, 어쨌든 대답할 말은 정해져 있었다

필로스는 귀찮은 듯이 입술을 움직여서, 통치자로서 의무를 다하겠다고

대충 이런 말을 하면 되는 것이였다

 

하지만, 필로스는 이번에는 다음의 한마디만을 던졌다

 

"시민의 뜻은 확실히 들었다. 

그러나 굶주린 자가 빵 없이는 구제 받지 못하는 것처럼

눈 앞에 나타난 위험에는 때때로 창과 방패를 들어야 한다

모두 그것을 잊지 말도록"

 

필로스는 단지 그것만을 말하고는

민회의장에서 등을 돌리며 밖으로 나갔다

 

"지금 한 말로 인해, 또 시민이 불만을 쌓을 것입니다, 필로스 님"

 

등 뒤에서 건 사무관의 목소리에

필로스는 일순간 눈을 가늘게 떴다

 

"그렇겠죠, 하지만 이건 필요한 일이에요"

 

자신의 말이 일종의 반감과 불만을 살 거라는 것을

필로스는 당연히 이해하고 있었다

시민들은 민회를 정의라고 믿고, 절대로 의심하지 않았다

거기에 대항하는 자신은 바로 악당일 것이다

 

그래서 지금까지 역대 통치자들은 

민회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갈등을 막아왔었다

 

하지만 그것은 현대 필로스의 이상형이 아니였다

그녀는 필로스란 본래 그런 역할이 아닌

때로 협조하고 때로 대립해야 하는 것이

진정한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믿었다

 

필로스는 비웃기라도 하듯 입술을 일그러뜨렸다

그것은 어쩔 수 없이 억누를 수 없는 자조의 미소였다

 

시민들에게는 이상을 너무 쫒지 말라고 말해놓고도

결국 자신도 통치자의 이상형을 쫒아다닌다

통치자가 이러니 시민들이 이상과 정의를 추구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라고 생각햇다

 

 

 

 

*

 

 

 

 

 

필로스가 떠난 후 민회의장에는 로조의 목소리가 뒤덮였다

 

"제군들, 이제 우리의 희망은 없어진거나 마찬가지입니다

통치자 필로스 트레이트는 시민의 뜻을 들어줄 생각이 없습니다!"

 

로조의 말이 시민의 열을 휘감아 갔다

그는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특유의 몸짓과 음색이 있는 듯 햇다

 

"총명한 자치민들이여, 잘 들으시오!

자치도시 필로스에는 지금 용과 악마가 다가오고 있소!

용에게 엎드렸다간, 짓밟힐 것이고

악마와 계약했다간, 지옥에 떨어질 것이오!"

 

용이란 대성교, 악마란 문장교

그 어느 쪽에 가담하든 우리에게 미래는 없다고 로조는 말했다

그 말이 참 묘하게 실감이 베어 있어서

시민들이 마치 그렇다고 생각하게 하는 행동이였다

 

물론 그들도 대부분 대성교 신도들이였고

그 자체만으로 대성교에 관여하는 것 자체는 이상한 일이 아니였다

하지만 그것과 건쟁에 협력한다는 것은

또 별개라며 로조는 열을 높였다

 

"자치민들이여! 현명한 시민들이여!

이제 우리도 행동으로 뜻을 나타내야 할 때가 다가오고 있다!"

 

민회의장이 끓는 물처럼 출렁였다

시민들은 로조의 말에 동의를 표시하듯

그저 환호성을 던지기 시작했다

 

로조는 그 광경을 앞에 두고 조용한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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