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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36화 - 각자의 기로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36화 - 각자의 기로 -

개성공단 2020. 5. 1. 17:09

<제10장 혼란도사 필로스 편>

 

 

 

대성교와 문장교가 서로 창을 내밀어 송곳니를 맞물렸던

서니오 평야에서 하룻밤이 지나갔다

그 전투의 결말은 조금씩 마치 파문처럼, 주위로 스며들기 시작했다

 

자치 도시 필로스의 집무실

평상시에는 통치자인 필로스 트레이트만이

펜의 소리를 달리는 이 방도

오늘만큼은 분주하게 사람들이 왕래했다

 

자치도시 필로스는 서니오 전투에서 

천 남짓한 병사들을 이용해서

결과적으로 전사자, 탈주자를 포함해서

40% 가까운 수의 병사들을 잃고 말앗다

 

나머지 병사들은 필로스 트레이트의 지휘 하에, 도시로 귀환했지만

상처가 적은 병사는 매우 적었고, 부상자 수는 아직

정리할 수 없을 정도로 매우 많앗다

 

그렇다면 당연히 이들을 치료하기 위한 약재

전시보상 식량, 구호시설 확보, 보상금 지출 등

사후처리가 뒤따랐고, 그것들이 모두 필로스 사무관의 일이 되어

내려오는 것이였다

 

게다가 예상보다 훨씬 사상자가 많았기에

이대로라면 임시비용으로 도시금고에서 금화를 방출해야 한다고

사무장관이 목이 멘 목소리로 말했다

 

필로스는 사무관들과 마찬가지로 계속해서

열심히 양피지에 잉크를 새겨 넣고 있었다

낙마한 탓인지 마디마디에 통증은 있었지만

움직일 수 없을 정도는 아니였다

 

게다가 그녀의 눈 앞에는 무엇을 두어도

해결해야 하는 난제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니 휴식이란 건 말할 것도 없었다

 

난제란 결국 대성교와 문장교 중 어느 쪽을 택하느냐

 

거인인 대성교가 문장교의 칼에 패해 후퇴해 버렸다

 

그 사실은 필로스 트레이트는 물론

필로스의 도시민 모두를 동요시키게 했다

본래 흔들리지 않을 전선이, 단 하나의 상대에게

뒤로 물러나게 되버리는, 그런 말도 안되는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그 결과로서, 자치도시 필로스에는 하나의 선택이 생겨났다

문장교에게 엎드려 빌 것인가, 아니면 계속 대성교에 붙을 것인가

그것은 필로스에게는 뭐라 가혹한 선택이 되었다

 

어짜피 전투의 승리자가 문장교라는 것은 

서니오 평야 자체가 문장교 세력에 편입 되었다는 것

서니오 평야는 자치도시 필로스의 목구멍이고

현재 우리는 문장교와 적대하는 상황이였다

 

대성교와 손을 잡으면, 문장교는 도시를 공격하게 될 것이고

반면에 문장교와 손을 잡으면, 결국 대성교가 언젠가 우리를 공격할 것이다

어느 쪽이든 암담한 미래임은 틀림없었다

 

아무튼 머지않아 문장교에서 편지가 올 것이다

내용이 어찌 됐든, 필로스 트레이트는 그 의도를 이미 이해할 수 있었다

문장교에 협력하여 도시문을 열 것인지

아니면 대성교처럼 패배할 것인지를...

 

필로스 트레이트는 무심결에 펜을 놀리며, 조그맣게 한숨을 쉬었다

어느 쪽을 선택하든, 원만하게 모든 것이 수습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다

 

민회의장은 로조를 필두로 하여 자신을 반박해 올 것이 틀림없으며

이미 벌써 시민들이 선동하기 시작했다는 말이 나오고도 있었다

분명 그 행동엔 대성교든 문장교든, 내통자가 끼어있겠지

 

솔직히 말해 무엇이 옳고 무엇이 그른지 이제는 누구도 알 수 없었다

애초에 문장교가 대성교에 출혈을 일으키게 하는 것이

본래로 말하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였다

그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이상, 더는 상식이 통하지 않기에

옳고 그름을 판단하기 위한 모든 것을 산산조각 낼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명확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딱 하나

어느 길은 택하든, 분명 백성은 나를 원망하고 멸시하겠지

 

필로스 트레이트는 눈을 가늘게 뜨고 가볍게 입술을 깨물었다

살갗에 겁 같은 것이 스며들어 가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뭐, 상관없다

그동안 나는 그렇게 처신했었고

통치자의 강권과 시위행위로 시민들을 통제 해온 것도 사실

그러나, 어떻게 생각되나, 라고 하는 것은

새삼스러운 이야기 였다

 

중요한 것은, 어느 쪽이든 이 도시의 자치권을 유지해 줄 터인가

이제와서 큰 바람인 것은 알지만, 그것만은 양보할 수 없었다

 

일찍이 나는 형제자매, 부모를 증오하며

한 가지만을 다짐햇었다

 

영주라는 지위에 안주하는 어리석음보다

반드시 나는 이 도시를 발전시켜 보이겠다

꼭 시민들을 행복하게 해 보이겠다는 것을...

 

그 때문에 나는 지금까지 최선을 다해왔다

그리하여 지금 이때 만큼도 최선을 다해 보이겠어

그런 차원에서 새삼스레 이런 자리에서 물러설 수는 없는 것이다

 

필로스 트레이트의 귓전에 사무관의 둔탁한 목소리가 울렸다

문장교에서 편지가 왔음을 알리는 소리였다

 

 

 

 

*

 

 

 

 

갈루아마리아 대성문 앞에 용병 떼가 있었다

그들은 통제된 군사인 양 두 사람의 그림자를 따라다녔다

 

그 중 하나의 그림자가 흔들렸다

 

"별로, 네가 갈 필요는 없어, 베스"

 

술로 인한 갈증 때문인지

제법 마른 목소리가 베스타리누의 귓속을 찔렀다

그 소리에 베스타린는 뺨에 엷은 미소를 짓으면서

 

"필요는 없어도 이유는 있어요

성녀 마티아에겐 목숨을 구원받았으니까요

게다가 베르페인의 용병들에게도 일자리를 주고 싶어요"

 

용병을 이끄는 사람의 그림자 중 하나는, 

강철공주 베스타리누로 불리던 그녀

그녀의 오른쪽 어깨에는 크게 벌어진 흉터가 어른거렸다

베르페인의 소요사태로 카리아 버드닉에 의해

찢어진 몸은 자국을 남기면서도, 큰 흉터를 남기고 있었다

 

그러나 그 흉터는 그녀의 위광 마저는 감출 수 없는 듯 했다

다시 강철 갑옷을 입고 용감하게 도끼를 움켜쥐는 그 모습은

베르페인에서 강철공주라고 추앙받던 그 때와 다르지 않았다

 

모종의 장엄함조차 주위 사람들에게 느끼게 하는 그 모습에

용병 떼들이 자신들도 모르게 숨을 삼켰다

거기에 깃든 감정은 두려움이나 공포에 의한 것이 아닌

경의와 숭배가 뒤섞인 것임에 틀림없었다

 

그 모습에 깊은 한숨을 내쉰 것은, 다른 사람의 그림자

베스타리누의 언니로, 아버지의 이름을 받은 자

브루더 게르아

 

그녀는 베스타리누의 말에 입술을 삐죽이며

입가에 씹는 담배를 씹고 있었다

예전에 모자 안에 정리되어 있던 갈색 머리는

이제 모자 밖으로 밀려난 나머지, 바람에 흩날리고 있었다

 

그녀의 계획은 본래 여동생인 베스타리누의 상처가 아물었다면

시골에라도 머물며, 전쟁과는 무관한 생활을 할 터였지만

베스타리누의 의향은 전쟁터를 향하고 있던 것 같다

 

구 영주 모르도 곤이 죽은 지금

용병 도시 베르페인은 문장교가 통치를 하고 있었다

본래의 통치권은 모르도 곤이 죽은 후

베스타리누의 손에 넘어가 있어야 하지만

거의 의미를 이루지 못하는 실정이였다

 

하지만 문장교가 위임 통치 중에서

완전하게 관리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일찍이 베스타리누가 인솔하고 있던 용병들

모르도 곤의 고삐조차 잡아당기지 않던 이들이

쉽사리 문장교 산하로 편입될리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통치자를 거스르는 용병의 말로는 뻔했고

문장교에 작은 상처는 주어도,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날 터였다

 

그러므로 베스타리누는 자신을 끝까지 따라준 용병들을 버릴 수 없다며

문장교 산하의 편입을 위해 갈루아마리아를 향했던 것이다

 

브루더는 그런 여동생을 바라보며 

정말 성실하다고 까지 생각했다

 

확실히, 베스타리누의 생명을 구해 준 

문장교의 성녀에겐 감사를 표하고 있다

원래 베스타리누를 상처입힌 기사도

지금은 문장교의 동료라고, 고용주로부터 그렇게 들었다

 

그렇게 된다면 

생명을 구할 수 있던 일은

문장교의 편을 드는 이유가 되지 못했다

 

오히려 대성교에 주겠다고 선언해 버리면

기꺼이 메어줄 인간이 얼마든지 있을텐데 말이다

뭐, 그런 경우도 누군가의 괴뢰임에는 틀림없겟지만

 

아니, 그렇게되면 고용주와 적대하게 되는 건가

 

블루더는 무는 담배를 손가락으로 끼오며

눈을 가늘게 떴다

 

고용주 루기스, 아니 이제와서 특별히 고용주라고 할 필요는 없는데

아무래도 그의 이름을 그대로 부르기엔 쑥쓰럽단 말야

 

솔직히 대성교에 좋은 감정이라곤 조금도 없지만

그래도 대세력인건 분명해

강자의 편을 드는 것은 당연한 선택이야

 

그렇다면 지금 왜 나는 고용주와 적대해버린다는

시시한 생각을 해버리는 걸까

브루더는 정돈되지 않는 사고에

표정을 일그러뜨리면서, 무는 담배를 다시 입에 댔다

 

베스타리누가 입을 다문 브루더에게

말을 재촉하듯 하며 말했다

 

"문장교에는 언니가 마음 가는 분도 계시잖아요

그렇다면 한번 더 얼굴을 보는 것도 낫지 않겠어요?"

 

브루더의 입에서 담배가 떨어졌다

 

뭐야 그건, 그런 말은 한 적이 없는데

브루더는 여동생의 말에 입을 쩍 벌린 채, 눈을 동그랗게 떴다

베스타리누는 그 모습을 보고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에이, 여러 번 얘기했던 그 분 있잖아요"

 

브루더는 그 말을 듣고, 바로 몇 초 후

생각을 되찾고는 곧바로 입을 열었다

 

"고용주는 그런 관계가 아니야

단지 그냥 함께 시골에 같이 가지 않겠냐고

그렇게 물었을 뿐이라고"

 

분명히 그 부분만 잘라내면, 사랑하는 사람에 대한 말 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그런 것은 절대 아니였다

 

단지 조금 그 쪽이 즐거울 것 같다고

그렇게 생각했을 뿐이다

그 이상의 의미는 없고말고... 그럴 것이다

 

베스타리누는 브루더의 그 말을 듣고,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며

뺨에 예리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마치 그것은 무언가를 헤아릴 수 없는 감정을

가슴에 새긴 듯한 그런 미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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