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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48화 - 뜻 밖의 소리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48화 - 뜻 밖의 소리 -

개성공단 2020. 5. 2. 21:18

나는 손가락 끝을 장갑으로 감싸고, 몇 번 손가락으로 굽혔다

한숨을 쉬면 벌써 하얀 우박이 보일 만큼

기온이 내려가 버린 듯 했다

 

추위에서 몸을 숨기듯 하면서 말발굽을 느릿느릿 하며

군사와 함께 가도를 걸었다

오늘만큼은 군마의 포효도 얌전했다

병들도 뺨에서 강함과 긴장이라는 것이 빠져나간 듯 했다

 

그것도 어쩔 수는 없겠지

어쨌든 오늘은 전장에 나가는 것도 아니고

훈련하러 간다는 것도 아니다

도시 필로스로 가서 물자의 수령과

정보의 교환을 실시하러 가는 것 뿐...

 

목적이 그러면, 호위하고 있는 병사들의 기색은

좋든 실든 밖으로 나갈 수 있다는 것에

딱히 군기 같은 것은 잡혀져 있지 않아 보였다

 

도적과 산적류도 소수지만, 장비를 갖춘 군대를

적으로 삼을 만큼 바보는 아니였고

거기에 더해 마수가 그 몸을 활발하게 하려면

조금의 유예는 있어야 했다

 

나는 군복 위에 걸친 외투를 굳게 닫으며

얼어 죽는 목청을 토해내며 말했다

 

"그래서 안, 그 협력자의 이름은 뭐야?"

 

나와 같은 군마를 타며, 등 뒤에서 나를 잡고 있는 안에게

말을 흘렸다

주위를 걷는 병들의 목소리가 요한하지만

마른 공기는 충분히 음성을 전해줄 것이다

 

안은 머플러나 뭐로 입가를 짓누르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잔뜩 찌푸린 목소리로 대꾸했다

 

"네, 민회의장 대표자 로조라는 사람입니다

말주변이 좋은 사람으로 알고 잇어요"

 

말만 잘한다는 악평도 있는 것 같지만요, 라고 안은 덧붙였다

 

자세하게 이야기를 듣자니, 서니오 전투에서

도시 필로스가 병사를 소수 밖에 투입할 수 없었던 것도

로조라는 남자의 협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안은 설명했다

 

그러나 입밖에 재주가 없다니, 왠지 귀가 아픈 걸

 

여하튼 그건 예전의 나와 비슷한 거겠지

지금 여기까지 온 것도, 혀를 써서 사람을 부추키고

그렇게 해서 전쟁터에 데리고 나왔었으니, 부정할수는 없겠지

 

그렇게 생각하니, 이 로조라는 인간에게 공감대가 생겼다

이 물자의 전달에 마침 그가 상견례를 하러 온다고 들었다

기회가 된다면, 그와 술 한잔 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는데

의외로 이야기도 활기차게 해줄지 몰라

 

"안은 만난 적이 있었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 수 있어?"

 

입술에서 흘러내리듯 한 말에

등 뒤의 안이 고개를 끄덕인 듯한 기색이 역력했다

그녀는 몹시 추위에 약한 것 같았다

약간 목소리가 떨리는 듯한 감촉이 있었다

 

"뭐, 몇번 말을 나누긴 했는데요

글쎄요, 금화로 움직이는 동안은

믿을 수 잇는 사람 같아요"

 

나는 뺨을 찌그러뜨리며

즉, 그것은 마음속으로부터 믿음이 안가는 인간이 아니냐고

그렇게 되물으려고 하는 순간...

 

'피융'

 

등 뒤, 상당히 멀리서, 딱딱하고 무거운 무언가가

하늘을 가르는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그리고 조금의 유예를 두고, 그 소리는 탁하고

무엇인가가 부서지는 듯한 소리로 바뀌었다

게다가 내 바로 근처에서, 귀가 움츠러드는 듯한 경련이 있었다

 

그 소리는 나무들이 바람에 꺾인 소리도

짐마차 바퀴가 부서지는 소리 또한 아니였다

틀림없이 피와 살이 파쇄되어 흩날리는 소리...

 

시선을 가로로 돌리자, 옆에서 창을 흔들던 병사의 목 끝이

검붉게 찢어져 있었다

언뜻 본 것만으로는, 정말로 그것이 지금까지 말을 하고 있었다고는

생각되지 않을 정도였다

땅바닥에는 주먹만한 크기의 돌이 피를 마구 칠해 뒹굴고 있었다

 

이 돌은 자연의 것이 아닌, 사람의 손으로 세공된 돌

 

순식간에 공기가 긴장으로 가득 차게 되었고

공간 자체가 숨 막힌 듯 무거워졌다

 

그 무게에 군마도, 그리고 병사도 모두 걸음을 멈추었다

쏴아 하고, 바람을 가르고 있는 소리가

연속해서 등 뒤에서 들려오기 시작했다

 

머리 속에 일체의 사고를 지나치지 않고, 목소리를 울렸다

 

"멈추지 말라, 달려라, 달려라!!"

 

목을 울리는 동시에, 군마의 고삐를 당겼다

병사들도 내 목소리를 듣는 순간, 반사적으로 발을 굴렸다

뛰지 않으면, 등 뒤에서 쏟아지는 돌탄에 죽는다

발길을 멈춘 군인은 원격무기에겐 좋은 먹잇감이 아닐 수 없었다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순간적으로 병사에게 지시를 내리면서도

머릿속에는 오직 의문만이 퍼져 나가고 있었다

등을 겨누는 이유는 알 수 없다

혹시, 어디의 누군가가 실수로 손을 뗐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 누군가가, 확실히 나와 병들에게 적의를 품고 있었다

그것만은 분명했고, 게다가 투석이라는 위험한 수단을 쓰고 있었다

 

바람 부는 소리와 그 파괴력

단지 손으로 잡고 내던지는게 아닌

분명 틀림없이, 끈을 이용한 투석기를 사용하고 잇을 것이다

 

투석은 활과 달리 정확도가 상실되지만

그 주입된 살의만큼은 화살 그 이상이였다

돌이라는 뚜렷한 흉기가 속도라는 무기를 들고, 살육을 반복한다

바람을 잘 타면, 철갑옷도 쉽게 뚫릴 것이다

 

몇 번이고 하늘을 스치는 소리가 귓전을 때렸다

동시에 들려오는 것은, 병사의 비명 소리와, 주위의 나무가 부서지는 소리

소리 자체가 상당히 무게를 동반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러나 운이 좋게도

투석을 하고 있는 패거리들은 

솜씨가 매우 좋지는 않아 보인 것 같았다

때로 지독하게 부대에서 벗어난 숲 속으로 

돌탄이 날아가고 있는 것이 눈가에 비쳤다

 

역시 투석은 문외한이라도 다루기 쉽다는 점에서

정규군 보다는 산적이나 민병대에 더 많이 쓰였다

그래서인지 질이 좋은 투석부대란 보기 드물었다

 

하지만, 내 생각도 거기서 끝이였다

순간 머리끝 위에 차가운 무언가가 닿았다

주위의 한기 따위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차가웠다

 

투석기를 사용하는 것은 산적이나 민병대 같은 종류

그러나 산적이라는 패거리들이

무장하고 있는 군사를 습격하려 하겠는가

 

그럴 리가 없지

내가 반대 입장이라면, 솔선해서 무기를 드려는 병사를

내 손으로 직접 죽이는게 빠를 것이다

정규훈련을 받은 정규병에게 겁대가리 없이 선빵을 날렸다간

산적단은 곧 궤멸당할 운명이니까

 

그럼, 말이다 

이것은 물자를 위한 약탈행위 따위는 아니다

뚜렷한 목적과 살의를 가진 전투행위란 말이다

 

지금 누가, 어느 세력이 그것을 하고 있는가

 

산적은 있을 수 없다

대성교의 부대가 실시한다면,

투석 따위보다 활과 화살로 효율적으로

우리를 으스러뜨릴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남은 근방의 세력은 단 하나

자치도시 필로스의 민병대

 

바보같아, 그럴리가 있나

지금 그들이 우리 문장교와 대적할 수가 없을텐데

 

오히려 한랭기에 접어든 지금

전투행위에 들어가는 등의 우행을 침범하면

도시 자체가 멸망해버릴 것이다

그러니 그런 바보 같은 일이, 일어날 수는 없었다

 

"잘 잡고 있어라, 안"

 

군마가 꿈틀꿈틀 몸을 굽히며, 

등 뒤에서 다가오는 하늘을 가르는 굉음으로

내몰리도록 하면서 예정된 합류 지점으로 달려갓다

 

등줄기에 한기에 가까운 무언가를 느끼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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