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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49화 - 부정한 자와 악덕한 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49화 - 부정한 자와 악덕한 자 -

개성공단 2020. 5. 2. 21:56

왔다, 왔다, 왔다, 악마가 발소리를 내며 찾아왔다

 

로조는 어깨를 뒤로 당기며 도시 필로스의 성문에서

그 광경을 내려다 보았다

 

문장교의 일대가 개에게 쫓긴 것처럼

가도를 달리며, 이쪽으로 오고 있었다

 

당연하지, 등에서 돌탄을 맞고

의기양양하게 맞서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게다가 놈들은 무장을 갖추었지만

본래 싸울 생각은 전혀 없었던 것이야

그렇다면 몸과 마음이 모두 싸울 준비가 되어 있진 않겠지

 

자, 온다

 

산적이나 뭔가의 습격으로 착각한 채

도시 필로스의 문 앞까지 이르렀을 터

로조는 그렇게 반복해서 머리속으로 중얼거렸다

마치 모든 것이 잘 될거라고, 자신에게 타이르듯

 

역시 오늘만큼은 로조도 허세를 부릴 여유가 없었다

전투나 전술 같은 것은 로조에겐 너무나 한계적이였다

혀밖에 능력이 없다고, 스스로를 판단하는 그로서는

혀가 통하지 않는 전쟁이란느 것이 기피할 만한 일에는 틀림없었다

 

역시 그만두어야 하는 걸까

이런 내 손에서 흘러내리는 것 같은 것

어쩌면, 지금이라면 돌이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한 사람이 목숨을 끊으면,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날지도 몰라

 

문장교군이라고 해도, 아직 필로스 도시병이

직접 송곳니를 드러내고 있는 것은 모를 터

지금이라면 모든 것을 원래대로 되돌리는 것도 가능할 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도, 문장교를 정식으로 적으로 돌리면 끝이다

필로스 트레이트가 말한대로 필로스라는 도시는 정말 죽어버릴 것이다

그 사실은 로조 자신도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되돌아간다면, 지금이다

지금이라면 모든 것을 온화하게 정리할 수 있어

 

로조는 한번 눈을 감고, 목을 가다듬으며

주위 부하들과 문 앞에 배치된 도시병들의 귀와 심장을 울리듯 말했다

 

"자치민 제군! 적이 코 앞에 왔다. 악마가 온 것이다!

이것이야말로 신께서 주신 싸움이 아닐 수 없다"

 

드높게, 당당하게, 지금까지 해온 일들과

하나도 다르지 않은 몸짓으로 로조의 목소리가

시민들의 귀를 어루만졌다

그로서는 더 이상 없을 정도로 자신 있는 일이였다

 

로조의 볼이 부풀렸다

 

"갈라이스트 왕국과 대성당은 우리에게 약속을 했다!

저 배덕자들을 치기위해, 우리에게 많은 지원을 해줄 것을!

기죽지 말라 제군들, 지금 이 곳에서 버텨낸다면

구원이 주어질 것이다!!"

 

로조는 억지로 사람들의 머릿속에 집어넣듯이 말했다

 

문장교도는 악마와 같은 종륭이며, 언제나 당신들의 주머니를 노리고 있다

늘 우리의 머리를 헤집고 다닐 기회를 놈들은 엿보고 있다

놈들은 같은 인간이 아니다, 라는 말을 계속 설파했다

 

그렇기에 시민은 악마의 손을 잡을 순 없다

악마와 키스하려 했던 필로스 트레이트는 영혼을 판 배덕자다

문장교는 우리의 영혼을 빼갈 것이다... 등, 로조는 말을 이어나갔다

 

로조는 이처럼 시민들이 듣기 좋은 말만 하고 잇었다

동시에 자신의 수단을 움직여나가는 그런 수법...

 

비록 갈라이스트 왕국이 보낸 밀서에는

그런 것이 한 글자도 안적혀 있다고 하더라도

 

때로 진실이라는 것은 아무리 눈을 비벼도

시야에 비치지 않는 것이였다

 

 

 

 

 

*

 

 

 

 

 

자치도시 필로스의 주위는 약간 트인 평야처럼 되어있었다

그래서 도시에서 멀리까지 잘 내다보며

산적들의 낌새가 보이면, 곧바로 도시병들이 달려갈 수 있는 지형

험준한 산맥도 없어서, 가도의 왕래가 매우 쉬웠다

 

그러한 교역에 적합한 장소를 둔 도시 덕분일까

일찍이 필로스라는 도시는

갈라이스트 왕국으로 이르는 중계 도시로 번성 했다고 들었다

 

단지, 단점이라 말하자면

평야라고 하는 것은 아무래도 다수의 병사를 배치하기 쉽다고 하는 건지

필로스는 역사상 여러차례 함락의 쓰라림을 당해왔다

 

하지만 오늘 이 때만큼은, 그 난점이 이점으로 바뀐 것 같았다

 

필로스 성문 앞, 나와 부대 병사들을 완전히 에워싸면서

창과 투석기를 겨누는 필로스 도시병들을 보고

나는 반사적으로 이를 깨물었다

 

"물자 보충이라고 들었는데, 병사 보충도 겸하고 있었나, 안?"

 

나는 한숨을 쉬듯이 말했다

이쪽은 백도 안되는 열세인데 비해

정면에 보이는 필로스의 도시병은 칠백은 되어 보였다

게다가 일부러 기습 등을 쳐서 부대를 몰아낸 것도 있으니

당연히 배후에도 군사가 대기하고 잇을 것이다

 

돌을 본 그 때부터 뭔가 이상한 예감은 있었다

머릿속이 저르는 듯한 감촉도 있었다

하지만 필로스 도시병이 이제와서 문장교에 적대한다는

그런 어리석은 일은 생각하지 못했던 것이다

 

순진하게 생각한 벌인가, 이런 결말이 나게 될 줄이야

 

누가 이 대본을 쓰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꽤 남의 뒷면을 드러내기를 좋아하는 사람인 것 같다

악취미에도 정도가 있지

 

안은 나의 말에, 그럴리가 없지요, 하며 대답하고 말을 이었다

 

"루기스 님, 열 분정도 선택하시고 모시고 가세요

제가 나머지로 버텨보겠습니다"

 

안은 당장, 하고 그렇게 말했다

나는 한쪽 눈을 일그러뜨리고 씹는 담배를 입술에서 떼어냈다

 

이 말의 의미를 잘 못 해석할 수는 없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추위에 벌벌 떨었을 안의 목소리는 이제 꽤 탄탄했다

듣고만 있어도 정신을 바짝 차릴 정도...

 

안은 자신들을 버리고

여러 명의 일행과 함께, 진지로 도망가버리라고 

말하는 것이였다

 

나는 한숨을 깊게 내시엇다

무슨 말을 하는 거야? ...라는 말을

반사적으로 입술에서 내뱉을 것만 같았다

 

그러나 뒤돌아보면, 

지금 안이 한말이 쉽사리 한말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안은 일순간에 무엇을 각오하고, 무엇을 판단했는지도...

 

한심해, 나는 자신보다도 작은 소녀에게 무엇을 시키고 있는 거야

 

숨을 들이마시고, 다시 폐 안에 공기가 차는 순간

필로스 성문 앞에서 목소리가 울렸다

 

"잘 오셨습니다, 문장교도 여러분"

 

주위에 울려퍼지는 목소리에 반응하는 것처럼

도시병들이 창끝을 흔들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그들이 우리를 에워싼 채 달려들지 않았던 것은

이 소리를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인 것 같았다

 

저 자가 주모자인가

이 바보 같은 상황을 만든 장본인이, 저 자란 말인가

 

"안, 누구야? 저 성벽에서 이쪽을 내려다보고 있는 놈은"

 

나는 한숨을 쉴 것 같은 기세로 말을 비틀어 냈다

눈이 가늘어지고, 혀가 심하게 마르는 느낌이 들었다

안의 목소리를 듣기전에, 내 머릿속에서는 한 사람의 이름이 떠올라 있었다

 

안이 목을 쥐어짜내며 목소리를 내었다

 

"루기스님, 아까 제가 말한 남자, 우리의 협력자였던

로조라는 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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