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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61화 - 망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61화 - 망자 -

개성공단 2020. 5. 4. 15:21

필로스의 통치자석, 거기에 조용히 앉아있는 로조의 모습을

브루더는 창문을 통해 보고 있었다

미심쩍다고 해야하나, 기묘하다고 해야하나, 아무래도 이상해

 

적의 수괴인 로조, 그 주위에 호위병이 없다

 

로조는 홀로 사무관이나 호위병이 시중들게 하지 않고

흔들거리는 등불에만 몸을 의지하고 있었다

마치 손을 댈 거면, 내밀어 달라는 듯이 말이다

 

그것은 명백한 위화감

 

영주, 통치자의 관사란, 본래 그 도시가 자랑하는 최대의 주택으로

상응하는 병사와 종자가 활보하여 주인을 영접하는 곳이다

도시 필로스의 사정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런데도 통치자의 주위에 호위 한 사람 두지 않는다는 것은

이상하기 짝이 없었다

 

다시 말하자면, 로조의 주위뿐 아니라

이 통치자 관사 자체가 이상했다

 

보통 같으면 별의별 호위가 주위를 배회하고 있을 터

지금은 아무래도 그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오히려 인기척은 없었고, 외로워 보이기 까지 했다

 

경비다운 경비라고 하면, 고작 문지기가 고작이고

나머지는 사무관과 시녀의 모습 밖에 보이지 않았다

그 모습에서, 어쩌면 로조라고 하는 남자는

필로스라는 도시를 버리고, 도망가버리고 싶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

 

하지만, 로조는 지금도 이렇게

통치자의 의자게 정좌하고 앉아 있었다

마치 움직이는 모습도 보이지 않은 채

 

도대체 무슨 짓을 꾸미고 잇는 거지?

브루더의 눈썹이 괴이하게 일그러지고, 눈동자가 가늘어졌다

형태를 알 수 없는 섬뜩함이 자신 주변을 감싸는 것 같았다

 

로조는 배신자다

배신자라는 것은 대개 겁이 많은 성격이다

 

다른 사람도 할 수 있는 일을 자신이 해버리는 것이기에

그는 죽을 때까지, 다른 자가 누구를 배신하는 환상을 받게 된다

그래서 그들은 대개 무기를 가진 병사를 곁에 두곤 했다

 

하지만 아무래도 이 관사의 모습은 그렇지 않았다

오히려 평소보다 경비가 허술한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순찰병이라도 증원해야, 거리가 나아보일 정도...

 

그렇다면 대체 이 모양은 무엇일까

브루더는 입술을 깨물며, 코 머리를 문지르고

몇 가지의 생각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그렇게 하고서는 눈을 가늘게 뜨고

여러 가지 생각을 하나만 간추리는데 성공했다. 그것은...

 

죽이자, 그것 뿐이다

 

만약 여기서 꼬리를 물고 도망가버리면

자신은 고용주에게 위험을 무릅쓰고 도시 안에서 들어가면서

결국 성과 하나 거두지 못하는 우둔한 사람으로 낙인찍힐 것이다

 

절대로 그런 일이 일어나게 둘 수는 없어

젠장, 내가 이렇게 허영심이 있는 줄 생각지도 못했다

지금까지는 여동생, 베스타리누의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했을 뿐

조금 맥이 풀리면, 이렇게 사고가 인간미를 띠게 될 줄이야

추하기 짝이 없군

 

브루더는 갑자기 한숨을 조용히 내쉬었다

그는 창밖으로 붉은 벽돌 지붕을 타고

통치자실 바로 옆까지 다리를 움직였다

 

벽돌에 허리를 숙이고, 창문에 다가갔다

통치자의 의자는 역시 창문에서 떨어져 있었지만

그래도 기습을 가하면, 충분히 덮칠 수 있는 그런 거리였다

창 너머로 로조의 모습이 보였다

 

자신의 장침이라면, 창문이 있어도

그의 머리를 단번에 노릴 수 있다

투척의 정확도는 확실한 자신이 있었던 것이다

 

손가락을 가볍게 구부리고

두개의 장침을 손가락에 끼워 넣었다

그리고 귀를 기울이고, 표적과 호흡을 맞춰

어둠에 녹듯이 존재를 죽이고, 조용히 의식을 지워갔다

 

암살자는 본래 그런 것이라고, 어딘가에서 들은 적이 있었다

내가 그것을 잘 따라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러번의 호흡 후, 창 너머로 로조의 심장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브루더는 스스로의 몸이 밤 그 자체가 되어버린 것 같은

감각을 느꼈다

 

'피융'

 

정신을 차려보니, 손에 있던 장침은, 창문을 관통하고

최소한의 소리를 내면서, 바람을 타고, 완벽하게 날라갔다

 

브루더는 창밖으로 몸을 숨긴 채,

로조의 옆얼굴에 곶히는 장침을 똑똑히 머리에 떠올렸다

분명 이 녀석은, 이쪽의 존재도 모른 채, 피를 내뿜을 것이다

 

즉 그것은 몇 순간 후

그녀의 예측대로 분명한 현실이 되었다

 

브루더가 한 손으로 투척한 그것은

적어도 로조에게 피할 수 있는 그런 단순한게 아니였다

로조의 눈은 부릅뜬 채, 장침을 마중하고

곧 두 바늘이 머리와 눈을 꿰뚫어갔다

 

검붉은 피가 주위로 튀어오르며

로조의 머리카락과 수염을 마구 칠해갔다

사람이 목숨을 내던지기에는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는 양의 피...

 

이것으로 로조는 절명이야

 

브루더는 그렇게 확신했기 때문에

얼굴을 파랗게 하고, 순간적으로 창틀에서 손을 뗐다

붉은 벽돌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지만, 개의치 않았다

 

하지만, 곧 방 안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는 신의 목소리를 들어 본적이 있느냐?"

 

그 소리와 동시에 지금까지 브루더가 몸을 맡기던 창틀이

묘하게 찌그러져서는 공중으로 던져졌다

그 모습은 마치 뭔가 강대한 것에 거칠게 휘둘린 것 같았다

 

유리가 산산히 깨지는 소리가 어둠에 울려 펴졌지만

브루더는 그런 것을 신경 쓸 겨를 없이

뭔가 차가운 것을 목에 흘리고 있었다

 

"나는 들었지

신은 나를 보며 깔보 듯이 말했었어"

 

땅을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

목에 뭐라도 걸린 것일까, 뭔가 울리것 같은 냉정한 말투였다

브루더는 마치 살아있는 자의 목소리가 아닌 것처럼 느껴졌기에

아무래도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

 

로조가 창틀에 발을 걸며, 밖으로 몸을 내밀었다

그 겉모습은 인간과 다를바 없었다

 

하지만 그는 눈과 머리에 두 장침을 꽂고 있었다

마치 타오르는 듯 형형하게 어둠속에서 빛나는 눈

그리고 무거운 압력까지 느낄 정도의 기색

 

그 모습은 마치, 마의 현현, 마물

......아니, 일찍이 역사에 이름을 새긴 마인과 같아서

벽돌 지붕에 발을 내거는 로조를 보고는

브루더는 자신도 모르게 한발 물러섰다

 

사고가 혼란했다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아무리 생각을 정리하려 해도

동요 속에서 그것들은 모두 사라져갔다

 

로조는 자신의 얼굴에 박힌 바늘을 울적하게 뽑아내면서 말했다

 

"암살자, 곧 내 적이 여기로 올 것이다

악덕한 자... 그가 여기로 죽으러 오는 것이다"

 

로조가 다시 한 걸음 더 앞으로 나아갔다

그 자체로 벽돌들이 스스로 튀어오르며, 떨어졌다

그것은 마치 큰 질량에 억지로 짓밟힌 것처럼 보였다

 

브루더는 뺨을 쿡쿡 찌르며, 턱을 당기면서 말했다

 

"그렇다면 그 전에 너를 죽이면 되겠군

그럼 고용주도 나를 인정해주겠지"

 

그리고 그대로 한 걸음 앞으로 다가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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