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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62화 - 타오르는 자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62화 - 타오르는 자 -

개성공단 2020. 5. 4. 16:19

굉음이 붉은 벽돌을 깼다

어둠 속을 나는 그 모습은 마치 날개의 무리처럼 보였다

그것을 이룬 것은 로조의 한 방망이였다

 

로조의 솜씨는 가늘다고는 할 수 있을 정도는 아니지만

그래도 외형은 아무리 봐도 예사롭지 않았다

보통이라면, 일제히 지붕에 깔린 벽돌을 날려내는 일은

도저히 이루어질 것 같지 않았다

 

즉, 저것은 이상 그 자체인 것이다

브루더는 가슴 깊은 곳에서 중얼거리며

은색의 침을 손끝으로 튕겼다

 

붉은 벽돌을 이리저리 피해 날라가는 바늘의 빛

로조의 목과 심장을 겨눈 그것은 하늘을 관통했다

이 이상 얼마나 잔재주가 통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안하는 것보단 나았다

 

이제 로조의 몸에는, 자신의 바늘이 통하지 않는가 하는

그런 브루더의 불안을 털어낼 정도로

바늘은 로조의 목과 심장을 도려냈다

 

특별히 제조한 장침이다

만약 억지로 빼내려고 한다면, 목도 심장도

그 몸을 파열시켜서, 틀림없이 절명하게 할 것이였다

 

브루더는 입술을 삐죽거리며, 시선을 로조의 몸으로 돌렸다

이것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상대라면, 

자기 안의 상식을 바꾸는 것이 좋을 것이다

여하튼 사람이든 마수든 그 핵이 되는 것을 없애면, 죽기 일쑤다

 

"신은 말하셨다

너는 구원을 뿌리치고, 스스로의 소원을 추구한 어리석은 놈이라고"

 

하지만 로조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두 손으로 목과 심장에 꽂힌 장침을 잡고 그대로 뽑아냈다

 

당연히 심장에서는 그 피가 몸에서 튀어나오며

목 주위를 거무튀튀하게 변색시켰다

하지만 로조는 가죽어 보이지 않고

다시 한 번 걸음을 앞으로 나섰다

 

브루더는 벽돌이 날아오고, 중압 같은 것이 뺨에 다가오는 것을 느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상태가 아닌가?"

 

로조의 말에 귓전에 스치는 순간

알 수 없는 무언가가 그녀의 등골을 핥아갔다

상대가 하는 말은 그저 시시한 싫없는 소리일 뿐인데

그래도 지금 모습을 보인 그 순간 묘한 압박감이 들었다

 

브루더는 그 공기의 무게에서 벗어나듯 지붕을 세게 차고 뛰었다

불안정한 발판으로 뛰어다니는 듯한 곡예도 부담가진 않았다

오히려 자신이 잘하는 분야 였기 때문에

몸을 공중으로 비틀며, 몇 개의 바늘을 로조를 향해 던졌다

이번에 겨냥한 것은 그의 양 무릎

 

어떠한 구조인가, 저것은 어떤 존재인가

브루더는 도저히는 아니지만, 짐작이 가지 않았다

차라리 악몽이라도 꿧다고 생각하고, 돌아서 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아니, 지금이라면 당연히 그래야 할 것이다

대체로 암살자는 상대가 눈치 채면 철수해야 하는 것이였다

 

그러나, 지금 이 때에 있어서는

그것은 이미 취할 수 있는 선택사항이 아니였다

 

로조는 말했다. 악한 자, 루기스가 여기 온다고

 

그가 이 적을 뵜을 때, 도대체 어떻게 행동할까

보통이라면 물러설 것이다.

이런 정체 모를 이물질을 상대하는 편은 이상하니까

 

그런데 이상한 일이다

브루더에게는 아무래도 자신의 고용주가 이것을 상대로

외면하는 모습이 도무지 상상되지 않았다

그는 분명 뺨을 치켜올리면서, 담배를 문채

글쎄 이걸 어떻게 죽일까 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러므로 물러서지 않겠다

 

브루더는 눈이 번쩍 뜨며, 몸을 정신없이 지붕 위로 움직였다

다리를 지붕에 닿게 할 때마다, 로조를 향해 바늘을 던졌다

다음은 양 팔꿈치, 다음은 손목이나 발목

비록 이물질이지만, 그 살에 바늘이 박힌다면

관절을 꿰메어 줄 수 있을지도 모른다.

 

미미한 가능성이라고 해도, 할 만한 가치는 있을 것이다

 

고용주는 나의 은인이다

 

자신에 대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듯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마음에 들지 않고

곧바로 사람을 자기 수족인 양, 부려먹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있었기 때문에, 나는 베스타리누와 다시 손을 잡아

죽을 날을 기다리고 있던 몸을, 다시 살아갈 수 있던 것이였다

 

아, 그래, 나는 은혜를 갚고 싶었던 거야

베스타리누와 마찬가지로, 아니 분명 그 이상의 은혜를...

그래서 이렇게 다시 그 등을 쫒기로 마음먹었던 걸꺼야

틀림없어, 은혜를 일방적으로 베풀어놓고도

갚을 겨를리 없다니, 내가 가만히 두고 볼 수 있겠는가

 

브루더는 표정에 엷은 미소마저 띄면서

피하지도 않고, 바늘을 몸으로 받는 로조를 바라보았다

설령 적이 죽지 않더라도, 죽이고야 말겠어

 

그렇게 생각하고 사지를 구동시켜, 다시 바늘을 겨누었을 때

문득 위화감이 손가락 끝을 스쳤다

조금 전까지는 확실히 느끼지 못했을 것 같은, 감촉...

 

바늘이 뜨겁다

 

참을 수 없을 정도는 아니지만, 확실히 바늘이 열을 띠고 있었다

바늘이 얼어붙은 적은 있어도, 열을 가지는 일은 없었는데

손 안을 너무 세게 쥔건가, 브루더는 손가락을 구부려 다시 바늘을 잡았다

그래도 아직 뜨거웠다

 

아니야, 이건 틀림없이 바늘 자체가 열을 띠고 있다

게다가 그 열은 서서히 마치 타오르는 것처럼

강해져 가고 있지 않은가

마치, 더 이상 가지고 있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다

 

심장이 강하게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시선이 마인에게로 향했다

 

로조의 눈이 어둠 속에서 타오르듯

형형하게 빛을 발하고 잇었다

그것은 아무리봐도 인간의 눈동자가 아니였다

 

"바늘은 이제 못 쏘는 건가

그럼 동상이나 돌멩이처럼 이제 가만히 있으라고"

 

그 말과 동시에 로조의 사지에 꽂힌 바늘들에게서

연기가 내뿜는 동시에, 삐걱거리며 구부러지기 시작했다

 

엄청난 불꽃이 마인의 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그것이 철을 녹여, 주변의 공기를 일그러뜨렸다

관사 자체를 붕괴시켜 버릴 것 같은 열이였다

 

브루더는 혀를 차면서, 손가락에 있는 바늘을 던졌다

어지간히 무모한 손짓이 되어버렸지만, 그것은 어쩔 수 없었다

오래 들고 있으면, 손가락이 화상을 입을 것 같았으니까

 

상황은 단적으로 최악이다

자신의 무기인 바늘은 통하지 않고

마침내 사용하는 것조차 제한되고 말았다

 

역사가 말하는 마인, 즉 거대한 마의 하수인이자

인류의 적인 이들은 대개 영웅이나 용사에게 죽임을 당하고

그 삶을 마감한다

 

그러나 나는 평범한 자다

그렇다면 화려하게 칼을 내밀거나, 멋진 책략을 보이는 일도

완성하지 못할 것이다

브루더는 이제 열을 동반한 공길을 들이마시고 내뱉고 있었다

 

그렇다면 힘껏, 추하게 발버둥쳐 주마

적어도 사지가 갈기갈기 찢어질 정도까지는 끈기있게 해줘야지

그러면 어쩌면 고용주도 잘했다고, 자신을 인정해줄지도 몰라

 

그런 비장하고도 어처구니 없는 생각이

브루더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것은 이제 나는 살지 못할 것이라는 기묘한 확신이

가슴속에 있었기 때문이였다

 

어쨌든, 뜨거워진 것은 바늘만이 아니다

브루더는 어금니를 깨물며, 침을 삼켰다

 

내 몸 자체가 뜨겁다. 마치 염열이 안에서 솟아나는 것처럼

 

어떻게 못 하려나?

브루더는 불 속에서 그렇게 중얼거리고는 웃엇따

눈꺼풀 뒤에 고용주의 모습이 떠오르는 듯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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