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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64화 - 끝 없는 불길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64화 - 끝 없는 불길 -

개성공단 2020. 5. 4. 18:24

 그건 좀 이상한 광경이였다

로조, 그렇게 불리는 남자의 등에는

칼이 꽂혀 있었고, 배에는 손도끼가 눌려있었다

피는 그 몸에서 해방되었다는 듯한 몸짓으로

온 곳에 흩날린 나머지, 곳곳을 더렵혀 갔다

 

보통이라면, 그것만으로 쉽게 죽을 것이였다

다소 차이는 있다 하더라도, 몇 분 정도가 지나면

심장이 기능을 상실하기 시작해서 

영혼을 순식간에 사라지게 할 터였다

 

하지만 로조에게서 그런 기색은 볼 수 없었고

오히려 스스로의 피를 뒤집어쓰고, 

한층 더 기세를 높여가는 모습만 보일 뿐이였다

 

나는 눈을 부릅뜨니, 녀석의 주위에서 피가 기포가 되어 

꽃힌 무기가 그 모습을 비틀어지게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몸 전체에 열, 혹은 불길이 소용돌이쳤다

마법, 저주와는 다른 것 같은 느낌이였다

 

눈꺼풀 뒤에, 베르페인에서 보았던 괴물의 모습을 떠올렸다

동시에, 귀 안쪽에서 듣고 싶지도 않은 소리가 울려퍼지고 있었다

뼈를 천천히 지워내는 듯한, 묘하게 장엄하고, 귀에 거슬리는 소리

 

그것만으로, 내 뇌는 빠르게 수긍해 줄 수 있었다

 

로조, 저것은 인간이 아니다

신인지 뭔지가 손가락을 튕겨서 만들어난

무시무시한 사도, 마인의 종류라는 것 일것이다

 

"자, 저걸 또 어떻게 죽여야 할까

베스타리누는 브루더를 맡아줘"

 

하지만 마인도 무기에 물렸던 순간 정도는

그 의식을 잠깐 놓을 수 밖에 없는 것

브루더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해선 지금은 단지 그 순간이 필요했다

 

날려진 것인지, 스스로 거리를 벌린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브루더는 로조가 선 건너편에서, 지붕의 구석에 몸을 의탁하고 있었다

멀리서도 볼 수 있듯이, 그녀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이 로조라는 남자가, 나의 친구를 다치게 만들었단 말인가...

 

베스타리누는 나의 말을 듣고

알고 있다는 듯이, 붉은 벽돌을 발 끝으로 두드리며

도끼를 겨누며 돌진 같은 기세로 달려갔다

 

그렇게 베스타리누가 브루더를 향해 달려 갈 때까지

로조가 의식을 다른 곳으로 하는 것이

일단 나의 일이였다

 

나는 눈꼬리를 띄우며, 지붕 위에 앉힌 필로스 트레이트를

감싸는 듯한 위치에서 보검을 뽑았다

 

자, 어떻게 주의를 끌어당기게 할까,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로조의 눈은 브루더나 베스타리누에게 관심없다는 듯이

이미 나를 향해 응시하고 있었다

 

정열적으로 바라보는군

하지만, 나는 그런 취미가 없는데 말야

 

"기다리다 지쳤다고, 나의 적...

피에 굶주린 개자식이 여기에 온단 말을 들었으니 말이야"

 

로조의 눈은 마치 업화를 담은 것처럼 거칠었고

목소리의 상태도, 성문 앞에서 들은 것 보단 매우 달랐다

그때는 마치 신사 같은 태도를 보이고 있었지만

지금은 가시를 붙인 감정을 그대로 내뱉는 듯한 모습이였다

 

나는 씹는 담배를 뱉으며 입을 열었다

 

"개자식이 굶주리는 것은 고기 뿐이야, 로조

피에 굶주리는 것은 인간이나 신이겠지, 너는 어느 쪽이야?"

 

나는 가볍게 말을 내쉬면서, 로조로 시선을 돌렸다

몸에 꽂혀 잇을 터인, 나이프나 도끼는 칼날을 잃고

힘없이 지붕 위로 내던져지고 있었다

그것들이 입힌 상처도, 연기를 뿜어내면서, 서서히 막혀저 오고 있는 듯 했다

열으로 어떻게 상처를 막을 수 있는 걸까

 

사실은, 이런 괴물, 마인과 칼날을 거듭할 순 없을 것이다

베르페인처럼 적어도 카리아와 피에르트가 있는 것도 아니고

안에게 연락한다고 해도, 구원병이 오는 것은 꽤 늦을 것이다

 

게다가 브루더와 베스타리누도 도저히는 아니지만

조력을 할 수 있다고는 생각 되지 않았다

필로스 트레이트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럼, 이 모든 것을 나 혼자서 정리해야 한다

...아, 말하는 대로 모든게 이뤄져버린다면, 얼마나 좋을까

 

"과연, 그렇다면 우린 서로 인간이란 말인가, 루기스 브리간트"

 

로조의 표정은 뭔가 유쾌하면서, 어딘가 위태로웠다

마치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우고 있는 듯한, 그런 위태로운 모습..

일순간 그 열이 날아가 버리면, 그것만으로 목숨을 잃을 것 같았다

 

그러나, 분명한 마인으로 변모한 녀석에게

대마 브리간트라고 칭해질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나보다도 로조의 녀석 쪽이 어떻게 생각해도, 마 쪽일텐데

상당히 낮짝이 두꺼운 놈이다

뭐, 그런 그이기에, 반란을 일으킬 수 있었겠지만

 

로조는 입을 열며, 한 걸음씩 발을 디디고 있었다

그의 발걸음은 뭔가 위압적인 것을 띠는 것 같았다

그가 한 걸음씩 내디딜 때마다 발밑의 붉은 벽돌은 스스로 깨지고 시작했고

파편은 흉기가 되어 공중을 튀어 오르고 있었다

 

순간 나는 눈을 부릅뜨고, 보검을 비틀어, 허공에 보라색 선을 그렸다

동시에 공중을 양단하는 섬광 소리가, 기분 좋게 들렸다

 

보검의 날이 적의 살을 물어, 피를 튀게 했다

순간, 단단한 감촉이 있었다

몸의 뿌리인 등뼈를 으스러뜨릴 때 특유의 그 느낌...

 

육신과 뼈가 몸 속에서 섞이는 불협화흠이 귓전을 때렸다

로조의 내장이라는 내장이 삐걱거리며 비명을 지르고 있었다

 

치이익, 하고 뭔가 타는 소리가 들리는 듯 했지만

그것을 신경 쓸 겨를은 없었다

 

로조의 상반신을 보검으로 내리친 뒤

여세를 몰아, 몸을 비틀어서 로조의 어깨를 내리쳤따

가능하면, 그냥 돌진해서 그를 튕겨버리고 싶었지만

 

그는 꽤 무거웠다

온 몸에 무게를 담아 충돌시켜도, 

로조는 겨우 팔꿈치를 뒤로 물러나게 햇을 뿐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한 사람의 질량이 아니엿다

 

등골을 저리는 듯한 감촉이 몸을 덮쳣다

순간적으로 다리를 튀겨, 반신을 비틀었더니

방금까지 내가 있던 공간에, 

로조의 손바닥이 내리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과연 그 일격을 몸 어딘가에서 받아들이면

그 자리에서 살을 도려내져서, 바로 죽게 될 것이다

 

하지만, 살을 찢지 않는 칼날에 의미가 없듯이

피부를 태우지 않는 불길에도 의미는 없었다

로조는 분명 억지로 손바닥을 뻗친 탓인지

그의 균형이 크게 기운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땅에 박혀 있던 보검의 날을, 손목에 힘을 주어 날렷따

 

무기를 녹이고, 상처를 입지 않는 마인이라 할 지라도

모습은 사람의 모습

그렇다면 사지나 반신을 양단하고 

구동을 하지 않게하면 될 터였다

 

거리는 이 정도면 충분하다

여기서 내리친다면, 육신은 물론이고, 뼈도 부술 수 있을 것이다

 

열이 나는 혈액이 뺨에 떨어지고 있었다

나는 눈을 가늘게 하고, 다리를 고정시켜

허리가 원을 그리듯이 신체를 구동시켰다

보라빛과 팔이 일체가 된 것처럼 돌기 시작했다

 

순간 검은 보라색이 반원을 공간에 새기며, 공중을 양단했다

몇 순간 늦게 로조의 배에 붉은 선이 들어갔다

 

피의 일섬, 확실한 감촉이 두 손 안에 가득했다

뱃속 내장물을 털어내는 독특한 감촉과

뼈를 베어버렸을 때의 둔한 저림이 지금 여기 있었다

 

로조의 몸통이 마침내 버팀목을 잃은 듯

하반신으로부터 미끌어져 떨어져 갔다

나는 눈을 부릅뜨고, 개 같은 표정을 떠올리며 나에게 손을 뻗는

로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붉은 벽돌 위에

두 개의 몸통으로 나눠진 로조가 누워있다

로조가 내뱉은 대량의 핏덩이가, 벽돌이나

나의 군복 가장자리를 태우는 소리가 들렸다

 

자, 이걸로 죽어 준다면 편할텐데

나는 허공에 보검을 휘두르며, 끈적끈적한 피를 털어냈다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몸이 두 동강 나면서 어깨가 찢어지고, 내장이 타고 잇다

본래라면 영락 없는 죽음, 피할 수 없는 죽음이 거기에 있었다

 

하지만 그런 상식이, 이 마인에게 얼마나 통할 수 있을까

어쨌든 지난 세계에서 보았던 이것과 비슷한 존재는

파괴의 화신이였던 엘디스에게 조차도, 잘게 찢겨져도 죽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것도 아직 죽지 않았겟지

 

"옛말이 하나 틀린게 없군

날뛰는 사냥꾼은 사냥감을 놓치기 마련이라는데..."

 

그것은 이미 목소리라기 보다는

불타오르는 소리가 서로 겹쳐져 말이 되는 듯한 모습이였다

 

로조의 몸은 이제 고기와 피라는 껍질을 던져버린 듯, 불길에 흽싸였다

이제 살과 가죽이 싸인 몸은 필요 없다는 듯이

그것들을 불태워가기 시작했다

 

나는 입술을 살짝 깨물고, 코를 울리듯히 하며 말했다

 

"너는 내 친구에게 몹쓸 짓을 했어

뭔 소린지 모르겠냐, 자비 같은 것은 없을 거라고"

 

나는 불길 속에서 타오르는 망자를 향해 그렇게 말했다

가슴이 묘한 열을 띠고 잇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화를 기점으로 서적화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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