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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65화 - 마인과 나의 친구 - 본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完)/제10장 혼란도시 필로스 편

바라건대 이 손에 행복을 제265화 - 마인과 나의 친구 -

개성공단 2020. 5. 4. 19:36

혼의 불꽃이 공기를 녹이며, 사람의 모양을 취해갓다

이제 거기에 피부나 피가 남아 있는지는 전혀 알 수 없고

그저 불덩어리가 장난삼아 한 순간만 그런 모습을 취한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녀석은 분명 내 눈 앞에서 

형형하게 빛나는 눈을 부릅뜨며 말했다

 

"안타깝게도, 나는 죽지 않아

죽음을 죽였기에, 이제 이 몸은 망자와도 같다"

 

망자, 죽음을 잃은 자들, 죽을 수 없게 된 사람들

과연 예전에 어디선가 들은 적이 있는 말이다

 

딱딱하고, 밤을 태우는 불길이 주위의 광경을 일그러지게 했다

불덩어리는 분명 존재했는데도, 주위는 전혀 밝아지지 않았다

 

나는 두 손으로 보검을 움켜쥐며, 눈을 가늘게 떴다

이제 적은 불길 그 자체다. 과연, 저걸 베어 죽일 수 있을까

게다가 상대는 마인이기까지 하다

그저 불꽃을 끌어당길 뿐이라고는 생각되지 않았다

 

지난 세계의 여정에서도 분명이 이와 비슷한게 있었다

 

마법과 주술과도 다른 무언가를 다루는 그들

인간을 당연하개 짓밟아 가는 그들

사람들은 대재앙 이후, 홀연히 솟아난 그 마수들을 두려워했다

 

여하튼 지금까지 본 적도 없는, 들어 본 적도 없는 존재다

사람들은 처음 보는 그들을 당연히 두려워했고

형태 없는 것을 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일까, 사람들은 어느 사이엔가 그들에게 이름을 붙였다

이해할 수 없는 그 이형들을, 조금이라도 자신의 범주에 넣기 위해서

신화시대의 마형에서 이름을 따왔다

 

참수하는 자, 인류의 적, 마명을 가진 자, 결국은 마인이라 그렇게 불렸다

 

베르페인에서 본 짐승은 그저 무시무시한 힘을 가진 괴물이였더

하지만 이 로조는 다르다. 

이성을 가지고 말을 하며, 사람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상한 일이다

이형의 짐승보다 이쪽이 훨씬 더 징그럽다

 

"뭐, 망자도 언젠가 죽겠지말야, 그리고 그것은 분명 오늘이겠지"

 

그런데 그 마인이 어째서 로조라고 하는 사람의 입장이 되어버린 건가

그런 걸 알 턱이 없었다

단지 사실만 말하자면, 지금 그것이 눈 앞에 잇다는 정도

 

나는 보검을 들고 입술을 작게 오무렸다

나도 모르게 보검을 다리를 튕기며, 거리를 두고 잇었고

마인이 내는 열 때문인지, 내 뺨에는 땀이 흐르고 잇엇다

 

불길이 바람에 흔들렸다

아니, 이제 불기둥 자체가 된 로조의 팔이

불꽃을 일으키면서 허공을 날았다

솟구친 불길이 휘날리며, 붉은 벽돌을 그 몸으로 마셔갔다

 

그 모습은 이제 환상이라도 보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런 일이 정말로 일어날 수 있는지

내 시야에는 확연한 그 모습이 비치고 있지만, 뇌가 거부해 버릴 것 같았다

하지만 뺨이 닿는 열은 분명 진짜고, 

그리고 지금 내 목숨을 걸고 그 손끝을 걷고 있엇다

 

본능에 휩쓸려 붉은 벽돌을 발로 두드리자

나의 뇌는 지금 당장 도망가야 한다고 외치기 시작했다

 

다음 순간 불길이 눈앞에 있었다

얼마 안되는 시간이지만, 로조의 염열이 나의 전신을 감쌌다

그 열에 폐가 타버릴 것만 같았고

순간 체내에 있을 수 없는 열량이 쏟아져 들어와

식도가 무심코 열류할 것 같았다

 

나는 몸을 쓰러뜨릴 기세로 겨우 어둠 속으로 도망쳐서

뜨거워진 공기를 억지로 폐에서 내뱉었다

내장이 퉁퉁 부은 듯 절규를 내질렀고

심장은 열병에 걸린듯 가슴을 두근거렸다

과연 이것이 마인의 일격이란 말인가

 

그리고 고개를 드니

 

쉴 틈은 주지 않겠다는 듯, 로조의 왼팔이 치켜올라가고 있었다

그것은 마치 자신의 팔을 채찍으로 휘두르는 것처럼

왼팔은 불길이 되고, 불길은 뱀이 돼, 허공을 헤엄쳤다

 

나는 불길이 된 뱀을 응시하며, 뜨거운 한숨을 아직도 내뱉고 있엇따

이런 걸 상대하는 건 엘디스나 피에르트가 제격인데

 

보검을 치켜들어서, 나에게 날라오는 불기둥을 향해 크게 휘둘렀다

순간 손등이 얇게 구워지는 듯한 느낌이 있었고, 타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그리고 보랏빛의 궤도에 따라, 눈 앞의 불기둥이 폭풍에 흽쓸린 듯 갈라졌다

 

보검은 몸통과 왼팔의 경계선 같은 곳을 도려냈고

로조의 몸은 불길에 흽싸여서, 

이제 거기에 뭐가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였지만

나의 손에는 확실히 뼈와 살을 자르는 감촉이 있었다

 

불길이 마치 몸부림치듯 흔들렸다

불바다가 된 로조의 육체 속에서

오직 그의 눈동자만이 가까이서 반짝이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직 어느 정도 살은 남아 있는 것 같았지만

그것은 참격을 받을 때마다, 벗겨져 떨어져 나갓다

 

그 때문일까, 로조가 다음으로 보여준 일격은

더 이상 인간의 기술이 아니였다

로조는 불길이 된 오른손을 내밀어, 손바닥으로 공기를 잡았다

 

그 동작만으로 주위의 공기가 폭발했다

 

화약이 터지는 소리가 들렸다

어처구니 없는 것도 정도가 있지, 이건 대체 무슨 이치란 말인가

 

그래도 내 가슴 깊은 곳에 한 가지의 확신이 생긴 것이 있었다

 

나는 열을 파고들듯, 한 걸음을 내딛으며 눈을 부릅떴다

눈 속에 불꽃이 들어간 것일까, 눈시울이 매우 뜨거웠다

 

보검을 하늘에 보여주듯 힘차게 쳐올린 후

그리는 궤도 대로 불길을 뚫기 시작했다

보랏빛이 한 가닥 선을 하늘에 그렸다

 

바람이 불며, 로조의 몸을 덮고 있던 불길이 보검에 의해 흩어졌고

조금 남은 로조의 살점이 허공에 드러났다

 

다른 화염이 보검을 뿌리칠 기세로, 내뿜기 시작했다

 

"미안하지만, 불 속에서 싸우는 것은 처음이 아니라서"

 

게다가 말이다.

이 로조라고 하는 녀석은, 아직 어딘지 인간다움이 묻어있었다

확실히 그 행동은 이미 마인 그 자체이고

행하는 재주도 보통 사람이라고는 도저히 말할 수 없었따

 

하지만 어찌된 일인지

불길 그 자체가 되어가면서도

아직 그 녀석은 사람의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다

다리 밟는 법도, 팔을 휘두르는 법도, 시선을 움직이는 법도

모든 것이 인간적인 모습과 다를 바가 없었다

 

게다가 전투방식은 초심자와 매우 똑같았다

 

그렇다면, 내가 여기서 죽을 일은 없겠군

 

카리아의 검성은 이런 것보다 더 살의에 차 있었다

헤르트 스탠리의 일격은 더 중후했다

우리 스승과 비교하면, 로조의 일격은 흉하기 짝이 없었다

 

로조는 마인이라는 괴물이면서, 아직도 인간에 매달려 있는 것이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떻게 될 지 모르는 이상

확실하게 지금 숨통을 끊어 놔야 할 것이다

 

지난 세계에서 엘디스가 망자의 목숨을 깎아 내리려고 한 방법은

조각 하나 남기지 않을 정도로 살과 뼈를 분쇄하고

마지막에는 주술로 모든 것을 불태웠다

 

과연 그런 행동을 내가 할 수 있을린 없었다

애초에 주술은 커녕 마법도 쓸 줄 모르고, 박살내기도 힘들 것이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내 가슴은 두려움에 얼어붙지 않았고

오히려, 이게 뭐 어쨌다는 듯 묘한 열을 띠고 있었다

 

아, 당연하고 말고

어쨌든 이 녀석은 나의 친구에게 손을 댄 장본인이 아닌가

참 못된 짓을 해주었군

아까부터 속이 뒤집힐 정도의 구역질이

뭐라 말할 수 없는 조바심이, 아까부터 등을 기어다니고 있었다

 

이전에, 아직 시궁쥐에 지나지 않았던 나를

사람대접해 주었던 녀석들이 있었다

진흙을 쑤시고, 한심하게 머리를 숙일 수 밖에 없었던

나의 손을, 이끌어 준 패거리들이 있었다

영웅에 대한 동경이나, 애태움과는 또 다른 이 감정

 

무엇이랄까, 우정이나 친밀감이라 불러야 하는 건가?

 

그야말로 지금의 브루더는 나를 알 리가 없고

아무런 감회를 느낄 수도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내 가슴속의 녀석은 언제나 나의 악우로서

이미 한 번 죽게 해버린 후회 그 자체

 

내 심장이 타오르면서 떨리듯이 웃고 있었다

 

"너는 여기서 내가 친히 불태워주도록 하겠어"

 

아플 정도의 열이 가슴 속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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